당일 산행은 종종 갔었지만 산속에서 밤을 보내야하는 산행은
처음이었고 더구나 가슴에만 품고 있던 지리산을 갈 생각에
이곳에 들러 글도 읽고 필요한 물건들도 체크하며
이곳은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감사함에 다녀와서 바로 감사글이라도 올려야지 했는데
벌써 2달 가량이 지나가고 있네요.
처음 가는 지리산이었기에
일정도 이곳에 나와있는 무난하다는 코스로 선택을 하긴 했는데
쥐랄맞게-_-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관계로
7/14~7/16일(2박3일일정) 예정이 7/14~7/15일(1박2일)로
1일 코스만 제대로 가고 벽소령에서 아쉽게 내려와야만 했답니다.
그 아쉬움에 다시금 지리산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때 다녀와서 개인적으로 담아두었던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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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경비*
기 차 표 21,800
먹 거 리 27,720
대일 밴드 1,000
우 비 10,000 (5,000 * 2)
역-터미널 1,700 (850 * 2)
터-성삼재 6,400 (3,200 * 2)
벽소령 박 18,000 (9,000 * 2)
벽 - 함양 5,000 (2,500 * 2)
설 렁 탕 10,000 (5,000 * 2)
함양-대전 14,600 (7,300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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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116,220 (인당 58,110원)
* 일 정 *
시간계획 >
제 1 일 > 구례읍 버스터미널(04:20) → 성삼재(05:00) → 노고단산장(05:50/07:00) 도시락으로 아침식사 → 노고단 고개(07:10/07:20) → 임걸령(08:40) → 노루목(09:20) → 반야봉(10:20/10:30) → 삼도봉(11:10) → 화개재(11:30) → 뱀사골산장(11:45/13:15), 점심식사 → 토끼봉(14:15) → 연하천산장(16:00) → 형제봉(17:10) → 벽소령산장(18:20), 숙박
제 2 일 > 06시 기상, 아침식사 후 08:00 출발 → 선비샘(09:10) → 칠선봉(10:30) → 세석산장(11:40/14:00), 점심식사 → 촛대봉(14:40) → 연하봉(16:00) → 장터목산장(16:40), 숙박
제 3 일 > 일출시각이 05:30 이라고 할 때(산장에서 일출시각을 안내함) 일출보다 1시간 45분 전(03:45)에 기상, 04:00 출발 → 제석봉(04:30) → 천왕봉(05:20/05:50) 일출 구경, 다시 장터목산장으로 복귀 → 장터목산장(07:00/09:00) 아침식사 → 망바위(10:00) → 소지봉(11:00) → 참샘(11:40) → 하동바위(12:20) → 매표소(13:30) → 백무동 정류장(13:40)
원래 일정은 위 내용의 2박 3일이었으나
부득이 날씨로 인해 벽소령에서 1박을 하고
하산하는 1박 2일로 아쉽게 마무리 하게 됐다.
지리산 종주를 처음 하는 것이었기에
꼭 종주를 해야한다는 무리한 목표는 세우지 않았고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12시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산을 걷다보니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었고
등에 멘 15kg 이상의 배낭은 계속해서 어깨를 짓눌렀다.
산행 중 만난 중년 부부의 아저씨는 어깨에 멘 짐이
마치 삶의 무게인듯 싶다고 말씀하셨다.
무거워 놓고 가자니 생존을 위해 그럴 수도 없고
메고 가자니 힘은 들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지만
결국은 내가 메고 가야하는 것.
나누어 질 수 있다면 좋은 거고 그렇다하더라도
분명 내 몫의 짐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만큼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 내가 할 일인게다.
장마로 인해
예상보다 적은 사람들이 산에 올랐다.
부부도 보이고, 군대가기전 자녀와 함께 왔다는 아버지도 보이고
중년의 아저씨들도 보이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도 보이고
간간히 혼자 온 사람들도 보인다.
이들은 산에 왜 오르는 걸까.
너무 너무 숨이 차고 힘이 들어
오를 때마다 산에 대한 생각이 12번도 더 바뀐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 고생을 왜 하러 온 것일까
그러다가도 말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거대함 앞에서는
힘들어도 오길 잘했지 하는 생각이 수시로 교차한다.
여러 산을 가보았지만
지리산만이 풍기는 묘한 매력이 따로 있는 듯 싶다.
아니 그 각각의 산이 가진 매력이 다 있는 것이겠지.
힘이 들어 도저히 못가겠어도 다리를 옮겨 놓으면
또 그렇게 움직여지는 다리.
내린 비로 인해 미끄러운 바위를 짚을 때마다
조금 더 조심해야하고 때론 줄을 잡고 암벽 등반도 해야하고
순간 순간 긴장을 늦추어선 안된다는 생각들.
잠시 방심한 사이 내 발은 엄한 곳을 디디고
내 몸은 비틀거린다.
또다시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인해
전혀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죽을 것 같이 숨이 차와도 어느 순간
산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너무나 행복한 생각들.
그저 이렇게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함께 걷던 태숙양이 묻는다.
'언니는 산을 왜 올라?'
다른 친구들도 많이 묻곤 했다.
남들처럼 멋진 말도 생각해보았지만
나는 산을 정말 왜 오를까.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만들자면 산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오른다라고 말하고 싶다.
또 그렇기 때문에 남다른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이기도 하겠지.
사람들 북적북적거리는 곳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일단은 몸이 편하면 생각도 지나치게 풀어지므로
때론 몸을 힘들게 하여 생각도 조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한건
산은 그렇게 생각을 조여주면서도
쓸데 없는 생각들은 버리게 하고
복잡한 것들은 차곡 차곡 정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힘든 지리산을 오르면서
다음엔 도저히 못 오겠다 싶었다.
그래서 종주를 다 마치지 못해 아쉬움이 더했다.
헌데 집에와 이렇게 여행 마무리를 하다보니
언제 지리산을 가야할지 달력을 넘겨보고 있다.
인간의 망각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힘든 기억보다 좋은 기억들이 우세한 것에 감사할 뿐이다.
부족한 체력을 보충해서
꼭 다시금 가보리라.
기다려라 지리산아!
다음에 또 보자.
<질문과 답변>-<초보산행 길라잡이>-<프로필>에 들어가면 정답이 써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