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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용대(32년 2월. 19일생)

                                            나도 해냈다  70노인의 지리산 종주기  
  
­산행일자 : 2002. 5. 21(월)∼5. 23(수)                                                                      
­산행코스 :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중산리 하산
­인원 : 단독


프롤로그

50대 초반, 어느 날,  '내가 운동 부족이구나‥'를 순간적으로 느끼면서 주말이면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 등산이 나의 취미가 되었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주말이면  혼자서, 때로는 동료 따라, 그리고 멀리 있는 이름난 산은 산악회 따라, 등산은 나의 유일한 취미요, 체력 단련장이였다. 뿐만 아니라 위로 받는 안식처였다. 그 바람에 많은 이름난 산은 올라가 보았으나 유독 지리산 천왕봉만은 못 올라가 본체(지리산 계곡은 두 세 곳 다녀옴) 정년퇴임을 하게 되고 늙은이가 되어 있어, 더 이상 원거리 산행은 불가능하리라‥ 포기한 체 지내다가 2년 전 우연한 기회에 오색을 거처 대청봉까지 올라갔다 온 후, 이제도 고산 산행이 가능하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 천왕봉에 못 오른 한을 풀어 보려고 고심 끝에 작년 드디어 백무동을 거쳐 천왕봉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 번 가보고는 심에 차지 않는 법, 계절도 안 바뀐 동안에 다시 2차로 천왕봉에 올라 천왕봉에 못 오른 한을 마음껏 풀었다.

말 타면 장구 치고 싶다고 했던가? 모든 산행인의 꿈이라고 하는 지리산 종주를 해 보고 싶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지리산 종주 산행기를 뒤지기를 수십 번, 지리산 종주의 산행코스를 그려가며 산세를 파악하기도 수 번, 지참할 준비물을 어떻게 할까? 하는 구상에도 골몰, 주말이 좋을까? 한가한 평일이 좋을까? 단독 주행인데 평일엔 쓸쓸하지 않을까? 하산해서 서울까지 오는 차편의 시간대는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알기 위해 지리산 관리소에, 지방 버스터미널에 염치불구 문의 전화도 여러번 했다.
인터넷 산행기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수 없이 힘겨운 지형을 만나 고생스러웠다는 경험담을 읽으면 내 체력으로 해 낼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고, 환갑 넘은 이모 님과 종주를 마쳤다는 40대 여인의 등산기나, 아빠 따라 지리산 종주를 해 냈다는 중학생의 종주기를  읽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솟구치곤 했다.

이렇게 하기를 근 1년, 결국 나는 지리산 종주를 위한 준비기간이 1년이나 된 셈이다. 어느 산행 기에서의 표현처럼 지리산 종주를 위한 1년간의 잉태기간을 보내고 드디어 용기를 내어 지리산 종주에 도전했다.
참고삼아 나의 준비물을 소개한다. 산행기에서는 배낭의 무게를 10kg이상 넘지 않게 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일반적인 기준일 것이요, 나 같은 고령자에게도 해당되는 기준은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짐을 최대한 줄이려고 애 썼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만 넣어도 10kg는 쉽게 넘었다. 10kg의 배낭은 나의 목덜미를 잡아당긴다. 이레서는 도저히 종주를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서, 짐을 과감히 줄이기로 마음먹고‥배낭에 넣었던 버너와 코펠, 쌀, 김치 등 부식 거리도 다 빼내고. 乾食으로 대치했다. 런닝, 팬티, 양말의 여유 분도 덜어내고, 양갱, 쏘세지 같은 무게 나가는 간식 거리도 경량의 것으로 바꾸고, 칼, 나침반 등의 소지품도 다 꺼내 놓았다. 그렇게 해서 다시 꾸민 배낭의 무게는 6kg를 넘지 않았다.

