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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4.02.01 01:06

외로운 겨울 종주 (2)

조회 수 397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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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표

2004.01.28 (수)

2004.01.29 (목)

2004.01.30 (금)

05:01 구례구역

08:10 벽소령대피소 출발

05:40 장터목대피소 출발

05:42 성삼재 주차장

09:00 꽃대봉

06:18 제석봉

06:15 노고단 취사장

09:18 덕평봉 선비샘

06:36 통천문

06:50 노고단 고개

10:15 개활지

07:00 천왕봉

07:22 돼지령

10:42 칠선봉

08:12 중봉

08:20 임걸령

11:53 영신봉

09:06 써리봉

09:04 노루목

12:09 세석대피소(휴식)

10:09 치밭목대피소(휴식)

09:25 반야봉 갈림길

13:46 촛대봉

11:19 새제 갈림길

09:38 삼도봉

14:29 삼신봉

12:49 한판골 내려서는 길

10:14 화개재

15:02 1607봉

14:11 유평리

11:06 토끼봉

15:19 연하봉

14:59 대원사

13:11 연하천대피소(휴식)

16:14 장터목대피소(2박)

15:32 유평매표소

15:10 형제봉

16:25 원지 버스터미널

16:10 벽소령대피소(1박)

19:45 서울남부터미널

※ 택시로 구례구역→성삼재 (3만원에 미리 예약, 1명과 합승하여 1인당 2만원 조정)
※ 택시로 유평리매표소→원지 (2만5천원, 택시 부른 후 15분 정도 기다림)
※ 원지→서울남부버스터미널 (진주발 부산여객, 대진고속도로 직행 우등고속, 16,200원)

삼도봉에서

이름 모를 무덤 지나 조금 오르니 특이한 모양의 삼도봉 표지대가 반겨 줍니다. 아무도 없는 넓직한 암반 위에 홀로 서서 웅장한 반야봉 뒤로 하고 동남쪽으로 아스라히 펼쳐진 목통골 내려다 봅니다.

점점 강해지는 햇살에 바람도 없어 이젠 덥기까지 합니다. 남쪽 계곡들은 고기압으로 옅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고 그 안개에 강한 햇살 부딪히면서 반사되니 눈 부셔 그곳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선글래스 꺼내 낍니다. 겹지워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능선의 모습 선명하고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진 29) 09:38 삼도봉 오르면서 보이는 삼각뿔 모양의 표지대

(사진 30) 09:38 삼도봉 뒤 위엄을 갖추고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는 반야봉

(사진 31) 09:39 다시 지나온 능선길을 바라보며...

(사진 32) 09:40 동남쪽으로 펼쳐진 목통골... 옅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사진 33) 09:40 사진 32를 줌으로 당겨 본 모습

(사진 34) 09:40 삼도봉에서 바라본 가야 할 토끼봉, 그 너머 펼쳐져 있는 중봉, 천왕봉, 제석봉, 연하봉, 1607봉, 삼신봉 그리고 하얀 모습의 촛대봉... 장엄한 지리의 위용

화개재로 내려서며...

(사진 35) 09:53 화개재로 내려서며 본 동남쪽 능선

(사진 36) 09:54 강한 햇살 내리꽃히는 목통골

일전에 지리에 동행한 분들께서 화개재 내려가면서 혼쭐이 났다고 이구동성으로 치를 떨던 모습들 눈앞을 스칩니다. 이리도 편한 길을 허! ㅎㅎ

이 영진님 - 아니 이젠 石河님이라 불러 드려야 하겠네요 - 이 계단 수를 다 세어 보셨더군요. 551개라고... 참 꼼꼼도 하시지 ^^* 음... 저도 한 번 세어 볼까요? '1,2,3...41,42... 엥? 56인가? 아니 57인가? 다시 해 봐? 에고고 무슨 농담을 ㅎㅎㅎ' 10분간 계단만 내려왔습니다. 길긴 기네요.

(사진 37) 10:04 화개재 내려가는 긴 계단길... 사진 왼쪽 상단부의 하얀 부분이 화개재

(사진 38) 10:14 화개재입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반선, 뱀사골대피소와 뱀사골입니다

(사진 39) 10:14 남쪽 전망대쪽의 설경

(사진 40) 10:14 지나온 쪽의 반야봉, 삼도봉

(사진 41) 10:15 남쪽 전망대 난간 위.. 어치 한 마리 절경을 구경하고 있는 듯

(사진 42) 10:15 다가가니 어치 녀석 도망가 버리는 군요. 저가 쫓아 낸 꼴이 되나요? 허! 어치가 본 정경을 훔쳐 봅니다.

