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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6.08.11 19:20

지리산 종주산행기--1

조회 수 363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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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산행기

지루한 장마가 끝난 8월초의 여름은 지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더웠다. 게다가 도심의 아스팔트에 내리쬐는 그 열기가 더하여 10여분을 걷기에도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니 이 무더위에 20키로 가까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몇 일간을 큰 산의 능선을 걷겠다고 하는데 누가 내심으로 피하고 싶지 않겠는가? 게다가 40대의 중늙은이(?)들임에랴.

8월 4일 새벽 화엄사를 들머리로 하고 8월 6일 오후 대원사를 날머리로 하는 두 달 전부터 벗들과 계획하였던 2박3일간의 지리산종주산행이 한 편으로는 마음 설레면서도 또 한 켠에서는 은근히 함께 출발할 일행 중 누군가 개인사정으로 부득이 지리산산행일자를 늦추자고 요구할 것을 기대할 정도로 뜨거운 2006년 8월초의 지리산행길이 내심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지리산 종주산행길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포함하여 아이디 지게꾼, 죽비 이렇게 셋이서 약속장소인 강남 호남선출발지로 모여 8월3일 저녁 10시 10분발 순천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4시간 20분 소요되는 고속버스안에서의 잠이 내일 긴 산행을 위한 잠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니 일행은 고속버스를 타자마자 잠을 청하여 순천에 도착하는 그 시간까지 내내 깊은 잠을 이루려 노력하였다.

순천에 도착하여 지게꾼님이 구례구역에서 순천아짐이 합류하기로 했다하여 택시요금을 흥정하였는데 순천에서 출발하여 구례구역에서 1시간 정차후 화엄사 입구까지 가는 것으로 3만5천원에 흥정하였으니 비싼 요금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화엄사 입구에 도착하니 화엄사에서 들려오는 새벽예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어우러지고 주변은 칠흙같이 어둡운지라 이미 진세(塵世)를 떠나 선계(仙界)로 들어선 기분으로 묘한 흥분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아직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등산하는 사람들의 기척은 없었는데 일행은 헤드랜턴을 켜고 배낭과 등산화를 정비하고는 화엄사를 옆으로 하여 등산로를 오르니 그 때가 새벽 4시였다.

이번의 지리산산행은 소위 말하는 전통종주코스이다. 차량을 이용하여 성삼재를 올라 시작하질 않고 화엄사계곡을 타고 노고단에 올라 천왕봉까지 종주한 다음 치밭목산장을 거쳐 유평리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게다가 종주길에 반야봉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반야봉을 올라갔다 오는 것을 계획에 넣었으니 ‘지리산 전통종주’라고 이름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이정도  코스이면 산을 다녔다고 하는 사람은 1박2일, 심지어는 무박당일코스로도 갈 수 있겠지만 우리는 2박3일로 넉넉한 일정을 잡았다. 그것은 쫓기듯 하는 산행이 아니라 지리산을 천천히 즐기며 다니자는 취지이다.

화엄사계곡은 지리산의 수많은 계곡 중에서 수량(水量)이 많다던가 기암괴석이 즐비하여 입을 쩍 벌리게 하는 그런 계곡미가 뛰어난 곳이라고 할 수 없고 성삼재를 오르는 교통편을 이용하면 처음부터 힘들이지 않고 장쾌한 지리산의 능선미를 접하며 걸을 수 있는데 굳이 이 계곡을 걸어올라 땀을 흘리며 산행을 시작하는 것은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종주코스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성삼재를 이용하여 종주하는 대부분의 사람과는 레벨이 다르다는 은근한 프라이드를 갖고 싶어서일지 모르겠다.

처음의 계획은 집선대폭포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노고단대피소에서 취사를 하기로 하였는데 폭포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발을 담그고 쉬다보니 대피소의 번잡함보다는 계곡에서 취사를 하고 오르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는 폭포를 조금 지나 상류계곡에 터를 잡고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장소에서 취사를 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하는 것에 약간 머쓱해하며 햇반과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오전 9시이다. 화엄사를 출발하여 5시간이 소요된 것인데 중간에 아침식사한 것을 생각하면 4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일행은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여 추가로 필요한 물건을 조금 사고 기념촬영과 식수를 보충한 다음 노고단정상부를 향하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노고단은 높이 1,507m로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봉의 하나이다. 신라시대에 화랑국선(花郞國仙)의 연무도장이 되는 한편,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靈峰)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의 남서부를 차지한다. 노고단이란 도교(道敎)에서 온 말로,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 ‘할미’는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仙桃聖母)를 일컫는 말이라 한다. 또한 노고단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섬진강운해는 지리산10경중의 하나일 정도로 그 경관이 뛰어난데 앞으로 우리가 걸아가야 할 3일간 종주길의 험난함을 예고하듯 작열하는 태양열로 섬진강의 운해를 볼 수가 없었다.

