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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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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민의 지리산  포탈에서 지리산에 대한 많은 유익한 지식을 익히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지난 2월16일부터 2박 3일간 우리부부의 산행기를 올려봅니다.
지리산 등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 .


아내와 함께 한 지리산등반
지리산에 가는 건 『벼름』과 『준비』로 시작된다.
산이 크기 때문에 최소 하루 이상을 산에서 자야하기 때문에 시간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
요하기 때문이다.
아들녀석은 엊그제 군입대 하여 훈련병 생활을 할텐데 우리만 일상의 하루하루 생활의 단조
로움, 안락함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경험하고자 겨울 산행을 결행키로 한다.
사실 아들녀석이 아니어도 지난여름 지리산행 후 얼마나 많이 등반을 벼르고 고대했던가!
설 명절이 오기 전에 회사는 휴가결재를 맡고 나니 비로소 산행이 현실로 다가온다.
출발하기 보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하여 겨울 산행 사전지식을 습득 후 산행 코스를 정하고
대피소와 열차를 예약해 둔다.
겨울 산행 장비 아이젠, 방한모자와 장갑, 스패츠, 스틱, 그리고 가스 버너와 재킷도 구입했
다.
출발 하루 전, 준비한 장비를 배낭에 챙겨 넣고 저울에 올려본다. 13kg
꼭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으로 줄였는데 한 손으로 들기엔 무겁다.
아내 배낭은 작지만 쌀, 김치, 통조림이 들어있어 묵직하다 5kg.
짐을 나에게 덜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내 마음은 더욱 무겁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내의 말처럼 여름에도 어려운 화엄사에서 천왕봉까지 눈 덮인 산
길 약40km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꼭 가야할 필요가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걱정과 기대
감에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2월16일 천안 역에서 열차로 09:03분 드디어 출발이다.
1호차 중간쯤에서 우리 자리에 앉으니 아내가 자리도 널찍하고 조용하여 좋아한다.
아내와 오랜만에 멀리하는 기차여행이라 특실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열차 안에서 이른 점심을 아내가 준비한 김밥으로 배불리 먹어둔다.
늦지 않게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려면 식사시간도 벌어야 한다는 미리 계획된 점심이다.

12:55분 구례구역에 도착.
화엄사행 버스는 금방 출발하여 택시를 탔다. 10,000원.
버스를 타면 화엄사까지 2km정도 걸어야 하지만 택시를 타니 화엄사까지 올 수 있으니 택
시 타길 잘했다.
13:25분 화엄사를 출발, 노고단으로 등반시작이다.
맑은 날씨에 기온도 포근하여 등반하기에 너무 좋다.
가끔씩 노고단에서 하산하는 사람은 있어도 등반하는 사람은 없다.
몇 일전 군대간 아들녀석 걱정이며,  사는 이야기에 등반한지 2시간정도 지났다.
완만한 경사에 큼직한 돌들로 등반로가 깔려있고 오랜 가뭄으로 등반로는 먼지가 날 정도로
건조할 뿐 지금까지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이마엔 땀이 맺히고 배낭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내는 아직 아무 어려움이 없는 듯 하다.
다행이다.
. . . . .
목이 마르다.
물이 먹고싶은데 물이 없다.
계속 오르다 보니 오른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작은 폭포다.
물을 먹기엔 옆으로 한참 가야하기에 물이 가까울 때까지 참고 오른다.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계속 오른다.
제법 많은 물이 등산로 바로 옆에서 소리내며 바위사이로 흐른다.
배낭을 풀고 한 컵 떠먹는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목구멍이 아플 정도로 시원하다.
16:30'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큰길과 만났다.
이제껏 올라온 길과는 완전 딴판으로 온통 눈 천지다.
넓은 도로는 사람들의 발길로 눈이 하얗게 다져졌지만 도로 한쪽엔 눈이 바람에 한쪽으로
잔뜩 쌓여있었다.(기온은 영하2도)