토끼봉 오름길...

화개재가 표고 1,315m, 토끼봉이 1,533m 허! 208m를 쉼 없이 올라가는 긴 오름길입니다. 예...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려온 만큼 더 올라가야 하는 것이니깐요. 인생살이 항상 반대 상황의 펼쳐짐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 이런 자연의 이치를 통해 본능적으로 습득한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산행한 지 5시간을 넘겼습니다. 체력이 점점 떨어질 때도 되었습니다. 꾸역꾸역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앞만 보고 갑니다. 은근히 가파른 이 길만 올라서면 명선봉 가는 길은 그나마 완만한 오르내림길이니 요것만 참어 내자고 자신을 다독거립니다.

(사진 43) 10:35 토끼봉 오르는 산죽길...

(사진 44) 11:02 토끼봉 정상 바로 아래서 본 푸르디 푸른 하늘과 하아얀 눈길 그리고 갈색의 버팀목

파아란 하늘색과 저 펜스 버팀목의 황토빛 갈색은 이집트의 푸른 나일강과 주변 붉은 토양의 색 대비를 연상케 해 줍니다. 누가 그랬듯이 하늘색과 황토색은 인간 내면의 귀소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본능적인 색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토끼봉은 그늘 없고 쉴 곳 없어도 밉지 않습니다.

(사진 45) 11:06 토끼봉 정상의 표지대

(사진 46) 11:09 좀 더 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지나온 길을 사진에 담습니다.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

(사진 47) 11:09 뒤 돌아 바라본 천왕봉쪽... 멋있습니다! 저기 벽소령에서 의신쪽 가는 작전도로도 선명히 보입니다

(사진 48) 11:09 남쪽 낮은 관목들의 매마른 가지, 흰 눈 그리고 피어오르는 안개

(사진 49) 11:09 동남쪽 법왕리 방향의 절경

명선봉 아래 연하천대피소로...

토끼봉(1,533m)~1,463봉(1,463m)~명선봉(1,586m)~연하천대피소(1,440m)로 이어지는 주능선길... 표고 100m를 오르내리며 가는 총 4.2km... 왼쪽엔 반야봉, 오른쪽엔 천왕봉... 울창한 숲, 푹신한 눈 길...

(사진 50) 11:21 연하천 가는 길 우측에 장엄하게 서 있는 천왕봉

(사진 51) 11:22 시원한 북서풍에 내림길... 거친 숨을 고르며...

(사진 52) 11:27 구상나무 터널... 가지 위 무겁게 눌어 앉은 눈송이들...

(사진 53) 11:28 사진 찍는 사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속 함께 가고 있는 동행

(사진 54) 11:39 연하천 가는 길 왼쪽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는 반야봉

아무리 적게 먹고 종주하겠다 했지만 이젠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힘 내기 위해 스니커즈 1개와 찹살호떡 1개 후다닥 해치우고 물 300cc 급하게 들이킵니다.

지리에 들 때마다 은근히 살 빼는 욕심 부려 봅니다. 마치 부수입 잡은 쾌감이 들죠 ㅋㅋ 방법은 산행으로 인한 운동도 운동이지만 우선 안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2박3일의 총 먹거리가 손바닥 1/3만한 찹살호떡 5개, 스니커즈 3개, 컵라면 2개, 스프 1개, 인스턴트 죽 1개가 전부입니다.

이리 사진 찍느라 시간 허비해도 뒤쳐지지 않고 갈 수 있는 것은 먹을 것이 없고 또 대부분 조리해서 먹는 것들 아니고... 자연히 먹는 시간 거의 소요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이 쉬었나 봅니다. 찬바람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사진 55) 12:22 왜 이리 힘들까? 어? 게다가 긴 오름길!

(사진 56) 12:29 가파른 나무계단 오르기 직전의 표지대. 토끼봉에서 2km 온 지점

(사진 57) 12:30 나무계단 오르며 바라본 왼편 비탈진 사면의 거대한 구상나무 군락

(사진 58) 12:30 올라온 계단 쪽을 내려다 보며

(사진 59) 12:30 거대한 구상나무... 눈 무게에 축 늘어진 가지...

(사진 60) 12:42 연하천 가는 길 우측의 천왕봉... 자꾸 눈길이 가집니다.

(사진 61) 12:52 오르막 이제 다 끝나고 평탄한 길 이어집니다. 적설량이 상당합니다.

(사진 62) 12:52 바로 우측에 바위 위를 덮은 눈... 그 너머 점점 선명히 보이는 촛대봉...

