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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시작을 알리며
(지리산 1박 2일 종주기)

1. 지리산 종주 준비물
   산행 일정 : 2002.09.06 ~ 2002.09.07 (1박2일)
   전체 일정 : 2002.09.05 ~ 2002.09.07 (1박3일)

1)      의류
  (1) 착의  
      등산복(상/하), 등산신발, 등산양말, 모자, 솟옷(상/하-box형 1벌)
  (2) 준비
      등산복(상), 윈드자켓, 등산양말(2벌), , 솟옷(하-Box형 1벌),
      무릅보호대 스포츠팬티, 반바지/면T 각1벌 (잠옷/귀향시 사용)

2)      기타
     배낭, 배낭내부용 큰비닐봉투(쓰레기봉투), 배낭비닐커버, 끈(2m이상), 수건 2장,
     코펠(냄비2개), 숟갈, 맥가이버칼, 랜턴(건전지여벌), 휴지, 물휴지, 양초, 신문지,
     약품 (진통제-타이네놀, 파스류-Bengay, 밴드, 파우더)

3)      식량
    얼린생수4ea(500ml),
    간식 :  껌1ea,  초코릿바 10ea, 사탕, 오징어3ea, 초코파이10ea
    빵 : 호빵 5개
    주먹밥(김밥) : 6개
    쏘세지 : 6개
    햇반 : 3개 (2개는 그대로 가지고 옴)
    컵라면 : 2개
    김치 : 3봉 (그대로 가지고 옴)
    통조림 : 마늘통조림, 마른반찬, 김
    (1) 9/6일 식단
       새벽 : 호빵/초코파이
       아침 : 주먹밥  
       점심 : 주먹밥, 호빵
       저녁 : 햇반 1, 컵라면 2, 통조림
    (2) 9/7일 식단
       새벽 : 초코파이
       아침 : 컵라면1, 호빵
       점심 : 초코파이, 초코바 (이동식)

2. 등산 구간 계획 (구간별 예상 소요 시간임)

  1) 9/6(금) 1일차   :   증산리매표소 (새벽식사)
        - 칼바위 - 망바위 - 문창대 - 로타리대피소/법계사 (3.8Km,  2:30) 아침0:30
        - 개선문 - 천왕샘 - 천왕봉                       (2Km,    2:00)
        - 통천문 - 채석봉 - 장터목대피소                 (2.4Km,  1:00) 점심 0:30
        - 연하봉 - 촛대봉 - 세석대피소/세석평전          (3.4Km,  1:50)
        - 영신봉 - 칠선봉 - 덕평봉/선비샘 - 벽소령       (6.3Km,  3:30) 저녁 1:00
     05:00 등정 시작하면서  등산 시간만 약 12시간 소요, 저녁 7 시경 벽소령 도착

  2) 9/7(토) 2일차 :  벽소령대피소 (새벽식사)
        - 형재봉 - 연하천대피소                         (3.6Km, 2:30) 아침 0:30
- 명선봉 - 총각샘 – 토끼봉 - 화개재 - 뱀사골대피소 (4.2Km, 2:40) 점심 0:30
        - 삼도봉 - 노루목 - 임걸령 - 돼지령 - 노고단 - 노고단대피소 (6.3Km, 4:30)
        - 성삼재매표소  (2.5Km,  1:00)
      04:00시 출발하면 (일어날수 있을지...) 등산 시간만 약 12시간 소요, 오후 3~4시경 성삼재 도착

3. 교통편 및 연락처

1)        서울 – 증산리
  서울강남(24:00, \27,300고속) - 진주(04:00,\45,000택시) - 증산리매표소(05:00)
2)        성삼재 – 구례 – 서울
  성삼재 (15:55, \20,000택시)-구례(17:40,\20,000고속)-서울(21:00)
  성삼재 (15:00, \2,950버스) – 구례(15:40)
  성삼재 (17:00, \2,950버스) – 구례(18:00, \700버스) – 구례구역(19:22,무궁화\19,400) – 서울역(00:20)
3)        터미널 연락처
  구례시외 : 061-782-3941~2,    구례구역 : 061-782-7788
  진주시외 : 055-741-6039,   진주고속 : 055-752-1001,  증산리(산청T) : 055-973-2207,  


백두대간 시작을 알리며
(지리산 1박 2일 종주기)