17:00'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 짐을 풀었다.
지난여름처럼 붐비지 않고 한적하다.
저물기 전에 저녁을 취사장에서 해결한다.
준비해간 돼지고기와 소주한잔 곁들인다.
크∼  쥑인다.
밥도 꿀맛이다. 밥공기에 밥을 푸고 찌개를 얹어 퍼먹는다.
이 맛에...
드디어 내가 왔다.
지리산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도 잠시뿐.
일몰후의 노고단은 먹물처럼 깜깜하고 바람은 무지 세게 불고 엄청 추웠다.
대피소로 들어갔다.
대피소 이용료 1인당5,000원 침낭 대여료2,000원
침상은 목조로 된 2층 구조로 2층은 여자가, 아래층은 남자가 이용토록 되어 있는데 형태는
군대 내무반과 흡사하다.
시설은 쾌적해도 난방이 시원찮아 추웠다.
이곳에서 오늘 묵을 사람은 20명 정도.
19시밖에 안됐는데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
우리도 아내는 위층에, 나는 아래층에 잠자리에 들었다.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와 잠이 안 와 여벌로 가져간 츄리닝이며 잠바를 껴입는다.
아내는 방한장갑에 방한모자까지 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22시30분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깬다.
일행은 남, 여 포함 13명 뱀사골 쪽에서 야간산행으로 왔다는 대화소리가 들린다.

2월17일 06:40분 기상하여 참치김치 찌개에 아침을 배불리 먹어둔다.
엊저녁에 쌀을 담가서 불린 때문에 옆 사람들 보다 잘되어 밥이 맛있다.
음∼ 묵은 솔이 광솔이여.

08:00 남들보다 좀 늦게 산장을 출발했다.
바람불고 날은 흐리고 노고단에 도착해도 인적이 없어 우리내외 같이 사진 한 장 못 찍었
다.
노고단부터는 눈이 많은 관계로 아이젠을 착용했다.
사람 다닌 길만 눈길로 다져져서 한없이 길게 이어진 길을 우리 둘이서 걷기엔 쓸쓸하다.
스틱으로 눈 쌓인 두께를 재본다. 보통3,40cm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눈이 오다니...
아이젠을 4피스짜리 보다 크기가 큰 6피스짜리로 구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다.

돼지평전을 통과하는데 10여명의 등산객이 큼직한 나무에 둘러 서있다.
나무엔 서너 군데 쇠꼬챙이로 긁어 놓은 듯한 큼직한 자국이 있는데 이것이 곰의 앞발로 할
퀴어 놓은 자국이란다.
사람이 자국을 내기엔 위치가 너무 높고 할퀸 자국도 커서 사람은 아닌 듯 하고 산돼지는
나무를 못 올라가니 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걸령에 도착했다
지난여름엔 이곳에서 물을 먹고 쉬어 갔었는데 어젯밤 도착한 13명의 등산객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샘터도 그냥 지나친다.
중간에 20대 초반 아가씨 3명을 만난다.
어제 내 잠자리 위층에서 잠자던 아가씨들이다.
천왕봉까지 간다는데 아이젠도 착용치 않고 배낭에 면장갑에 운동화 차림이다.
저런 복장으로 종주를. . . 어려울 텐데 . . . 걱정이다.

반야봉(1733m)으로 오르는 3거리에서 잠시 쉰다.
지난여름엔 반야봉에 올랐다가 소나기를 만났었는데...
멀리 무주 덕유산 정상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면 천왕봉과 반야봉이 우뚝 솥아 있어 반야봉에
매료되었는데 오늘은 날도 흐리고 이곳에 도착하니 안개 마저 자욱하여 반야봉에 올라봐야
재미없겠고 벽소령까지 가자면 반야봉은 우회하기로 한다.
노고단에서 이곳까지는 등산로라기보다 산책 코스 같은 평탄한 길을 지나온 셈이고 지금부
터는 지난여름에도 못 갔던 처음 가는 길이다.

흐린 날에 안개마저 끼어서 전망이 안 좋은데 노루목이 어디인지, 삼도봉이 어디인지 모르
고 지나치다 보니 말로만 듣던 기나긴 계단(550계단)이 나오고 제법 넓은 평지(화개재 인
듯)왼쪽으로 급경사(눈이 많이 쌓여 나무계단인줄 나중에 알았음)를 내려가면 뱀사골 산장
이 나왔다.(도착시간11:10_)

뱀사골산장은 앞, 뒤 남, 북으로 산 속의 작은 대피소로 온통 눈 천지이며 어찌나 추운지 우
리내외가 산장에서 기념 사진 한 장 찍어 달라고 남에게 부탁하기가 부담스러워 포기하고
아내만 한 장 찍었다.(작은 카메라 스탠드가 있으면 좋은데 무게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
뱀사골 산장에서는 여러 등산객들이 이른 점심을 바람막이도 없는 이곳에서 해결했다.
서울에서 왔다는40대 후반 남자와 고등학생인 그의 아들, 춘천에서 왔다는40대 중반 남자와
그의 아들 중학생과 젊은 청년, 광주에서 왔다는 아가씨3명, 이 세 팀은 우리와 같이 종주
할 팀이라니 반갑다.
전주에서 왔다는 13명 남녀 단체는 뱀사골 계곡으로 오늘 하산한단다.