6kg 미만의 배낭엔 주식으로 아내가 싸 준 김밥 4줄, 식빵 작은 것 한 덩어리, 참치켄 작은 것 2개, 선식 5봉지, 연유 약200g. 간식으로는 건새우, 건포도, 땅콩, 캬라멜. 비상의류로는 판초, 상하 파일복, 겨울용 남방 1개, T샤쓰 1개, 속 양말 1개. 비상약품. 소형 디지털 카메라는 허리에 찼다.          
준비해 간 주식과 간식은 오히려 남을 정도로 부족함이 없었으나 매점이 일찍 문을 안 열어서 따끈한 국물을 못 먹어 아쉬웠다. 다음에는 경량의 버너와 코펠을 지참하리라 마음먹는다.  겨울용 난방과 상하 파일복은 잘 때 껴입어 따듯한 잠을 청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판초는 잠간 이였지만 비가 내려 요긴하게 사용했다. 속 양말 하나는 다음날 산행 때 갈아 신도, T샤쓰는 올 때 버스 속에서 땀내 날까 갈아입고‥ 부족함이 없이 알뜰하게 종주를 마쳤다.




▷ 첫째 날­5월20일(월)                                         

·22시50분발 ― 서울역―  ·아내에게 힘들면 중간에 탈출해 내려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 체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 그리고   기대감이 혼재된 들뜬 기분으로 배낭을 매고 집을 나와 전철을 타고 10시 10분 서울역에 도착, 20분 기다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전라선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고 구례로 출발.
·열차 안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등산객은 눈에 띄지 않는다. 평일이라 산에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은 아직도 가셔지지 않는다. 그리고 늙은이가 이 무슨 만용인가? 하는 자책과 공포감마저 생긴다.
·내일 산행을 위해서 몇 시간이라도 자야겠다고 억지로 잠을 청하나 그리 쉽게 잠들지 않는다. 자리가 창가라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엔 우연히 창가에 앉게 되었지만 이다음에 기차를 탈 때는 꼭 창가를 달라고 부탁을 해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 언제 또, 기차를 타고 종주산행을 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 두째날­5월 21일(화)         
        
·4시07분착 ―구례구역― ·남원 역이라는 스피커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등산화를 조이고 하차할 채비를 했다. 얼마쯤 눈을 붙인 것  같기는 했다. 전에 무박2일의 산행 경험에 비춰볼 때 이만한 수면이면 걱정 없을 것 같았다.  하차하기 위해 출구 쪽으로 가니 천안에서 탔다는 배낭을 멘 두 청년이 뒤쪽 열차 칸에서 하차를 하려고 나오고  있다. 반가웠다. 평일이라 산행할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불안했었는데‥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4시 7분, 예정시간 보다 2분 늦게 구례구역에 도착. 20 여 년 전에 아들 형제와 지리산에 오르기 위해 한 번 내려 본적이 있는 구례구역(그때 우천관계로 중도에 하산하고 말았다), 그리고 근래에 인터넷으로 산행기를 읽으면서 익혔던 새벽 구례구역, 역시 평일 새벽이라 조용하고 한산했다. 등산객도 너덧 사람뿐이다. 들으니 버스가 다니는 시간대에 맞추기 위해 다음 열차에 내리는 등산객이 더 많을 것이란다.

·역 앞의 상황은 산행기에서 읽은 그대로다. 삼성제로 사람을 나르기 위한 Taxi가 대기해 있고, 요금은 25,000원, 내가 단독임을 안 젊은 청년 하나가 내게 접근해 와 같이 Taxi 타자고 해 12,500원씩 내고 택시로 성삼재로 향했다. 천은사에서 성삼제까지의 861번 지방도로는 2년 전 아내와 손수 운전으로 노고단까지 다녀오던 길, 그 때  기어 2단으로 내려오다 바퀴에서 연기가 났던 일이 생각 나 운전사에게 기어 몇 단으로 오르고 내려가느냐고 묻기도 하며… 감회가 새로웠다.  

