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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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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 : 2006년 12월 22일~12월 25일까지 1무2박4일

코 스 : 서울~구례구역~성삼재~노고단~벽소령(1박)~세석~장터목(2박)
           천왕봉~ 중봉~써리봉~치밭목~무제치기폭포~새재~대원사~유평리



11월 15일부터 입산이 금지된 지리산을 바라보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맨 처음 지리산 종주의 길을 열어준
S에게 겨울 지리를 묻는 일..
그에게 답글이 오기를 '겨울지리는 평소 체력의 1.5배가 필요하고.. 산행이
까다로우니 권하고 싶지 않다'는 짤막한 이메일이 수신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습관처럼 산장을 예약해 놓고 지리산에 대한 나의 마음은 쉽게
포기 되지 않은채.. 지리산커뮤니티에 G님이 지리산 갈 사람 손들라는
게시글을 올렸는데..
솔직히.. 그간 글로 교류가 있었으니 함산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그 분의 산행습관을 모르니.. 섣불리 가겠다고 나설 수도 없고..
더구나 일정이 많이 남았는데.. 혹여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난감할듯 하여..
포기하고는.. 혼자  기차를 예약하고.. 산장을 예약하고.. 그랬다.

매일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날씨와 온도를 체크하고..
다른 분들의 겨울 지리산 산행기를 읽어 보아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고..
지난 2월에 다녀온 소백산의 혹독한 산행을 기준으로 잡고 준비에 들어간다.
설상가상으로 12월 16일에 지인들의 지리산행이 폭설로 입산이 제한되면서
산행을 중도 포기한 사례까지 접하니.. 슬슬 겁이 나기도 하고..

지난 주 내내 일이 많았다.
나이가 많아 질 수록 정리할게 많아져서 그런지 송년회도 많아서 일주일 동안
밖에서 보내고 금요일 겨우 퇴근을 서두르는데.. 아들녀석의 엠피쓰리가 고장이라
연휴에 집도 비우는데 녀석의 마음을 다독거릴겸 삼성전자에 들려 수리를 마치니
18시도 넘었다.
지금 집에 돌아가서 서둘러도 빠듯할텐데 장비점에 들려 고어텍스 바지 하나를
구하고 19시 다 되어서야 부족한 준비물을  마저 구하여.. 집으로 향했다.

아이와 남편은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배낭을 꾸리는 나를 어이없어 한다.
'크리스마스에 산에 가는 사람은 엄마(아내)뿐일것이다'는 볼멘 소리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이는 나 없어도 잘 논다.
어차피 둘이서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 취소되어 집에서 놀기는 부자간에  마찬가지..
진즉에 합의한 일이니.. 여기서 마음이 약해지면 겨울의 지리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독하게 마음먹고  못들은척...

부지런히.. 밥을 먹고..  노고단대피소에서 필요한 물품을 맨 위로 올려
놓는 패킹을 마치는데.. 문자 띠리링...
두 번째 종주에 함께 걸은 인섭군이다.
내용인즉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가족과 잘 지내라 모 그런 내용인데..
내가 답글로 보내기를  이쁜 색시 얻어서 행복하라는 내용을 보냈더니..
지리산에 가서 구해 본다고 답글이 와서.. 화들짝 놀래서 전화를 걸어보니..
인섭군 벌써 지리산 가려고 영등포역으로 향하는 중이란다.
통화중에 둘 다 놀래서.. 나보다 한 시간 먼저 떠나는 인섭군에게 노고단대피소에서
만날 수 있을거라고 약속하고.. 일단 각자 출발하기로 한다.

밤 10시 50분 영등포역..
빠듯한 시간에 도착한 내가 역을 통과하여 플랫폼으로 내려가니 종주를 알리는
배낭들이 여기저기.. 산더미 같았다.
다시 기가 죽는.. 순간이다.

크리스마스는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1무2박4일의 여정이라 넉넉하게 잡긴 했어도.. 종주 가는 배낭들은
영등포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차가 들어오고..  3호차.. 55번..
내 자리에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과 중년의 남자분이 앉아 있다.
일단  좌석표를 확인하니 중년의 남자분이 할머니께 몇 마디 건네고는 자리를 떴다.
선반에 배낭을 올려야 죄석이 편할텐데.. 하피리면 내 객차에는 등산객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난감.. 배낭을 의자에 올려 놓은채 역무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니.. 옆 좌석의 할머니가 계속 걱정하신다.

수원역을 통과하도록 배낭 정리가 안되자 할 수 없이 방송실에 찾아가서 부탁을 했다.
친절한 역무원께서 내 배낭을 정리 해 주고..
보조가방에서 가져온 맥주 한 병을 꺼내 귤을 안주 삼아 혼자 마셨다.
- 할머니가 눈을 감고 계신 틈을 탄...
맥주를 마시고.. 이내 잠이 들었는데.. 서대전을 통과하고 삼례라는 방송이 나오면서
할머니가 궁금하신지.. 드디어 내게 말을 걸어 오신다.
연세가 우리 엄마보다 한 살 많으신 여든여덟..
오늘 아침에 순천서 서울에 손녀 결혼식 보고 순천으로 내려가신다는..
말하자면 당일치기 여행을 하시는 할머니는 보기에도 정정해 보이시는데..
여든일곱의 우리 엄마는 안전바를 잡지 않고는  마루까지도 거동하시기 불편하니
문득 엄마 생각에 목이 메인다.
어른들은 누구나 다 그런가보다.. 자식이 어디서 무얼하며.. 동행인인 조카의 직업도..
낯선 나에게 스스럼없이 말씀하신다.
내가 움직이기만 하여도 내리냐고 질문하시는 통에.. 불편하기도 하였다.
내가 나이 들어 여행하면 젊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내 앞의 나이에
두려움이 이는 시간이다.