2002.6.5일 저녁에 서영택이사, 김한구상무, 최하영과장 과 나, 이렇게 4명이 모여 오랜만에 인사를 하고, 회포를 풀던중 누군가 (아마도 한구형으로 생각드는데) 인생의 지루함을 백두대간 종주로 헤쳐가자(?) 라는 이야기가 나와 4명 모두 시작하자고 해서 전부 동의를 했고, 그래서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계획은 10일 후 한구형이 보낸 백두대간 일정으로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2달 정도의 시간으로 백두대간 일시 종주이고, 구간종주 방식으로 할 경우 3,4년 정도가 걸리는 대장정이라는 사실과 구간 종주시 제1구간인 지리산 종주에서 탈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준비되지 않은 나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수 없었다.

그렇게, 6월 한 달을 백두대간 종주 아니, 1구간인 지리산종주의 들뜬 마음으로 보내다가 한편으로는 걱정으로 보내다가, 7월초 회사에 런닝머신이 생겨서 운동을 시작했다. 지리산 종주시 탈진이나 낙오를 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몸을 다듬을 필요가 있어서…. 8월15일 종주 시작까지 약 50일 남아있어서 몸을 가볍게해야 무리없이 종주가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8월15일을 1주일 남겨두고 준비모임을 했고, 그때까지도 준비가 덜된 상태였다.
그런데, 나에게는 다행스럽게 비가 엄청나게 와서 지리산 입산금지로 2주 연기된다는 메일이 왔다.
지리산 가기전에 북한산 등산으로 체력테스트 할 시간이 생겼다. 아들인 우식이를 데리고 북한산 비봉 (진흥왕순수비) 코스를 5시간 걸었는데 무척 힘들었다. 어린이는 체력이 좋은지 (우유 광고 선전처럼) 등산후 자전거타자고 하니…. 97년도 도봉산~북한산 등산시 거의 탈진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약 10시간의 등산으로 거의 탈진해서 정신없이 어떻게 하산했는지도 몰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1구간인 지리산 종주 일정이 2번의 연기 끝에 9월6일~7일자로 1박2일 일정이 잡혔다.
북한산 등산을 한번 더 할 시간이 있었으나 태풍으로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런링머신에서 땀만 흘렸다.

드디어, 2002년 9월 5일 목요일. 회사에는 금,토요일 휴가를 내고 일찍 집에와서 산행 준비물을 배낭에 담기 시작했다. 40리터짜리 배낭에 준비물을 넣었다 빼고, 이것저것 빼고, 수량도 줄이고 담으니 12Kg이다. 목표를 10Kg 이하로 잡았는데…. 배낭 무게를 약간 걱정하며 저녁을 가뿐히 먹고, 어머니와 아들에게 무사히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고속 버스 터미날로 출발. 이제서야 백두대간 종주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리 와있던 하영이가 표를 끊어놓았고 영택형은 저녁을 술로 때우고 왔고, 한구형은 술이 약간 덜깬 상태로 왔다. 이러다가 지리산 가서 중간 탈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9월5일 자정, 즉, 9월6일 00시에 버스 출발, 새벽4시경 진주터미날 도착, 도착하자마자 기다리던 택시기사와 네고를 마치고 4만원으로 택시비를 정한다음,  증산리로 출발. 증산리 주차장과 증산리 매표소는 1시간 정도의 등산 시간이 소요될 만큼 멀게 느껴지더군.. 역시 택시타고 증산리 매표소까지 올라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매표소에서는 입산금지 표시가 있어서 대기하다가 5:30분에 등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백두대간 종주, 제1구간인 지리산 종주의 시작을 알리는 사진을 매표소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1장 찍고 어두운 포장길, 산길을 준비한 랜턴으로 밝히고 걷기 시작했다. 거리와 배경 확인이 않되다 보니 칼바위를 지나친줄 알았는데 칼바위가 나타나니 제대로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기며 망바위, 문창대를 거쳐서 로타리 대피소에 08:10분경에 도착했다.
중간에 하영이가 머리 어지러움과 구토증세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해서 중간중간 쉬면서 걸어서인지 하영이는 힘들게 보였지만 괜찮다고 한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지리산 종주 코스중 제일 힘들다는 천왕봉을 향했다.
그런데, 하영이가 근육 경련을 호소하여 휴식하다가, 조금 더 올라가서 하산할지 결정하자는 영택형의 이야기가 회초리가 되어, 돌길을 걷고, 네발로 기어서 개선문을 거쳐 천왕샘에 도착. 약간은 보잘 것 없는 천왕샘이지만 산봉우리에 샘이 솟는다는 경이로움을 뒤로하고 거의 기어서 잡석으로 되어있는 급경사의 천왕봉 마지막 코스를 힘겹게 오르니 1미터정도의 비석에 글이 새겨져 있는 천왕봉이다. (11시경 도착함)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라는 글씨가 새겨진 길쭉한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11:30분경 장터목으로 출발.