·4시50분 ―  성삼재 ― ·4시 50분경 성삼재에 도착. 어느새 어둠은 가시고 동이 터 훤하다. Taxi에서 내려 함께 온 청년과 말을 주고 받으며 노고단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길도 2년 전 아내와 걸어 오르던 길, 그 땐 유난히 지루했고 힘도  들었었는데, 새벽길이요, 종주를 각오해서 일까 그다지  힘들지 않게 노고단 산장까지 올랐다.

·5시25분도착― 노고단산장―·5시25분 노고단산장에 도착하니 어제 올라와 산장에서 1박한 10여명의 등산객들이 숙소에서 나와 막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느라고 부산했다. 역시 지리산은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평일이지만 지리산 산행 길은 적적하 지 않았다. 그 동안의 괜한 걱정은 완전히 닫았다. 그러나 홀로 나선 등산객은 나뿐이었다.                                                                
·나는 우선 간이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마치고, 싸 가지고 간 김밥과 연유로 아침을 때웠다. 산장에서 따끈한  컵라면 국물을 겯드려 먹으려던 계획은 아침 일찍이라 매점 문을 열지 않는 바람에 어긋났다. 출발 할 때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건식만 가져 온 내겐 실망이 컸다. 2년 전 설악산 대청봉에 갔을 때는 새벽에도 라면을 팔았기에 늘 그런 줄만 알았는데‥.  
·건식으로 아침을 먹은 지라 다른 일행보다 한 발자국 먼저 일어나 노고단으로 오르는 완만한 길을 올랐다.                                  
·식수는 금년에 일찍이 비가 많이 내려 풍부할 것 같아 0.7리터 짜리 펫트병 1개만 채웠다..  
                            
·6시10분도착―노고단고개― ·동쪽 능선 쪽으로 반야봉, 심원계곡 한 눈에 보이고, 옆으로 이어져 가는 능선 줄기…멀리 세석평전 위로 우뚝한 촛대봉과 제석봉, 천왕봉, 중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나는 정확히 화인할 수 없었다. 우측에 출입이 통제된 진짜 노고단이 木道로 이어져 노고단 정상이 돌탑과 함께 보인다.
옆 사람에게 부탁해 노고단 정상의 돌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돌탑 한 바퀴 돌고 6시20분 경 출발, 드디어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 길에 오른다. 길은 산기슭으로 내려서니 등산로는 평탄하게 이어져 간다.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완만하게 이어져 가며 간간이 사방이 트여 경관도 좋다.                                
                            
·노고단에서 돼지령까지 갈 동안의 철쭉 꽃길은 너무나도 환상적이다. 무릉도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석평전의 철쭉꽃만 상상하던 나는 그 황홀함을 어떻게 주체할 줄 몰랐다. 문득 이병주씨의 에세이집 雪嶽頌 에 나오는 글귀가 생각났다.
「네가 이곳에 온 것이 늦었구나. 청춘이 만발할 때 왔더라도 더욱 좋았을 것을, 그러나 늦게라도 왔으니 반갑다. 내가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주리라!  앞으로 자주 나를 찾아라. 그리고 내 품에 안겨라! 그렇다고 해서 너무 자주 오란 말은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철에 한 번씩만 오너라! 나를 통해 너의 청춘은 만발하리라…」
나는  지리산을 다 맛보기 전에 초입에서부터 지리산의 자태에 취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또 오리라는 다짐도 미리  했다.
                    
·6시45분도착―  돼지평전 ― ·평탄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우측 멀리 아래로 구례읍은 안개로 쌓여있고, 오던 길을 뒤돌아보니 노고단이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봄철에는 진달래가 화원을 이룬다는 돼지평전, 이미 진달래꽃은 지고 철쭉꽃이 대신 자태를 뽐낸다. 노고단을 배경으로 만발한 철쭉꽃을 사진에 담고 찍고 잠시 쉬었다.
                          