그럭저럭.. 남원 지나고.. 곡성에 다다르자 다시 방송실로 찾아가 배낭을 내려 줄 것을 부탁하여 일찌감치 배낭을 객차 밖으로 옮겨 구례구역에 거의 정시에 도착..

내리자마자 택시를 합승하기 위해 서둘른 덕분에.. 솔로 종주자 한 분과 부부팀을
합하여 쉽게 4명의 팀을 만들어 성삼재로.. 향했는데..
구례역에 내리니 별이 하나도 없어서 실망하다가 성삼재에 가까워 오자 별빛이
쏟아진다.
두 달만에 보는 별들의 잔치다.

택시를  맨 첨에 탔으니.. 성삼재가 조용해야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웅성거린다.
이런.. 일출시간이 7시 30분이라고.. 법정 오픈 시간인 5시 반까지 기다리라는..
순간 당황하지만.. 도리없이 성삼재 휴게소로 들어가 한 시간 반을 기다리기로 하는데
이미 휴게소 안은 앞 기차에서 내린 팀들로 꽉차서..
들어갈 틈도 없는데..  젊은 친구들이 내 배낭을 자신들의 배낭 옆에 놓아 준다.
그들 덕분에 계란 두 개 얻어 먹고... 갖고 있던 물은 나누어 주고..
노고단 대피소를 믿고 기차에서 쓸 물만 준비하여 우동 끓여 먹을 물이 없는게
유감이었지만..
- 이들은 남녀공학의 고등학교 동기들이라 여성산우도 몇 보였다.

여기서 S카페의 S 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여보세여.. 하는데.. 내 전화기와 똑 같이 들리는데..
바로 앞에서 전화기를 든 분과 인사를 나누고..
-  S카페 대장님께.. 혼자 종주가는데.. 혹여 모르니 긴급 상황시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고 온 터라 반갑게 인사를 한다.
   키가 무지 크신..  대장님 답게 생기신 분이다.
   이 분들의 코스는 성삼재~ 중봉~ 하봉~ 유평리..
   어쩌면 이번 산행 내내 마주치며 걷게 될 인연들인지라 소홀할 수 없는 분들이다

다행이 5시에 매표소 문이 열려..  2천원 내니 4백원 거슬러 받고..
주머니에 있던 백원짜리 동전 한개를 꺼내.. 거스름돈으로 받은 4백원을 합해서
매표소에 5백원짜리로 교환했더니.. 옆에 누군가 웃으며. 말을 건덴다.
솔직히.. 백원짜리 다섯개.. 산 오르다 보면 무게가 느껴지는게.. 겁나서인데..
- 이 동전을 행운의 동전이라 부르고.. 돌아와서 어제 아침 아이가 오백원만
   달라길래 이 동전을 얼른 주면서.. 사연을 말해 주었다.

매표소를 통과한 시간이 거의 5시..
배낭 무게가 두 번의 종주와 다르다.
식량이 하루치 더 있는데다.. 겨울 산행이라 장갑과 양말까지도 무게를
느낄만큼이고.. 핫팩을 네개나 가져 가고.. 손난로까지 준비.. 거기다
손난로용 휘발류통까지.. 아니.. 발톱정리를 진즉에 못하여.. 돌아가서 가져
나온 손톱깎기까지  무게를 보탰으니..
여하간 배낭은 지금까지 맨 배낭중 최고량이다.

하늘에 별이 초롱해도... 배낭 무게 때문에.. 올려다 볼 엄두가 나지 않고..
어찌어찌하여 노고단대피소에 도착..
성삼재에서 식사를 마친 분들은 대피소를 그냥 통과하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대피소에 우동 한개를 끓이고 있는데..
낯 익은 얼굴 하나가 휙~
인섭이다.
- 나 보다 1시간 빠른 기차로 도착하여 화엄사에서 3시간 만에 노고단을 올랐으며
   아무도 없는 텅 빈  화엄사 길을 입산 제재도 받지 않고 입장료도 내지 않고
   무단으로 입산한...
  
반갑게.. 인사하고.. 빈 자리 찾아 인섭군은 라면을 끓이고..
각자 아침을 먹고.. 떠나는 시각이.. 7시가 넘어 노고단에 도착하니.. 7시 반..
해가 뜨는 것이 짐작되나.. 노고단을 개방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천왕봉 이정표를 따라 내려 선다.
둘 다.. 배낭 무게가 많은데다 눈 길이니.. 빨리 걷지도 못하고
이전에 내가 앉았던 돌의자까지 한참을 걸려서야 도착하여..
눈이 쌓였음에도 쉽게 돌의자를 찾아서.. 쌓인 눈을 헤치고 배낭 맨채로
앉아보고..
인섭군에게.. 나의 돌의자를 자랑 하고.. 졸린 눈 부비며 걷는..
배낭 내려 놓구 잠시 쉬어가는 돼지평전
지난 종주시 지리산커뮤니티에 '아낙네님'하고 여기까지 동행한 적 있다.
그 자리에서.. 산 아래를 굽어 보니.. 능선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멋지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피아골을 지나고 임걸령에서 물맛이 좋다는 말에
무게를 감당 하기 어려워도 500mm만 채운다.
배낭의 무게 때문에 인섭군과 나는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만
함께 걷고 있으니..  이만한 동행도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아까  덜 잔  수면 때문에 졸음이 밀려 오니 투덜투덜..
좀 쉬자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 걷는 인섭이에게 불만을 터뜨리지만
산에서야 인섭이가 대장이니 방법이 없다.
가다 가다.. 졸음이 와서.. 인섭이가 가거나 말거나.. 배낭 내려 놓구 5분쯤 쉬기를..
두어번..
임걸령 지나고.. 반야봉 삼거리에서 인섭이가 약을 올린다.
- 누나 저기 갔다 오지?
언젠가는 꼭 반야봉에서 낙조를 보리라..
낙조를 보는 날은 굳이 종주 보다는 뱀사골산장에서 하룻밤을 머물러 봐야지..