(사진 63) 13:05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계단길이 나왔습니다.

(사진 64) 13:11 화창한 겨울 따뜻한 햇살 받고 있는 연하천대피소의 정경입니다. 사진 찍을 때 추월한 모든 이들 저기 다 모여 있습니다.

먼저 시원하게 목을 축입니다. 여전히 물맛 좋습니다. 선착순 원칙대로 양지 바른 곳은 먼저 온 이들의 차지이고... 저는 왼편 창문 아래 걸터에 잠시 앉았습니다. 얼어 딱딱해진 호떡 1개 꺼내 아무 생각없이 우물거리며 먹어 치웁니다. 다시 저 시원한 물 한껏 퍼다 꿀꺽꿀꺽 맛나게 들이킵니다. 아! 이런 기분이죠! 예!

걸터에 앉아 벽에 등 기대고 젊은이들의 즐거워 하는 모습들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참을 그러고 있습니다. 한 청년 숙녀 두 분께 벽소령 가지 말고 연하천에서 머물며 같이 지내자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두 여성분 배시시 웃으며 즉답 피하고 있습니다. 속으론 'Yes!'하는 표정입니다. ㅎㅎㅎ 저 청년 예전의 그네들 선배들과 똑같이 저렇게 추억들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형제봉 거쳐 벽소령 가는 길은 찍을 사진이 많은 구간이니깐요. 근데 누군가 식수 충분히 가져 가냐고 물어 옵니다. 아니라고 했더니 벽소령 식수가 얼었다고 합니다. 물 충분히 가져가라 하는군요. 콸콸 나오는 저 연하천의 물 보니 괜한 물 욕심 생깁니다 ㅎㅎ

벽소령에 물 한 방울 없는 것은 아닐테고 또 전 밥 해 먹는 것도 아니어서 그리 많은 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만 혹 물통 준비하지 못해 물 부족한 이도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물통 가져온 죄로 2L 물 더 담아 배낭 겉 포켓에 매답니다. 아이고~~ 이리해서 물짐 지는 노릇을 하게 됩니다.

형제봉 가는 길...

허! 배낭 무게가 상당히 부담되는 것 같습니다. 뭐 좀 지나면 별 느낌 없어지만은... 물 필요하다고 애타는 이가 나와야 요 힘든 짐꾼의 보람 있을텐데... ㅋㅋ

평탄한 길 이어집니다. 삼각봉 올라 음정 가는 갈림길 지나 형제봉쪽으로 내려설 것입니다. 그때부터 탁 트인 지리 동부지역 맘껏 사진에 담을 것입니다. 좋은 경치 주워 담을 생각에 눈 부릅뜨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합니다.

(사진 65) 13:36 연하천대피소를 빠져나와 형제봉쪽으로 가는 길

(사진 66) 13:38 편한 산책길 같습니다

(사진 67) 13:44 탁 트인 개활지에서 바라본 좌측 의신쪽 계곡의 모습

(사진 68) 13:52 삼각봉 오르는 길

(사진 69) 13:56 뒤돌아본 명선봉 그리고 그 아래 연하천대피소

(사진 70) 13:56 남쪽의 명선봉에서 의신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

(사진 71) 13:56 사진 70에서 앵글을 동남쪽으로 더 돌려 계속 이어 내려간 능선줄기와 의신쪽 계곡

(사진 72) 13:56 계속 이어서... 사진 71에서 앵글을 동남쪽으로 더 돌려 바라본 삼정산쪽 능선

(사진 73) 13:56 계속 이어서... 사진 72에서 앵글을 동쪽으로 더 돌려 바라본 촛대봉, 영신봉쪽 능선

(사진 74) 14:00 고목나무에 배낭 걸고, 스틱 눈 속에 꽂고... 배낭 뒤에 걸려 축 널어진 물병...그 너머 펼쳐진 의신쪽 정경

(사진 75) 14:02 의신쪽 정경을 클로즈업 하여...

(사진 76) 14:07 형제봉 가는 길에서 바라본 천왕봉쪽 정경

(사진 77) 14:12 사진 찍는 사이 또 앞지르는 그 일행... 연하천대피소에서 1.2km 지나온 곳의 표지대

(사진 78) 14:15 형제봉 가는 길에서 펼쳐진 장대한 지리 정경... 저 아래 움푹 들어간 곳에 하얀 부분이 벽소령대피소 그리고 그 너머 높게 자리한 촛대봉...

