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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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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7년 5월 4일~ 5월 6일

산행코스 : 화엄사~노고단~노루목~반야봉~노루목~연하천(1박)

                벽소령~세석평전~장터목(2박)~천왕봉~중봉~써리봉

                치밭목~무제치기폭포~유평리계곡~대원사~유평매표소

산행인원 : 동행없음





지난 일요일에 다녀 온 삼각산 14성문 종주의 피로가 가셨는지 확인하느라

메이데이인 5월1일에는 청계산에 오르고..

청계산 가는 배낭에 찐감자 몇 알과 함께 물만 넣고 가볍게 다녀왔다.

- 덕분에 지리산커뮤니티에 감자 이야기를 올렸다가 많은 분들의 향수를 끌어냈다.



5월 2일부터.. 휴가를 신청했다.

올해 유난히 짧게 잦은 휴가를 신청하는 나를 보며 동료들이 짖꿎게 놀린다.

- 또 가출합니까?

그리고 서울을 떠나게  될 날 때문에 마음만 분주하게 서성거리다 엄마 시중

들어 드리며 하루를  보냈다.



셋쨋날인 목요일 오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밥부터 먹였다.

아이는 시험기간이라 인상을 쓴건지 안쓴건지 모를 피로를 얼굴 가득이

안고 있으면서 나를 주눅들게 한다.

대한민국 고3의 부모들.. 특히나 엄마들은 가엾다.

타고난 수재라면 몰라도.. 그냥 그런 성적으로 이 땅안에서 멋진 남자

(흘룽한 아들)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이가 초등학교 때, 나는  아이 성적으로 엄첨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과외를 시켜도, 학원을 보내도.. 직접 가르쳐 보아도.. 도무지 아이 성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서로 네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지 아이를 살필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가... 드디어 내가 용단을 내렸다.

- 세계 명문대(국내 포함)가 아닐바에는 아이와 성적문제로 사이까지 나빠지지 말자!



식구들을 다 챙기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밤 늦게 배낭 챙겨서 집 나가는 나의 뒷모습을 보는 아이아빠와 아이에 대한 내 방법의

배려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늦은 밤 친구가 부른다고 술좌석 가는 남편의 모습 보는

내 마음도 탐탁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미리 수원까지 가서 차 한잔 마시고 가볍게 지리산행 기차를 타려 했는데..

일기예보가 심상찮다.

우비가 있지만 아무래도 우비보다는 방수쟈켓이 필요할 것 같다.

혼자 오래 걸어야 하는데 필요한 것을 꺼내느라 우비를 벗고 입고..

비를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치자 수원에서 되돌아와 방수쟈켓을 챙기고

무게 때문에 우비는 빼고..

그러느라 이번에도 기차시간에 겨우 겨우 닿았다.

- 인섭이.. 부럽다는 메세지를 보내온다.

- 군산 륜이는 함께 가지 못해 안타까워만 하고...



지리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플렛폼으로 내려가니.. 설마 종주가는 인원이 있을까 하던

의문이 단번에 풀렸다.

종주를 의미하는 산만한 배낭들을 맨 산님들이 웅성거리고..

그 일행 중에 나도끼어서 기차에 오른다.



내 좌석은 여전히 창가다.

좌석을 확인하려니 왠 산님들이 내 좌석 주변에 모여 있다.

총 6명이 예약했다가 좌석 하나를 취소한 것을 내 예약에 당첨된 것이다.

몇 마디 인사만 나누고 구례구역에서 나를 깨워 달라고 부탁한 후 곧 잠이 들었다.



서대전이라는 안내방송을 어렴풋하게 들었고 전주를 지나는 듯하고..

곡성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푹 잔 것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오늘 산행에 도움이 될 듯한 수면이라 내심 안심한다.



다섯분의 산님들이 내게 질문을 쏟아진다.

왜 혼자냐..

코스가 어떻게 되느냐..

가족들이 반대하지 않는냐..

- 이런 질문은 종주 내내 듣느라 나중에는 화가 난 적도 있었다.



내 코스를 설명해주고.. 함께 가자는 청을 정중히 거절한 후

장터목에서는 마주칠 터이니 밥이나  먹여 달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자

산님 한 분이 질색을 하며.. 질타를 한다.

- 요즘 여자들은 너무 뻔뻔해!



구례구역에 도착하자 무거운 나의 배낭이 선반에서 내려지고..

서둘러 구례구역을 빠져나와.. 군내버스에 올랐다.

친절한 버스아저씨에게 차비로 1천원을 내고..

구례버스터미날까지 간 다음 4시20분에 출발할테니 배낭은 차에 두구 일을 보라는

안내까지 받았다.



터미날 상가는 벌써 문을 열었지만 화장실은 굳게 닫혀있다.

공공장소를 닫아 놓는게 다소 언짢았지만 작은 도시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이해하기로 하고 문을 열어 놓은 한 상점에서 박카스를 한 병 샀다.

- 당초에는 종주 중에 가장 힘들 때 마시려고 했던 것인데 무게 때문에

노고단대피소에서  홀딱 마셔버렸다.



04시 30분.. 거스름돈으로 차비 1천5백원을 버스비로 내고..

화엄사 입구에 내린 사람은 달랑 나 혼자다.

순간 당황스럽다.

설마 혼자랴.. 싶었는데 막상 버스에서 내린 사람이 아무도 없는대다

몇 개의 가로등만 있을 뿐 인적도 없다.



보조주머니에서 랜턴을 꺼내들고 무거운 배낭은 곁에 세워두고 두리번거리다가

네온사인 간판 하나가 들어온다.

노래방- 화장실...

친절하게도.. 화장실이 열려 있었고.. 겉보기와 달리 청소상태가 양호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화장실을 이용한 후... 화엄사 가는 방향을 두리번 거려도

도무지 깜깜하여.. 짐작만으로는 갈 수 없는게..



몇해전 여기 주차장 부근에서 콩나물해장국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떠올라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가 없다.



건너편 건물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간간히 나오는 것이 아마도 입시생들의 합숙소가

아닐까.. 아니면 수학여행 온 학생들일까 의문이 생길즈음 자동차 한 대가 들어오다가

멈춰선 후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깜깜한 4시 반..  빈 정류장에 혼자 배낭을 지키는 내가 참 우습다고 느껴지자

배낭을 메고 화엄사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마자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춰지며 아까의 차가 내 뒤를 따라온다.

무서움도 잠시.. 용기를 내어 차를 세웠다.

차창을 내려 준 분은 노신사였는데.. 화엄사 가는 방향을 묻는 내게 무조건 타라신다.

머뭇거리는 내게 자신은 좋은 사람이며 화엄사에 아침 기도하러 가는 중이라고

나를 안심시킨다.



화엄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차는 주차장 어디에 세워지고 짧은 시간에 나눈

대화내용으로 짐작하건데 퇴직후 구례로 내려와 화엄사 부근에 거주하며

유유자적 하는 거사님이다.



어스름 속에서 화엄사 대웅전 앞에 전각 하나를 해체보수하느라 절마당이 어수선하다.

여전히.. 각황전과 석등들의 유물은 웅장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대웅전을 들려 3배를 올리며 내가 지리산에 들어온 이유와 이후..지리산에서의 안전을

기원했다.

그리고 각 전각을 돌며.. 오랫만에 들렸으니 각각의 부처님들께 예를 갖추고..

각황전 마당에서 올려다 보니.. 이우는 달님이 기가 막히다.



대웅전 마당에는 벌써 연등이 가지런히 달려 있고.. 곧 시주자들의 이름이 붙여져

등불을 밝힐 태세다.

초파일 밤이 되면 점등식이 초파일 행사의 휘날레를 장식하는 멋진 행사임을

아는지라 이 법당 앞에 펼쳐질 점등식을 연상하며 혼자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태워주신 거사님이 06시 10분 부터 공양이 시작된다며 알려주시는데

아마도 아침을 먹고 가라는 말씀으로 들리지만 낯선 방해자가 되기 싫어

어둠이 가셔지고.. 각 전각의 순례가 끝나자마자 배낭을 메고.. 스틱을 펼쳐

노고단 방향으로 걷기를 시작한다. 05시 50분...

- 스틱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지난 수 차례 이 스틱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

   새로 구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느 대장님의 말씀대로 스틱은 고장날 물건이

   아니라는 말에 안에 조임나사를 드라이버 하나를 박살내고 내 힘으로 못열어

   작은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고쳤다.

   그리고 쇠에 적용한다는  용액을 뿌려두었더니 제법 말을 듣는다.



서어나무 군락지까지는 간간히 아침 운동객이 있었는데..

