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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다녀온지 두 주 후인 지난 13일 금요일...

다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지리산 산장예약인 10시를 카운팅 하고 있었다.

다행히 워드속도가 빠른탓에 지난번 묵은 세석산장에  2등쯤으로 숙소예약을 성공하고..

이러저러 두 주를 설레임과 혼란으로 보냈다.

수요일인 25일... 대략 필요 물품을 구해 놓고..배낭 패킹에 들어가고...

출발 하루전인 목요일.. 배낭과 스틱에 대해 고민하다가 평소 장비 조언을 받는

종로의 J산악에 들려 몽벨38리터 배낭과 스틱 두개를 구했다.

레키에 대한 유혹이 있었지만 장비점 사장의 말로는 긴 스틱의 불편함이 있다길래..

내게 맞는 코베아로 결정했다.

- 이 상점에서 나와 같은 날 같은 일정으로 네이버카페에서 단체로 종주팀이 출발하는데

   그 중 팀장 한 분을 만난다.

   그에게 혼자 종주갈 예정이니 세석에서 보면 코펠과 버너를 빌릴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놓았다.

   일단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출발 당일인 금요일..

목요일의 수면 부족으로 종일 비몽사몽..

사람 사는 일이니.. 이러저러한 일들이 다반사로 생긴다.

그런 줄 앎에도 불구하고 평상심을 잃는 것을 보면.. 아직도 나의 근기는.. 하류인 것을..



출근기 전에 배낭을 챙겨 놓고 나왔음인데도 종일 생각은 지리산의 이미지 산행을 하고 있다.

배낭에 대한 신뢰가 생겨 마음이 가볍다..

거기다 일기예보가 틀려... 어쩌면 지난번 처럼 화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가 더디다.

드디어.. 퇴근..

일과를 일찍 마치고.. 동료들과의 술 한잔 유혹을 뿌리치는 것에는 익숙하다.

한국사람들은 인사치례성 발언을 많이 한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나 또한 인사성인 줄 알면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가끔 실망할 때가 있지만...

이 날만큼은 금쌀로 밥을 지어 준대도.. 거절이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이는 농구장으로..

남편은 늦는다는 메모도 없이 빈 집이다.

혼자 저녁을 먹으며 눈으로는 지리산 준비 목록표를 훑는다.

배낭이  넉넉하니 수납이 용이해서 일단 좋다.

지난 종주에 실수한 무게로 인해.. 무게 줄이기에 최선을 다해보지만..

역시나 갈등을 겪다가 모두 넣고 가기로..

- 산객은 무거워서 죽지는 않는다. 다만 없어서 죽지...

코펠과 버너.. 그에 따른 까스도 한통..

- 빌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가져갔다.

   결국 세석까지 못가고..벽소령에서 묵는 관계로.. 네이버카페의 팀에게는 문자로 통보하고..

평소 먹지 않던 과자와.. 소세지와... 등등

혹시 모를 위급함에 구급약..

- 정작 필요한 진통제가 없어서.. 고생했다.

쌀 3컵은 변함없고.. 지난번에도 버린 칼국수를 다시 넣는다.

이번 일정은 조용히 다녀오기로 하여서 여분의 핸드폰 밧데리도 챙기지 않았다.



밤 10시..이제 출발이다.

배낭이 제법 종주티가 난다.

마음이 기쁘다.

어디를 간다는게.. 이렇게 기쁜것은 비단 오늘만은 아니지만..

한 달만에 지리산은 내게 무얼 보여줄까.. 설레이기 시작한다.



내 맘은 이리 기쁜데..  그래도 먼 길 떠나니 작은아버지께 고하고 가야할 것 같아서

아랫층으로 내려 갔는데..  또 다시 배낭을 맨 체로 현관에서 인사 드리는 내게

급하게 주머니를 뒤적거리시더니 몇 장의 지폐를 꺼내 주신다.

- 배고프면 머 사먹어라.

  지리산에서는 돈이 필요치 않음을 말씀도 드릴 수 없는...

  아버지 대신 내 평생을 돌보아 주시는 나의 또 다른 아버지.. 작은아버지..  

  돌아서 나오는데  눈물이 흐른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시는.. 나를 절반쯤 키우신 분이시다.



넉넉한 시간에 영등포역에 도착하여.. 역의 풍광을 돌아보니..

노숙자들의 험란한 하루살이 생활을 보며 잠시 마음이 무겁다.

어지럽기조차 한.. 영등포역 구내..

떠나고 남고.. 보내는 사람들로 북적거림은 여전하다.



오늘은 배낭 맨 이들이 적다.

단풍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일까..

다소 조용한 등산객들이 차라리 안심이지만

여전히 역은 단체 산객들의 웅성거림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기차에 오를 시간..

내 좌석표는 여전히 창가쪽이다.

운이 좋은지 옆좌석에 젊잖은 신사가 먼저 자리 하였고 나를 보자.. 가볍게 목례를 보내더니

내 배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솔직히는 아무도 앉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러려면 좌석 두 개를 샀어야 했다.

- 지리산에서 나와 동행한 이는 취소한 친구의 좌석 하나를 일부러 반환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지리 종주를 떠난다고 설명해주고..

그는  순천까지.. 간다는..직업이 수학 가르치는 선생님이란다.

나이는 나보다 좀 낮고..

매주 순천을 방문한다는데.. 이유는 묻지 않았다.

준수한 외모에 매너가 보통이 넘는다.

소지한 책 이름이 물리에 대한 것인데.. 제목이 어려워 외우지도 못했다.

10년전에 지리산을  종주를 하였고.. 순천 어디가 고향이라며..

지리산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가 선반에 배낭을 얹어 주고..

