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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4131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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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상

      짙은 어둠을 뚫고 살을 에이는 매서운 칼바람과 맞서며
      일출을 볼 수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5분여를 견디기 어려운 여건에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에
      까닭모를 희열이 혈관을 뜨겁게 합니다.

      천왕봉을 내려서며 이십대에 갓 들어선듯한 한무리의 젊은이들과 마주합니다.
      두터운 평상복과 하얀운동화에 아이젠만을 걸친, 그러나 그들은
      씩씩해 보였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중학시절 담임선생님을 따라 삼천포 와룡산을 오른 후,
      학창시절에 갖게되는 방학때이면 늘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화엄사를 들머리로 코가 길에 닿게 코재에 올라 희미한 산길을 따라
      치밭목산장에 닿았던 그 흐린 기억이 그들과 마주하는 순간,
      파노라마 되어 펼쳐집니다.

      제 기억이 맞는 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때의 지리종주개념은 텐트는 기본장비였고
      빨라도 2박3일, 아니 3박4일이 기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산행이 점점 속도전이 되면서 산을 느끼고 즐기기보다는
      남보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하게 되어버린 사실이 못내 속상합니다.


      일상의 시간에 쫓겨
      산을 잊고 산 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2. 산에서 더 아름다운 사람들

      밤기차에 오르니 가벼운 흥분이 느껴집니다.
      자주 홀로 산행을 즐기곤 하지만
      좋은 길벗과 같은 길을 걷는 즐거움은 산이 주는 그 즐거움에 비견됩니다.
      산에서 만나진 사람들과 베냥없는 모임엔 가능한 한 참석치 않어리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제 소견이 탄생케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성삼재에 닿게되면 마음 한곳에선 늘 같은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이곳을 두발로 오르지 않게되니 지리의 깊은 골도 느낄수 없는거 아니냐고,
      지리의 3대봉우리중의 하나에 속하는 노고단오름길이 신작로입니다.
      그 편리함을 제가 누리고 있음에도 아쉬움 큽니다.

      산은
      걷는 이에게 더 많은 그 속살을 내어줄 것입니다.


      3. 그리고 길..

      제 가진 사진기의 앵글은
      자연이 주는 그 풍광들보다 길에 자주 촛점이 잡혀지곤 합니다.
      길에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지는게 제격입니다.
      사람도 지리에 속한 하나의 풍광으로만 봐주십사 하는 바램 놓습니다.

      고통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지곤 합니다.
      자연앞에서 거대한 힘을 느끼고 서로 나눔은 아름다움입니다.

      길에서 다섯끼니의 식사를 짓었습니다.
      서로에게 미룸도 없고 자신이 하는 일을 티도 내지 않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뿐인데 근사한 밥상이
      마련되어집니다.
      조화입니다.
      어느 유행가 가사에서처럼
      가르치지 않아도 꽃잎은 피어나고
      아무런 까닭도 없이 파도가 밀려오듯 말입니다.

      저는 일행들의 막내돌이가 되어
      주는 밥상을 그저 넙죽넙죽 받아 먹기만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새벽 02:30분경에 기상하여
      04:00시경에 세석을 벗어납니다.
      장터목까지 단숨에 도달합니다.

      새벽바람에 언 몸을 잠시 녹이고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그 길을 걸어면서 한줄로 늘어선 일행들과
      하나됨을 느낍니다.
      아무 말없이도 상대의 마음이 전해오는 그 신비한 느낌,
      감동입니다.


      4. 지리에서 얻은..

      함박눈이 옵니다
      함박눈이 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무죄입니다.





        03:30분경 구례구역에 도착,
        04:00경 산행 준비를 마치고
        어둠에 쌓인 성삼재..

        저들은 무엇을 위하여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의 어둠을 뚫고
        싸늘한 눈길을 헤치고 있을까?
        실로 어렵고 힘든 그 길을.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어며
        지리산 주능선을 두발로 걸어낼 것입니다.
        산은 걷는이에게만 자신의 모습을
        내어줌을 아는 이들과의 산행이
        버얼써 즐거워집니다.



        노고단 고개길을 오르고
        임걸령으로 향하는데
        여명이 밝아옵니다.



        노고단에서 돼지평전 가는 어둠 속의 길목,
        아름답게 만개된 설화..
        내내 걸을 길에서도 많이 있으려니 하면서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여명과 눈꽃



        임걸령에서의 일출



        노루목을 지나고
        삼도봉으로 향하며 노고단을 바라봅니다.