·7시25분도착― 피아골갈림길(두번째) ―·피아골과 삼원계곡의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7시33분도착 ―  임걸령 ―·피아골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오는 삼거리를 두 군데 지나고 나니 목도와 쉼터가 보인다. 이 곳이 임걸령, 돼지평전 억세밭 넘어로 떠받혀 있는 임걸령은 마치 포근한 엄마품을 연상케 한다.    
·피아골로 빠지는 임걸령 3거리에 자리잡은 임걸령 샘터는 원목재로 잘 꾸며져 있어 깨끗하고 물맛도 일품, 물마시고 물병에 물 다시 채우고, 벤취에 잠간 앉았다가 곧 일어나 노루목으로 발을 옮긴다.                                                
※노고단→임걸령 까지3.6km는 주능선 중 가장편한 코스라고 하며 노고단 산장에서 1시간 반정도 걸린 셈.

·8시8분도착 ―   노루목 ―  ·임걸령에서는 다소 경사 급한 오르막길, 1,424m 봉을 한 차래 가파르게 오르고 나면 얼마 안 가서 평지가  나오고, 또 한차례 긴 가파름의 봉오리를 오른다. 이곳이 노루목, 암두가 노루가 머리를 처들고 있는듯하다 고 해서 붙여진 이름. 노루목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무척 좋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진 찍고 10여분 휴식.
·노루목 바로 못 미쳐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 길로 1.2km 오르면 반야봉. 노루목을 거쳐 15분 지나가면  또 다른 반야봉 길.                                      
·반야봉은 옛날에 아들형제와 함께, 또, 산악회를 따라 올라갔었고, 요번에는 종주가 목적이라 다음에 올 때 오르기로 하고 그대로 지나침.
                    
·8시40분도착 ― 삼도봉 ― ·노루목을 출발 삼도봉을 향해 부지런히 오르다 보니 봉오리에 황동으로 만든 3도를 상징하는 삼각뿔이 세워져 있고 각 방향마다 3도의 이름이 써 있어 이 곳이 三道峰이라는 것을 금방 알았다.  멀리 있을 줄 알았던  삼도봉을 20분만에 도달하고 나서야 비로소 노루목에서 삼도봉 까지가 500m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쉽게 삼도봉까지 왔다는 기쁨에  미소를 금할수 없었다.
·삼도봉에서의 전망도 참 좋았다. 불무능선이 눈 아래 펼쳐지고, 피아골 계곡이 보이고, 건너편에 토끼봉이  복스럽게 보인다.                                                                    
·삼도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고 잠시 쉬고 다음 목적지로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9시0분도착―  화개재  ― ·삼도봉에서 바위 벼랑밑으로 내려가 경사 급한 투박한 길을 20분 내려가면 헬기장이 있는 넓은공터가 화개재다.  
옛날에 뱀사골 사람들이 화개장을 보기 위해 넘던 고개라고 한다.
·화개재는 지리산 능선 종주코스 중 가장 고도가 낮은 저지대라고 하며 뱀사골 갈림길200m 팻말이 있다.                                          
·노고단에서 화개재 까지는 20여년전 아들 형제와 거쳐갔던 길인데도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생소하기만 한데, 화개재만은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옛날 그대로여서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그 때 비를 맞으며  뱀사골산장으로 찾아들던 생각이 생생하다.
·다른 일행들과 그늘에 앉아 물 마시고 간식 먹고 10분 휴식 후 출발.