12:10 뱀사골 산장을 출발, 13시쯤 토끼봉(1533m)에 도착했으나 시야가 흐려 유감이다.
오르막 내리막을 지나 총각샘을 거치고 서울사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그들은 빨리 걷고 자
주 쉬는 타입이고 우리는 천천히 쉬지 않고 계속 걷는 타입) 사진 찍어가며 걷다보니 연하
천 산장에 도착한다.(14:30)

광주에서 왔다는 아가씨 일행 종주는 뱀사골 계곡으로 하산한 듯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겨울산행 준비 없이 종주는 무리일 듯 하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에서 본대로 연하천 산장은 작지만 분위기 좋고 산장지기는 매우 친절하고 꼭 한번
자보고 싶은 곳이었기에 산장지기와 기념촬영까지 했다.

15:00 연하천을 출발하여 벽소령을 향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지도상에 나와있는 삼각봉(1462m), 형제봉(1433m)은 작은 간판하나 없어 내가 밟고 지났어
도 어디인지 알 수 가 없다.
첫날보다 배낭 짐이 많이 줄었는데 양쪽 어깨가 아프고 배낭이 무거워진다.  
발걸음이 무뎌진다.
벽소령 700m. 이정표가 보인다.
힘이 들어 속도를 늦추니 아내는 앞서가고 서울 팀은 그 앞에 가고 젤 늦은 춘천 팀에게도
추월 당한다.
숨이 차는데 허기를 느껴 초콜릿을 입에 넣고 씹으니 숨이 차서 걷기가 힘들다.
맨 뒤에 처져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쉰다.
힘을 내어 빨리 걷는다.
벽소령산장은 아직 보이지 않고. . . 700m가 무진장 멀군.
마라톤 하는 기분으로 호흡을 조절하며 속력을 내어 겨우 일행과 같이 걷는다.
산 능선길이 말안장처럼 원만하게 들어간 자리 조금 밑에 벽소령 대피소가 눈앞에 다가온
다.(17:00)

벽소령 대피소는 목조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이나 바람은 세차게 불고 물이 없
어 대피소근무자가 떠주는 물로 취사장에서 저녁을 시작한다.
벽소령이 물이 없는걸 알았으면 춥더라도 뱀사골에서 설거지를 하고 오는 건데...
물이 없으니 설거지도 못하고 찌개 끓인 그릇만 쌓인 눈으로 대충 씻어 김치와 소시지를 썰
어 넣고 다시다와 고춧가루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인천에서 한신계곡으로 왔다는 40대 초반의 남자 한 명은 지리산에 이번이 15번째란다.
그는 밥과 찌개를 군대반합에 능숙하게 금방 끓여 200cc소주병을 홀짝이며 즐긴다.
서울 팀 역시200cc 소주병을 귀한 보약 먹듯 아끼며 마셔댄다.
그럴 만도 하지. 소주는 대피소에서 팔지 않고 배낭에 넣어오자니 무게 때문에 부담이 되
고...
나 역시 따끈한 찌개로 허기와 추위를 일단 달랜 다음 500cc 생수병에 든 소주를 컵에 따라
서 홀짝 마시니 식도를 타고 찌르르르∼
캬∼ 온몸에 알코올이 퍼져서 추위와 피로가 가신다.
안주 한 수저 퍼먹고.  
아내 한잔 따라주고 아내가 따라주는 술 한잔 받아먹고. . .
어이쿠 조금 남았네.
이건 아꼈다가 내일 보약으로 한 잔 해야지.
저녁밥도 수북하게 두 공기 반을 퍼먹고서 일찍 잠자리를 준비했다.
벽소령 대피소에선 우리 둘, 서울 팀 둘, 춘천 팀 셋, 인천 1명, 전주에서 온 청년1명, 청학
동으로 하산하는 팀 3명 총 12명이 잤다.
이 곳에선 침낭대신 담요를 준비했는데 침낭보다 훨씬 나았고 인터넷에서 이곳 근무자가 참
친절하다더니 소문대로 친절하다.
원래 윗 층은 여자용인데 여자는 아내 혼자인 관계로 나도 윗 층에서 자기로 근무자가 배려
한 덕택에 우리 내외가 이층을 독차지한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가 아마추어가 아닌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할 때 이들 근무
자가 진정한 프로리라.
19:00 남들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 밤에 추워 고생한걸 생각하여 아내와 나 4장씩 담요를 임대하여 편히 잠잘 수 있었다.