        삼도봉에서 지리를 봅니다.



        삼도봉 내림길..




        이번 산행에서 꼬옥 얻고 싶었던
        풍광입니다.



        어찌 이토록 거대한 눈더미가
        어찌 형성되어졌을까요.
        화개재로 향하다가..



        연하천산장으로 향하는데
        길에서 만나진 산객이 접시에 모이를 담아두고
        새가 모이를 찾아 날아드는 모습을 즐기고 있습니다.
        새의 이름을 잊었습니다.



        연하천산장..
        산장지기와의 담소도 즐겁고
        일행이 준비한 칼국수도 즐겁습니다.
        산장에서 읽는 시 한편도 즐겁고
        산장에 마련된 빨간우체통도 정겹습니다.



        산장을 벗어나 다시 길로 나서면서
        한컷 남깁니다.



        형제봉입니다.
        육산인 지리산에서 우뚝 솟은
        바위의 끝자락에 생명의 움을 튼
        소나무를 기록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함께한 일행들에 취하고,
        그 품에 들면 현명해진다는 지리에 취하고,
        지리가 가진 풍광에 취하고,
        술한잔 않고도 취한 카오스입니다.
        청풍명월로 유명한 백소령산장에서..
        지리종주를 하면서 산장의 빠알간 우체통에
        누군가에게 보낼 편지나 엽서를 넣어보세요.
        지리종주를 마치고 그 여독이 풀려 있을 즈음에
        지리에서 보낸 엽서가 뒤늦게 도착될겝니다.
        그 엽서를 보며 지리종주길을 다시 회상해보는 즐거움이란..






        선비샘입니다.
        종주길가에서 마주치게 되는 선비샘,
        선비샘을 지키는 바가지입니다.



        지리의 천왕봉이 보이십니까???



        자연이 가진 풍광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함께한 일행들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일몰이 가까워집니다.
        영신봉에 오르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일몰의 황홀함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영신봉에서 일몰을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산장으로 향했습니다.
        일몰을 준비하는 태양을 영신봉을 향하면서 잡았습니다.



        드디어 영신봉이
        그 머리를 내어줍니다.
        이젠 휴식입니다.



        세석평전

        철쭉이 만개할때쯤이면 또 이곳이 그리워져
        몸살앓게 될테지요.



        세석산장에서 여독을 풉니다.
        그 시간의 즐거움이란 말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나눔의 즐거움 그것입니다.
        그리곤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종주를 하면서 천왕봉에 일출시간에 닿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이었는지
        일행들은 깊은 잠에 곤하게 빠질수 있었나봅니다.
        02:30분경 한명도 빠짐없이 잠에서 깨어나 있었습니다.
        식사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로 들어섰습니다. 04:00시경입니다.

        그리고는 장터목산장에 닿았습니다.
        산장에서 잠시 새벽바람에 언 몸을 녹이고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에 보여지는 풍광들은
        참으로 감탄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만, 일행들이 움직인 시간은
        일출전이었기에 어둠에 잠겨있었습니다.

        함께한 일곱의 일행들이 서로를 챙김질하며
        천왕봉을 향해 칼바람과 맞서며 거닐던 그 순간,
        감동이었습니다.



        천왕봉 가는 길
        정말로 매서운 칼바람이었습니다.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면
        그 자리에 얼어붙을 것 같은 공포감마저...

        사람이 아름답는걸
        자주 느끼곤 하십니까??
        함께 나누는 길에 들어보십시오.



        칼바람 무섭던 천왕봉입니다.
        3대 공을 들어야 볼수 있다는 천왕일출,
        제 드린 공이 부족했나봅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을 피해 서둘러
        하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둠속을 뚫고 올라왔던 그 길을 내려서며
        즐거움을 가졌습니다.

        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함박눈이 옵니다
        함박눈이 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무죄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음일까요
        다름일까요






        카오스 맘에 쏘옥 든 이미지입니다.



        지리의 아침






        그토록 어둠 짙고 칼바람 무섭던
        지리에도 햇살이 드리워집니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지못한 아쉬움을
        떠오르는 태양을 담아내며 달래봅니다.



        하산길에서
        잠시 쉬며 하늘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보였습니다.