반야봉을 바라만 보고 지나치며 삼도봉에 올라 바로 코앞에 펼쳐지는 반야봉에 대한
아쉬움이 그대로 남는다.
걸어온 노고단등.. 손에 잡힐듯 가차이 보이는..
시계가 좋아 온 천지사방이 확 트여.. 지리산 자락 하나두 숨김없이 보여준다.
이전 같으면 사진을 찍지만 오늘은 배낭 탓도 있고.. 세번째 입산이다 보니..
사진보다는 눈으로 익혀 두기 위해 연신 고개를 들어 좌우상하를 훑는게 더 즐겁다.

삼도봉을 내려.. 화개재 가는 길..
아까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아크테릭스.. 팀들과 만나진 곳은 화개재
이들은 세 명의 팀인데.. 세석산장까지는 거의 마주쳐진것 같다.
인섭이가 이들의 복장을 부러워 한다.
- 인섭이의 복장 또한 만만찮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노스페이스.. 상표를 입었다.
  잘 어울리는 인섭이의 패션도 꽤 멋지다.

기능면에서나 가격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명품이라는...
나는 아직 등산복장에 대해 불만이 많다.
내가 처음 산에 들기 시작한 이십칠팔년전에는 그저 나이키 운동화면 최고였고
발이 작은 내게 맞는 등산화 하나 구하면 몇 달이 행복한 때였다.
나이키에서 제조한 윈드쟈켓 하나만 있어도 든든하던 시절이었는데..

물론 장기 산행에서야 가격 대비 기능이라는게 사실이라지만
근교상행에 가보면 화려한 복장에 명품전까지.. 솔직히 기가 죽는 산행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의 거리에서 패션을 리드하기 보다.. 레져활동에서 패션의 선두를 달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이들이 대부분 4~50대 등산객이라는게 내 느낌이다.

화개재에서 무게 줄인다고 간식주머니를 열어서 인섭이를 협박했다.
인섭이도 자신의 배낭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나의 협박으로 씨제이에서 만든
밤을 건네 주었더니.. 몇개를 내게 건네 주고 먹어 보란 말도 없이 혼자 다 먹는다.
예전에는 몰랐던 맛이래나 모래나 ..
- 이제 인섭이의 배낭에는 노오란 오렌지 쥬스와 함께 맛밤이 함께 산에 오를 것이다.
이번 종주에서는 쓰레기를 가능한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상품의 봉지를 뜯어
두 개를 비닐팩에 담아 묶었다.
뿌스럭 거리며 접혀지지 않는 포장재질등으로 부피를 줄이기 위함이었는데..
이 정보도 지리산커뮤니티의 어느 분이 지혜를 빌려 주신 것이다.
화개재에서 커피를 마셨는지..아닌지 기억이 없다.

바람도 잔잔한 화개재를 떠나기 싫지만 다음 산객들을 위해.. 짐을 챙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지인들에게 지리산 이미지 산행기를 보여 준 글에 보면 가다 가다.. 힘들면
뱀사골에서 탈출하겠노라고..
이 뱀사골은 지난 7월에 다녀 간적 있으니  내가 아는 유일한 탈출 경로라서
지날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당초 목적은 종주이니.. 뱀사골로 눈길 한번만 건네고는 천왕봉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길을 튼다..
다시 느껴지는 배낭 무게..
인섭이와 내가 연하천까지는 배낭무게로  계속되는 투덜거림을 서로에서 전가하고..
화개재를 떠나자 인섭이의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는다.
졸음 때문에 자꾸 볼멘 소리를 하는 나를 두구 인섭이는 먼저 가버리고..
간간히 기다려주고.. 무서운 토끼봉은 잘 넘었는데..

명선봉 가는 길이.. 너무 너무 어렵다.
이 앞 종주에서는 발목이 아파도 연하천까지 그리 힘든 줄 몰랐는데..
오늘은 명선봉이 너무 너무 지루한데다 졸음이 밀려서 정말이지 아무대나 주저 앉아
잠들고 싶을 만큼이다.
나의 투덜거림에 지쳤는지.. 인섭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왕 보이지 않는 인섭이는 신경 쓰지 않고.. 명선봉 오름길 어디쯤에서
편편한 돌멩이 뒤에 나무가 있어 의자 삼아 앉아 쉬었다.
나무계단이 나오고 계속되는 오름과 내림이 끝나자 기다리던 연하천이다.

먼저 도착한 인섭이가 소리를 친다.
제 딴에도 반가운 모양이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이제 겨우 세 번 보았을 뿐인데.. 눈앞에 안 보이면 찾는 폼이
그만큼 믿고 의지가 되는 것이다.

인섭이가 펼쳐 놓은 메트리스 위에 앉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점심 준비를 하는데
인섭이 표정이 심상찮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인섭인데.. 오한이 든다며.. 오들오들 떨면서
아버지 말씀을 듣지 않고 집을 떠난게 후회된다고 하는데 더럭 겁이 났다.
- 저체온증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쟈켓에서 손난로와..  핫팩을 꺼내 주어도.. 별 소용이 없어 보이고
햇반 하나와 김치를 그대로 섞어 끓인 간이 맞지 않는 김치죽을 먹여도,  
뜨거운 물을 먹여도 인섭이의 오한은 나아지지 않는다.