- 나중에 내려 주기까지 하였다.

선반에 배낭을 올리기 전에.. 배낭에서 시원한 맥주 500cc와 컵을 꺼냈다.

어차피 자야할 일이고.. 맥주는 수면제 대용이니..

헌데 옆좌석의 선생님 덕분에 혼자 마시기는 틀렸다.

술을 하겠냐고 물어 한 컵을 따라주고.. 잠시 기다렸다고 일부를 더 채워 주고

나는 캔째 마셨다..

그에게 잠을 자야겠다고 말하고 곧 잠이 들었는데..

도착시간 1시간여 남겨놓고 있었다.

아주 잘 자고 난.. 깔끔한 컨디션이 좋았다.



구례구역에서 옆좌석의 그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구례역을 통과하니.. 지난번 보다 산객이 적었다.

바로 역사 밖으로 나가니.. 성삼재 1명이라는 구호가 있어

주저치 않고 탑승..

택시내에는 각각의 솔로 종주자들이 나를 포함하여 넷이나 있었다.

운전자의 능숙한 동작으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스릴을 느끼며 성삼재에 도착한 것은 04시...



렌턴을 꺼내고 나니..

택시에 합승한 사람들은 내 시야에서 멀어지고..

밤 하늘에 별들은 지난번 보다 더 찬란하다.

배낭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컨디션이 좋다는...신호다.

매표소 앞에 관광버스에서 토해낸 산객들로 정신없고..

체조를 포기한채 노고단을 향해 오른다.

세번째 방문한 성삼재길..

밤 하늘에 별들은 어쩜 저리 곱고 많은지..

랜턴을 켜고 가기가 민망하여...... 불빛을 꺼버렸다.

모자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 보며 걸었다.

어느만큼 가다가.. 혼자 저벅거리며 걷는 소리와 함께 간간히 랜턴 빛을 내게

비춰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은.. 전망대 어디쯤이다.

가던길 멈추고 돌아보니..아까 택시를 함께 탄 솔로 종주한다는 아가씨다.

배낭의 크기가 대단하다. 65리터...

그녀와 화엄사 방향을 내려다 보며.. 잠시 별빛을 감상한다.

-이 후 이 처녀와 돼지평전까지 함께 간다.

이제 묵시적으로 동행을 인정하고 함께 걷는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 것은 한 시간 후.. 05시..



대피소에 들어 가기 전에.. 대피소 앞 벤취에 각각 누워 밤 하늘에 별을 보았다.

어린 날, 멍석위에 누워서 보던 별이 생각나서였는데..

벤취의 찬 기운이 느껴지도록 올려다 보는 별은 여전히 아름답다.



여기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바깥기온이 찬데.. 무어라도 먹어야 덜 추울것 같고..

가다가 찬밥을 먹느니.. 대피소에서 밥을 먹어야할 것 같았다.

갖고간 미역국을 개봉하니.. 햇반 한개화 미역블록이다.

순간.. 실수를  인정해야 하지만 늦었다.

각자 물을 끓여..밥을 먹고.. 정리하고 40분 가량을 써버렸다.



다시 노고단을 향해 오르고.. 인파 속에서 그녀를 잃어버렸다.

혼자 가야하나.. 고민하며..노고단에 도착하니..06시..

노고단의 운해와 함께.. 다시 그녀와 만나지고..

화엄사 쪽의 운해가 장난 아니게 아름답다.

솔직히 이 아름다운 곳에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빡빡한 내 일정을 다시 수정한다.

여기서 40분간을.. 건너편 저 멀리 천왕봉에서 보여주는 일출쇼를 본다.

밝아오는 여명을.. 그것도  천왕봉까지 조망이 선명한 지리산 노고단에서..



이제 해가 떳음을 인정하고 노고단을 내려서서.. 지난 번 배낭을 맨체  잠이

들었던 장소까지 걷는다.

찾을 수 있을까 했던 우려와 달리 나의  의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잘 있다.

반갑기까지 하다.

처녀와 내가 배낭을 맨체 번갈아 그 의자에 앉아 보며 지난번 일을 설명하며 깔깔댔다.



노고단에서 보낸 40분 덕분에.. 산길이 호젓하다.

뒤에서 쫒는듯한 무거운 발자국이 없으니 좋다.

천천히 아침의 지리산을  보면서..

나의 산이 되어 주어 감사하다고.. 지리산에게 인사를 보냈다.

동행한 이 처녀는 성이 Y란다.. 올해 스물아홉..

지리산 종주가 목적이 아니고 반야봉에서 비박을 위해 출정한..

자주 지리산을 찾는 야무진 처녀 산객이다.



이 처녀와  헤어지기로 합의하고 이른..곳 돼지평전

메트를 깔고 자리를 잡고 평전에서 바라보이는 산 아래를 굽어본다.

평화롭고.. 운무가 그만이다.

이 처녀는 이 곳을 그냥 지나치는 산객들의 무식함이 좋다고까지 말한다.

자신을 방해하지 않아서 기쁘다는..

하지만 이 좋은 곳을 느끼지 못하는 산객들의 바쁨을 탓하고 있다.

여기서 갖고간 쐬주 한 병(200mm)를 반씩 이별주로 나누고..

처녀는 남고 나만 떠났다. 08:03



이제 다시 혼자다.

아까 초입에 등산화 끈을 조이던 그 발목이 심상찮던 발목이 술 기운으로  덜 아프다..

하지만 금새 교정했음에도 여전히 누르는 복숭아뼈의 통증이 불안하다.

- 이 통증으로 하마터면 종주를 포기할뻔했고.. 이후 아름다운 동행인을 만난다.