바위굴인 통천문을 지나서 제석봉의 고사목 보호목책을 따라 걸으니 12:30분경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휴식. 로타리 대피소에서 가지고 온 쓰레기 봉투를 분리 수거해서 다행이였다. 중간중간 계속 비가 내리고 지리산은 구름으로 덮여서인지 쨍쨍한 태양빛으로 등산하면 탈진하기 쉬웠는데 아직은 걷기가 수월하다. 장터목 산장은 방문하는 등산객들이 많아서인지 시설도 좋고 널찍하니 마당도 있어서 휴식하기는 좋았다. 그러나, 산줄기 주능선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8월달의 산행 계획시 1박 하기로 했던 세석 대피소를 향해 13:40분경 출발. 이제는 내리막 길이 많고, 능선을 타고 걸어서인지 수월하다. 땀은 계속 빗물처럼 내리고 길가의 수많은 나무 및 잎에 묻어있는 빗물로 더위를 식혀가며 계속 걷는다. 연하봉과 삼신봉까지는 수월했고, 중간중간 산골을 지날 때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힘이 솟기도 했다. 바위길인 촛대봉을 지나니 ‘잔돌평원’이라는 세석평전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세석평정에는 늪지가 있는데 산정상에 늪지가 있다니 놀라울 일이다. 지금은 조그마한 나무들이 솟아있지만 10여전에는 풀들이 산정상에 쫙 깔려 경관이었다는 영택형의 이야기가 세월이 변한 것을, 자연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석산장은 길가에서는 보이지 않고, 대피소를 알려주는 이정표도 없고, 백무동 방향인지 삼신봉 방향인지 분간할 수 없어서 벽소령 대피소로 계속 출발하기로 했다.(15:30분경 출발) 그러나, 문제는 물이였다. 물이 500ml 1개 밖에 남지 않았고 일행모두 물이 풍부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선비샘까지 2시간 정도여서 참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아직은 배낭의 무게가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휴식 때 배낭을 내려놓고 다시 들려면 배낭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르막의 영신봉을 내려서 능선을 따라가니 철구조물 계단으로 된 칠선봉을 올라서 내려오니 계속된 내리막길과 능선을 따라 땅만 보고 걷는다. 오전에 약간 지체되기도 하고, 19:00시까지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해야 잠자리배정을 받을 수 있어서, 영택형과 한구형은 계속 재촉한다. 나와 계속 파스를 붙이고 마사지를 하는 하영이가 계속 쳐지지만, 힘내서 걷는다. 땅만 보고…. 덕평봉을 지나자 선비샘이다. 이제서야 수통에 물을 채웠다. 다행이 물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누군가 지리산은 물이 2~3시간마다 있어서 물이 풍부한 산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이제부터는 잘 정비된 도로가 나온다. 층계를 내려갈 때마다 오른쪽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만 벽소령이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길도 편안하게 정비되어 있지만, 한쪽은 낙석의 위험이 느껴지고 한쪽은 낭떠러지다. 영택형은 10여년 전에는 이렇게까지 정비되지 않았었다고 한다. 수많은 등산객을 위해 정비를 했나보다.
한구형은 선발대로 먼저 출발했다. 먼저 도착해서 자리배정 받기 위함이다.