  • ?
    이안 2007.01.15 17:58
    아름다운 지리산, 유려한 종주기를 수필처럼 읽었습니다.
    애 쓰셨고.. 이름다운 지리 사진들 고맙습니다.
  • ?
    오 해 봉 2007.01.15 18:26
    반가운 지리산 소식 고맙습니다,
    사진도 글도 참 아름답습니다,
    카오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moveon 2007.01.15 19:19
    내내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하고 글을 읽었습니다.
  • ?
    대추말 2007.01.16 09:42
    적설기 지리산행의 묘미가 멋스러운 필력으로 더욱 살아납니다.
  • ?
    소슬바람 2007.01.16 12:46
    오랫만에 지리를 거닐다 가는군요.....
    즐겁고 행복 했습니다
    수고 많으셨고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 ?
    선경 2007.01.16 13:29
    하이얀눈꽃숲 터널사이로 층층나무계단길~~~
    마치 천상으로 가는길 같군요
    아름다운지리의 눈꽃산행~~칼바람으로 하여 고통속에 피어난
    소중하고 아름다운 풍경들 참으로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늘 지리사랑 영원하세요~~~
  • ?
    어린백성 2007.01.16 15:20
    님의 글을 읽다 보니 처음부터 다시 지리 주릉길을 배워야할
    것같습니다.
    지리 겨울의 칼바람은 저도 익히 알고 있답니다. 춥지요.
    눈속에 푸~욱 뭍치고 싶습니다.
  • ?
    쉴만한 물가 2007.01.16 19:36
    아름다움 글과 사진에 할말이 없습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 ?
    진로 2007.01.16 21:36
    지난 주 부산에서 올라오며 함양을 들러 왔는데
    야산에 눈이 녹지 않고 있더군요.
    설경이 좋습니다....^^
  • ?
    장군 2007.01.17 09:52
    오색낙엽 휘날리던 어느 늦은 가을날 종주산행의 감회가 귀하의 아름다운 필력에 가슴 저미도록 새롭습니다. 장군
  • ?
    카오스 2007.01.17 20:17
    살아가면서, 혹은
    살아지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러진다는 거,
    살아가는 가장 큰 즐거움중의 하나 아닐까 여겨집니다.
    주신 글귀들을 대하니
    제가 이곳을 처음 찾았을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이 전해옵니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하곤 그 느낌이 너무도 좋아
    지난 지리산행기 하나를 올리며
    여러 선배님들에게 자연스레 인사를 드릴수 있었던것은
    이곳이 가진 힘입니다.
    어떠한 제약없이도 스스로 자정되어지는 이곳,
    이곳에 자리하고 계신 여러 선배님들의 힘임을
    알겠습니다.
    이안님,
    오해봉님,
    moveon님,
    대추말님,
    소슬바람님,
    선경님,
    어린백성님,
    쉴만한물가님,
    진로님,
    장군님,
    감사드립니다.
  • ?
    군자봉 2007.01.19 01:23
    사진과 함께 본 소설같은 지리산 종주기 너무도 잘보았습니다.
    저보다 속도가 빠르군요.
    벽소령에서 숙박을 하면 딱 맞는데 세석에서 주무셨군요.
    잠자리가 얼마나 편했습니까?
    새벽에 일어나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가시는 집념은 대단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 ?
    높은하늘 2007.01.19 12:31
    멋집니다...
  • ?
    카오스 2007.01.19 12:51
    준족의 걸음은 아니었습니다.
    노고단산장에서 연하천에서 세석에서 두끼를 짓고
    장터목에서 한끼.. 다섯끼를 짓어 먹고 눈앞의 풍광도 즐겼어니,
    일출시간내에 천왕봉에 도달하리라는 계획도 집념도 전혀 없었지만
    새벽잠 없는 노인네 탓이라고 함께 웃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함께한 일행들은 환갑을 지난 분이 두분, 50대 후반 한분,
    50대 초.중반 세분이었는데 서로에 대한 배려와 안배가 산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 듯합니다.
    군자봉님,
    높은하늘님,
    반가움 전합니다.
    점심 식사는 하셨습니까.
    저는 든든하게 배 채우려 갑니다.
  • ?
    들판 2007.02.02 19:39
    저길, 저능선, 바람이보이는 사진,오푸~~오푸
    숨이차옵니다, 눈을 감으면 산중입니다,
    종주를 한것같은 기분입니다,
    산에 들고싶은 저녘입니다,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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