발목에 신경이 씌여지면서 불안함이 밀려오지만.. 지리산의 능선으로 이어지는

풍광을 보면서 위로 받는다.



어느만큼 가다가 이정표에 신경이 씌여졌다.

피앗골 삼거리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산행에서는 이 삼거리를 무심히 지나쳤기에..위치를 잘 모른다.

다행이 피앗골삼거리를 지나치지 않고..

가져온 A4에 적힌 메모지를 부착한다.

- 떠나온 카페의 W대장님과 P언니의 피앗골 단풍산행이 오늘이다.

   지난 산행에서 약속드린.. 나와 일정이 같은 피앗골  단풍산행을 내가 종주를 떠나면

뒤 따라 지나가실 길목에 메세지를 남겨  놓겠다고..  

통과시간을 적어서.. 인쇄물을 잘 보이는 곳의 나뭇가지에 묶었다. 08:30

- 이 메세지는 누군가 걷어가서.. 정작 W대장님은 내가 이 길을 지나갔는지조차 모르셨다.



걷다보니 지난번 반가웠던 임걸령 샘터다. 08;50

피앗골삼거리와 지척인것을...

반갑게 샘과 인사를 한다.

지난번 실수한 물의 양을 조절하기 좋은 곳..

여기서 샘물을 500mm보충하고...



이로부터 약  한 시간 후에 노루목을 지나간다 09:45

그리고 곧 삼도봉..

혼자 종주중인 내가 신기한지 다들 말을 걸어준다.

잠시 사진을 찍고 간단히 쉬었다.10 :20

마의 계단을 내려 화개재에 도착한다. 11:00

아들과 딸을 대동한 한 가족이 여기서 식사를 하길래..

나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 하긴 이 너른 풀밭이 아까워 지난 번에도 여기서 점심을 먹은...



그리고..뱀사골 갈림길에서.. 지난 여름 뱀사골 산행을.. 떠올리며..쓸쓸하게 웃었다.

이 기억은 지리산을 찾을 때마다 당시의 상당한 놀라움이었던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화개재를 지나며 극도로 긴장감이 몰려온다.

시간 조정에 또 다시 실패한 것이다.

발목만 갠찮다면 속도를 낼 수 있을 터인데..

술이 깨어가니 압박하는 발목의 통증은 이제 참을 수 있는 경지를 서서히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이후부터 동행인이 되는 아름다운 청년 한 사람을 만난다.

아마 토끼봉 어디서인가..

왠 청년이 아는체를 하는데.. 그 역시 혼자다.

배낭에는 비박 알리미인 메트리스를 달고..

1무2박3일의 종주중이란다.

화엄사에서 올랐고 반야봉까지 다녀온.. 정코스 종주자이다.

발목이 아픈 내게 대형쥬스페트병에서 한 컵 가득히 오랜지쥬스를 건네준다.

그는 산에서 마시는 음료중에 오렌지쥬스를 최고로 치는..

그와 이야기 하며 봉우리 하나를 만나는데..

나는 명선봉이라고 하고..

그는 갸우뚱하고..

여튼 연하천이 가까워오면서 나의 종주에 방향을 잡아야 했다.

발목통증으로 세석까지 가기는 도저히..

거기다 간다고 해도 다시 깜깜밤중에 넘어야 하는 부담감..

오늘따라 종주인원이 지난 달 보다 현저히 적다.

이 또한 야간에 이동하기 위한 동행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기다 발목통증까지..  

이 상태로는 벽소령산장까지 가는 것도 의문인것을...

청년과 이야기 하면서 명선봉의 여부도 확인하기전에

어느 분이 급하게 아이 찾는 소리를 한다.

우리는 금새 지나친 그 아이의 인상착의로 보아 금새 지나갔다고 알려주고..

곧 바로.. 계단이 나오며 반가운 연하천 산장이다.01:30



산장은 지난번과 달리 조용하다.

여전히 물이 흐르고..

동행이 된.. 이와 통성명을 해 보니.. B시에 사는 A군이란다.

79년도 출생..

내가 79학번을 달고 막 대학을 시작한 그 해이다.

세대차가 날만도 한데.. 산이라는 공동관심사로.. 대화가 어렵지 않다.



A군과 연하천에서  의논 끝에 벽소령까지만 가기로 하고..

그에게서 받은 연고로 발목을 바른다.

통증은 여전하다.

나의 발목부상으로 여기서 30분이나 쓰고..

A군도 무릎상태가 나빠 빨리 걷지는 못한다.

반바지를 입고.. 무릎은 시원하게 내놓고.. 스페츠를 착용한.. 상태다.

이제 벽소령에서 묵기로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우리 둘은 나의 지난 종주 얘기를 토대로 굴러가도 된다고 말하는  벽소령을 잠시 잊었다.

불과 스물여덟살 뿐인 A군의 의식은 거의 수준급..

배낭에는 [좌절금지]라는 패찰을 부착 시키고 종주중이다.

마침 밖에 나와 있던 산장지기님과 지난 번 일의 설명을 감사드리고..



그 사이 아까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외침이 걱정되더니..

드디어 아이를 찾았다고 한다.

그 새 아이는 멀리 갔는지..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보면서 아찔한 마음이..

아마 어느 특수학교에서 인솔한 선생님들인가보다..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으로 알고.. 우리는 연하천을 떠나  달빛의 벽소령으로 향했다. 14:10



연하천을 떠난지 얼마 안되어 젊은 사람이 다리가 아프다며..호소한다.

나는 내 발목 때문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데..

옆에 A군이 차근차근 묻더니  자신의 배낭에서 약봉지 몇 개를 건네주고..

상태가 심각하다고.. 걱정한다.