약 1Km가 넘는 평탄한 길을 따라 수풀속 길을 나오자 커다란 벽소령 대피소가 바로 눈앞에 있다. 다른 대피소보다 무척 커 보인다.
드디어 지리산에서 1박 할 벽소령 대피소에 18:50분에 도착한 것이다.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약 13시간 만에 도착했다.  내리막길과 평탄한길에서 속도를 많이 내서인지 늦지 않게 도착했다. 한구형이 반갑게 맞으면서 숙소와 음수대를 알려주고 짐 정리를 했다. 우선 씻을려고 했는데 산의 밤은 무섭게 빨리 온다. 10여분 만에 깜깜해져서 세면장소까지 내려갈 수 없었다. 산장에서 세면장소까지 약 150미터 아래라고 하던데… 그래서, 허기를 산장 앞에 임시로 만든 식수대에서 해결하고 화려한 저녁을 먹었다. 아니,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많이 먹었다. 세수는 식수대에서 수통에 물을 담아 고양이 세수하듯이 씻고 영택형이 대피소에서 임대한 모포(인당 2개씩, 깔고 덮기 위해)로 자리를 깔고 잤다. 자기 전에 하영이와 나는 어깨, 허리, 허벅지, 종아리를 맨소레담 로숀으로 듬뿍 뭍혀서 마사지 하고 잤다. 이래야 내일아침 기상이 편할 것 같다.
벽소명월이 지리산 10경이라고 하는데 구름이 많아 달은 보이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잤다. 엄청나게 코를 골면서. 다음날 알았지만 영택형은 코골이 소리가 너무 커서 거의 자지 못했다고 한다.

지리산에서 2일차가 시작됐다. 하영이가 05:20분경에 나를 깨운다. 다들 나보다 일찍 일어난 것 같다. 어깨와 허리, 다리가 쑤시지만 산행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일어나서 짐 정리와 화장실을 다녀와서 (화장실에 전등이 없어서 정확한 구조는 모르겠지만 친환경적인 화장실이라고 한다.) 수통에 가득히 물을 채우고 노고단을 향해 05:50분경 출발. 계획은 04:00시 출발 이였는데 늦어졌다. 속도를 많이 내야 한다고 한구형이 앞장을 선다. 아직 어둠이 깔려있고 눈꺼풀이 시야를 가리지만 바위 길을 조금 걸으니 환하게 시야가 밝아지면서 태양빛이 따뜻하게 비춘다.

약간의 바위길인 형제봉에서 잠시 쉬면서 사진을 찍고 계속 걸어가니 연하천 대피소이다.(07:50분경 도착) 이름이 왜 연하천인지 모르겠지만, 추측컨데 연하천 근처에는 물이 많이 흐르고 있어서 (여기서 세수를 했다) 연하천으로 불리는 것 같다. 연하천에서 아침식사는 마지막 배낭을 비울 수 있는 기회여서 인지 있는 먹거리를 모두 꺼내어 식사를 했다. 이동식용 빵 종류만 남겨두고…. 남은 음식 및 쓰레기는 비닐봉투에 여러 겹으로 쌓아서 가져간다. 분리 수거통이 없단다. 08:50분경 다시 출발한다.

오르막 명선봉을 오르려니 배불리 먹은 것이 약간은 후회가 된다. 오르막은 호흡조절이 힘들고, 마음은 앞으로 성큼가 있는데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총각샘 이란 곳은 지도에 있지만 산행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계속 내리막 길과 능선길, 조그마한 봉우리들을 오르로 내려 오고 하다, 더 가파른 토끼봉을 올라가서 한참을 내려오니 여러명이 공터에 앉아서 쉬고있다.
화개재라고 이야기를 해주며, 뱀사골로 물을 보충하려면 200여 미터 아래에 있으니 배낭을 놓고 가라고 한다. 고마운 말이다. 화개재에 10:50분경에 도착한 것이다.

한구형이 자진해서 일행의 수통들을 모아서 가지러 간다.  나머지 일행은 쉬면서 행동식으로 빵 및 간식을 먹었다. 정말 한참 후에 한구형이 왔는데 왜 내려갔는지 후회된다고 한다. 뱀사골 대피소가 무척 먼 거리인 것 같다. 우리 일행과는 다르게 휴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리가 온 연하천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한마디씩 하는데 앞에 보이는 삼도봉을 오르는 층계 이야기다. 550계단의 층계를 올라가야 삼도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한다.

간식을 먹고 힘을 모아서 550계단을 향해 11:10분경 출발. 계단의 숫자가 많아서인지 지나온 길에 있던 층계와 오르막은 쉽게만 느껴졌다.  수풀길을 지나니 550계단이 보인다. 100계단씩 오르고 잠깐 쉬고 하면서 계단을 세어보니 448계단이다. 조금더 힘을내 바위길을 오르니 삼도봉 정상이다.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계라고 삼각뿔 삼면에 표기되어 한바퀴를 돌아보고 잠시 땀을 바람에 식혔다. 태양은 따뜻하게 비추는데 구름이 많아서인지 노고단은 정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능선이 길게 보인다. 옆에 있는 반야봉은 아주 높게 솟아 있다. 반대로는 불무장등 방향이다.