참샘터와 국수등을 오르면서 인적이 끊긴채 홀로 걷고 있다.

배낭무게가 느껴지면서 힘든 오르막의 계단을 오르지만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으로 기분좋은 아침을 맞이한

종주 첫날이다.



국수등을 한참 오르고 산길 모퉁이를 돌자마자 잊었던 계곡의 물소리가

웅장하게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미니폭포 같은 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바라보는

연분홍 셔츠의 처녀를 만났다.

화엄사를 돌면서 산객이 있는지를 살폈으므로 분명 내 앞에 간 산님은 아니다.

궁금증은 금새 풀렸다.

유평리에서 올라왔고 치밭목에서 1박, 세석에서 2박, 노고단 3박 후.. 하산 중이란다.

배낭이 무거워도 챙겨 온 오렌지쥬스를 따라서 권하고.. 내가 글을 쓰고 읽는

지리산커뮤니티를 잠시 소개도 하고.. 그녀에게 지리산 첫 종주이야기를 들었다.

-종주이야기는 글로 읽어도 직접 들어도 언제나.. 감동적이다.

09시경.. 종주를 축하한다는 인사를 나눈 뒤 헤어져... 코가 땅에 닿는다고 코재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곳을 올라.. 노고단대피소로 가는 도로 초입에 도착하였다. 10시..



노고단대피소에서 가져 간 우동을 끓이고.. 인섭이와 통화를 한 것 같다.

박카스를 열어 마시고.. 병 모으는 곳에 버리고.. 11:15

노고단에 오르자 멀리 내가 가야할 천왕봉까지.. 촛대봉..

그리고 내가 가고 싶어하는 중봉.. 등이 환~ 하게 보인다.

시간이 늦어선지 노고단 가는 철문이 반 장만 열려있다.

가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천왕봉 표지목 아래로 내려선다. 11:30



걷다가 내 돌의자를 발견하면 앉아서 쉬고 사진도 찍으려던 것이..

무심코 지나치다가 갸우뚱거리며 돌아와 앉아도 보고 사진도 찍고..

때마침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내 앞을 나풀거리며 날아간다. 11:40



여기쯤에서 서울 사는데 순천 친정에 다니러 왔다가 노루목까지만

다녀 온다는 부인을 만났다.  

친구들과 함께 오기로 약속했는데 모두가 어긋나서 혼자 왔다며

나에게 종주 잘 하라는 인사까지 주고 헤어지는..

- 산에 들면 누구나 착해진다는 설을 나는 믿는다.



노고단을 떠나 한 시간이 되기 전에 돼지평전에 도착하는데..

그 새 평전은 누군가에 의해 잡풀이 정리되어 약간은 어색한 모습이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계곡의 파장은 여전히 나를 사로잡는다. 12:30



그리고.. 곧 임걸령 샘터다. 13:00

갖고 있던 500mm의 물을 모두 버리고.. 임걸령 샘물을 길었다.

이번에는 500mm 물통 하나만 가져온 이유가 최근 비가 많았고..

각 샘터에 물이 많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샘터에서 양말을 벗고..  떨어지는 물을 받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발의 열을 식혔다.

- 화엄사 계곡을 오르느라 내 발은 이미 지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기서 광주 모 회사 직원들의 워크샵 산행 일행을 만났다.

책임자는 내 또래인 것 같고.. 모두가 코오롱스포츠의 베스트를 입은 것이 복지후생에

상당히 신경을 쓴듯해 보인다.

점심으로 받은 김밥등이 남는다며 내게 나눠준다는데 내 배낭 무게에 보탰다가는

임걸령 지역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압사할 듯 하여 거절했다.

- 주려던 이가 배낭이 무겁다고 투덜투덜...



비가 온다던 하늘은 비가 올 기세가 전혀 없다.

누군가 하는 말이 생각난다.

- 이안이 지리산 가면 나쁘던 날씨가 좋아지는 징후가 있더라.

아무리 배낭이 무거워도 가던 길 돌아서서 걸어 온 길을 바라보는 감상을 절대

놓칠 수 없으니.. 길이 줄지 않는다.

임걸령을 떠난지 한 시간 후인 14:00경에 노루목에 도착하는데..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

지금 시각이 오후 2시...

능선은 조용하고.. 나는 이 조용한 산길을 혼자 걸어야 할 것이다.

반야봉을 발빠른 이가 다녀 온대도 1시간인데.. 내가 걷는다면 두 배는 족히 걸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기왕 가기로 한 것..  표지목을 올라 산죽 그늘 시원한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져간 휴대용 쌕에  생수와 카메라를 넣고 스틱만  챙겼다.



반야봉 오름길에 대한 공포를 들은 바 있다.

1km의 오름길..

날은 덥고 완만한 경사에 돌멩이들의 위협도 만만찮았지만..

이름처럼 반야(지혜)를 얻을지도 모르는데 포기할 내가 아니다.

천천히 경관을 보면서 걷는데 순천인지 어느 산악회원들이 가던 길

멈추고 다리를 주무른다고 난리법석이다.

쥐가 났다는데.. 중년의 건장한 남자분이니 어울리지 않는게 우습다.

결국 일행들은 오르고 남자분은 노루목으로 되돌아갔다.



이 분들이 반야봉을 선점하는 바람에 조용하기를 바랬던 나의 첫 반야봉 대면이

어수선하다.

원하는 만큼 맑지는 못해도.. 멀리 능선이 다 보인다.

반야봉 표지석에서 뒷편이 천왕봉.. 시계반대방향으로 남부능선.. 노고단

왕시루봉.. 왕시루봉능선...

아직도 외우지 못하는 봉우리와 능선이다.



왜 반야봉인가..

밝다.. 천지상하좌우가 밝다..

밝으니 잘 보인다.

가히 지혜를 구하는 자가 오르고 싶어할 곳이다.

너무 늦게 와서 차라리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소란스러움도 없고.. 잘난체도 안한다.

다만 솟아 있을 뿐..

그러나  둥그렇게 감싸고 도는 능선과 봉우리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

더 무엇을 바랄 것인가?

이름 그래도.. 반야인것을...



지난 두번째 종주에서 지리산커뮤니티의 아낙네님이 이 곳에서 종일토록

봉우리와 능선과 반야 낙조를 바라볼 생각이라는 고백이 새삼스럽다.

나는 아낙네님의 나이에 무엇을 했던가.

겨우 직장 하나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험한 세상과 대립하느라..  힘겨워하면서

간혹 부처님 전에 엎드려 108배를 올리며 지금의 나를 생각하지도

못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 후회될 지경이다.

다시 돌아가면 반야를 세워 제대로 살아 볼 기회를 얻을지도 모르는데...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은 순전 나의 오기였음을 고백해야겠다.



반야봉에서 순천 산악회분들을 다 보내고.. 조용히 반야봉에 남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  산객 두 분이 오르시기에

반야봉비를 향해 목례를 한 후 반야을 얻지 못해도.. 반야가 무엇인지는 얻은 것

같은 뿌듯함을 안고.. 노루목을 향해 내려섰다. 15:00



반쯤 내려올 무렵 두 분의 산님과 마주쳤다.

안색이 고우신 부인과.. 너그럽게 생기신 바깥분인데.. 반야봉이 머냐고 물으신다.

거리계산에 서투신 듯...

약간의 위험구간을 빼면 오르막이긴 해도 금새라고 거짓말 비슷한 것을 하고

돌아서는데 기어이 물으신다.

- 왜 혼자세요?

혼자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그 분들의 인적상황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차산 아래 사신다는데.. 용화사 신도시라는 말씀에

장황하게 설명한 시간도.. 왜 혼자냐는 질문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았다.



다시 노루목으로 돌아온 시각은 그로부터 40분후인 15:40

아무도 없는 삼도봉에 혼자 도착했다. 16:05

혼자 서서 삼도봉 표적을 둘러가며 사진을 찍었다.

부산스러움이 없는 조용함이 좋기도 하고..

방금전에 다녀 온 반야봉을 흐뭇한 시선으로 오래도록 바라보는...

나만의 기쁨인 것이다.



여기서 늘 다음 숙소에 전화를 걸었었다.

오늘은 연하천이니 연하천 산장 전화번호를 찾아 꾹.. 누른다.

아무리 벨소리가 울려도 받지 않는 전화다.

이제 마음이 급해진다.

어제 공단 예약창에서 확인한 바로는 만석이다.

따라서 미예약자가 있을 것이고 뱀사골 산장이 폐쇄되었으니 벽소령까지

진행하지 못한 산님들이 연하천산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바빠진다.