겁이 난 내가 인섭이의 출발을 재촉했다.
배낭을 챙기게 하고..  떠날 준비가 덜 된 내가 물을 보충하고 쌀 씻을 준비시간이
필요하니 먼저 벽소령으로 출발 시켰다.
금새 따라가겠노라고 했지만 연하천의 물사정도 나빠.. 졸졸 나오는 물을  
차례대로 받느라 시간이 지체된대다.. 화장실이 하나 뿐이여서  더욱 시간이 걸렸다.

연하천을 출발하면서 벽소령산장에 전화를 걸었다.
현재 위치를 알려 주면서 숙소 예약 상황 점검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이제 인섭이가 걱정되니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종주길에 사람들이 있으니 사위스러운 생각까지는 안해도 혼자 추워하던 모습이
눈에 밟힌다..
다행이 눈길인데다 길이 나쁘지 않아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어느 지점에 119 대원들이 보이고.. 침낭으로 옮겨지는 사람이 있다.
화들짝 놀래서 보니 남자가 아니다.
휴우.. 얼마나 놀랬는지..
인섭이를  앞에 보낸 내가.. 가슴을 쓸어 내리는 순간이다.
일행인 듯한 두 사람이 표정 없이 서 있다.

그들을 뒤로 하고 다시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어느 지점에서 한 팀들에게 귤 한 개를 얻어 먹으면서 잠시 쉬는데
헬기가 떠 온다. 급체에 탈진증세로 헬기로 이송되는 사람을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인섭이 없이 혼자 걷는게 왠지 이상하다.

연하천을 떠난지 두 시간만에 벽소령에 도착한 시간은 5시..
먼저 도착한 인섭이가 나를 금새 찾는다.
땀을 많이 흘리는 인섭이는 땀이 식는 동안 오한이 들어 잠시 나를 놀래키더니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미소로 맞아 준다.
산장으로 가서 예약상황을 재확인 하고.. 방 배정 받고..
- 박군과 인섭이도 방 배정을 받았다.
밥 준비를 하면서.. 인섭이는 아까 연하천에서 먹은게 별로 없어선지
서둘러 밥을 먹는다.
아까 연하천에서 인사한 군산의 박군이 먼저 밥을 먹은 자리를 내게
양보하여 주었다.
내가 밥을 하는게 서툴러 보이는지..
에고.. S말처럼 밥도 못해서.. 총각에게 신세를 지고 ㅡ.ㅡ
어찌어찌해서 김치와 함께 밥을 먹고.. 남은 밥은 보온도시락에 담고..
그래도 남은 밥은 코펠에 남겨서 내일 아침에 먹기로 했다.

이제 기력을 찾은 인섭이가 방긋 방긋 웃는다.
박군과 인섭이.. 그리고 구례구역에서 나와 택시에 합승한 부부팀등이
벽소령 취사장에서 가져온 안주를 끓여 술을 마시는데..
익산의 부부팀들.. 배낭에 가득.. 안주가 장난이 아니다.
군산의 박군.. 먹다 말고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그 누군가에게 내일 장터목으로 보급품을 갖고 와줄 것을 부탁하는 것 같다.

즐겁게 안주와 함께 적당히 마신 술로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 숙소에 들었다.
밤 8시가 되자 소등이다. 깜깜한 숙소에서는 할 일이 없다.
그냥 잠드는 방법말고는...

피곤할텐데 자다 깨어보니 23시..
별이 어떤가 싶어 나가보니..  그야말로 하늘에 온통 별천지다.
별자리에 대해 아는게 없지만.. 북두칠성은 금새 찾는다.
유독 벽소령에서는 북두칠성이 가장 가차이에 있다.
연하천으로 향하는 쪽과 세석 가는 길을 좌우로 왔다갔다.. 별 구경을 했다.

윤동주님의 詩 '별 헤는 밤' 속의 주인공들이 아니더라도..
나도 윤동주님처럼 별 헤면서 떠올리는 이름들이 많다.
평생을 지병으로 고생하셨으면서도  자식 사랑에 소홀함이 없는 엄마와
마흔셋에 세상 떠난 큰오빠와.. 올해 환갑을 넘긴 작은오빠 내외..
평소에는 볼멘소리하지만 그래도 의지되는 언니 둘..
내 나이 스물셋에 만난 남자..  지금의 남편과..  
결혼 5년만에 얻은..
내가 세상을 떠나도 내 대신 세상을 이어갈 아들..
며느리도 자식이라고 우기시지만 당신의 아들, 딸과 차별하여 사랑하시는
시댁어머님과..
남편으로 인해 가족이 된 시댁 식구들...
친구들..  그리고 회사에서 이룬 인맥들.. 크고 작은 인연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을 풀었다.

취사장에서는 아직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는지 간간히 말 소리가 들린다.
다시 잠들어 깬 시각은 3시경..
내가 묵은 숙소는 지하이고..인섭이와  익산양반과 박군이 묵는 곳은
대피소 로비.. 즉 마루다.

마루에 가보니... 어제까지는 그런대로 정렬하여 자던 사람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박군..
어제 나이 자랑하다고 내게 호되게 당한.. 총각이다.
모자를 눌러 쓴 얼굴을 잘 못 봐서인지 또래이거나 몇 살 얹어서 불렀다가
나이로 밀린.. 박군이다.

내가 아이젠 때문에 발등이 아프다고 말하자 마자 배낭을 풀더니..
맨소래담을 꺼내 발라준다.
그의 약상자를 보니.. 지금까지 보던 그가 달리 보였다.
지리산에는 철 든 사람이 많다.. 정말 그랬다.
적어도 내가 만난 지리산인들은 철이 든 사람들이다.
그래서 홀로 지리산에 들어도 든든하다.