(사진 79) 14:18 조금 더 가 나무다리 위에서 바라본 천왕봉쪽... 수직감이 장관입니다

(사진 80) 14:18 형제봉 가는 길의 나무다리

(사진 81) 14:18 형제봉 가는 길의 나무다리 좌측 저 아래 음정, 마천쪽 정경

(사진 82) 14:29 형제봉과 그 너머 천왕봉쪽 정경

(사진 83) 14:29 클로즈업하여 바라본 형제봉쪽

(사진 84) 14:57 형제봉에 올라 바라본 벽소령대피소, 그 아래 선명한 작전도로 그리고 촛대봉, 천왕봉... 탁 트였습니다!

(사진 85) 14:57 사진 84를 조금 더 당겨 봅니다

(사진 86) 14:57 수직감도 좀 느껴 보시죠 ^^*

(사진 87) 14:57 형제봉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의신쪽 정경

(사진 88) 14:57 형제봉에서 뒤돌아본 지나온 길... 명선봉, 연하천대피소, 삼각봉...

(사진 89) 15:10 형제봉의 멋있는 바위... 그 사이 소나무

(사진 90) 15:10 사진 89 바위 옆 우람한 바위

(사진 91) 15:10 형제봉 표지대쪽으로 내려서며 바라본 의신쪽 정경

(사진 92) 15:11 형제봉 표지대

벽소령대피소 가며...

이제 오늘의 일정도 한 시간 정도만 가면 그 마침표를 누릅니다. 2003.12.20 저곳을 가는 기쁨에 지어 보았던 시구가 다시 떠오릅니다.

저길 갈 것입니다 / 눈 내린 후 맑은 날 밤 / 허무한 보름달 휘영청 할 때 / 달빛이 열어 준 길 따라 / 저 벽소령에 갈 것입니다
저길 갈 것입니다 / 눈 내린 후 맑은 날 밤 / 흩뿌려진 별들 쏟아지려 할 때 / 별빛이 열어 준 길 따라 / 저 벽소령에 갈 것입니다
저기 나를 부르는 / 벽소령산장 등불 / 춤추고 있습니다

(사진 93) 15:17 형제봉 표지대에서 좀 내려온 곳에서 탁 트인 지리의 정경을 다시 잡습니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옅은 안개도 없이...

(사진 94) 15:23 형제봉을 내려서서 벽소령대피소 가는 길

(사진 95) 15:26 사면길 돌아나와 내려온 형제봉을 다시 뒤돌아보며...

(사진 96) 15:36 벽소령대피소 가는 평탄한 길은 이어지고...

(사진 97) 15:40 다시 북쪽 사면을 끼고 가는 길... 좁고 가파른 내리막길...

(사진 98) 15:41 바로 가파른 오르막길... 항상 이렇죠 ㅎㅎ

(사진 99) 15:45 고진감래라 휴! 다시 내려서는 길...

(사진 100) 15:49 지나온 길 뒤돌아보며... 이젠 아득히 멀어진 반야봉, 토끼봉, 명선봉... 그리고 우측의 형제봉도 멀어지며...

(사진 101) 15:49 사진 100 우측의 거대한 바위... 그 틈에서 자라난 가냘픈 소나무...

(사진 102) 15:51 바위 사이를 통과하여 다시 북쪽 사면으로 굽이 돌아 내려서는 길...

(사진 103) 15:53 내려서는 북쪽 사면 암릉길... 우룽불퉁한 길이 눈이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만든 평평한 내림길... 저기 다 와 갑니다...

(사진 104) 15:54 북쪽 사면을 끼고 도는 길... 그늘진 곳의 하얀 눈에 푸르스름한 빛이 돌고 있습니다

(사진 105) 15:57 아! 순백의 아름다움!

(사진 106) 16:00 사면길 좌측 먼 곳 저기에 굽이굽이 돌아드는 음정 가는 작전도로... 흰 눈이 쌓여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사진 107) 16:10 지나온 형제봉을 다시 바라보며...

(사진 108) 16:10 예! 벽소령대피소입니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입구에서 아이젠과 스패츠 벗습니다. 대피소 직원에게 예약한 아무개라 말하고 잘 자리 배정 받습니다. 직원은 마치 경찰관인 듯 판에 밖힌 질문과 지시사항을 읊조립니다. "어디서 오셨죠? 어디로 가십니까?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시는 것 아시죠? 식사 후 설겆이는 휴지로 하시고요... 세면, 양치 안됩니다... 식수가 없다는 것 연하천에서 들었죠? 마실 물은 조금 드릴 수는 있습니다... 자리 배정 끝나면 모포 등을 배포합니다..." 저는 그냥 예, 예 라고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5천원 주고 배정 받은 자리는 빨간 표에 쓰인 1호실 26번... 아이고~ 남성들 방인 1호실 온풍기는 문 입구에 있는데 배정 받은 자리는 그 온풍기 반대편 외벽쪽 맨 구석 우풍이 심해 추운 곳... 혼자 오면 왜 항상 구석으로 배치하는 지... 참!