두번 더 시도하다가 장터목산장에 전화를 걸어서 사정설명을 하였더니

공단직원이 난색을 표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공단 쪽도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지만

나는 삼도봉을 떠나야 하고.. 곧 전화불능지역으로 들어갈 것이니

시간 날때마다 통화를 시도하여 내가 연하천으로 출발했음을 알려주고

늦게 도착하여 숙소가 취소당하는 일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화개재로 내려가는 길목의 계단 500여개.. 배낭무게로 자꾸만 앞으로 쏠린다. 16:45

- 이후 내내 배낭의 균형이 맞지 않아 몇 번이고 위험한 고비가 있었다.



화개재의 너른 풀밭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늘 여기서 점심을 먹고 한참씩 쉬었던 쉼터였다.

하늘을 바라보니.. 해가 기울고 있다.

여기서 반야낙조를 볼 수 있는 운은 이제  아마도 없을 것이다.

뱀사골산장이 폐쇄되었으니 아무리 반야낙조가 멋지기로 연하천산장까지

진행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 7명의 초등동창생들이라는 팀과 역삼동에 소재한 IT관련회사 직원 14명 중

느린팀만 남아 서로에게 격려하며 토끼봉과 명선봉을 무사히 넘고  연하천에

닿았다. 18:55

- 역삼동팀과는 다음 날 장터목까지 함께 묵으며 고마움을 나누었다.



그 사이 장터목산장에서 공단 직원의  노력으로 내 숙소는 안전하였고..

덕분에 연하천산장 소장님의 환대(?)를 받았다.

- 전화기가 마침 고장이었다고...



연하천에 도착하자마자 블럭된장을 두 개 넣고 물을 붓고.. 햇반 하나를 함께 끓였다.

패킹을 잘 못하는 나의 습관 때문에 집에 김치를 가져오지 못하는 나는 백화점에서

구한 김치를 200g단위 포장 5개나 가져왔으니 김치 무게만 1kg이다..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 연하천 산장 소장님에게 한 개를 나누어 드리고(무게도 줄일 겸)

김치를 개봉하여 된장국에 끓여진 밥을 먹었다.

점심을 건너 띄면서 연하천에 오느라 배도 고팠고.. 내일 일정을 위하여 무조건

많이 먹으려고 애 썼다.



밖이 많이 추워지니 가져간 옷을 가능한 많이 입고..  

핫팩 하나를 뜯어 산장이 추울 것을 대비하고 배급 받은 침낭안에 넣어 두었다.

별들이 뜨기 시작하는 밤을 기대하며 일찍 잠이 들었다가 온습한 기온을 느껴

잠에서 깨어났는데.. 추울까봐 넣어 둔 핫팩까지 편안한 잠자리를 방해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끙끙 앓는 소리와 함께 통증 때문에 잠을 못이루는 산님들이 많다.

역삼동 팀에는 평균연령이 33세인 젊은 팀이다.

이 팀에서 부상자가 몇 명이나 속출하여 다음 날 종주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열릴 정도였는데..  역시나  중도 하산 쪽으로 기울더니..

밤 11시 귀곡산장의 신음소리를 방불케하는 것이다.



옆에 잠이 깬 역삼동 팀 처녀를 잠도 안오는데 별이나 보자며 꼬셔 밖으로 나와보니..

세상에나!

천지사방에 달빛 그득이다.

생각지도 않은 달님에.. 모두가 감탄하고..

그 밤중에 달님을 보며 라면을 끓여 밤참으로 요기를 하고..



가장 확실한 별자리.. 북두칠성을 찾아서 확인한다.

무속학자인 서정범 교수의 설명인즉..

사람이 죽으면 북두칠성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승을 떠날 때는 칠성판에 누워 간다는데...

그렇다면 나의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나를 자식처럼 귀애하시전 고모들....

모두 저기 모여 살고 계시지 않을까..



그러다가 오늘 밤.. 벽소령에 달빛이 생각났다.

여기 연하천이 이 지경이니.. 벽소명월은 더 기가 막히지 않았을까..

발걸음이 느려 연하천에 머물게 된 것이 아쉽기까지 했다.



다시 잠이 들어 깬 시각은 밖이 훤하니 밝아 오고 성미 급한 산님들은 벌써

떠나고.. 느긋하게 아침 준비로 역시나 햇반과 물을 붓고.. 끓여 김치에 얹어 먹는

식의 아침식사를 했다.

반찬으로는 깻잎김치와 장조림을 가져갔는데 장조림은 개봉도 못한..

- 무게 때문에 현금만 가져가기로 했었는데.. 그러기에는 종주의 의미가 감소될 것

   같아.. 몽땅 넣는 바보스러운 짓을 네번씩이나 되풀이하는...



찬 기온이 햇살이 퍼지면서 연하천을 데우고 있다.

평화로운 연하천을 떠나기가 아쉬워 떠남을 미루고 미적거리고 있는데..

구미에서 온 총각이.. 밥을 하려고 쌀에 물을 붓고 이리저리 가늠하고 있다.

쌀 무게도 만만찮은데.. 이상한 소리를 한다.

불리지 않은 쌀은 쌀의 양에 물을 1.2~1.5배를 넣어야 제대로 된 밥을 지을 수 있고

맨 처음 쎈 불에 끓이다가 뚜껑을 열지 말고 약한 불에 오래오래 뜸을 들여야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다나 모래나...



이 친구 기억력이 대단하다.

아침 일출 시각과 저녁 일몰 시각을 줄줄 외우고...

신동인 것 같다..

전공을 물으니 조리학과 출신이란다.

- 그러면 그렇지!



몇차의 종주인지.. 여튼 여러날 지리에 있으려고 들어 온 사람이니 오늘 일정이

세석까지란다.

부럽다. 몇 날 몇일을 주능선에 머물면서 좋아하는 풍광에서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여유...



연하천을 떠나기 전에 부려 본 여유 덕분에 당일 종주자들의 행동을 주시할 수 있었다.

얼마나 빠른지 새벽 3시반에 시작하여 6시에 연하천에 도착하였고.. 잠시 간식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나는.. 분들..

지리산을 제대로 보시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연하천 오는 길에는 양 옆으로 진달래와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고 있어서

산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곳인데... 거기다 지리산이 아닌가!



대략 바쁜 팀들이 연하천을 빠져 나간 후.. 나도 짐을 꾸리는데 누군가  낯 익은

케이스를 건네준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니..나의 카메라가 아닌가.

아침에 숙소가 좁아 서둘러 짐을 챙겨나오다가 신발 벗는 통로에 떨어뜨린 것 같다.

본래 인물 사진을 잘 찍지 않는 나이지만 특별히 화엄사에서 오르며 기념으로 한 컷과

임걸령에서 찍은 한 컷 덕분에 나의 물건인 줄 알았다며 전해주니 고맙다.

사진이 이름표가 된..

역삼동 IT팀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연하천을 떠났다. 07:45



가능한 동행을 만들지 않기로 작정한 이번 여정이니 입을 꾹 다물고..  걷는다.

혼자 걷다 보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는 효과가 있는 편이다.

그 중에 백두대간 첫 구간이라며 새마을금고 직원 2명과 마주쳤다.

새마을금고에서 경비 지원을 받았으며 접속구간 이동차량 지원을 섭외중이라는

말을 들으니 부럽다.

또, 칠순을 넘기셨다는 두 분 어른도 이번 종주에 가세하여.. 즐겁게 걷고 계시니

오늘 이 지리산에 종주인파는 그간 닫겨진 지리산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매니아들이

아니실까.... 라는 생각을 갖고 벽소령에 도착한 시각은 연하천을 떠난지

2시간 10여분 만인 10:00



벽소령에는 그 새 못 보던 물건 하나가 매점 앞에 세워져 있다.

자판기...

산 아래와  다르지 않은 가격인데 왠지 섭섭하다.

문명이 점점 지리산으로 파고 들어.. 이러다가 지리산 전체에 도로가 닦이고 자동차가

달릴까 겁난다.

하지만 나도 그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마침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나눈 분이 계시기에.. 왠 것이냐고 물으니..  편하고

시원하고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과향 데미소다가 눈에 확 들어오니.. 그 유혹을 떨치기 힘들어

1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고.. 데미소다의 캔을 손에 넣었다.

차가운 감촉이.. 더운 산길을 걸어 온 내게 시원함을 선사하니..

찰라에 마음이 변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배낭 무게가 무겁다고.. 무게 줄인다는 산님의 오이와 당근 몇 조각을

얻어 먹고 다시 길을 떠난다.

혼자 걷다가 졸립고 덥고 지친다.

더우니 자동으로 투정이 나오고 걷는게 귀찮아 질 무렵 생각을 바꿨다.

긴소매 셔츠를 벗고..  반바지로 갈아입고..