노고단 방향이 헷갈리게 보이지만 표지판대로 노고단 방향으로 출발했다. 중간에 올라오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방향이 맞다고 한다. 계속 내려가니 노루목 삼거리에 여러 명의 등산객이 식사를 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계속 빠른 걸음으로 노고단을 향해 전진한다. 계속된 수풀 사이 길을 속도를 내면서 걸어가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다 보니 어느새 임걸령 샘터가 나타난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식사를 하고있다. 지리산에서 제일 맛있는 샘물이 임걸령 샘물이라고 하던데 시원하고 상쾌한 맞이 좋다. 수량도 많아서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고 땀으로 젖은 웃옷을 거의 목욕하듯이 적셨다.

한참을 능선을 따라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수풀 길을 지나니 진달래로 유명한 돼지평전 표시가 있다. 돼지령을 지나고 있나 보다. 맷돼지가 많아서 돼지평전/돼지령이라 한다고 표지판에 쓰여 있다. 지리산 관리사무소 직원들로 보이는 남녀가 날라갈 듯이 우리 앞을 지나쳐 간다.
정말 부럽다. 날라갈 듯한 체력이 부럽고, 포근한 지리산에서 일하는 것이 부럽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보이지 않아 속도를 내면서 걸어가니 드디어 지리산 종주의 마침표를 찍을 노고단이 보인다.

층계를 쉬엄쉬엄 오르니 노고단 석탑에서는 많은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경치 구경을 하고 있다. 시간을 확인하니 14:05분이다. 아침에 벽소령 대피소를 출발해 8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에 식사를 하지 않았고, 또한, 힘차게 빨리 걸었던 것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것이다.
노고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나니 약간은 허탈감과 백두대간의 1구간을 무사히 마친 뿌듯함, 체력단련을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시원한 맥주를 벌컥 마시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선다.
노고단 지킴이 아저씨가 돌아가는 길과 층계로 된 직선코스로 노고단 산장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직선 층계코스를 선택했는데 갑자기 오른 무릎에 무리가 가고, 통증이 무척 심하게 느껴진다. 거의 한걸음씩만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지리산 다 와서 이게 뭐람. 무릎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종점에 와서 말썽이라니…. 아담한 노고단 산장에 도착하니 14:30분이다. 하영이에게 파스를 얻어 무릎에 붙이고 성삼재 매표소로 출발. 거의 한시간 정도 걸려서 느릿느릿 내려오니 15:20분이다.

산정상에서 버스와 자동차를 보니 도시인인 나에게는 포근함과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자연을 정말로 훼손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성삼재와 노고단은 도로 포장이 잘되어있어서 산책하러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아내에게 줄 지리산 산행지도 스카프를 샀다. 구례 터미날 까지 가는 버스 시간을 보니, 16:00버스가 없어서 구례에서 서울로 올라갈 구례행 마지막 고속버스를 놓칠 것 같아 택시를 call했다. 16:00시경 택시를 타서 구례 버스 터미날에 도착하여 서울 발 17:40분 고속버스표를 끊어놓고 시원하게 목욕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하니 가슴이 후련하다.

이제서야 백두대간에 한걸음 내디딘 것 같다. 앞으로 할 백두대간은 나를 더욱 힘들게 하겠지만, 제일 힘들다는 지리산 코스를 종주한 것이 위안이 되고 자랑이 돼서, 앞으로 백두대간에 종주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리산은 매년 와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산행에서는 날씨 때문에 경치 및 능선을 확실히 볼 수 없고 짧은 기간 동안의 종주여서 주마간산으로 지리산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백두대간 종주의 시작을 알리며 구간종주 중 제 1구간인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지나온 길을 회상하며 야밤에 작성했다.
작성일 : 2002. 09. 11일 (산행을 마치고 4일째 되던날.)
  • ?
    담박질 2002.09.13 23:36
    글잘읽었습니다. 취사장에서 그리고 잠은 옆에서 푸아... 무사히 산행을 마치셨다니 다음산행을 위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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