배낭을 챙기고.. 김치 한팩을 어제 남은 코페의 밥에 얹고 불을 부어서
취사장에 내려가니 인섭이와 익산양반 내외와 박군이 식사를 마치고
늦게 내려왔다고 나무란다.
본래 챙기는게 느린 내가 빈 자리를 찾아 김치죽을 끓였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김치죽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시고.. 설겆이를 하고..
길 떠날 준비를 하는데.. 인섭이가 하산하겠다고 한다.
어제 오한으로 감기가 덫나.. 고생하였는지 얼굴이 핼쓱해 보이는데..
다행이 박군에게 약을 얻은 인섭이가.. 우리를 따라 나섰다.

익산양반 내외가 다리가 아파서 걸음이 늦다고 먼저 떠나고..
인섭이와 내가 앞에 서고.. 박군이 뒤에서 챙기며 세석으로 향했다.
세석가는 길에 맨 처음 만나는 봉우리는 무명봉..
지난 번에도 여기서 본 지리산이 멋졌는데..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멀리 시루봉이.. 노고단이.. 그리고 반야봉.. 등등..
경관이 좋은 곳에 있던 박군이 자리를 비켜 주며 올라서라고 한다.
아래는 낭떠러지이니.. 내려다보지 말고 앞만 보라고 하며서..
그 자리에 서면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해 주는데..
어지럼증이 많은 나두 올라서서.. 느껴보니..
영화 '타이타닉'에서 뱃머리의 장면이 떠오른다.
이런 바위가.. 아차산에도 있는데.. 일명 '타이타닉 바위' 이다.

이후.. 칠선봉.. 영신봉.. 등등..
세석기점 2.7의 표지석에서도 쉬고..
앞서 얘기한 S카페 S대장님과 그 일행들도 만나지고.. 마주칠때마다 인사가 반갑다.
2박3일의 여정이라 벽소령1박과 장터목2박 팀들이니. 여기서 헤어진다고 해도
장터목에서 다 만나질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지리산에 이동마을인 셈이다.
산장에 묵는 인원이 대략 200명 안밖으로 본다고 하면..
서너개의 자연부락 단위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격이다.

벽소령을 8시 반경에 떠나 거의 4시간 반만인 오후 1시다..
여기서 점심을 챙겨 먹고.. 물을 보충하고(인섭이가 다 했다).. 차를 마시고..
인섭이의 표정이 아침보다 나아 보이니 마음이 놓이지만..
이제 인섭이는 천왕봉을 오르지 않고 장터목까지 가서 중산리로 하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섭이를 일찍 내려 가게 하려면 서둘러 장터목으로 떠나야 해서..
박군을 채근하는 바람에.. 박군이 배낭 패킹할 때 놓친 물건이 있어 종주가 끝나도록
마음이 쓰이는 물건이 있다.
바로... 가스 버너..
산에서 무얼 잃으면 값의 고하를 차치하고 생사고락을 함께한 물품이라 아쉽고
아까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석산장에서 우체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세석평전을 올라 촛대봉에 오른 건
산장을 떠난 후 30분..
세석평전에 지난번에 없던 관망대가 생겼다.
박군이 먼저 가 보더니 조망이 좋다며.. 오란다.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박군에게 지리산의 봉우리를 설명듣고..
- 박군은 지리산의 모든 봉우리와 위치와 계곡이름을 다 아는듯 했다.
   이제 서른두살인 박군은 언제  지리산을 이만큼 익혔을까..



촛대봉 아래에서 바라보는 거북선 바위..
내가 거북선 바위로 올라가는 동안 인섭이가  장터목을 향해 길을 떠난다.
금새 따라가기로 하고 촛대봉 정상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10분이 후딱
가버리고..
인섭이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박군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을 하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며.. 조망을 살피니
오늘도 역시.. 온 천지가 능선들로..  지리산의 뼈대가 다 보인다.
겨울에 보는 지리산은 녹음이 있을 때와 또 다르다.
나뭇잎 한 장 붙지 않은 나무들 사이로 훤히 드러난 잔설 사이로.. 지리산 산자락이
파도를 이루고 있다.

내 걸음이 빨라도 박군은 금새 쫒아온다.
세석을 떠난지 딱 두시간 만에.. 장터목에 도착하고.. 오후 4시경..
먼저 도착한 인섭이를 채근해 하산 준비를 서둘렀다.
인섭이가 산장예약 상황을 확인하면 떠난다고 하여..
관리사무실에 가서 산장 예약 상황을 체킹하고

이틀동안 함께 걸었는데   혼자 내려 보낼래니 마음이  애처롭다.
거기다 지금 상태도 좋지 않은데..
4시가 넘어서 중산리 쪽으로 하산하는 인섭이를 배웅하는데..
내려 가던 인섭이가 자꾸만 뒤를 돌아 본다.
인섭이도 나를 남겨 두구 가는 마음이 썩 좋은 편은 아닌것 같다.
- 이래서 인연을 만들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잠시. 복잡한 마음...

박군이 오늘 저녁 비박 장소에 배낭을 갔다 두었대서 내 배낭도 옮겼다.
그리고 익산양반 내외가 산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인섭이가 없으니.. 허전하던 마음이... 박군과 박군의 선배(박군2)로 완화된다.
산장에 예약된 사람은 나 뿐이고..
숙소를 배정 받고 와 보니  서울 박군이 가져온 식품이 어마어마하다.
장터목 산장에 달이 뜨고(초생달) 산장 마당에는 식탁마다 푸짐한 먹을 거리로
파티가 이어지고..

어젯밤 박군이 보급품과 함께 선배가 온대서 긴가민가했는데..
남자가 부러운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 멀고도 넓은 지리산에서 부른다고  올 사람이 있다는 것도.. 부럽고..
오랜다고 덥썩 올 수 있는 처지가 대개는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것도 부럽다.
박군은 동계비박을 한번도 안해서  마침 비박 경험차 내려왔다는데..
산장 예약이 안된 익산양반 내외까지 숙소 해결이 되자..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을 마무리 하고 내일 새벽 5시에 만나기로  하고 각자 숙소로 헤어졌다.