아무도 없는 산길을 노래를 불러 가며 옛 생각에 젖기도 하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기대도 해보고..

그 쯤일 것이다.

서울의 반더룽 산악회  회원 세 분이 하필 내가 쉬는 곳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말을 건네는데..

최사장이라는 사람이 걷기가 힘이 들어 다른 두 사람의 호위를 받고

떡이 남았다며 하나 얻어 먹고.. 얻어 먹은게 있으니 모른체도 못하고

보폭도 비슷하니 동행 아닌 동행이 되어 걷기로 한다.

그 중 한 사람이 반바지 차림이다.

이제.. 반바지 동지가 생겨 덜 쑥스럽게 생겨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이들과 칠선봉을 오르다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배낭무게의 수평이 어긋나며

바위에서 떨어졌다.

이런..  엉덩이가 아프지만.. 말도 못 잇는다.

한 마디로 부끄러울 일이다.

앞 서 걷던 반더룽팀 3인의 리더가 즉각 파스를 꺼내고 아스피린 한 알을 준다.

뒤 따라 걷던 최사장이 내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으므로 겁을 먹은 것 같다.

말은 내 걱정을 했다는데..  떨어지는데 남자- 여자가 따로 있는게 아니잖은가.



이제 큰 신세까지 졌으니 아무리 성질 급해도 혼자 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세 사람의 대화에 끼이다가 말다가 웃다가 기절까지는 아니어도 코미디 같은

대화에 빠져버린다.

세석에서 하산할 이 팀들은 일행과 헤어져 내일은 바래봉 철쭉을 보러 간대나..

철쭉이 없다고 약을 박박 올려도 나의 말 솜씨로는 어림도 없는 이들이다.

- 청와대를 5년 기간으로 임대했는데.. 기간연장해 달라면 어쩔 것인가 대책 마련을

  해야한다.. 모 그런 식의.. 내용없는 대화들이다.



이들과 웃으며 공포의 계단 몇 개를 오르며 기가 막힌 조망들을 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 철계단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나의 스틱이 철계단에 닿는다 싶더니 등산화 앞꿈치가 철계단에 걸려 왼쪽

무릎이 꺾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데.. 보통 통증이 넘는다.

이런.. 종주에 먹구름이 낀 것 같다는 판단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간다.

양 쪽 무릎 아래 정갱이에 각각 1cm의 깊게 패인 상처와 함께 출혈이 시작된다.

뒤에서 나를 웃기던 3인의 리더가 파스를 뿌리고 나는 내  배낭에서 1회용 반창고를

꺼내 붙이고..

영신봉의 이정표가 아무리 반가워도... 통증 때문에 서럽다.



내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계단에서.. 결국 사고를 내고는 입을 다문다.

집중하지 못한 나의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한

것을..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다. 통증이 가셔지기를 기다릴 뿐..



몇 달새에 세석산장 600m라는 이정표는 숫자가 지워진채로 그 자리에서 나를

맞이하고

그림 같은 세석평전이 눈에 들어오면서 나의 통증도 가셔지고..

산장이 나오자 최사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14:40



세석산장에 먼저 도착한 반더룽팀 3인의 리더가 라면을 끓이기로 했으니

오늘 점심 메뉴는 라면이다.

내 배낭에서 수타면 하나를 꺼내 놓고.. 포크를 들고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

낯선 사람들과 낯선 코펠 속의 라면을 서로 건지겠다는 다툼이 전혀 낯설지 않은

지리 종주인들만의 점심 시간을 마치고.. 역시 리더가 건네주는 비타민제 한 알을

건네 받았다.



이제 통성명도 없이.. 서로 각자의 길을 위해 세석에서 악수로 이들과 헤어지는데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 최사장이 나를 걱정한다.

잘 가랬다가.. 종주 포기하고 자기들과 합류하면 안돼냐는 회유책을 쓴다.

결국 내가 물었다

- 맏이지?

맞다.. 맏이란다. 그러면 그렇지...

막내인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맏이를 금새 식별해 내는 재주가 있다.



이때 아침에 연하천에서 헤여진 역삼동 IT 팀들이 아는체를 한다.

왠 일이냐니까.. 부상자들은 하산시키고  대표로 종주자들이 선발되어 천왕봉까지

간다네..

그 중에 아침에 내게 카메라를 찾아 준 친구도, 어젯 밤 라면을 끓여 먹으며

달님을 함께 본 처녀도 있었다.

이제.. 이들과 세석을 뒤로하고 오늘의 숙소인 장터목을 향해 떠난다.



세석평전을 오르며 촛대봉을 바라보면서 걷는데 카메라를 찾아준  총각이

나의 설명에 재미있어 한다.

서른여섯인데 아직 총각이란다.

지리산에 왠 총각이 이리도 많은지.. 아무래도 처녀 산님들만 따로 모아서

지리산 미팅이라도 주선해야할  일이다.



경관 좋은 곳에서 세석을 다시 한 번 내려다 보고..

철쭉이 피면 다시 올 수 있을까..  철쭉 타령도 해보고..

촛대봉을 넘는 시간은 세석을 출발후 20분 만이다.

여기서부터는 조망도 좋고.. 여기 저기.. 볼거리도 많다.

자연 말은 줄어들고.. 대신 눈이 바쁘다.



연하봉을 지나친게 17시 30분경...

장터목까지 가려면 한참이나 남은 것 같다.

중간 중간에 얼레지와.. 고사목과.. 진달래가 어울러져  5월의 지리산은

꽃밭이다.



밧데리가 적어 아끼고 있는 나도 역삼동 IT팀들과 사진을 찍고

가면서 장터목산장이 나올듯 나올듯 한데.. 카메라 총각이 지루한지 자꾸만 묻는다.

허긴.. 그럴것이 지리산 첫 종주인데다 지쳐 있으니 나처럼 느긋한 산행이

아닌다음에야 이 산길이 지루하긴 할 것이다.



걷다가 목장 같은.. 곳을 지나치고 곧  헬기장도 지나치고..

내가 좋아하는 작은 소백산 구간 같다는 곳을 올라서..

장터목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50분 경...

서로 수고했다고 악수로서 격려하고.. 바람이 세차니.. 옷을 많이 입고..

장갑도 끼고..  저녁을 어쩌나 걱정하다가  목요일 밤에 기차에서 만난 산님들과

마주쳐졌다.

식당에서 고기를 굽던 분들이 모두 나와 반겨 주신다.

누가 보면 6.25에 헤어진 누이 만난 것처럼..



마침 고기가 익었다며 자리를 양보해 주시니 염치없이 그냥 먹기만 하고..

이 덕분에 저녁은 건너도 될 듯하여 밥을 하려다 말았다.



해가 넘어갈 무렵..  백무동 방향으로 일몰이 장관이다.

잠깐 사이에 놓칠까 서둘러 카메라 앞에서 서두른 덕에 한 장정도의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얻을 수 있을 듯하고..

바람은 점점 세차지니.. 어둡기 전에 물을 긷고 쌀을 씻고

아침에 배운 쌀 분량의 1.2배나 1.5배 분량의 물을 넣어서 불리는데..

에고... 밥 짓게 제일로 어렵다.

- IT팀의 팀장이 결국 손가락을 넣어 물을 맞춰주었다.



그 안에 숙소 배정을 받고..

- 어제 연하천산장 소란으로 알게 된 공단 직원이 아는체를 한다.

  허긴 오늘도 혹시를 몰라 산장측에 세석을 출발한다고 연락을 취했다.

짐을 옮기고..   역삼동 IT팀들에게 소주 1병을 선물로 주고..

- 지리산 와서 술을 마시지 못했다. 아니다, 술을 마셔야 할 이유가 없어서다.



바람이 세차니 산장 밖 식탁에서 밥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취사장으로 갔더니

그 새 아는 분들은 숙소로 돌아가고 저녁이 늦은 이들이 남아 부산하다.

그 곳에다가  내 버너위에 쌀을 앉힌 코펠을 올려 놓고 왔다갔다..

바깥 풍경이 궁금하니.. 자연 들락날락..

쎈불에 끓인다음 불을 줄이라 했으니..  쎈불로 높여 끓인 후 불을 낮춰 놓고

내 버너 옆에 밥 짓는 남자산님께 내 코펠에 물이 넘는지 보아 달라고 부탁한 후

숙소에 가서.. 몇가지 챙기고..  30분이 후딱 지났다.

- 여기서 30분이라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 밥을 뜸들이는 시간이 30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도시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어제 먹은 햇반의 빈용기가 생각났다.