팀들중 누군가는 돌보아 주어야 할 것 같은데.. 종주팀을 따라왔지만 다 떠나고

청년은 연하천산장을 거쳐서 하산을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잘 내려갔는지..



발목 통증으로 굴러가도 간다는 벽소령은 멀기만 하고..

가는 도중에 벽소령을 넘어 온다는 어여쁜 처녀들의 하얀 비닐 봉지에 담긴 종주길에

수거한 쓰레기를 보면서.. 발목의 통증을 보상 받을 만큼 감동 받았다.

동행한 A군은 아직 연인도 없이 미혼이란다.

A군이 이 처녀들에게 관심을 갖고..

나 또한 이쁜 처녀들라...그래선지 생각 같아선 연하천으로 따라 가고 싶을 만큼..

아니면 두 처녀를 벽소령으로 부르고 싶을만큼 마음에 들었다.

이 두 처녀 이야기와 함께 산에서의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열띤 토의를 하면서도

몇 개의 봉우리를 넘고.. 빼꼼히 건너다 보이는 벽소령을 보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벽소령에 닿았다 16:00

지난 종주와 비슷한 도착시간이다.



우선 산장에  가서 세석산장의 숙소 예약을 취소하고

벽소령에 묵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숙소를 부탁하니 18시에 방송한다고..

아마 숙소 염려는 안해도 된다고 친절하게 나를 위로한다.



동행한 A군과 의논하여.. 해가 지기 전에 밥을 먹는것에 동의하고..

일찌감치 취사실 앞에 자리를 마련했다.

나는 아까 연하천에서 씻어온.. 불린 쌀1컵을  버너에 불을 붙여 올려 놓고

2주일전 이 곳에 머물렀다는 S의 말이 생각나 혼자 크크 거리며 웃었다.

- 밥도 잘 못할거면서 무거운 코펠 버너를 왜 가져가냐...



그러는 사이 숙소가 배정되고..

다행히 예약자들의 취소가 많아선지 여자숙소 2층에 넓고 넓은..

굴러 다니며 자도 될만한 공간에.. 자리를 얻었다.

- 담요는 한 장 배급.. 1천원..

  두 장이 필요치 않다는 산장측의 말이 오히려 의아해 하지만 제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필요치 않는데 돈을 쓰지 말라는 산장측의 말이 오히려 고맙다.



A군과 저녁을 먹는 사이 아까 삼도봉 어디서 마주친 전남 강진에서 오셨다는 내 또래의

남자분 셋이 옆 테이블에 자리하고..

가져온 술들을 몽땅 꺼내놓고 그야말로 벽소령 달빛 파티가 이뤄진다.

내가 남자들의 우정이 부럽다고 말하자 세 분의 남자들은 어제까지 싸워서 오늘 화해하러

지리산에 들었다며 거짓인지 아닌지 모를 이야기를 웃지도 않고 얘기한다.

그러는 사이 아름다운 동행2가.. 나타나고..

- 이후 아름다운동행 2로 인하여 생기는 에피소드는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벽소령 산장 뒤뜰에서 달빛과 별빛의 조명을 받으며 저녁 만찬은 이어가고..

술이 떨어지고 A군과 나와의 자리에 끼인게 미안하여선지.. 강진 남자분들이 작별 인사를 하며

먼저 자리를 뜬다.

우리도 기온이 더 내려가고 달님이 산 너머로 사라지자 아쉬운 술 자리를 정리했다.



산장 앞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술판들이 벌어지는데..

유독 한 팀의 술자리가 눈에 띠인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술좌석 유형인데..모른척 하고 지나 가려니... A군이 불러 세운다.

내가 술을 거절하고.. 산책을 하겠다고.. 산장으로 돌아가 기내 담요를 가져 왔다.

낮은 기온으로 감기라도 들리는 날은 발목부상에 이어 조심하자는 나의 치밀함이다.



연하천에서 오는 산장 입구쯤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별자리를 잘 아는 젊은 친구들이

별구경을 한다.

- 회사 선후배라는데.. 선배되는 이가 매우 넉넉하여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내가 아는 북두칠성만.. 이야기 하고

그들은 은하수며.. 별똥별이며.. 전갈자리.. 등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별자리를 설명해준다.



별을 바라보다가..  아까의 술자리를 지나며 A군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A군은 내일 장터목산장에서 하루 더 묵는다며 여유있는 산행을 할 예정이라..

천왕봉에 올라 바로 하산해야 하는 나와는 일정이 맞지 않아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혹시 마실 물이 필요할지와 내일 아침에 이빨과 손발을 씻을 물이

필요하여 물을 길러  밖으로 나갔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깬 시각은 02시 반경...

아침에 일찍 떠나려던 나의 생각을 변경했다.

A군과 아침을 먹고 헤어지려고..  기온이 뚝 떨어진 그 시간에 쌀을 불릴 물이 필요하여

다시 샘터로 물을 길러 나가고..

달님이 사라진 밤 하늘에 아까보다 더 많은 별빛이.. 하늘 가득...

모두 잠들어 조용한 산장 주변을 걸으며 홀로 깨어 있음에.. 행복하다..

이 깊은 산 속의  산장에서 즐기는.... 한가함과 여유.... 비문명 시간의 혜택이다.

- 지난 주 읽은 S의 지리산 산행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구가 있음을 기억한다.

   떠나올때.. 지리산에 대한 노래 몇 곡을 엠피3에 다운 받아왔는데... 그 노랫말이 마음에 맺힌다.



벽소령의 뒤뜰에 가보니.. 취사장에는  취객들도 다 사라진...

그 옆에는 산장에 자리가 남았음에도 굳이 비박하는 분들이 잠들어 있다.

마치 누에고치처럼....



이제 더 잠들기는 힘들것 같고..