숙소 소등시간이 오후8시..
소등하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이것 저것 내일 아침에 바쁠까봐 배낭을
점검하고 있는데 전화 하나가 들어 온다.

나비언니다.
지리 종주 간다고 살짝 말하고 떠났는데..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걱정과 응원차
주신 전화다.
산장의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작게 말하고 얼른 끊었다.
한 잠 자고 난 시각이 밤 11시가 넘었다.
숙소 바깥이 궁금하여 나와보니..  박군과 박군2는 잠들어 있고..
장터목 마당은 온통 안개로 휩싸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날리는 안개가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다시 들어가 잠들어 깬 시간이 오전 4시..
배낭을 챙기고 추울까봐 가져간 옷이란 옷은 다 껴입고..
숙소를 정리하고 취사실로 가니.. 익산양반이 라면을 끓이고 있다.
어제 하산하는 어느 팀에게서 얻은 찬 밥과 먹기로 했으니..
아침은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옆 팀이 우리 물을 가져가면서 자기들 물이 오면 채워 주겟단다.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익산양반이 고개를 끄덕여 버려서..
우리 코펠에 라면 물 조차 부족하다.
어제 박군이 계곡까지 물을 뜨러 가면서  한 말이 귀에 닿는다
- 물 없으니 아껴서 먹자..
에고.. 착한 익산양반을 모라 그럴 수도 없고..
예의없는 옆팀의 물 오기만 기다리니.. 우리가 라면을 다 먹고 짐 정리하는데
그 팀에서 물을 채워준다.
가져간 물보다 여엉 덜 주는데.. 화가 나지만.. 익산 양반 민망할까봐 참는다.

아침 먹고.. 치우고..... (익산부부팀이 거의 다 했다.)
익산팀이 먼저 출발한다.
무릎이 아픈 익산양반.. 부인보다 덜 잘한다. ^^

박군과 박군2와 내가 출발한 시간은 5시 50분쯤..
제석봉 가다가 사진 찍고..  박군2가 앞에 서고 박군이 내 뒤에 서고..
다시 팀이 짜여져서.. 오르다가.. 통천문 어디서 혼자가 되었다.
익산양반 여기서 만나지고..
기온이 낮으니 쉬는 시간도 없고.. 걸음이 느린 내가 사진 찍는 박군들 보다
먼저 나서니..
천왕봉 도착 시간이.. 오름길 시작후 1시간 후이다.

앗!
천왕봉을 한 시간만에 오른 것이다.
속으로 흐뭇했다.
박군이 천왕봉비에.. 삼배를 한다.
역시나 프로답다.. 경건한 그 모습에서..  기특하다.
생긴 모습은 좀 유들유들.. 장난끼가 많이 있는데..
예를 갖추는 모습은 선비 같다.
박군2는 미소년이다...
- 여장 시키면 속을 만큼이다.
   내가 이 얘기 했더니 쌜쭉해졌었는데..
천왕봉비를 사이에 두고 쟁탈전이 벌이고..
사진 몇 장 찍고.. 안개가 심해 일출을 볼 수 없다며 박군이
하산을 서두르란다.
사흘간이나 정든 익산팀 내외는 중산리로 하산하고.. 우리만 치밭목으로 향했다.
떠들썩하던 천왕봉에서 내려서자 곧 조용하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처럼.. 눈이 푹푹 빠진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크리스 마스다.
서로.. 축하한다. 메리크리스마스~

내가 궁금해하고. 가고 싶어하던.. 치밭목.. 대원사 유평리 코스..
중봉을 넘고.... 써리봉 가는 동안.. 조망은 없지만.. 서리꽃이 이쁘다.
내가 너무 좋아하자..  박군과 박군2도 함께 즐거워 한다.
총각들의 우정을 보며... 함께 하산하는....
지금까지 오르고 내린 봉우리에 비하면.. 중봉과 써리봉은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닌 것 같다.

간혹 비박팀도 만나지고.. 일찌감치 치밭목에서 묵고 산행을 시작한 팀도 만나지는데
예쁜 따님과 오르는 부부팀이 참 부럽다.
키는 큰데.. 목소리로 보아서는 아직 애기 같은 딸을 둔 부부팀이다.
지리산이 벌써 몇 번째라며.. 익숙한 지명을 대는데.. 참 이쁘다.

중봉과 써리봉을 내려서... 두 박군이 각자 살아가는 세상을 얘기한다.
철학적이고..  자기적인.. 생각들을 교환하고..
하산길이라서 그런지.. 세상속의 얘기가 낯설지 않다.
간간히 두 총각이 나를 웃기는데..  총각들의 대화가 지루하지 않으니 하산길도
즐겁다.

이정표를 확인하면서..내려오는데 치밭목산장에 도착했다.
마침 마당에 나와 있던 산장지기님과 인사를 하고..
산장  취사장에  들어가려는데.. 박군이 아이젠을 벗으란다.
- 다시 착용하려면 힘든데!
예를 갖추기 위해.. 아이젠을 벗고.. 배낭을 풀어 먹을 수 있는 식품은 모두
꺼내어 전시하고..
4컵의 남은 쌀은 산장지기님 드렸다.

박군이 물을 길어 오고.. 라면 세 개와 햇반 한개로 점심을 해결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산장지기님에게 몇 가지 주의 사항 듣고..
- 내 배낭의 크기를 보더니 작다고.. 걱정한다.

