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을 지나 별로 어렵지 않은 오솔길로 접어든다.
기분은 상쾌하고 발거름도 가볍다.
먼동이 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 하지만 전혀 외롭다거나 무서움 같은 것은 느껴지지가 않는다.
가끔 낙옆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린다.
고사목이 길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나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견딘다는 주목인진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기 까지 얼마나 많은 희비애락을 겪었는가.
또 죽어서까지 세상의 모진풍파를 얼마나 더 견뎌야 할 것인가..
돼지령을 지나 피아골 삼거리에 6시35분에 도착했다.
노고단에서 부터 2.7 km를 1시간 42분 동안 걸어온 셈이다.
피아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공비토벌,
이념이 서로 다르다고 죽고 죽이는 우리민족의 恨으로 남은 이곳에
잠시 발길을 멈추고 먼간 이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올해는 가을 가믐이 길어 나뭇잎 들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버려 누런 갈색으로 변해있다
능선을 따라 산길을 무심히 걸어 간다.
마주 오는 사람도 없고 추월해 가는 사람도 없다.
그저 혼자서 지난 세월들을 반추 하며 걸어 간다.
임걸령 샘터에서 물을 보충했다.
길가에 있어 찾기도쉽고 잘 정돈되었음며 수량도 풍부 하다.
노루목에서 배낭을 풀고 잠시 쉬었다.
반야봉(1,732 m)을 오를것인가 그냥갈것인가를 결정해야 된다.
20여년전 지리산을 찾았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곳이다.
이번에 못 오르면 언제 다시 와서 오를것인가 ...
힘들어도 올라가기로 했다.
반야봉은 지리산에서 세번째로 높은 봉우리라고 한다.
배낭은 노루목 길가에 내려 놓고 빈 몸으로 올라 갔다.
옛날에는 누가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는데 요즘은 가끔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요 물품은 가지고 올라 가라고 충고 하시는 분이 있었다.
이분은 태극종주를 하신다고 한다.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분은 오해봉님라고 지리산 산악인들에겐 널리 알려진분 이셨다.
착한 사람에게는 착한 사람만 보이고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만 보인다더니
산에서는 산만 보인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재미있다.
서로 밀고, 잡아주고 , 쇄기가 되어주면서 벼랑끝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분의 마음을 읽을수 있을것 같다.
우리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특성을
서로를 위해 힘이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전라 남,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삼각점이다.
도착 시간은 10시 25분.
피아골 삼거리에서 여기까지 3시간 50분이나 걸렸다.
성삼재 부터 계산 한다면 6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지도에 나와 있는 기준 시간 보다는 1시간이 더 걸린 셈이지만
쉬는시간을 감안 한다면 그렇게 늦은것은 아닌것 같다.
덧글좀 남겨 주세요.. 저는 안보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