·9시50분도착― 토끼봉  ― ·화개재를 지나면 점차 경사를 더 해 가는 힘든 길. 힘겹게 한 산봉오리를 올라가 여기가 토끼봉인가 하면 다시 저 앞에 봉오리가 또 보이고, 올라가면 더가야하고…화개재 까지 어렵지 않게 와서일까 힘겹게 올라가야만했다. 경사도 있고 미끄러운 바위벼랑도 있고…
·정상 주위에 철죽꽃이 붉게 피고, 전망 좋고 전후로 지리연봉의 위용이 장관이다. 서방에 반야봉. 칠불사 갈림길이 내려다보이고…경치가 좋아 또 사진 한 장 찍고,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
                  
·10시52분도착― 명선봉 ― ·토끼봉을 지나며 등산로는 굴곡이 심한 들길로 이어지며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1463봉을 지나며 등산로는 산능선을 타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계속된다. 총각샘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연하천 산장 전방 철 계단을 올라서면 명선봉이다.
※토끼봉을 지나 약 1시간쯤 지나 우측숲속 약15m아래에 총각샘이 있다고 함.

·11시23분도착―연하천산장―· 명선봉 부근의  울창한 침엽수 지대를 지나 30여분을 진행하니 목도계단이 나오고 내려서니 연하천산장에  이른다. (명선봉에서 연하천까지는 내리막 계단이 길게 잘되어있어 뚜벅뚜벅 걸으니 쉽게 도달됨)
·물이 풍부하다. 앞마당에 박힌 쇠파이프에서 좔좔 쏟아져 맑고 시원한 물이 계류가 되어 흐른다.
·아침에 남긴 김밥 한 줄과 연유에 선식 타서 먹고 좀 쉬고  삼각봉으로 출발.    
※연하천산장은 개인운영산장으로 50평, 50명수용의 작은규모의 산장으로 남북서 3면이 아늑하게 감싸있는 숲속 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12시30분도착― 삼각봉 ―  ·연하천에서 동쪽으로 평탄하게 등산로는 내리막길을 이루고 한 20분 걸으니 전망이 탁 트이는 삼각고지에 닿는다. 이 곳에는 음정 하산길 이정표가 보인다.
·6. 25 때 삼각 봉은 삼각고지로서 여기서 벽소령까지의 능선이 6. 25 때 피의 능선이었다고 하며 지금도 6.25때의 벙커의 흔적이 있다고 하는데 살펴볼 겨를은 없었다.                                  
·앙상한 고사목과 기암이 조화를 이룬  오르내리는 능선길로 가다보면 음정하산 갈림길이 나온다.

·13시20분도착― 형제봉 ―   ·음정 하산 갈림길을 지나 앙상한 고사목과 기암이 조화를 이룬 돌길로 이어져 가며 고도를 높여가기 시작한 다. 음정하산 갈림길에서 한 20분 진행하니 고사목 한 그루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공터를 지나게 되고 앞에 두 개의 암봉이 우뚝하게 자리한 형제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형제바위는 높이가 10m가 넘는 두 개의 바위이며 이 바위 옆으로 조금 내려가면 연하굴이 있다.

·14시10분도착―벽소령산장 ―·연하굴에서 두서너개의 작은 봉오리를 넘나들다 북쪽 사면으로 내려가면 나무뿌리와 모난 돌길이 펼쳐지고 벽소령 공터가 나오고 왼편으로 멀리 아래로 벽소령대피소의 모습이 보이고, 뒤로 덕평, 칠선, 영신봉, 세석의 촛대봉과 이어진 삼신, 연하, 제석, 천왕봉 중봉이 올려 보인다.
·화개면과 마천면을 잇는 작전도로가 지나가며, 의신마을 갈림길(6.8km)이 나온다.