01:30 아내가 화장실 가자고 깨워 밖으로 나오니 엊저녁 힘차게 돌아가던 발전기소리도 바
람소리에 기세가 꺾이고 거센 바람이 산장전체를 날려버릴 기세다.
밤하늘을 보니 세상에...
별들이 그렇게 가까울 수가...
별들이 그렇게 많을 수가...
별들이 그렇게 크고 밝을 수가...
여름에 소나기 오듯, 우박이 쏟아지듯, 별들이 쏟아질 듯한 느낌이다.
차라리 무섭다.
이런 경험은 살아생전 처음이다.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 별빛의 경이로움에, 모진 바람소리에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2/18일 07:00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하늘을 본다.
기온은 낮고 바람까지 불어 엄청 추운 날이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일단 취사장에 오니 모두들 아침준비에 한창이다.
다정한 아침인사, 가벼운 농담... 어제부터 산행을 같이하고 같이 밤을 지내서인지 서울 팀,
춘천 팀 하나같이 오랜 친구 마냥 가깝게 느껴진다.
아내가 엊저녁을 많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인지 아침을 안 먹겠단다.
나는 커피에 소시지 한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08:00 산장을 배경으로 사진촬영 후 서울 팀, 춘천 팀과 함께 벽소령을 출발, 장터목을 향해
나아간다.
아내의 아이젠고리가 자주 벗겨져서 다시 메기 위해 장갑을 벗으니 손이 금방 얼어 감각이
없을 정도이다.
방한장갑 구입은 잘 했다는 생각이다.  
선비샘에 도착 물 한 모금 먹고 물병에 물을 보충하고 계속 전진한다.
지도에 있는 덕평봉(1521m), 칠선봉(1576m)어디인지 모르고 지나쳤다.
안내 간판은 보이지 않고 지나온 등산로가 보통 1천 사오백 고지는 될듯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위적인 도로나 건물 논, 밭들이 보이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저 멀리까지  
무수히 많은 산줄기와 봉우리들로 맑고 깨끗한 하늘아래 넓게 넓게 펼쳐졌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장관(壯觀)" 이라 표현하나보다.

사진촬영도하고 물도 마실 겸 쉬어가기로 한다.
"어랍쇼" 물병둘레와 주둥이가 얼어서 스틱으로 구멍을 내어 마신다.
아까 선비샘에서 떠온 물이 얼다니... 우린 걷느라 추운 줄을 몰랐었군.
수동식 카메라가 얼어서 조리개가 작동이 안 된다.
이 카메라를 소유한지 20년이 지났지만 날이 추워 사진 못 찍은 건 처음 경험한다.
사진 잘 찍어 보려고 무거움도 감수하고 큰 것으로 가져왔는데 서운하다.
고맙게도 춘천 팀이 우편으로 보내준다며 몇 컷 찍어준다.
서울 팀, 우리부부, 춘천 팀 순으로 산행이 계속된다.

10:30 세석 대피소 도착.
바람을 피해서 취사장에 들어가니 세석에서 묵고 늦은 아침식사를 하는 팀들.
한쪽에선 밥을 먹고 한쪽에선 라면을 김치와 함께 냄비뚜껑에 얹어 후루룩 후루룩...
아침을 거르고 이곳까지 왔는데... 국물이라도 얻어먹었으면...
집에 가서 실컷 끓여 먹기로 하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넓게 펼쳐진 세석평전이 여름엔 어떤 모습인지 여름에 다시 오고 싶다.
완만하게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촛대봉(1703)에 도착, 사방을 둘러본다.
세석 대피소는 저 밑에 조그맣게 엎드려 있고 제석봉(1806m), 천왕봉(1915m)이 가깝다.
멀리 노고단, 반야봉이 보인다.
어제와 오늘 등반 중에 이 코스가 가장 높은 지대인 것 같다.
사진 한 컷 찍고싶은데 카메라가 얼었으니... 안타깝다.