노고단에서 반야봉 오르는 길 노루목삼거리까지는 등산로가 거의 평지수준으로 나있고 조망도 괜찮아 보행에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산행길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여름 야생화들을 감상하며 걷는 즐거움은 지리산 종주길 들머리에 안겨주는 큰 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돼지평전과 피아골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샘터에 도착했다. 임걸령샘터는 지리산의 많은 샘터중에서 물맛이 뛰어나기로 알려진 곳인데 쉴만한 장소에 그늘이 없어 다소 불편하기는 하나 우리는 적당히 자리를 골라서 둘러앉아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임걸령 샘터에서 점심을 마치고 이어 억지로라도 가볍게 오침을 즐기고는 반야봉등정에 나서려는데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제법 굵은 소나기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름지리산 산행길에 비를 맞지 않은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의 경우는 날씨가 워낙 화창하여 그러질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비를 맞지 않는 여름종주의 선례를 남기지 못하였다.

반야봉은 지리산중에서 호남의 제1봉으로 지리산종주능선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조망미가 빼어난 산이나 긴 종주산행길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산꾼들이 선뜻 걸음을 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나의 경우에도 십여차례 종주산행중에 이번을 포함하여 네 번밖에 오르지 않았다. 매번 노루목삼거리를 지나 반야봉을 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면 뭔가 찜찜하고 반야봉에게 미안한 감정으로 개운치 않았는데 오늘의 일정을 연하천에서 1박을 하지 않고 느긋하게 뱀사골산장으로 잡은 것도 행여나 반야봉을 놓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우리는 노루목삼거리를 지나 윗삼거리에서 일행 중 자원자 한 명에게 배낭짐을 맡겨두고 카메라만 휴대하고는 반야봉에 올랐는데 비는 그치었으나 아직 운무가 남아 저 멀리 천왕봉 은 모습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였다.

나는 일행에게 우리가 걸어온 노고단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천왕봉을 가리키며 지리산 종주길을 설명을 해주는데 일행 중 지리산 종주길이 처음인 죽비는 지리산의 그 장대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발 감탄하며 “지리산이 큰 산임은 익히 들은 바가 있으나 반야봉에 올라 우러러봄에 지리산의 그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수많은 능파에 도무지 내 정신이 아닌 것 같다” 며 그러고는 “어느 별천지에 온 것 같고 지리산이 정녕 내가 사는 이 땅의 산이 아닌듯 하다”며 감동으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한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의 경계점이 되는 삼도봉을 거쳐 화개재로 내려오는 길은 500여 목책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돌부리를 조심하지 않고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다. 3년 전인가 대원사로부터의 역종주 때 이 계단을 오르며 지쳐 거의 쓰러지다시피한 기억이 새로웠다.

뱀사골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경이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해 둔 산장에 도착확인을 해주고는 그 때부터 소주를 곁들인 맛있는 저녁식사시간에 들어갔다.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반야봉을 거쳐 뱀사골산장에 내려온 거리가 결코 가볍지 않은 코스임에도 일행은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고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마음에 약간씩 들떠있었다.  “지리산종주산행을 통하여 더욱 다져지는 우리의 가연(佳緣)을 잊지 말고 여름휴가 무렵 매년 이 지리산종주산행을 모임을 이어가자”는 지게꾼님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내일 산행할 일정을 이야기 하며 소리내어 웃기도 하면서 죽비님은 자기 배낭의 소주를 연신 끄집어내며 내일 자기의 짐이 가벼워질 것이라며 좋아한다.

옛 시인의 싯귀에 ‘산심야심객수심 山深夜深客愁深  산이 깊고 밤이 깊고 나그네 설움도 깊더라’ 라고 하였지만 지리산 반야봉 자락 뱀사골산장에서 깊어가는 밤 우리의 흥은 끝나질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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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6.08.11 21:46
    서울이나 경기도 일원에서 야간에 출발하여 지리산 종주를 할때
    잠을못잔 첫날은 언제나 힘이좀 들지요,
    화엄사에서 반야봉을거쳐 뱀사골에 1박을 하셨다니 잘 하셨습니다,
    권갑상님 여름마다 종주산행 이어 가세요,
    삼복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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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원 2006.08.15 15:43
    고생하셨습니다..고생한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군요
    정말이지 지리산 종주라는게 억지로 시키는거라면.상상 이상 고생이죠
    90년대 초....장마 끝나고 종주하는데 군인들 한무리가 행군을
    하고 있더군요(노고단에서 연하천 가는길) 얼굴에 지치고 짜증나는 모습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무거운 짐을 지지도 않았던데
    반면 등산객들은 머리 위까지 올라오는 배낭(야영가능할때)에
    낑낑대고 등과 배낭엔 소금기가 묻어나올정도..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더위에 헥헥거리고, 웃고 떠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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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린백성 2006.08.16 15:51
    첩첩산중이란 말이 어울릴 산은 지리밖에 없지요. 그래서 그 품이 항상그리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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