·원래는 내 체력을 생각해서  벽소령과 장터목산장, 이렇게 주능선에서 2박을 하려고 했지만 벽소령 도착 시각이 2시가 좀 넘은 한낮이라 어정쩡하고, 주위 사람들이 3시간만 더 가면 세석이라며 갈 수 있다고  부축이기에 마음을 다잡아먹고 세석까지 가려고 결심, 그러나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6.3km를 더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한 심정, 더구나 여기서부터 험로가 이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단단히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산장에서 컵라면 사먹고 간식으로 기운을 돋구고‥ 100m 떨어진 셈터에 가려는데 뒤 딸아 온 학생인듯한 청년이 자기가 길어다 준다고 해, 힘 안 드리고 물병에 물 채워 세석을 향해 출발하면서 참 예절 바른 청년도 있구나 하고 작은 친절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떠나려는데 내가 탄 열차 바로 다음 열차로 구례구 역에 내렸다는 서울 이문동에서 산다는 백발의 노인을 만나 함께 말동무하며 서서히 발을 내딛었다. 나보다 3살이 위라는 이 노인네 쉬지 않고 꾸준히 잘도 걷는다. 등산객 중 내가 제일 늙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연상의 노인을 만나니 한결 위로가 되고 한편으로는 좀 자만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 새로운 용기를 주기도 했다.
※ 벽소령산장은 지하1층, 지상2층, 50명수용, 50평의 아담한 산장. 벽소령은 지리산 종주 등반코스의 중간지점(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 17.2km).)                  

·15시37분도착― 덕평봉(선비샘)― ·벽소령 도로를 따라 한 40분가니 음정(마천)8.4km, 세석대피소5.4km, 벽소령대피소1.1km,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세워진 개활 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벽소령 도로를 버리고 산길로 등산로가 이어져간다. 이어진 등산로는 바위투성이의 오르내림으로 이어져간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또 반대로 능선을 오르내리며 심한 경사의 굴곡 진 바위 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힘이 들기 시작하고 층계를 오를 때는 무릎 펴기도 어렵다. 경사진 흙 비탈길을 한참 오르면 전망이 트이면서 남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깊은 꼴짜기가 있고 1400m급 봉오리에 다다른다(덕평봉).
                    
·덕평봉 남쪽사면을 돌아 내려가면 널따란 평지와 함께 선비샘이 나타난다. 꽂아 놓은 파아프에서 물이 수돗물처럼 시원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물도 차고 맛도 매우 좋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물이 쏟아지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마시고, 또 마시고,  물병에 다시 채우고, 얼굴도 간단히 닦고, 더 지체  않고 출발.      

·16시47분도착―칠선봉 ― ·선비샘에서 덕평봉을 다시 감싸듯 오르면 바위투성이의 오르내림으로 이어진다. 칠선봉으로 닥아설수록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또 반대로 능선을 오르내리며 심한 경사의 굴곡진 바위길이 나온다. 한참 오르고 가파름의 너덜지대에 철 난간이 설치된 곳을 100여m 오르면 철계단이 보이고 올라서면 벽소령 3.1km, 세석 2.1km라는 이정표 뒤로 웅크린 사람의 모습의 기암이 솟아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멀리 천왕봉과 중봉능선이 하늘부분과 경계가 구분되며 눈에 들어온다.
·한참 가다보면 둘레에 7개의 암봉이 기묘한 조화로 우뚝 서 있는 칠선봉이 나온다.
·오르내림이 심한 너덜 길이지만 울창한 숲길과, 간간이 대성골이 훤히 트이는 전망 좋은 쉼터도 있고, 꽃들이 만발하는 능선 길. 鞍部가 있어 지루한감 없고 아기자기한 산행 길이기는 하나 장거리 산행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힘이 벅찬 상태,  입을 악물고 전진.          
·한참 가다보면 둘레에 7개의 암봉이 기묘한 조화로 우뚝 서 있는 칠선봉이 나온다. 일곱선녀가 노닐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칠선봉이다.

·17시50분도착―영신봉― ·칠선봉에서 두어번 암봉을 넘으면 북변의 경사 급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노출된 나무뿌리에 의지하여 힘들게 오르면 영신봉, 사방이 두루 조망되면서 광활한 세석고원의 전모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영신봉을 올라가는 길이 아마 종주코스 중 두 번쨰로 어려운 코스라고 하더니 과연 그랬다
※선비샘-칠선봉-영신봉 구간은 수 없이 오르내리는 힘든 구간의 연속이다. 줄을 잡고 오르는 구간, 철계단구간 등이 다양하다. 일명 '마의 덕평, 칠성, 영신봉 구간'이다.