이제 다시 하산한다.
길도 나쁘지 않고.. 왜 이 길이 지루하다고 했을까..
날씨는 봄 날 같이 포근하고..
하늘은 개어 조망 또한 좋다..
이제 무제치기 폭포에 다다르고..
박군이 무제치기 폭포를 보여준다고...... 배낭을 벗으라는데..
우리 둘이는 배낭을 메고 폭포까지 간다..

얼른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은 폭포인데..
물이 떨어지면 소리는 웅장할 거라는 추측만..
빙벽을 이룬 폭포는.. 삼단 폭포다

셋이는 각자 사진을 찍고..
두 총각이 서로에게 뭐라고 하는데.. 여튼 듣기만 해도 재밌으니..
깔깔 웃는건 내 몫이다.

가다 가다 간혹 산객 만나지고..
새재길로 들어서.. 아이젠도 풀고.. 편안한 산길로 간다.
배고프지 않지만 배낭에 먹을 것을 소비하며서..
두 명의 박군들의 군대 얘기가 기가 막히게 재밌다.
둘 다 포병 출신들인데.. 포병은 삼보 이상이면 무조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게 원칙이라는 등..
포병인데.. 행군을 20km를 했다고 하니. 한 사람이 거진말이라는 등..
두 사람이 지루하지 않은 대화로.. 하산길이 화기애애하다.
박달나무의 용도에 대해..
또 노각나무에..
군산 박군이 아는게 너무 많다.
지나가다가  무어든 물으면 척 답을 한다.

서울 박군이.. 하는 말
- 자신 있게 하는 말이라 거짓말이라도 참말 처럼 듣긴다. 고 주장한다.
그런데.. 군산 박군은 정말 아는게 많기는 하다.

군대를 화천 어디서 근무했다는데..
낫이나 곡괭이 자루가 부서지면 즉시 박달나무를 다듬어서 끼어야 한다는등..

남자들 재미없는 말이
첫째가 군대 이야기이고..
둘째가 군대에서 축구 찬 이야기라는데..  
새재를 내려.. 유평리 가는 길이  절대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것은
두 명의 박군들의 군대 이야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내려.. 평화로운 마을에 도착했다.
바로 새재마을..
군산 박군 말이 빨치산 때문에 곤혹을 치룬 마을이란다.
유평리도 마찬가지 일것이라는..
유평리는 영화 '태백산맥' 인지 촬영 무대였다는데..
나도 모르는 지리산  자락 이야기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박군이 신기할 뿐이다.

걷고 걷고.. 대원사 계곡 입구를 지나치고..
또 걷고 걸어서. 대원사에 도착하였다.
대원사에 들어가 삼배로 안산함을 회향하고..
다시 한참을 걸으니 유평리 매표소와 함께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하산후 백숙을 먹기로 하여.... 셋이는 어느 식당에 들어가
백숙을 물으니 40분이나 걸린다는데.. 포기하고
오리고기를 시키니.... 묵 무침이 두 접시나 써비스로 나오고..
음식이 익는 동안  식당 주인에게 허락 받아.. 씻고 옷 갈아 입고..
날아갈 것 같다.
등산 양말을 신고간 것 까지 8켤레였다.
대신 양말은 젖은 것을 신은 적이 없이 풍족한 산행이었다.

배낭의 쓰레기도 아까 유평리 어디서 처리하고
( 박군이 가지고 내려온 쓰레가 양만약3kg)
어제 인섭이가 가지고 내려간 것 까지 포함하면.. 쓰레기 양도 무게를 많이 보탠다.

하산주와 함께 맛있는 오리불고기로 저녁을 먹고..
원지까지 버스로 가면서 남서울 2명 예약하고....
원지서  박군2와 내가 남서울행을 끊고..
군산 박군이 전주로 향하고..

서울 도착이 밤 10시..
신길에 들려 자동차 찾고.. 크리스마스 케잌 한개 사고.. 집에 들어가니..
우리집 두 남자.. 왠일로 반갑게 맞아준다.
속으로 뜨끔했는데.. 다행이다.
집을 오래 비울수록 환영받는.. 외출..
즐거운 지리산.. 유평리행....  끄읕.



*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힘들기로 하면.. 자초함이라 불평이 없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졸음과 배낭 무게 때문에.. 해삼 말미잘 멍개&*^%*$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투덜거림이 아니 나올 수 없는.. 지리산 산행..
하지만 또 언제 갈까.. 배낭을 바라 봅니다.

노고단에서부터 동행한 인섭군은 장터목으로 하산한 이후
19시10분차로 진주로 가서 지난 번 이용한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렸다는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군산의 박군도 전주까지 가서 다시 군산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잘 도착하여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전화를 받은 바 있으며..
서울의 박군2에게서는 이번 지리산 유평리까지의 산행 사진을
이메일로 송부 받았습니다.

지리산.. 첫번째는 백무동.. 두번째 중산리.. 세번째 유평리.......
물론 조각 조각이지만.. 화엄사에서 노고단 코스와 배낭 무게와 숙소
도착 시간 때문에 매번 놓치는 반야봉만 남겨 놓았습니다.

산친구 인 C가 1월 안에 반야봉이라도 갈 수 있도록 남편에게 허락을
받았답니다. 곧 반야봉을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엄사 코스는.. 나중에 해가 길어지면.. 정통코스로 밟아볼까 합니다.

제 산행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
    박군2 2006.12.27 18:41
    누님!
    정말 산행기 너무 멋지게 쓰시네요...
    글 잘 읽었고요...재미있네요.
    아무쪼록 연말 잘 보내시고 담에 산행때
    뵙도록 해요...대희가~~
  • ?
    오 해 봉 2006.12.27 21:20
    아름다운 지리산이야기 미소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산행중 만나는 분들과 맛있는 것들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걷는 이안님의 정다운 모습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 합니다,
    ofof.net 을 훈훈하고 즐겁게 해주시는 이안님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안전하고 좋은 산행하시고 행복 하세요.