대충 챙겨서 쓰레기 봉투안에 넣었는데.. 비닐주머니에 밥을 담는 것보다 나을듯하여

새로 설겆이를 하고.. 그 곳에 도시락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 지리산 올 때 S가 내게 하는 말이 생각난다.

- 밥은 한번에 다 해라.

- 밥도 잘 못하면서 무거운 코펠과 버너는 왜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밥이 다 되었는지 취사장에 다시 가 보니..

이런.. 사람들이 내 밥을 구경하고 있는게 아닌가..

옆 테이블에 남산우님은 아직도 밥이 덜 되었고..

우측 산님들은 내 밥통을 보더니 감탄을 하며 자신의 동행인 여산님에게 전한다.

- 보고 배워라!



햇반 두 개 분량의 밥을 담고.. 남은 밥은 코펠에 남겨 두었다.

그리고 뚜껑이 없으니 비 오면 쓰려고 가져 온 비닐팩을 씌웠다.

이로서 내일 아침과 하산하면서 먹을 점심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지리산에서는 식량만 확보되면 모든게 오케이라는...



역삼동 IT팀의 여직원과 내가 같은 연하봉실에 배정되었기에 아침 기상시간을

알려주며 함께 가기로 했다.

그리고.. 소등 전에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녀석은 매번 그렇듯이 어디냐고 묻는다.

지난번에 가르쳐 준게 있으니  인터넷에 들어가 장터목산장을 찾아서

엄마가 그 곳에 묵는다고 알려주었다.

열아홉살이기는 해도 아직 아이가 맞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면서 혼자 학교에 가야하는 날은 문자로 투정이 심하다.

어느 날은 가슴을 가리키며 눈물을 글썽거린 적도 있다.

아마 순간적인 외로움을 탔던 모양이다.



오늘 하루 종일 들은 이야기는 어린이 날에 엄마가 집을 비워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인식속에 어린이 날이라는 기억은 굳게 자리잡힌 것 같다.

나 어릴 때는 어린이 날 행사에 선물 받아 본 게 없는데..

다만 어머니 날에 내가 만든 카네이션을 엄마께 달아드린 적은 있으며

돌아가신 아버지 것으로는 하얀 카네이션을  만들면서 울었었다.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보물찾기를 시켰다.

녀석은 내가 잔소리라도 할 량이면 이런다

- 엄마 내가 아직도 아기 인줄 알어? 나두 다 컸어.

그런 아이에게 어린이 날 선물을 준비한게 있었다.

농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녀석이니.. 당연 농구에 관련된

물품을 구하느라 내 딴에는 신경을 좀 썼는데 녀석 마음에 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에 숨겨놓고 온 것이다.



얼마 후에 선물을 찾았다며.. 기쁨이 역력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신 기가 죽은 목소리로.. 하는 말..

- 엄마가 아끼는 거울을 깼어.

그때서야.. 오늘 다친 일을 이해했다.

녀석이 이번 지리산행을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자꾸 떼를 썼다.

- 엄마 주말에 돌아오면 안돼?

- 안돼.. 지리산은 주능선에 오르면 하산이 어렵다. 정해진 코스에서 이탈하면

  시간도 시간이고 낯선 곳에서 고생을 많이 한다.

그 말이 걸렸는데.. 결국 거울이 깨지면서 녀석의 징크스를 마무리 한 것 같다.



공단 직원이 소등하러 온 시각은 21시경..

숙소는 적당한 온도로 쾌적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긴 어제 연하천은 거의 최악의 컨디션이었기에 오늘은 연하천보다 나으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 정도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가 뿌석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장터목에서는 화장실 가는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누군가 기척이 나면 따라가야지 마음먹고 누워 있는데...

아까의 뿌석거리는 소리가  무슨 소린가 싶었다가 곧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비!

내 자리가 창가인데다 열면 바로 산장 밖  휴게소다.

문을 열자..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지리산에서 비를 보기는 처음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렌턴을 들고 방수자켓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왓다.

칠흑같이 어두움 속에서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고...

숙소 바깥으로 돌아 산 아래에 화장실까지  흥건하게 고인 물 웅덩이를 건넌다.



기어이 일기예보가 맞았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누웠다가 생각을 고쳤다.

배낭을 새로 패킹해야하고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할 것 같다.

비 오는 하산길에 동행이 있는 것도 아닌데.. 비를 맞으면 추울 것이고..



반야봉에 오를 때 쓰던 쌕에 코펠과 물병과 버너와 반찬등을 넣어 취사장으로  갔다.

그새 사람들이 나와 비를 보며 웅성거리는데.. 취사장의 문은 굳게 잠겨서 열리지

않는다.

어떤 분이.. 밤에는 잠구나 봅니다.. 라고 하지만 밤에 잠기는 취사장은 이 지리산에는

없는 것이라 여기고 필시 안에서 누가 잠근것 같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무렵

남자 산님이 문을 당겨 열어 주었다.

철문이 틀어져 닫기면 열리지 않는... 고장난 문이다.



엊저녁에 숙소가 남는다고 안내방송이 있었는데도 취사장 안은 거의 숙소처럼

침낭안에 사람들이 들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취사장에서 비박하는 것을 싫어한다.

취사장은 그야말로 식사를 위한 장소이지 침낭을 입고 자는 곳은 아니다.



식사 준비를 하려면 자연 덜그럭 소리를 내야할 것이고..

그들은 수면 방해를 받을 것이고.. 나는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리산에 올 때마다 취사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다.

내 취사장소 옆 사람이 취사장 문을 닫아 달라고 해도 닫지 못했다.

닫으면 열리지 않은 문이라고 설명하자 남자는 묵묵부답...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코펠에 물을 넣고 버너에 불을 붙이고...

새 김치를 개봉하고 아침에 먹으려던 햇반용기 도시락을 열었다.

밥이 먹힐 것 같지 않지만 추울 때는 든든히 먹어두는게 상책인 것을

살아 오면서 체험한 것이기에 가능한 많이 먹었다.

코펠에 남은 누룽지를 끓여 뜨겁게 숭늉으로 마시고..

용기의 반 이상을 아침으로 먹고..

코펠 뚜껑에다 스틱 커피 두 개와 설탕 한 스틱을 넣고 끓였다.



산에서의 커피는 설탕이 많아야 맛이 나았던 것 같고..

끓은 물에 커피와 설탕을 넣으면 뜨겁지 않으니 커피 맛이 덜 하다고 배웠기에

이 방법으로 노고단에서도.. 연하천에서도.. 장터목에서도 이용했다.



커피 두 개를 넣고 물은 한 컵 가득이 넣고...  커피향이 신선하다.

이 아침에 모두 자는 신새벽에 혼자 깨어 밥을 먹고 커피를 끓이고..

비가 와도 행복하다.



버너와 코펠을 분리하여 쎅에 정리를 하고 버너가 뜨거우니 손에 들고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와  1층과 2층 사이 난간에 앉아 혼자 커피를 마신다.

배낭 패킹에 대한 구상을 하며..



배낭을 들고  아까 커피 마시던 난간으로 옮겼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에서도 이 산장에 묵었고 오늘처럼 이 난간에서 짐정리를 했다.

배낭 패킹이 서툰대다 배낭이 작다보니 아무리 배낭 패킹을 잘 해도 찾을 때는

온 배낭을 발칵 뒤집는 나의 서툼..



커다란 비닐을 배낭에 넣고..  

그 안에 작은 비닐주머니들에 갈아입을 옷과 핸드폰과 카메라등을 차례로 넣는다.

윈드쟈켓 하나는 비가 맞지 않게 비닐주머니에 넣어서 배낭 안에 넣어두고

많은 물이 필요치 않을 것이니 쥬스병에 받은 물은 버리기로 했다.



어제 IT팀들에게 얻은 밑반찬을 치밭목산장 소장님께 드리려고 챙긴 것은

무거우니 장터목 산장에 투기했다.

-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쓸 것이기에..



우모바지를 입고.. 바지는 어제 입은 것을 그냥 입기로 했다.

비 때문에 젖을 것인데.. 쾌적함이 별 필요 없을 듯하다.

반소매 셔츠를 이너로 입고 겉에는 긴소매 셔츠를 입었다.

더우면 벗어야 하므로.. 일단 입고 출발한다.

모자를 세 개나 챙길 때는 습관이었는데..

여름모자를 넣고.. 고어택스로 된 챙이 있는 모자를 썼다.

- 구한지 7년도 넘었는데 이 보다 더 마음에 드는 모자를 발견하지 못하여

   고어의 역활을 해줄지가 의문이어도 꼭 넣고 다닌다.



스틱을 켜고... 배낭을 메고 비 오는 산장을 빠져나왔다.

다행이 바람이 불지 않는다.