·18시12분도착―세석산장(一泊) ― ·영신봉에서 내리막길은 넓고 편한하다. 약 20분 내려오면 헬기장이 있고, 주위가 온통 철쭉꽃과 야생화가 둘러 쌓인 화원이다.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철책도 구분 안될 정도로 철쭉꽃과 야생화는 넘쳐흐르듯  무성하다.
약200m 내려오니 세석산장, 전통나무 계단 길 계단 양편에도 철쭉꽃이 군락을 이루고 나를 반기고, 마주 내려다 보이는 세석평전에 덮힌 철쭉꽃 들판은 역시 장관, 금년 기온이 높아 지금쯤 만개할 줄 알았는데 비가 많이 내려 주춤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細石平田의 철쭉」의 면모는 손색이 없다.  
남부군의 어느 빨치산이 만발한 세석평전의 철쭉꽃밭에서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어쩌면 너 혼자만이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는냐?…"는 탄식을 남기고 자살했다는 전설이 사실이겠구나 하고 느껴진다.

·세석산장은 작년, 산악회 따라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올라 세석을 거쳐 거림동으로 내려간 적이 있어 역코스에서 내려오며 바라보는 깔끔한 세석대피소는 이국적인 풍치가 정겹기만 하다. 언젠가 묵어가고 싶었던 운치 있는 세석산장에서  지칠 대로 지친 몸을 하룻밤 위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하나 남은 김밥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벽소령에서 만나 세석 까지 동행한 노인이 건내주는  소주 한 잔 얻어 먹고 나니 갑짜기 오한이 나, 서둘어 대충 이 닦고 손 발 얼굴은 수건에 물뭍이여 닦고 일찍 자리에 누었다.

·담요 한 장을 깔고 누우니 바닥이 찬 것 같아 다시 두 장 깔고, 있는 옷 다 주어입고 담요 한 장 덮으니 이불 속에 들어간 듯 아늑했다. 아마 그 때 는 흐린 날씨에 해는 지고 있어 기온이 많이 내려간 상태였고, 산장 안에서 나올 때 T샤쓰 바람이라 한기를 느꼈나 생각된다. 산악지대에서의 기온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잠자리에 누운 시간은 8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다.  
·산장 사용료 5,000원, 담요 3 장 값 3,000원, 합8,000원의 숙박료가 든 셈이다.
※성삼재에서 세석산장까지 23.3km를 12시간 12분 걸려왔다.




▷셋째날­5월 23일(수)             

·6시출발― 세석산장 ―·4시경 세석까지 동행했던 노인네가 빨리 떠나자고 나를 흔들어 깬다. 단잠에 빠져있는 나는 짜증 섞인 소리로 "나는 해 뜨면 갈 레요" 하고 그대로 잠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요번 산행은 여유를 가지고 주위 광경을  실컷 맛보는 산행으로 계획하고 왔기 때문에 출발도 해가 훤할 때 하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그리고 세석에서 중산리 까지는 한 번 다녀간 코스라 두려울 것이 없었기에 더욱 마음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깨놓은 잠은  다시 들지 않았다. 한참만에 시계를 보니 5시를 가르치고 있어, 이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상, 용변보고 연유에 선식, 그리고 식빵으로 아침 먹고  6시에 출발, 아침에 대피소 매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으려고 했는데 매점은 7시에나 연다고 해 따끈한 국물도 못 먹고 출발하려는데. 노고단에서 여기까지 오며 서로 스쳐 지나던 한 일행(남자 한 분과 여자 두분)이 커피 한 잔 드릴까요? 하기에 무척 반가워 염치 불구하고 한 잔 얻어먹고, 가다가 만나자는 손 인사하고 천왕봉으로  향해 출발.