작은 오르내림을 계속하니 장터목 대피소가 저 아래에 눈으로 둘러싸여 있다.
장터목으로 내려가는 중간 중간은 눈이 바람에 날려 등반객의 발자국이 지워져서 찾기 어렵
고 잘못 걸으면 눈이 무릎까지 빠진다.

12:40 장터목에 도착했다.
서둘러 밥을 하기 위해 물을 뜨러 계단을 내려간다.
이곳 샘은 지난여름엔 수량이 풍부했는데 많이 줄었다.
취사장엔 식사를 마치고 세석으로 향하는 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도착한 서울 팀, 늦게 도
착한 춘천 팀, 식사중인 우리또래의 남자3명과 아주머니1명이 있는데 이들은 중산리에서 올
라와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갈 계획으로 공주와 천안사람 이란다.
이 곳에서 고향사람을 만나니 반갑다.
나와 서울 팀은 그들에게서  풋고추에 고추장 찍어 소주를 얻어 마신다.
이 맛... 이곳이 아니면 어디서 맛보겠는가?
소시지 썰어 넣고 김치와 고추장 넉넉히 넣고 끓여 주린 배를 채운다.
엊저녁 춘천 팀과 약속은 장터목에서 오늘밤 묵기로 했었는데 점심식사 후 천왕봉을 다녀와
서 중산리로 하산한단다.
그러잖아도 천왕봉에 다녀와서 장터목에 머물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고
중산리로 내려가면 너무 늦어서 올라가는 교통편이 마땅찮고
백무동으로 하산하기에도 너무 늦어 오전부터 결론을 못 내리던 차에 아내 의견대로  백무
동으로 천왕봉등반은 지난여름 다녀왔으니 생략하고 하산키로 결정한다.
서울 팀은 천왕봉을 거처 대원사 쪽으로, 춘천 팀은 천왕봉을 다녀와서 중산리 쪽으로, 우리
는 백무동 쪽으로. . . 헤어지는 아쉬움을 악수로 대신하고 헤어진다(13:50).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지난여름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다녔던 낯익은 등산로.
망바위를 지나 산죽나무 오솔길을 거쳐 소지봉을 지나면 왼쪽으로 계속 내리막 돌길이다.
눈에 덮힌 참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계속 내려가면 하동바위에 이른다.
이젠 어지간히 내려온 듯 이곳부터는 눈이 덜 쌓여 있다.
장터목으로 오르는 등산객을 만난 사람은 2명씩 2팀 뿐으로 하산길은 쓸쓸하다.
등산은 겨울보다 여름이 붐비기 마련인 모양이다.
16:20 백무동 버스종점에 도착.
16:40 백무동 출발, 17:00 인월 도착.
17:15 인월 출발, 17:45 남원 터미널 도착.
터미널에서 택시 타고 남원 역에 도착 17:55
18:00 서울행 무궁화호 승차 후 바로 출발.
21:10 천안역 도착.

기타 사항
1.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쌀은 한끼(2인분)에 맥주컵으로 1.5컵씩 준비하니 꼭 맞았고 김치는 식성에 따라 알맞게  국
물이 새지 않는 용기에 담아가며, 고춧가루, 소금, 조미료 등 양념류는 알이늄 호일에 싸서
비닐봉지에 담으니 부피가 작아 좋았으며, 버너는 가스버너를 사용했는데 모자라면 산장에
서 구입(1500원)할 요량으로 부탄가스 2개만 준비했으나 모자라지 않았다.

2. 간식도 무게와 부피를 고려하여 하루 소모량을 예측하여 (우리의 경우 오전에 자유시간
1개, 오후에 핫부레이크 1개, 여유 분으로 목이 메이지 않는 소시지를 준비했는데 찌개 끓이
는데 썼음.) 준비해야 필요 없는 고생을 줄인다.

3. 왕복 교통편을 철저히 검토했으며 오는 교통편의 경우 차질이 있을 수 있어 예약을 하지
않고 대피소 직원과 상의해서 결정해도 불편함은 없었다.

4. 겨울산행은 장비를 철저하게 준비해야겠지만 이번 등반의 경우 스패츠는 필요 없었고 방
한모자와 방한 장갑은 요긴했다.