바람이 없는 비는 걸을만 할 것이고...



천왕봉 1.7km 표지목에 IT팀들이 반갑게 인사를 주는데..

이들과 함께 오르면 든든한 것이다.

젊은이들이니 나보다 먼저 오르고.. 조용해진 천왕봉 오름길을

혼자 오른다.

주위는 환해져서 렌턴도 필요없고.. 다만 시계가 불량할 뿐..

비가 내려서 그렇지 걷기에는 별 불편함이 없다.

다행이 챙 모자가 빗물을 거두어 주니 안경이 젖지 않아  편안한 빗길이다.



제석봉 오르는 길이 조용하다.

그냥 올라도 쓸쓸함이 묻어나는 제석봉인데 비까지 내리니 더욱 그러하다.

오르 내리는 사람이 없으니 넓고 고즈넉해서 좋다.

비가 내리니 걷기에 불편하고.. 사람이 없으니 걷기에 편하다.

하나 나쁘고 하나 좋고.. 손해 난 것이 없다.



제석봉 지나자 IT팀들이 배낭을 모아서 비닐을 덮어 씌웠다.

그 곳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는데.. 배낭 없이

천왕봉을 오르고 여기까지 와서 백무동으로 하산 할 량이다.

IT 팀들이라 진취적인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행동도 역시 빠르다.



이들과 통천문 사진을 찍고.. 빗길을 조심히 올라서 천왕봉에 닿았다.

IT팀들 중에 천왕봉에 와 본 사람은 팀장 한 사람 뿐이라니..

이들의 기쁨도 클 것이다.

천왕봉 비를 안고.. 내가 감격해 하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 아, 사진 받아야지...



첫날부터 오늘까지 동행아닌 동행으로 여기까지 온 이들과 칭찬과 격려의

악수를 나누고.. 여기서 다시 이들과 헤어지고..

아무도 가지 않는 유평리 길의 이정표를 따라 내려선다. 07:10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 이 길을 지나갔다.

군산 륜이와 대희와.. 두 청년과 얼마나 즐겁게 하산하던 코스였는가..

그러나 오늘은 비조차 내리고.. 인적도 없다.

유평리 갈림길에서 금새 내려온 천왕봉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만 목례로서 인사를 나눈다.

- 다시 올거야...



마침 무리진 산님들이 중산리 방향으로 틀면서 내게 묻는다.

- 유평리 가세여?

일행없이 혼자인 나를 걱정하는 산님들 사이에.. 왠 남자분이

나를 따라오겠단다. 자기도 싱글이라며..

순간 내가 당황했다.

정말 혼자 걷고 싶었으니..

내가 단호히 거절했고.. 상대는 일행 중 한 사람인듯 했다.

솔직히 정말 따라오면 어쩌나.. 걱정했을 정도의 인상을 가진 분이다.



유평리 길로 들어서자 다시 조용하다.

비가 와도 이정표 거리를 측정해 본 다음..

- 개선문이 없나.. 고민했는데.. 중산리 방향에 있는 것을... 쯔~



비는 내리고.. 바람은 없고.. 혼자 걷고 있다.

걸어 갈 길이 아무리 멀다해도.. 두려움도 없고 무섭지도 않다.

지리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지리만 오면 용감해 진다.



많이 걷지 않고 중봉에 도착했다. 07:56

카메라는 안에 넣었으니 핸드폰을 꺼내 기념으로 사진 하나를 찍고...

새벽 3시에 아침을 먹은 탓에 허기가 느껴져.. 배낭 내린 김에 양갱이 하나

꺼내어 먹는데 뒤에서 두 산님이 혼자냐고 묻는다.

- 어제 반더룽 팀원들이 내게 하산 선물로 주고 간 것이다.

   그 한 셋트를 IT팀 총각에게 주고 남겨둔 것인데..이 번 지리에서 든든한 식량이었다.

이 빗길에 나 말고도 유평리 길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여기서 한참 오르고 내리고..

난코스 구간을 만났다.

그 때는 어떻게 내렸을까..  우회를 찾다가

배낭을 벗었다.

스틱을 던져 놓고 배낭을 던질 참이다.

뒤로 돌아서 내려가려해도.. 발 끝이 땅에 닿지 않을 것 같아 잠시 망설이는데

사람들 소리가 두런 두런 들려온다.

기다리기로 했다. 지리산이니까..



세 사람의 산님이 나를 보자 놀란다.

- 혼자세요?

- 네.. 여기를 내려가야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을 것 같아 이러고 있어요.

- 한참 기다렸나요?

- 아뇨.. 금새..



그 분들의 도움으로 배낭이 내려지고...

나도 내려오고..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발 빠른 그들은 앞에 가고..



써리봉 표지목에 도착할 무렵 남자 산님 두 분을 만났다. 09:40

써리봉을 올라 좌우 조망을 살피지만 지난 크리스마스 종주처럼 전망은 없다.

다만 그 날은 서리꽃이 이뻤고.. 오늘은 진달래와 얼레지가 이쁘다.

따라서 꽃은 다 이쁘다.



유평리 길을 내려오면서 시간을 보지 않기로 했다.

의미 없는 일에 시계를 보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낭비다.

써리봉 가기 전에 비옷을 벗었다.

구름이 여전히 많기는 하여도 비가 그쳤기에..  대신 배낭안에 윈드쟈켓을 꺼내 입었다.

또 젖은 장갑은 배낭 옆 주머니에 넣고 지하철에서 파는 1천원짜리 겨울용 장갑을

꼈다. 봄이라지만 한참 비를 맞았더니.. 으실거리던 손이 장갑을 바꿈으로서

따스함이 전해와.. 기분이 좋아진다.

- 이번에 가장 잘 한 일이 두 개의 방수쟈켓을 선택한 일이다.

  우비의 거추장스러움이 없었으니...



써리봉 지나고.. 코끼리 바위를 만났다.

혼자 비박하면 좋을 곳이라고 생각하고..

비가 내렸다면 아마도 나는 그 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었을 것이다.



혼자 하산하여도 두려움이 없는 산길이니..

거기다 간간히 치밭목산장에서 묵고 올라 오는 산님들도 만나고..

아이들도 부모님 따라 지리산을 닮고자 올라오는 예비 산객들이 있다.



써리봉에서 치밭목까지는 철계단이 많았던 것 같다.

본디 계단 공포증이 있는 나는 철계단의 무서움에 빨리 진행하지 못하고..

치밭목이정표를 발견한 곳은 치밭목으로부터 1km 떨어진 곳..

그리고 천왕봉으로부터 3km를 내려온 곳이었다.

더디게 더디게 내려와..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길을 걸어서 이정표 통과한

시간으로부터 20분 후... 5개월만에 치밭목산장에 도착했다. 10:25



내려온 산님도 드문데 산장 식탁에 머무는 산님이 의외로  많다.

마침 산장소장님이 나오시니 반가움에 인사를 드리고..

내 컵을 찾는다.  컵을 들고.. 커피를 기다렸으나.. 내 컵을 보시더니 코웃음을...

산장의 커다랗고 하얀 머그에 가득 원두커피를 따라 주시는데..

나중에 보니 한 잔에 2천원 받는...  상품이었음...



무거워도 가져와 남은 쌀 두 컵분량을 소장님께 전해 드리고.. 장터목에서 길어

온 물을  부어 라면을 끓였다.

- 배낭 패킹에서 라면은 다 부서지고..

부서진 라면이지만 다 넣었다. 남으면 쓰레기가 될 것이기에..

물이 적은 듯 하여 좀 더 부었더니.. 물이 많다.

라면 끓이는 방법에 서툴러서..

- 산에서 라면을 끓일 때에는 물을 적게 붓고 스프를 적게 넣어야 국물을 남기지 않고

  조리할 수 있다.



수타면이라 내용물을 다 넣었더니 맵다.

아침에 먹다 남긴 반공기의 밥을 반찬삼아.. 김치를 꺼내어..  맛있게 먹은 후..  설겆이

비슷한 휴지 설겆이를 하고 하산을 위한 물을 길러 가면서 컵과 머그를 씻고..

아침에 빼먹은 소금양치를 하고..  배낭패킹을 새로 하고..

머그를 돌려 드리러 매점문을 열었더니 커피를 더 마시겠냐고 물으시는데..

민망하여 그만 마시겠다니..

- 커피 새로 뽑을건데..



왠 횡재인가..

이 산중에 원두 커피에.. 소장님과 산장 메이트의 친절까지..

평소 볼 부은 말씀을 잘 하셔서 산님들의 원성도 좀 듣는 편이라는데..