피곤하여 그냥 잠든 어제의 여운을 물티슈로 정리한다.

세수 비슷한..  화장품으로 세안을 하고..

이번에는 잊지 않고 가져온 화장품들로 화장을 했다.

혼자 깨어  숙소 난간에 올려 놓은 렌턴 불빛을 의지해 화장하는...

- 사실 화장이 아닌.. 로션 바르는 정도이지만..



필름통에 든 소금을 들고 밖으로 나가 이를 닦고..

숙소에 두어 찬기가 사라진 물로 발을 씻었다.

아쉽지만.. 발가락만...



이제 A군을 찾아야는데 남자 숙소인 지하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온 것은

남자들만의 숙소라.. 깜짝 놀라고..

아무래도 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선데 마침 어제 강진서 오신 분들이

출발하면서 인사를 건넨다.

미안하지만 그를 찾아 달라고 하자 그가 04시에 떠났다고 하니..

같이 밥 먹는 것을 포기하고 두 컵 분량의 쌀에 고민이 된다.

- 내 코펠은 작아서 두 컵분량의 밥을 할 수 없다.

이러저러 왔다갔다..  다행히 새벽에 떠났다던  A군과 부딫히고..  그와 아침을 먹었다.

함께 길을 떠난 것은 07시 5분 전...

- 산장 직원들의 친절이 참 고맙다.



발목 통증은 어제보다 더 심하고...

내가 절룩거리며 잘 걷지도 못하고 통증을 호소하자 A군이 자신의 상비약을 건네 준다.

염치없게 받아 먹었더니 거짓말처럼 서서히 통증이 완화되는데..

세석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니.. 너무 기쁘다.

편한 잠자리에.. 푹 잔 덕분에 머릿속은 유리알처럼 맑고...

발목통증이 완화되니... 불안감이 사라지며 다시 행복해진다.

- 이 약은 나중에 장터목 어디서 다시 복용하고.. 하산길에 큰 도움이 된다.



이제.. A군와 함께 천왕봉으로 올라서.. A군은 장터목으로 나는 중산리로 하산 계획을

확정짓고...

- 어제 오늘 마주친 이들이 나를 놀린다.

   A군과 동행을 이룬 내가 능력 있다며 부러워 한다.



지난 9월에 넘던 세석.. 세석으로 가는 길...

5시간에 걸쳐 혼자 어둠과 더딘 발걸음으로 외롭던 그 날이 아니다.

밝고 투명한 쪽빛 하늘에.. 천지사방이 넓고 조망도 좋다.

또한 산에 대한 이야기의 동행자가 있어.. 좋다.



벽소령 산장을 뒤로 하고  떠나는 발길인데도.. 아쉬움이 남지 않은 이별이 좋다.

- 다시 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가능하다.

  또 다시 온다면 어제 만찬을 즐긴 그 자리에서 만월을, 초생달을, 그믐달을..

  아니면 달 없는 밤에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다.



얼마 가지 않아 선비샘을 만나고...07:51

칠선봉 표지판도 지나치고..09:13

어느 봉우리에서 멀리 장터목 산장이 보인다.

지난 9월 종주길에 저 곳이 세석산장인줄 착각하고 절망에 빠졌던..

밝은 날에 보니.. 아름다운 풍광이다.

한 달만에 다시 찾을 수 있는.. 나의 건강이 고맙게 생각되는 아침이다.



계단을 거쳐.. 쉽게 영신봉을 오른다.. 10:05

가는 도중에 만난 세석기점 2.7km의 이정표가 반갑다.

지난 종주에서의 기억..

여기서 나의 종주를 계획해준 S에게  문자로 투덜 거렸던.. 그 魔의 숫자..2.7Km



어느만큼 오르자...세석의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림 같은 세석산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10:13

한 달만에  내가 하루를 묵은 적 있는 세석산장에 도착한 것은 벽소령을 떠나서

세시간 반 만이다. 10:20

세석산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이제 남은 분량의 모든 식량을 꺼내 전시했다.



그런데.. 여기서 어제 만난 동행2를 다시 만났다.

그는 새벽 4시에 출발하였는데 우리는 그의 출발시간에서 세 시간이나 뒤에 출발했는데..

여기서 만나지다니..

A군이 걱정을 한다.. 그는 우리의 걱정을 뒤로 하고 서둘러 떠났다.



가져온 짐을 정리하여 내게는 더 필요치 않는 물품들을 하루 더 남는다는 A군에게 넘겨주고..

쓰던 가스도 옆 테이블의 아기 엄마가 쓴다길래 얼른 주어 버렸다.

이제 다시 세석산장을 떠나며.. 아쉬움이 남는다.

이상하게 세석산장은 힘들었던 하룻밤의 숙소 때문인지..유난히 그렇다.

떠나올때 관제엽서 몇 장을 가져와 몇몇 지인들께 엽서를 띄웠다.

주소는 '지리산 에서' 라고...



점심시간으로 한시간 반을 쓰고.. 촛대봉으로 오르는데..

생각보다.. 힘든 오름길로 숨이 가쁘다.

날씨는 화창하고.. 봄 날 같다.



촛대봉과 연하봉을 지나고.. 장터목산장 가는 길..

여전히 아름다운 능선길의 조화가.. 지난 9월의 종주 기쁨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 여기서는 꼭 나의 연인 '소백산'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을 좋아하게 된 것이 꼭 변심한 연인 같아 소백산에 다소 미안해 진다.

연하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장터목산장..



우리는 배낭에 있는 먹을 것 말고 다른 것을 원했다.

콜라와 캔에 든 황도복숭아 중 택1하는데 동의하고..

콜라를 포기하고 황도를 사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보다 한시간 반 전에 출발한 청년이 여기서 다시 만나진다.



