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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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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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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2003.06.27 12:27
    정갈하고 정성스러운 산행기 재미 있습니다.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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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2003.06.27 12:39
    근데 반복된 내용이 있네요.확인 수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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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문 2003.06.27 12:52
    수정했습니다. 좀 길게 썼더니 한꺼번에 안 올라가서..., 글을 자르면서 실수를 했습니다. 곧이어 위에 주욱 부끄러운 내용 다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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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젠카 2003.06.30 19:13
    저희도 이번에 계획했어요..왕초보라서 좋은 참고하고있어요..

지리산의 운무를 즐기는 들꽃들

지리산, 얼마나 가고 싶었던가 ?

한번 가기로 결정하면 망설임 없이 일정을 정하고 결정하면서도 정작 떠나기엔 왜 그리 멀기만 한 산인지...

맑은 달빛 곱게 내린 은빛 능선 아삭아삭 밟으며 잎 넓은 대나무 수풀과 푸른 바람 사각사각 속삭이던 늦은 겨울의 그 아름다운 능선을 사무치게 그리워만 했었지.

지난해 여름, 아...! 월드컵..., 16강을 건너 거침없이 8강에서 4강을 확정하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붉은 함성 속으로 지리산을 묻었고.....

그래, 그건 참으로 아름다운 양보였어.

그리고 다시 올 2월 중순으로 잡았던 계획은..., 날짜 다 잡아놓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우리 멤버의 핵인 Eric이 하는 말....

"어쩌죠 ? 그날이 발렌타인데이라서 안되겠는데요...."

그리고 6월 황금의 연휴...., 예약을 하네 뭐를 하네 열을 내고 있던 중에 문득 내 머리를 스치는 게 있어서 부랴부랴 큰형수에게 전화했었지.

"삼추운~! 아버님 제삿날이 6월 5일예요~!!"

허탈함..., 불효막급한 놈에 대한 스스로의 자책....

그리고 이번에 또다시 막강멤버 3인(나, Eric, Hera)이 다시 최적의 날을 받았어.

6월 20일 밤 10시 50분 서울발 여수행 열차...., 04시 05분 구례구 역 도착하는 열차표를 예약했지.

근데 출발 하루 전..., Eric이 좀체 차도가 보이지 않는 기침 감기에 급작스레 발병한 눈의 염증을 수술해야한다하여 또다시 미뤄야할지 어쩔지를 망설이게 되었지.

그때 우리의 Hera가 과감히 선언하길,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어떻게 잡은 날인데 또 미루냐며 강행의지를 결연히 떨쳐....

"그래, 우리 둘만이라도 가자 !!"

용기 백배하여 나와 여전사 Hera가 과감히 지리산으로 향했지.

그렇게 우리는 종주에 도전하였던거야.

그래, 부지런히 걷는거야..

-6월 20일

22:50, 서울발 여수행 열차에 올라탔다.

지리산국립공원 인터넷 사이트에서 프린트한 자료를 다시 살펴보니 기가 찬다.

자료대로라면 성삼재에서 부터 우리가 예약한 장터목대피소까지의 평균소요시간이 무려15시간 50분이다.

구례구역에서 04시 05분에 내려서 성삼재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시각이 05시 즈음 일건데 거기에 15시간 50분을 더해보니 20시 50분이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그야말로 '허거걱~!' 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의 불안감을 이기려 이를 악물었다.

"그래, 우리는 김신조 일당이다 !! 우리는 빨치산이다 !!

우리는 대남침투 공작원이다 !!"

내일 아침 천왕봉의 일출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번을 위해 6개월을 쉬었던 수영을 다시 시작하여 지구력을 키우려 애썼고..., 맥주 한잔도 조심하지 않았는가 ?'

열차에 타자마자 최대한 빨리 많이 잠을 자기 위해 각자 MP3 플레이어를 켜고 잠을 청했다.

'캔맥주 하나면 더 빠르게 더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지는 않을까 ?' 하면서.....

노고단에서 바라보다..

-6월 21일

04:05, 구례구역 하차하여 세수도 하고 전의들 다지며 등산양말도 미리 한 켤레 더 신고 등산화 끈을 조였다.

역 앞의 가게에서 생수도 사고 오이도 사고 쵸콜렛도 사는데 밖에서 인상 좋게 생긴 아저씨가 성삼재까지 택시 타고 갈거면 반반 부담하여 빨리 출발하자고 하신다.

그 바쁜 와중에 갑자기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싶단 생각이 왜 떠올랐을까 ?

04:50, 성삼재, 완벽하게 절반으로 보이는 반달이 매표소를 살풋이 비춰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신비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둘이서 새삼 결의를 다지며 드디어 대장정을 드디어 시작했다.

05:30, 노고단 정상에 도착했다.

아..., 저 아름다운 운해....

아주 맑고 깨끗하게 보이는 운해들이 이산 저산 부드러이 넘나들며 멀리 수없는 봉우리들을 깨우는 장관을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아름답다"는 지극히 문어체적인 표현 외에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도 몇장의 사진을 찍었다.

05:40, 가자 !! 노고단을 출발하여 크지 않은 수풀 저 멀리 아직 보라색 기운 남아있는 동쪽 하늘 문득 보니, 선홍색 부드러움으로 동그라니 떠오른 태양이 참으로 예쁘다.

06:00, 돼지평전, 멧돼지가 만약 우리 앞에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는 걸까 ?

경상도 억양의 대학생인 듯한 대여섯 명의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리 투박하지 않게 들리는 사투리가 정겹게 들린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산을 즐기는 저들의 나이가 부럽다.

06:30, 임걸령인 것만 확인하고 우리는 부지런히 걷는다.