나는 지난 크리스마스 종주에 나무라듯 말씀하시는 말씀 모두가

나의 안전을 위함인 줄 아는터라 하나도 섭섭하거나 노엽지 않았다.



원두커피 한 잔을 더 받아서.. 앞 봉우리가 웅석봉이라는 안내까지 받으며

산장을 지나치는 이들을 바라보며 커피향을 즐겼다.

무엇이 그리 급할까..

하봉으로 산행하겠다는 포항팀 산님들이 있었고..

산장이 시끄럽다가 그들이 올라가고 난 후 조용해 진 산장을

한 번도 돌아보고...   서울 모 산악회 팀이라는 남, 녀 두 분이 소장님께 하산길을

물으니 소장님 말씀..

- 이 아가씨 따라 가라..

졸지에 아가씨가 되었다.

아니다 IT팀들은 나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두 산님이 함께 가자시지만 발도 느리고.. 호젓함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아 내려가다

새재와 계곡 갈림길이 나오면 새재 쪽으로 가라 알려 주고 내려오던 치밭목 산장을

올려다 보며 천천히.... 걸었다. 12:00



얼마나 걸었을까...

계곡 저 쪽에서 이쪽을 건너야 하는 곳에 물이 철철 흐른다.

아직 시간은 12시를 좀 넘었고.. 갈 길이 멀다 하여도 해는 길다.

발을 벗고..  발을 씻었다.

뜨거운 발이 시원한 계곡물에 닿자 이내 냉기가 온 몸에 퍼진다.

오싹..... 시원...



비에 맞아 집어 넣은 장갑을 꺼내 맑은 물에 헹구고.. 꾹 눌러 짜서

비너를 꼽아 배낭에 걸었다

- 폼은 정말 그럴듯한 산꾼 비슷하다.



발을 씻고 배낭에서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는데 사람 말 소리가 들린다.

- 샘물 떠 와~

때묻지 않은 맑은 음성이다.

이 산중에 왠 선녀같은 음성일까.. 돌아보니 저 만치 배낭을 내려 놓은 젊은 사람과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인 처녀가 서 있다.

배낭을 내려 놓은 사람이 패트병 하나를 들고 산으로 오르는데..

잠시 후 물을 담은 패트병을 가지고 내려 온다.

궁금증 많은 나..

- 여기 어디에 샘이 있어요?

처녀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산 아래를 가르치는데..

샘터 표시도 없는 그 곳에 샘물이 흐르고 있다.

석간수는 아니지만.. 이 물을 길어다 차를 달이면 좋겠다는 생각만 할 뿐

생수병이 없으니.. 손으로 떠서 목만 축이고...



- 어디 가세요?

- 치밭목으로 놀러 갑니다.

배낭 맨 사람과 처녀는 내가 건넌 징검다리로 건너지 않고 성큼성큼

나무다리를 건너 내가 내려온 산길을 올라간다.



기억해 놔야겠다. 나무다리 옆 샘터.. 이름을 짓기로 했다.

<나무다리 샘터>



좀 더 내려와 무제치기 폭포 이정표에서 멈추었다. 13:20

유평리 6km

지난 해 크리스마스 종주에서도 이 곳에 들려서 사진도 찍고..륜이와

대희와  빙벽을 보며 빙벽등산가들이 좋아하겠다는 말을 한 적 있는데...

계절은 바뀌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웅장함까지는 아니어도 세속의

찌듦을 씻어 주기에 충분한 수량의 폭포수가 흘러 내린다.



다른 폭포와 무언가 다르다.

전체에서 흐르지 못하고 양 쪽 가장자리에서 흐르다가 모였다가...

좀 더 내려가니 배낭 세 개가 놓여있다.

문득 내가 풀지 못하는 일귀하처가 생각났다.

만법귀일.. 일귀하처..

하나로 모여.. 그 하나는 어디로 갈까..

- 인연에 의해 모였다가.. 인연 따라 흩어지는.. 저 폭포수 같은게 아닐까..

화엄사에서 오를 때 지나친 연기암이 생각난 것도 하필 그 때였다.



아래에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두 사람 모두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문가용으로 보이는게..

취미가 같은 두 사람 같았다.

방해가 되었냐고 묻고.. 내 카메라를 주면서 내 사진을 부탁했다.



그들이 떠나자.. 폭포는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폭포는 줄기차게 흘러 내리고..

내 생각도 폭포수를 따라 흘러가고..

폭포수 앞 넓은 바위에 누어서 하늘을 본다.

적어도 이 순간..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지금 이 곳에 있는 나는

신선, 아니... 선녀가 부럽지 않았다.



한참을.. 폭포를 향해 누워 잠이 살짝 들까 말까..

한기가 느껴진다.

폭포를 두고 떠나기 아까워도.. 다시 들리기로 하고 폭포를 향해 손을

흔든다.

- 결혼 후 처음.. 강아지나 송아지에게 먹이를 주면서 말을 걸어서 시댁어머님께

  혼도 많이 났다.

   지금도 시댁에 가면 강아지에게 ' 잘 있었냐?' 고 말을 건다.



무제치기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새재 갈림길 까지 걷는다.

지난 해 여기서 새재로 넘어갔다.

륜이와 대희와.. 셋이서..

륜이는 벽소령산장에서 만나 동행을 이루고..

대희는 서울에서 장터목산장으로 와서 합류한

륜이와 대희가 선후배 사이라.. 유평리로 하산한다는 륜이와 코스가 맞아

동행을 이루고 따라 왔었다.



새재로 눈길 한번만 보내고.. 13:42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유평리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아 놓고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서 내려다 본 내려가야할 계곡이 기가 막히다.

여기서 한참을 쉬고..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니 보고 싶지도 않다.



다시 계단이 나오고.. 14:36

거기서 바라보는 경관은 아까의 계단보다 더 훌륭했다.

치올려다보니 잠시 낮잠에 빠졌던 무제기폭포가 살짝 보이는..

내가 두 발로 걸어서 내려온 구비구비...

아래로 굽어 보니 가야할 계곡이 구비구비... 맥 따라 모이는...



거기 앉아서 위 아래로 굽어 본다.

아직 하산할 시간이 남았을 것이므로..



몇 팀들의 군화같은 발자국 소리 때문에 진행하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이 소란을 딛고 걸어갈 자신이 내게는 없다.

돌을 건너 건너 하산해야 하는 이 계곡길을 저 발자국 소리가

거슬려 아무래도 집중을 할 수 없을 듯 하고...

혼자서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 일행들이 다 지나간 다음에

내려가리로 하는데 예의 팀들이 안면이 있으니  왜 하산을 하지 않느냐고

질문이 건너 온다.

- 혹시 여기 있으면 선녀가 될까 싶어서라고...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저렇게 많은 인파 속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게

정확한 이유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올려다 본 윗 산에 구름이 드리워지더니 구름의

무게가 아래로 내려옴을 알게되고..

비구름이 섞어있을 것이기에 배낭을 메고.. 다시 걷는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배낭을 풀어 비옷으로 갈아입고...

비가 오는데 허기가 느껴진다.

극한 상황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어제 반더룽팀원이 주고간  약과 하나를 빗 속에 먹으며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상황에 배가 고픈게..  신기하고.. 본능이란게 이런 것인가 싶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20년도 더 전에 큰오빠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대처를 떠돌아다가 부고를 받았다.

오빠는 병풍 뒤에서 나를 불렀는데..

그 상황에서도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또 잠이 쏟아졌다.

그 때 나는 배가 고픈 나 자신이 용서가 안되어서 참 힘들었던...

그 후 얼마동안 밥을 먹는다는게 얼마나 치욕스럽게 생각했었나..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언제부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났다.



약과 하나를 빗 속에서 먹고 일어서려는데 낯선 남자분들이 가던 길 멈추고

돌아본다.

눈이 마주쳐지자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하고..

같은 길을 가야하니 그들의 뒤를 따라 내려오는데..

여전히 같은 류의 질문이 쏟아진다.

- 왜 혼자냐..

- 어린이 날인데...

- 가족이 이해하느냐..

50대가 넘을 듯한 이 분들에게 내가 할 말이란... 무응답...

..........



말이 길어지자.. 합리적인 응대를 하기 시작했고..

기성세대 특유의 야단침으로 되풀이되는...

말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절대 지지 않고 대응에 나섰고..

그러다가 그들을 따라 걷는 바람에 날머리를 잘못잡아..

상가지역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내 잘못인지 그들 잘못인지 모르지만 부아가 치밀었다.

잘 내려온 막판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게 억울하고 분했다.

그들이 식당을 예약했다며 함께 가자고 청했지만  신세지는 것도

싫었고..  내가 지불하는 것도 싫었고..