그러기 이전에 A군이 그 형님 다시 만나믄 가만 안둔다더니..

이제 천안 청년은 일을 만나게 생겼다.

일인즉은.. 이 청년.. 목요일에 출발하여 금요일 새벽부터  화엄사부터 올라..

지리산의 첫 밤을 삼도봉에서.. 지샜단다.

삼도봉이 좋아서 비박한게 아니라.. 가다가 가다가 지쳐서 쓰러진 곳이 삼도봉..

거기서 어떤 이와  팩소주 3개를 마시고.. 그대로 기절... 말하자면.. 포기 상태에서...

그리고 삼도봉을 출발하여.. 어젯 밤 우리가 만난 벽소령에 도착하고..

지금.... 장터목에서.. 다시 기진탈진 상태다.

그는 오늘은 하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천왕봉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또한 이번이 종주 처음이며..

종주의 목적은 남이 다 가는 지리산이라 자신도 해보고 싶었다는데..

말은 부드럽지만.. 뭔가 심상찮은.. 젊은 친구다.

이 친구는 출발지는 호두과자로 유명한 C시이며.. 약혼자가 있는 행복한 청년으로 보인다.

A군이 매우 부러워 한다.



황도를 사기로 하여.. 매점으로 가다가 이 청년이 갖고 있는 황도를 배낭 줄이는데

일조하기로 하고 각각 두 조각씩 나누어 먹고..

무게 때문에 걸음이 늦다고 생각한 우리는 그의 배낭을 뒤져서 잔반과.. 쌀.. 라면 가스등을

강탈하여 장터목 산장에 투기(?)한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라고.. 테미블 위에 전시 해 놓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이제 일행은 셋으로 늘었다.

그리고 A군이 장터목으로 돌아오지 않고 중산리로 함께 하산하여... 진주로 가서 같이 기차를

타고.. B군을 천안에.. 우리는 영등포에 내리기로 잠정합의하였다.



사람들이  우리가 처음부터 동행인지 묻다가 사연을 알고는 다같이 기뻐해준다.

이제 선두, 중간, 후미가 확실한 대열이 이뤄지고..

힘이 들때마다 구호를 불러 가며 천왕봉으로 오른다.

오르기 전에.. 장터목에서 결의를 다지는 화이팅이 있었다.

장터목을 출발한지 한 시간 반이 지나서.. 천왕봉에 닿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B군도 감격에 겨워 여기 저기 전화를 하고 난리가 났다.



지난번 같은 천왕봉비의 쟁탈전은  없고 오붓하게 사진을 찍는다.

B군이 제일 감격적으로 천왕봉비를 끌어 안고...

이 후 B군의 말은 모두가 B군의 어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모두 기억하지 못하거니와.. 글의 길이가 길어져서...



우리가 하산을 시작한 것은.... 정상을 밟고 약 20분 후..

중산리로 내려가는 이정표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이제 바쁘게 움직일 시간..

선두인 A군이 대장이다.

내내 서둘르라며 성화가 대단하다.

걸음 느린.. B군과..  내가.. 쫒기듯 내려가다 만난  사람은..

청주에서 머리 식히러 갑자기 올라왔다는 한 청년이다.

이 사람도 범상한 인물은 넘어 보인다.

반팔에.. 운동화에.. 배낭도 없이.. 간단한 크로스빽 하나와 물병이 전부다.

길을 묻는데 초행이란다.

물병을 보여주는데 빈 병이라.. A군이 갖고 있던 물을 그의 물병 가득 채워 주고는

일몰이 곧 시작되니 빨리 다녀오라고 신신 당부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천왕샘을 통과 하는데.. 식수로 쓰기에는 좀 적합하지 않은듯..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다 날라가고..

개선문인가.. 멋진 곳도 있었는데..

하산시간이 바쁘니 여유롭게 사진을 챙기지 못해 몇 장 날린게 안타깝다.



여기서부터.. B군의 종주기를 듣는데..

우리는 걷다가 웃다가.. 포복절도를 하며 내리막으로 향한다.

이 친구.. 첫 종주에 일은 이렇게 꼬였단다.

맨처음 꼬인 일은 금요일 새벽..

장갑을 잃어 버리고.. 아침밥을 해 먹으려고 야영장을 찾아 헤매다 두 시간을 그냥

날려 버리고..

그담 삼도봉까지 기적적으로 찾아가는... 다행이 어떤 중년의 남자분과 함께 그기서 밤을 나고..

- 뱀사골대피소에서 숙박하려 했으나.. 배낭 무게로.. 도저히..



배낭을 1만9천원에 샀으며.. 배낭을 주문하니 스틱은 덤으로 껴준 것을 가져왔는데..

당초 두 개 한 조였던게..그 하나가  오자마자 부러지고...

나머지 하나도.. 펼쳐지지 않는.. 스틱.... 보여주는데.. 정말 웃지도 못할만큼...

등산복장은 갖추었는데..  이 친구 말이

- 땀은 흡수가 잘 되나 발수가 안되..... 냄새가 나서 이미 여벌옷까지 갈아 입은 상태다.

   이 친구 나중에 배낭 사면 2만원짜리 사겠단다. 1만9천원이라 무겁고 불편하다고..

   좀 더 비싼거..  사야 한다나 모래나...



지금 글로 쓰니 그렇지 이 친구와 직접 대화를 하면.. 우리는 하산 내내.. 깔깔대다가..

안스럽고.. 미안하고.. 애처롭고 그랬다.

그 큰 덩치에.. 시간이 없어 두 끼나 굶었다는데 걸음 느린 내가 생각해 봐도 그건 정말 심했다.