요기거리 한 비닐봉투에 담고, 힘들게 지고 온 물통을 따로 당당하게 들고 현관밖으로 해서 계단을 좀 내려간 곳, 의신쪽 방향으로 위치한 취사장으로 향합니다. 허! 식사 끝날 때까지 물 모자란다는 소릴 듣지 못합니다. 완전 헛 고생했습니다. 알고 보니 인원이 적어 대피소 직원들이 따로 확보한 물이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허참! 다시는 믿지 않으리! 꾀 부려 약게 살아야지!'라고 맘에도 없이 중얼거립니다. 그래도 물 아껴 다시 가져옵니다. 항상 모자라는 것보다 여유 있는 것이 좋으니깐요... 여긴 1,350m 산속이니깐요 ㅎㅎ

식사 마치고 담요 한 장에 천원씩 주고 4장이나 빌려 가져다 놓습니다. 많은 시간 남아 이리저리 대피소 주변 배회합니다. 바람이 몹시 불어 10분 서 있기가 힘듭니다. 할 수 없습니다... 악 쓰고 잠 청하는 수 밖에... 자러 들어가기 전에 취사장 옆 화장실 들리는 것 잊지 않습니다. 다들 잠 청하고 있는데 부시럭거리는 것 미안하기도 하고 바람 많은 벽소령 으시시하고 해서 말입니다.

이래서 혼자 오면 외롭고 심심하다니깐요...

(2부 끝. 계속 이어집니다)

☞ 3부 바로가기


May It Be - 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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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4.02.01 08:40
    정말 홀로 외롭고 편안한 산행이셨네요. 다른 일정들 다 취소하고 지리로 뛰어들고만 싶어집니다..
  • ?
    김현거사 2004.02.01 11:01
    허허바다님 덕에 겨울 지리산 다 보네요.이 사람도 따라갔으면 하는 생각이 날 정도지만,그건 말이 않되고!산토끼를 거북이가 따라가는 꼴 날테니까.좌우간 멋있읍니다요.
  • ?
    바람부는호숫가 2004.02.01 14:13
    포근한 날씨덕에 편안한 산행이셨군요.. 님께서 담아온 지리영상들..그 모든 정경이 가슴에 다시 일렁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홀로산행 부럽기만합니다. 건강하세요.
  • ?
    네오문 2004.02.01 18:00
    음악 때문에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주던 장엄한 스케일과 매치되어 더더욱 눈물 나도록 그립고 멋있고..., 그리고 감탄하고...
    허바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과 글 모두에서 세심한 배려와 섬세한 정성이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허바님, 최고입니다 !!
  • ?
    바람꽃 2004.02.01 20:18
    잔잔한 음악.....수필 같은 글 , 아름다운 지리의 풍경 그리고 혼자만의 사색..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서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저도 지리에 들 날이 다가옵니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여럿이 산행하는지라 허허바다님이 느꼈던 그런 감흥이 올는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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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2004.02.02 10:54
    욕심이 앞서 3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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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4.02.02 11:13
    제목은 외로운 종주라 하였지만 결코 외롭지만은 않게 멋진 '겨울지리'와 같이 하신걸로 보입다. 큰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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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용 2004.02.02 21:35
    허허바다님에게는 기다림의 기회였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꿈입니다. 어서 현실속 행복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날을 꿈꾸어봅니다.
  • ?
    들꽃 2004.02.03 00:20
    처음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즐겁게 산행한 기분입니다.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산행하는 것도 좋지만, 다음부터는 작은 코펠과,버너에 누룽지라도 가지고 다니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몸 생각도 하셔야죠.^ ^ 다음에 제가 지리에서 뵐 수 있다면 누룽지 끓여 드리겠습니다.
  • ?
    zoom 2004.02.03 08:32
    마치 제가 지리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서빨리 지리로 뛰어들고 싶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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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 엉겁결에 지리산 당일종주를 하였습니다. 5 옛날의 南人 2006.06.23 3911
1086 7월의 지리산 - 벽소령에서 노고단까지.. 4 이안 2007.07.18 3882
1085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마지막 6 file 구름모자 2006.07.05 3872
1084 나만의 지리산행-(1) 4 소슬바람 2006.05.18 3854
1083 8살 아들과 함께한 지리산종주(백무동~성삼재) 6 산오름 2002.06.20 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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