그보다 길고 긴.. 유평리 계곡의 마지막 자락이 궁금하여..

젖은 비옷을 개키고..  배낭 정리를 한 다음..

마을을 빠져나와 계곡으로 올라.. 아까 상가지역으로 빠지기 전에

길까지 되짚어 올라갔다.

불과 200m도 안되는 곳에 길을 헤매게끔 되어 있었는지

나 아닌 다른 산님도 상가지역으로 하산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기심이.. 마무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17:00



올랐던 길 내려와.. 계곡 끝에서 신을 벗고.. 발을 식히고..

대구 K2팀들의 후미가 속속 내려오고..



유평마을에서 포장길을 걸어 대원사에 도착하였고

지나칠까 하다가 대웅전에 들어가 3배로.. 회향을 마쳤다.

화엄사가 입제이고.. 결제라면..

대원사는 회향이고 해제다.

등산화를 고쳐 신고.. 대웅전을 향해 합장 반 배만 드리고 돌아 서려는데

요사체에서 스님 한 분이 나를 향해 걸어 오시는데..

눈이 마주쳐서 합장으로 예를 갖추었다.  

알듯 모를듯... 미소가 지어진 스님이 질문이...

- 어디서 오느냐?

선문답이 아닐테니.. 화엄사로부터 출발했고 마무리가 대원사라고 말씀드리자

동서를 횡단 했다고 함께 기뻐해 주시는데...

맑은 모습과 목소리와... 부럽다.



내 법명을 말씀드리며 스님의 법명을 물었다.

계사스님이 전 불교방송 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성우스님이라는...묻지도 않은

말까지 보탰다.

@무일스님...

스님이 내 나이를 물었다.



스님이 경자생이냐고 물으시는게 수상해서

- 경자생이십니까?

답 대신 빙그레 웃으신다.



같은 나이에.. 한 사람은 산문안에서

한 사람은 산문 밖에서 산문안을 들여다 보고...



인연치고 참 묘했다.

스님의 가사장삼과  파르라니 깎은 뒷 머리가 부럽다.

예전부터 얼마나 부러워했던 모습인가..

그래선지 나는 아직도  가사장삼만 보면 가슴이 뛴다.



수고했다는 인사와 다시 오라는 인사를 받고..

유평리 주차장을 향해 빠른 걸음을 재촉하여...

길고 긴.. 지루하다고 생각든다는 길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걸으면서 종주를 마무리했다.



원지까지 가는 버스를 타긴 했는데..

앗뿔싸..

서울 가는 고속버스를 예약하라고 맨 처음 지리산 원격조정자인 S가 말했는데

내 감정에 취해 집에 가는 차편을 알아보지도 않아서 난감했다.

일단 원지버스정류장에 전화를 걸어 떼를 썼다.



한 사람 뿐이니.. 어떻게 구해 주면 안되겠냐고..

원지 가기전에 정류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행이 한 좌석 남는다고..

-  산문을 나오자 마자 속세법에 금새 익숙해버리는.. 오늘도 나는

종주를 하긴 했어도 지혜를 얻기는 커녕..   미성숙한 나로 돌아가고 말았다.

여전히 미혹한.... 본래면목으로..





*

당초 대학동기와 둘이 떠나기로 했던 종주였는데..

고집 센 친구와 몇 날을 다투며 이해하며 지낼 일이 끔찍하여 다시 혼자 떠난 이번

종주였습니다.

다른 팀들의 덕유산 종주 일정도 있었고..

섬진강 도보 200리 일정도 있어서 마음이 잠시 흔들린 적은 있으나..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사람을  어디서 만났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는 것처럼

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설악은.. 너무나 화려하여 감히 사랑하다 찔려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고..

태백산, 계룡산은 혼탁한 기운이 서려있는듯 하여 차마 산으로 사랑하기 두렵고..

사랑이 어떻게 변하느냐는 질책이 있을지 몰라도.. 소백산은 여전히 나의 그리운

산으로 남아 있긴 합니다.



지리산..

지리에만 들면 저절로 용감해지고 홀로 산길을 걸어도 두려움이 없어지니..

스스로 지혜로워졌다고.. 찬탄하고 싶어집니다.



이 글을 끝내며.. 그간 나의 지리산 종주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회향을 드립니다.





끝으로 지리산 커뮤니티 사랑방 자료실에 있는 글 5번(허허바다님 作)과

글 12번(김수훈님 作)의 자료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
    박원식 2007.05.09 04:05
    정말 女丈夫님 이십니다. 달리표현할 방법이 없군요.
    종주를 축하합니다. 부군과 함께 Verdi 의 La Traviata 나 들의십시요.
    Mountain lover, stay well.
  • ?
    인섭 2007.05.09 08:30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컴 켜서 읽었습니다....아~~ 브라보!! 브라보!!
    아주 멋진 산행 하셨군요~ 종주 축하드립니다!!!!
    최고라는 말 밖에는 드릴말이 없습니다~!
    24일 아침 부터 26일 까진 제가 지리산에 있겠습니다~!!!
  • ?
    오 해 봉 2007.05.09 12:39
    화엄사에서 반야봉을거쳐 대원사까지
    정통종주 축하 드립니다,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은것 같습니다,
    궂은날씨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원식님 말씀데로 대단한 여장부십니다.
  • ?
    진로 2007.05.09 12:58
    화대종주 축하 드립니다.
    오락가락하는 비 속에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대추말 2007.05.09 15:48
    축하합니다.
    大河같은 정통종주 산행기에
    지리가 한결 가까워집니다.
  • ?
    금바다 2007.05.09 17:02
    종주를 축하드립니다.
    산행기를 읽으면서 머리속에 그려지는 지리의풍경이 그립습니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 ?
    슬기난 2007.05.09 18:59
    긴 산행만큼 따라 가기도 벅찹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여러산님을 만나기도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걷는 이안님을
    생각하면 새삼 지리의 마력을 실감합니다!
    한층 지혜로와지고 용감해지신 이안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 ?
    소슬바람 2007.05.09 19:09
    어려운 시간과 용기를 내신 종주를 축하드립니다.
    반야봉은 다녀오면 올수록 기쁨이 되더군요
    다음번에도 좋은 산행기 기다리겠습니다...
    늘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를.....!
  • ?
    부도옹 2007.05.10 00:13
    음~~ 스크롤의 압박.
    기억속의 장면 캡쳐해서 글과 함께 매치시키느라
    거의 한시간 이상을 이안님과 보냅니다. ^^*
    위쪽에 <아낙네>님 산행기도 읽어야되고 모임 공지도 수정해야하는데 벌써 자정이 넘었으니....
    용감하게 진행한 화대종주 산행길이 寫實的인 표현으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축하합니다.
  • ?
    김종광 2007.05.10 12:38
    반야에 오르셨습니다.
    3일차 마지막 200m 되돌아서 산길을 다시 걷는 ...박수를 쳐드림니다.
    조용한 산행의 아름다운 행복이 넘쳐 나시며,
    산행하시는 여러분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글입니다.
  • ?
    산타나 2007.05.11 12:24
    이안님 수고 해떠여 ....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여 .... 나가 나비 끌고 ... 지리산 갈때 호위무사로 동행할날 .. 기다려 봅니다. 다시 한번 수고 해떠여 ~~~
  • ?
    쉴만한 물가 2007.05.11 14:25
    천천히 걸어가신 그 길을 마음으로 따라 걸었습니다. 지천으로 핀 얼레지가 그립고 그 길이 그립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전합니다.
  • ?
    2007.05.16 21:28
    외로움이 묻어나는 그러나,
    섬진강 바라보며 웃는
    지리산의 철쭉 같은
    내면의 글
    잘 들었습니다.
  • ?
    이안 2007.05.18 16:16
    읽어 주신 모든 분들과 리플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직립보행이라는 업을 실행하는 가장 좋은 곳.. 지리산을
    공유하는 기쁨입니다.^^
  • ?
    최영자 2007.05.23 11:55
    구월... 지리종주를 계획하면서...
    긴 시간 천천히 가슴으로 읽어본 글...
    제가 오를 지리종주도 이러해야겠단 생각입니다.
    조용하고 겸손하게...

    지리종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카프리섬 2007.06.10 09:01
    저도 화엄사-대원사 지리산종주를 계획중인데 이안님의 산행기 잘읽었습니다..그저 문명에서 벗어나 터벅터벅 푸르름에 빠져 길을 걷고 싶습니다..이안님의 글을 읽다보면 제가 지리산걷고있는 느낌에 빠져듭니다.섬세하고 감정표현이 아름다운 이안님의장문 산행기 잘 읽었고요..아내와의 종주에 참고토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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