5. 미리 그날의 산행코스를 결정됐어도 대피소, 물이 있는 곳, 등반거리와 소요시간을 등산
가게에서 얻은 지도를 보고 익혀두고 수시로 지도를 보면서 등반했다.

6. 이동거리는 체력을 고려하여 결정했고 저물기 전에(산중엔 해가 빨리 넘어가고 금방 어
두워지며 어두우면 고생은 생각보다 심하므로) 일찍 산행을 마치도록 계획했다.
여자와 동행하는 산행이라면 특히 염두에 둘 일이다.
나의 경우 아내가 평소에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해서인지 고맙게도 나보다 전혀 체력에서 뒤
지지 않아 이번 산행에 아무 문제 가 없었다.
   첫날 화엄사→노고단 산장까지 7.0km
   둘째 날 노고단 산장→벽소령 산장 14.1km
   셋째 날 벽소령 산장→장터목→백무동15.5km

7. 수동식 카메라가 무겁고(800g정도)추위에 무용지물이 됐다.
   디지털 카메라면 이 글을 읽는 분께도 보여주면 좋을 텐데...

이 곳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 ?
    chs 2002.02.25 16:25
    아~ 멋지시네요..많은 분들의 글을읽으면서..나두 나이들면 그때나의신랑이랑 함께 다녀봐야지하지요~좋은 여행이셨군요
  • ?
    jjc 2002.02.26 00:06
    부부가 함께 읽었읍니다. 부럽군요..
  • ?
    솔메거사 2002.02.26 10:49
    축하합니다!! 연세도 지긋(?)하실것 같은디,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분석적인 부부간의 지리산행을 하셨군요..부럽습니다..!!
  • ?
    gasrly 2002.04.10 20:39
    멋진 여행이셨군요..아내와 함께 읽었습니다.구례에서 보았을 수도??저도 갔었었거든요.
  • ?
    gasrly 2002.04.10 20:40
    저는 내일 또 지리산으로 출발합니다.4월 11일로 날짜가 잡혔습니다.시간이 있으시다면 같이 점심이라도..?
  • ?
    루이스 2002.07.31 04:15
    머리속으로 두분을 그리며 잘읽었습니다..좋은 책,영화,풍경을 본듯한 기분이네요.*^^*...항상 행복하세요.
  • ?
    오 해 봉 2002.09.09 19:03
    좋은산행 정겨운글 잘읽었읍니다 봄과 여름에만 가봤는데 저도꼭 눈왔을때 가보고 싶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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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1102 남부능선 15 file 오 해 봉 2007.05.06 4087
1101 지리산 눈꽃산행, 그 황홀함 속으로! 18 슬기난 2008.01.25 4076
1100 청학동 가는길 1. 7 오 해 봉 2003.06.19 4075
1099 지리산종주 1 2 닭과 계란 2004.06.20 4072
1098 2006년 여름, 홀로 종주에 다녀오다. 6 왕언니 2007.02.05 4029
1097 장마속에 강행된 지리산능선종주(6.22~24) 10 군자봉 2007.06.25 4029
1096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7 금강 2004.05.29 4020
» 아내와 함께한 2박3일 겨울 등반 7 정우진 2002.02.25 4017
1094 지리 세번째.... 성삼재에서 유평리까지.. 13 이안 2006.12.27 4003
1093 산사를 찾아서, 15 슬기난 2006.12.29 3991
1092 지리산 초짜 산행기-일출,하산길 (4/4) 8 지리산 초짜 2002.10.17 3979
1091 외로운 겨울 종주 (2) 10 허허바다 2004.02.01 3979
1090 지리산 종주... 행복 그 자체..... 6 지리산첫경험 2005.08.03 3945
1089 천왕봉 등산안내 3 이게아닌데 2009.11.28 3927
1088 지리산 종주 1 16 file Gunners 2006.12.12 3917
1087 엉겁결에 지리산 당일종주를 하였습니다. 5 옛날의 南人 2006.06.23 3911
1086 7월의 지리산 - 벽소령에서 노고단까지.. 4 이안 2007.07.18 3882
1085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마지막 6 file 구름모자 2006.07.05 3872
1084 나만의 지리산행-(1) 4 소슬바람 2006.05.18 3854
1083 8살 아들과 함께한 지리산종주(백무동~성삼재) 6 산오름 2002.06.20 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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