  • ?
    구봉 2006.12.27 23:06
    이안님 산행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24일 아내와 장터목에서 일박후 25일백무동으로
    하산하였답니다
  • ?
    트리 2006.12.28 00:14
    저도,,,,,아주 재밌게 보고 갑니다...^^*이안님...글은 물 흐르듯......편안합니다.좋은 글로 이토록 흐뭇한 마음 이루어주어..........감사드립니다
  • ?
    안인섭 2006.12.28 08:27
    역시 누님의 산행기는....
    머릿속에 다시한번 지리산의 설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듯..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또한 누님과 박 형님하고 함께 산행할수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많이 많이 걱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죄송할 정도로.... 내년에 또 기회가 되면 다시한번..^^
    다음 산행때까지 몸 건강히...날씨가 또 갑자기 추워졌으니 감기조심하시고요!! ^_________^
  • ?
    김수훈 2006.12.28 12:29
    아니, "Y"양이 "아낙네"인지 어떻게 알았지요?
  • ?
    이안 2006.12.28 17:10
    박군, 박군2, 안인섭군.. 여기엔 없지만 천안의 B군..고맙고 감사해..
    지리산의 인연이라서 더욱 그러하네..^^

    오해봉님.. 격려와 칭찬 감사드립니다.
    구봉님.. 오며 가며 마주쳤을 분이시네요.. 감사드립니다.
    트리님.. 칭찬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김수훈님.. Y양이 아낙네님인거 진즉 알았습니다. 한가지..
    아직 아낙네라고 할 수 없는 신분이라.. '애기씨' 가 어떨지..

    조선소나무님..
    손에 잡힐듯.. 지리산은 사람이 그리워 갑니다.
    산과 함께 인정을 그려야 지리산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산세는.. 눈 쌓이고 녹고.. 잔설과 폭설의 흔적이 남았있었으며..
    노고단에서는 천왕봉이 눈 앞에 펼쳐지고.. 촛대봉등.. 각 봉우리
    에 오를때 마다 걸어온 노고단, 그 옆의 시루봉 그리고 서부능선 등등..
    반야봉이 얼마나 이쁜지..
    이미 두 번에 걸쳐 걸었던 능선길인지라.. 표현이 부족했나 봅니다.
    혜량해 주시지요..^^




  • ?
    이안 2006.12.28 17:13
    조선소나무님의 질문 중 배낭에 대하여..

    배낭은 몽벨 38리터 입니다.
    그렇잖아도 치밭목산장지기님이 제 배낭을 보더니..
    작다고 염려하시던데.. ㅡ.ㅡ
    좀 큰 배낭을 생각도 해보았지만 워낙 短身인지라..
    배낭만 걸어갈듯 하여.. 망설이고 있습니다.
    배낭이 작아서 필요 물품을 빼고 가진 않았습니다.
    다만 수납공간이 복잡하여 일정이 좀 더딘것 외에는.. ^^
  • ?
    쉴만한 물가 2006.12.30 14:50
    이안님의 겨울 산행기 참 맛있게 마음에 담아봅니다.
    함께 산행을 한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 ?
    군자봉 2007.01.08 14:39
    이안님과 저는 아마 같은 날에 같은 코스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헌데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안님의 글을 읽으니 그때 지리산을 갔던 생각이 마구 솟아나네요.
    이안님이 가정주부였구나.
    그리고 아주 솔직하게 글을 올려주어 감사했습니다.
    저는 성삼재에 도착한게 새벽4시인거 같았고 지난번에 통제를 안했는데 이번에는 통제를 하여 1시간30분을 성삼재휴게소에서 밥을 해먹는다고 서성거리다가 일행중 2명은 성삼재 휴게소 화장실에서 낙상을 하는 바람에 포기하였고 5시30분에 성삼재에서 오르기 시작했으니 시간이 얼마나 많이 허비했는지 정말 성삼재매표 관리인이 야속하기만 하더군요. 벽소령에서 1박을 하고 8시에 출발하여 12시전에 세석에 도착하니 일행중 한명이 오늘로 종주를 마치자고 해서 천왕봉에 4시에 도착하여 그길로 중산리방향으로 하산하였다가 8시에 주차장에 도착하여 약10분간에 저녁밥을 먹고 원지에서 8시40분 남서울로 가는 우등버스를 타고 서울로 도착하니 11시40분 크리스마스 이브날 전철은 끊기고 할 수없이 택시를 타고 서울역에 가서 인천가는 심야삼화고속버스를 타고 부천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마 이안님과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지리산을 다녀왔다고 생각하니 이안님의 글이 머리에 꼭꼭 와 닺습니다...언제 다시 지리산에서 만날 그날을 생각하며 이안님 가정에 큰 행운이 함께 하시기 기원드립니다.
  • ?
    희망 2007.01.10 02:49
    단막극의 시나리오 읽듯^^ 잘~ 읽었습니다.
    내려가는 열차 안에서 부터 능선길에 앉아 쉬셨다던 쉼터, 그리고 서울오는 버스안에서의 고단함까지 한치의 오차없이 공감할 수 있었구요.
    출연자 여러분들께도 심심찮은 감사드립니다.^^
  • ?
    산타나 2007.01.16 13:26
    수고 해떠여 ~~ 얀님
  • ?
    이안 2007.01.16 15:29
    쉴만한 물가님 통 안 뵈시네여..바쁘신가봐여..
    군자봉님.. 또 지리산 가셨나여? 조용하시네여
    희망님.. 워낙 도움 받고 가는 종주라 등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산타나님은 나중에 오히려 인사 받을래여..
    N님 모시구 지리산 갑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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