이 친구가 우리를 만난 이유는

그가 3시에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벽소령에서 3시에만 출발했어도 우리와 조우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하산 시간에 맞출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A군과 나는 하나두 안 믿었다.

왜냐하면... 제석봉 근처에서 그가 하는 말을 절대로 까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천왕봉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 내 기준으로 저기를 두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말...

- 걸음 느린 내가 걸어도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한 시간 반이면 충분했다..

  그랬더니 정말 부지런히 올라서 나보다 먼저 천왕봉을 정복하는.. 투혼을 발휘한 바 있다.



참 아까 천왕봉으로 오르던 청년은 금새 우리를 따라왔는데..

인정많은 A군이 몇 가지 조심 사항을 주지 시킨 후에.. 갖고 있던 몇 개의 행동식을

건네 주었다.. 아마 잘 내려 갔을 것이라 생각든다.



또 하나 감동적인 사건이 있다.

하산 도중 티슈 한장이 돌멩이에 눌려져 있음을 발견하고..

무슨 일인가.. 살펴 보니.. 키가 큰.. B군이 안경이 놓인 자리를 알려주는 표시란다.

누군가 그 곳에 안경을 놓고 갔는데.. 찾으러 올 것을 염두에 두고  자리 표시를...

이번 지리산행은 여러모로 감동을 많이 받아....... 더 기쁘다.



어쨋든.. 세 명이 한 팀을 만들어.. 하산 하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는 로타리 산장이 나온것은 하산 시작 두시간 후이다.

여기서 왠 형사처럼 날카로운 남자가 보초처럼 서 있다 묻는다.

하산 인원이 더 있냐고...

등산가는 사람은 있어도 우리가 거의 끝일 거라는 말을 하자 그는 서둘러 내려 가라며

칼바위 쪽으로는 갈 수 없단다.

그가 가르치는 곳으로 무조건 하산해야 하는.. 우리는 힘 없는 지리산 등산객이다.

어두운 밤길을 끝없이 따라오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노란 (반)달님이다.

어젯밤 벽소령에서 본.. 그 운치있는...

하산길이 심란해도 간간히 올려다 보며 걸으니 그래도 참을만 했다.

발목도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문제는 버스시간에 맞춰 하산을 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가는데..

표지판이.. 중신리 4.7km인가 나온다.

내가 거의 까무러치는 소리로 확인했다..

여기서 왜 다시 4.7km냐고...

근처에 법계사 신도분이 계시다가... 이 길은 둘러 가는 길이라고..

좀 더 내려가면.. 포장도로가 나온다고 친절히 가르쳐 주지만..

우리는 하나도 반갑지 않고.. 한숨만 쉬었다.



하지만.. 정말 30분쯤 지나자..  순두류 라는 표지판이 나오고..

거짓말처럼 험한 산길은 끝이 나고 있었다.

그럼 산행이 끝난것 같아 보였지만.. 우리는 포장도로를 달리다 시피 걸어 내려와도..

길은 줄지 않고.. 12시 방향에 있던 산 아래 불빛이 시이소 놀이를 한다.



걷다보니.. 이 길이 S자 도로인 것이다.

거의 지쳐서.. 기진할 즈음에.. 우리는 하산을 마쳤다.. 19시 40분...

하지만........ 버스정류장은 그 곳에서부터 20분 거리 밖에 있고..



하산길 각자 산 아래 내려가면 맨 먼저 무얼 할 것인가의 질문이 있었는데..

A군과 B 군은 담배를..

나는 아이스크림을 원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아이스크림만 없어서.. 쥬스로..

두 청년들은 맥주 파티를 하고..

우리는 들고 있는 음료로 하산 종료를 환호하고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지루한 하산길에서 서로 서로에게 격려가 있었기에. 무탈하게 셋 모두..

하산한.. 환상의 팀이라는 사실....



택시로..진주까지 가는데.. 달 뜬 진주의 남강이 보고 싶어.. 기사아저씨께 남강쪽으로

우회하여 가 줄 것을 부탁하고..

마침 촉석루에 축제의 밤인지..  분위기가 다소 고조된...



드디어..진주역..

내가 A군과 내 것을 예약하고..

천안에서 내릴 B군은 도착지가 달라.. 예약할 수 없어... B군이 따로 예약하고..

- B군은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학교 다닐때.. 무지막지하게 맞은 후에 어그적 거리는 걸음걸이... 그와 유사했다.

   A군과 나는 그를 볼때마다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일부는 좌석이 있고. 없고..

편리한대로 차표를 구하고..

해산식을.. 근처 해장국집에서 가졌다.

소주 한 병과.. 해장국 한 그릇씩...

나는  너무 피곤하여 많이 먹을 수도 없었는데..

역시나 두 청년은  젊다..  맛있게 한 그릇씩 비우고...

지리산을 위하여..구호를 곁들인.. 잔을 부딪치고..

종주를.......마무리 했다.



기차를 타기전 각자 자신들의 카메라를 꺼내어 길 가는 사람에게 찍어 달랬더니..

놀랜다. 그 이유를 한 참 설명해야 했다.

- 세 개의 카메라로 각자 기념사진을 찍고...



밤 10시 20분..

진주발.. 전주 익산 경유.. 서대전.....지나 천안에서 B군이 아쉬운 작별을 하고

- 나중에 열차안에서 보니.. B군의 발바닥에는 온통 물집이 잡혀서 퉁퉁 부어 올랐다.

   물집이 잡힌것은 노고단에서부터라는데.. 저 발을 가지고.. 지리산 종주를 하다니..어떻게

   천왕봉을 오르고  중산리로 하산하였을까...

   남자는 남자다.. 멋지다.

