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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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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얼음판을 걷듯이 한 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내딛어 보았다.
다행히 출발지로부터 얼마간은 시골길처럼 편안한 평지가 계속됐다.
할만했다.뻑뻑하던 무릅이 조금은 부드러워지는것 같았다

원래는 8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갈까 말까 고민하고 사진두 몇빵 콱콱 박아대고 다른사람들 준비하는데 괜히 참견두 하고 그러느라 20여분 출발이 늦었다.
내 걷는 모습을 보더니 친구 놈이 늦은만큼 빨리 가자고 또 보챈다.
뚜껑이 열렸다.
"너 도대체 왜 그렇게 빨리만 가려고 하냐?"
그 녀석이 대답했다 "빨리 가서 쉴려구"
"에라이 미친놈아,산행이란게 가면서 경치구경 나무구경 바위구경인데.
그렇게 빨리만 가면 모가 남냐?"
화낌에 먼저가라고 하고 점심먹을 장소인 세석산장에서 만나자고 쏘아버렸더니 녀석이 아무말 없이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한 10여분을 더 갔을까 녀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 그럼 그렇지 니가 멀리 가냐?"
그놈은 이번 산행을 위해 12개월 할부로 구입한 디지탈 카메라를 불쑥 내밀더니 여기 경치가 좋으니 사진을 근사하게 찍어달란다.
그러면서도 주문사항이 무진장 많다.지겨운 놈이다
낯을 가리고 숯기가 없는 그 놈은 다른 사람들한테 그런 부탁을 좀 처럼 하지 않는다.

궁금한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구 난 또 다른 사람들한테 되묻곤 했다.
우린 다시 나란히 갈길로 향했다.

사실 2번째날의 코스는 총거리가 10km에 불과 하므로 첫날에 비하면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다소 등락은 있었지만 코스 중간 중간 지리산 최고의 절경지가 자리하고 있어 피로감을 느낄새 없이 산행을 할수 있었다.

산장을 출발한지 30~40분이 흘렀는데,눈이 시려 하늘을 보니 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나타났다.
햇살이 내리꽂는 구석구석 안개는 부서지고 진 녹색의 자연림과 함께 주변 능선이 드러났다.

노고단을 떠난후 처음으로 지리산의 일부가 한눈에 들어온것이다.
가던 사람들이 순간을 놓칠새라 배낭을 후다닥 내려놓는다.
여기저기 부산한 움직임에 정신이 없다 .
모두들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었다.

그 만큼 햇살은 매정히 떠났던 사랑이 돌아온듯 너무도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 자리 어제 점심때 산장에서 만나 사진을 찍어준 여자가 있었다.
광고기획사 산악 동호회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중 하나였는데,내가 가진 니콘600 시리즈 카메라를 보곤 자기것과 같은 종류라며 자신있게 한방 찍어주었었다.

갸름한 얼굴에 균형잡힌 미간, 다소곳한 콧날이 은은한 멋을내는 그런 여인이었다.
우린 서로 아는체를 하고 또 다시 카메라를 내밀었다.
낡은 수법의 작업이 들어가고 있었다.
약간은 눈치챈듯 대표로 보이는 양반이 애인이 없는 여자라며 잘 해보란다.

" 저~ 핸드폰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서울가면 바루 연락 드릴께요."
라는 소리가 입에서 맴맴 돌았다.

"야! 야! 저 여자 꽤 괜찮지 않냐?" 라며 친구에게 물어보자 .
그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한다.
" 정말 이뻐 보여? 얘 정말 큰일났네 "

............

" 다음에 보면 사진 또 찍어주세요" 그러곤 다시 햇살에 부딛혀 반짝이는 이슬을 쓸어가며 풀숲 사이로 향했다.
오늘 밤 산장에 가면 또 만나겠지......
무릅이 한결 좋아지고 있었다.

좀더 지나 샘물이 철철 넘치는 선비샘에서 어제밤 하지 못한 세수를 하고, 다시 식수를 가득 채운후 12개가 든 한박스중 이미 반이나 먹어버린 초코파이를 또 하나씩 꺼내어 한입에 털어넣었다.

어!! 이럴수가

남은 초코파이가 홀수다.
항상 같이 하나씩 먹었는데 어떻게 이럴수가..의심의 눈초리에 녀석이 슬며시 배낭을 둘러맨다.
초코파이가 아무리 "정"이라지만 그것 하나땜에 20년 지기를 등 질수는 없었다.
우린 아무말 없이 길을 떠났다.

무릅 때문에 걷는건 불편했지만 대신 속도를 늦추어 산행을 했으므로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없었다.
산행에서의 탈진은 일행의 페이스가 현격히 차이가 날때 발생을 한다.
술자리에서 주량의 차이가 인사불성을 만드는것과 똑같은 이치다.

점심 무렵 다시 기상은 악화되었고 안개비가 흩 뿌리는 가운데 지리산 철쭉제가 열리는 세석평전에 도착했다.

산 중간 분지형태처럼 움푹 파인 그곳은 넓은평지로 둘러 쌓여 주변에 꽃들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핀 철쭉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곳으로 유명하다.
우린 거기서 3일중 가장 푸짐한 식사를 준비했다.
점심을 간소하게 먹어야한다는 다짐은 또 깨지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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