06:55, 노루목이다. 우리와 함께 출발한 그 아저씨 두 분은 반야봉도 오르고 느긋하게 세석으로 향할거라 했는데.....

07:05, 삼도봉에서 물도 마시고 사진도 좀 찍었다.

우리는 5분의 휴식도 사치인듯 싶은 느낌에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부지런히 걷다보니 뱀사골 대피소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나타났다.

여러 번의 쓰라린 아픔을 안겨준 나무계단을 보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

지난해 겨울엔 이 계단에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리기도 했었지.

조심조심..., 그러면서도 단단하게 굳어진 눈위를 즐거이 뒹굴며 사진 찍던 때가 생각나 Hera와 그걸 회상하며 걷는다.

Eric이 있다면 더 좋을건데..., 나쁜 스키는 꼭 결정타를 날린단 말야~

돼지평전으로 향하며 하늘을 보니...

07:40, 뱀사골 대피소 윗 편에 도착하니 무슨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한창인데 올 여름 집중호우에도 무사히 지리산 한 자락을 지켜주길 바라며 부지런히 걸었다.

우리에겐 노고단에서부터 4시간 40분 거리라고 쓰여진 자료가 황당하고 놀라울 뿐이다.

우린 2시간 10분만에 지나치고 있으니...., '이러다가 우리 특수공작원으로 스카웃 당하는거 아닐까 ?'

08:05, 토끼봉이다.

그래..., 우리 이쯤에서 10분은 쉬어 줘야지 되는거 맞지 ? 그치 ?

정말로 힘든 길을 잘도 왔다.

우리 스스로에게 다시 다짐하며 최대한 편한 자세로 물도 마시고 소세지 천하장사도 먹고 쵸코바 자유시간도 먹고...., 든든해진다.

09:25, 연하천대피소다.

사람들이 많다.

우린 최대한 품위를 갖춰 오이 하나를 둘로 나눠 먹었다.

3개중에 2개 남았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처량하기까지 하여 서로 키들대며 즐겁게 웃는다.

스니커즈인지 자유시간인지를 또 먹고...., 천하장사 소세지도 먹고...., 와~ 여기에 캔맥주 하나씩 마시면 딱이겠는데...., 근데..., 우린 참야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 우린 갈 길이 멀다.....

사람들의 표정이 넉넉하다.

웃통을 벗어 제끼고 그 써늘한 물에 상체를 씻는 친구들의 건강한 몸에 반사하는 햇살이 맑다.

커다란 플라스틱 함지박에 담가 놓은 수북한 캔맥주...., 그 위로 콸콸 쏟아져 넘치는 물을 그저 바라만 보며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함께 흘려 보내고...

도시락을 못 싸와서 점심시간이면 수돗가로 달려가야 했던 가난한 어린시절의 기억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펑펑 울었을 지도 모를 정도로 캔맥주가 간절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우리의 굳은 의지를 결연히 확인하였다.

그건 그렇고, 뱀사골에서 부터 2시간 40분 걸리는 거리라 했건만 우린 어쩌다가 이리도 빨리 1시간 45분만에 이곳에 도착했는지 지도를 보면서 어이 없어서 한참을 웃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우리 북파 공작원으로 스카웃 당할지 모르니까 남들한텐 비밀로 하자며 또 즐거이 웃었다. 하하

서울역 출발할 때, 12시 이전에 여길 도착할 수 있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

근데 09시 25분 ?? 나야 남자니까 그렇지만 Hera의 무쇠체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여전사 Hera !!

10:00, 연하천 대피소를 출발한다.

아까부터 앞에서 꼭 그만큼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혼자서 묵묵히 걷는 아저씨의 뒤를 따라간다.

축지법을 쓰는지..., 부지런히 따라갔다 싶으면 막 등산배낭이 숲 속으로 사라지는 꼭 그 만큼의 저 앞에 있는 놀라운 아저씨....

대피소에서 언뜻 본 광주에서 혼자 왔다는 여자분의 당당한 모습과 마주친다.

세석에서 묵을거라는 말에, 왜 그리 빨리 가냐 물으니 천천히 가는 거라면서 그리 크지 않은 체구인데도 안정감에 듬직함까지 전해주며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발길을 옮긴다.

벽소령 가는 길은 다른 길보다 가파른 만큼 힘도 제법 든다.

일정한 보폭 유지하며 꾸준히 걸으려 하는데도 작은 바윗돌을 잘 못 짚어서 약간씩 삐끗하여 오른 쪽 왼쪽 발목 서로 번갈아 가벼이 접질리기도 했지만 힘내라며 조심하라며 내게도 또 스스로에게도 당부하는 Hera가 고마울 뿐이다.

영화 [ GI 제인 ]이라며 서로 농담도 건네며...., 산자락의 처음 보는 꽃이며 나무들을 신기하게 둘러보기도 하고..., 더없이 맑은 새들의 노래가 힘을 북돋는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곳 아니더라도 많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좀체 카메라를 들 게 되질 않았다.

10:40, 휴식을 취했다.

꼭 힘들어서라기보다 앞서가던 아저씨가 거기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근데 한마디 말없이 우리가 앉자마자 곧바로 일어선다.

참 무뚝뚝한 아저씨다. 밑동이 마치 절구통처럼 보이는 죽은 나무에 수북이 올려진 작은 돌멩이들..., 그 틈틈이 비집고 싹을 틔운 여린 나무줄기 하나가 예쁘게 보인다.

왼발 오른발 한번씩 접질렸다. 아파도 참고 걸을 수 있을 정도이다.

오후 7시 이전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어느 정도 확신하면서 속도를 약간씩 늦추게 되었다.

파업노조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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