  

우리도... 영등포 역에 내려.. 국수대신 샌드위치와.. 커피등을 마시고..

B시가 집인.. A군을 영등포역에서 악수로 헤어졌다.







*

솔로 종주를 나섰다가 한 팀을 이뤄 재미있고.. 힘이 되어주는.. 종주기.....

오래 오래.. 두고 두고.. 행복할 두 번째 종주기......입니다.

  • ?
    구름산 2006.10.31 20:06
    이안님 잘 다녀 오셨군요... 축하 드립니다.
    가시는날 대전인가에서 열차 사고로 다음 기차들이 3시간여를 연착했다고 해서 이안님 1박 2일 이라고 했는데..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안님 타신 열차가 지난간후에 사고가 있었나보네요.. 구례구역에 정시에 도착 하셨으니...
    잘 다녀 오셨다는 종주기.... 잘 읽었습니다.
  • ?
    슬기난 2006.10.31 20:43
    힘들게 종주를 하셨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아보입니다^^*
    쉬엄쉬엄 할 일 다 하시면서 처음 만나 분들과 사이좋게
    걸어 종주하신 이안님, 멋진 여성분이십니다!
  • ?
    안인섭 2006.10.31 21:00
    종주기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좋은 분과 함께 산행을 할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누님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아직두 귓가에 선하고, 달을 보며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두 눈에 선합니다.
    제가 누나 누님 이라고 해서 기분은 나쁘시지 않으셨는지여?? 저희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누님 보다 한살 위신데... ^^; 그리고 저를 배려해주시느라 A군이라고 해주신거 고맙습니다. 근데 제가 스포츠신문에 1면 머릿기사에 나오는 연애인 A군도 아니구...^^
    산이 아니면 만나지도 못했을 인연이지만, 산을 통해 좋은 분과 함께동행할수 있어서 정말 정말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산..... 그 이름 만으로.....
  • ?
    오 해 봉 2006.10.31 21:40
    " 급하게 주머니를 뒤적거리시더니 몇 장의 지폐를 꺼내 주신다.
    배고프면 머 사먹어라 "

    평범한 사람사는 이야기 이군요,
    누가 이글을 단순한 지리산종주 산행기라고 할수있을까 싶습니다,
    40대의 엄마가 남편과 아들을두고 혼자서 지리산에 간다는것은
    대단한 여걸 이십니다,
    다소 힘들더라도 코펠과 버너를 갖고가신것은 참 잘하셨습니다,
    좋은 산행에 사소한걸로 남에게 뭣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지요,
    위 안인섭군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는 참 감동적 입니다,
    이안님 흐뭇하고 좋은 산행기를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온가족이 가보세요,
    혼자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 ?
    그루터기 2006.10.31 22:02
    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산꾼들에게 한 잔 술은 빼놓을 수 없는가 봅니다 ?
    술을 못먹는 제가 알수없는 그 무엇인가 있는가봅니다 ^^;

    등뒤로 흐르는 땀, 거친 호흡, 근육의 경련.. 이런 것들을 즐기다보니 동행을 만나기가 쉽지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멋진 동행을 만날 수 있겠죠 ?

    멋진 팀을 이뤄 함께한 산행 참 부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
    부도옹 2006.10.31 23:11
    1박 2일 산행을 부드럽고 재미있게 풀어쓰니 3박 4일짜리 산행기를 읽은 기분입니다. ^^*
    글을 읽는 내내 저도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멋진 걸~~~ 아자!! ^^
  • ?
    타타타 2006.11.01 11:14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 ?
    군자봉 2006.11.01 20:46
    다리를 다쳐 고생이 많았군요.
    끝까지 종주하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약 1시간이면 오르는데 1시간 30분 걸린거 보면 엄청 힘들게 가셨군요.
  • ?
    이안 2006.11.02 12:27
    덧글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구름산님.. 제가 가는 날을 기억하셨다가 걱정해 주시고.. 고맙습니다.
    지난 시리즈로 써주신 후기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슬기난님.. 동행1과2의 아름다운 마음들 덕분입니다. 좋은 청년들과 함게 한.. 종주.. 사람이 그리우면 지리산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오해봉님의 종주기는 자주 들여다 봅니다. 감사드립니다.늘 좋은 글로 산객들을 사로잡는.. 멋진 분이시라는 것도 압니다.^^

    그루터기님의 부러움은... 그대로 부러우시라고..
    저두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벽소령의 달빛아래서 마시는..
    입으로 마시는게 아닌.. 눈으로 마시고 듣고.. 보고.. 멋진 하모니..
    제 친구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 잔에 가득 채워 놓고 감상하는
    이도 있답니다. 마음으로 마신다네요..^^

    부도옹님.. 즐겁게 쓴 산행기 기쁘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타타타님.. 재밌으셨다니.. 다음에 다시 가면 또 써 볼까 합니다.^^

    군자봉님..
    단체 산행을 못가는 이유가 바로 느린 걸음때문입니다. 남들 한 시간이면 가는 코스를 남들보다 50%를 더 써야하는 고단함.. 그래서 늘 혼자 산에 듭니다. 그래도 아직까진 견딜만 합니다.^^
  • ?
    여태영 2006.11.02 15:38
    순간순간의 아픔을 마치 즐거운 추억처럼 그려내셨습니다. 산에서 여유를 찾고 또한 좋은 산행 벗을 만난다는 것, 낙옆이 구르는 산길에서도 넉넉함을 배우는 아름다운 산행을 이안님 덕분에 즐겨 봅니다. 감사합니다.
  • ?
    이안 2006.11.15 10:20
    여태영님 답글 감사드립니다.^^
  • ?
    산타나 2006.12.01 10:18
    여기서 이안님을 만나뵈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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