·6. 25. 때 대학생 출신 빨치산이 쫓기다 지쳐 쓰러지면서 "커피 한 잔만 먹었으면 한이 없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귀순해서 살아남은 어느 여자동료 빨치산이 매 년 노고단에 올라와 커피를 끓여 "커피 싫건 먹어라!"라고 외치며 빨치산 망령들에게 뿌려준다고 한다. 이렇듯 산행 중의 커피 한잔은 활명수와도 같다.

·늙은이가 짐이 무거워 못 올라갈 가봐 걱정되어 버너, 코펠, 쌀 다 빼놓고 건식만 가져왔는데, 작은 코펠 하나와 커피 만이라도  가져왔더라면 불은 동냥을 해서라도 따끈한 물을 먹을 수 있었을 것을 하는 후회를 하며 걸었다.      
·출발할 때 가랑비가 내려 판초 펼쳐 입고, 전에 급히 지나쳤던 세석평전을 마음껏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 시간에 세석에서 천왕봉 쪽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나 홀로다. 평일이라 사람도 적은데다가 일찍 떠날 사람은 다 떠나고 뒤따라 올 사람은 아까 커피를 준 일행뿐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 길은 와 본 길이라 마음에 거리낌 하나 없고 목적지까지 다 온 듯한 가벼운 기분이다.                          
·촛대봉을 향해 완만하게 오르며 돌아본 세석평전과 세석대피소의 모습이 영신봉을 배경으로 한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3.4km

촛대봉 ―  ·세석산장에서 촛대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 폭1.2kim의 다듬어진 길이며 길 좌우에 철죽꽃이 펼쳐진다.
·올망졸망한 바위들의 군집체인 촛대봉, 다행히 비는 개이고 햇살이 퍼졌다.  천황봉이 보이고 운해 속에 노고단이 잠시보이고 한신골과 도장골이 눈에 들어온다.                              

삼신봉 ―  ·촛대봉에서 잠시 비탈길을 내려서면 기암과 고사목이 어울린 아기자기한 능선길을 타고 가면 사방으로 전경이 트이며 무척이나 좋은 경관을 보여준다. 쉬엄쉬엄 오르면 삼신봉이다. 뒤돌아보니 내게 커피를 준 그 일행이 멀리서 뒤따라 오는 것이 보인다.

연하봉 ―  ·삼신봉에서 암봉을 돌아 내리니 연하봉으로 이어지는 목도에 철계단이 보이고 그 아래로 넓은 안부의 개활지가 보인다. 들꽃이 만발한 능선안부(헬기장)를 지나면 연하선경(烟霞仙境)으로 유명한 연하봉에 이른다. 기암이 솟구쳐 있고 싱그러운 초원엔 온갖 꽃들의 화려하게 피어있고, 전망도 일품이다.                        
·높은 암봉에 올라 잠시 휴식, 3사람의 일행과 합류하여 휴식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고사목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고 연하봉을 지난다.  

일출봉 ― ·연하봉을 넘어서면 평탄한 초지능선 안부를 거쳐 넓고 평탄한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도장끝이 길게 패여진 모습이 환하고, 남쪽방향으로 지능선이 하나 뻗어 내려간다. 소위 일출봉이라고 부르는 곳.

·7시30분도착―장터목산장― ·일출봉에서 숲길을 걸어 내려오면 옛날 失川주민들과 馬川주민들이 물물교환을 했다는 장터목에 이른다.  장터목은 5개의 방향으로 등반로가 연결되고 더구나 천황봉을 오르려는 일종의 전초기지라고 할수있다.
·아침을 매점이 문을 안 열어 건식(빵과 연유, 선식)으로 때웠기 때문에 장터목대피소에 가서 따끈한 컵라면을 사먹으리라 벼르고 왔는데 매점은 7시에나  연다고 적어 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안 나타나 또 따끈한 국물도  못 먹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  
※촛대봉에서 장터목까지의 1시간 반은 꿈결에 수를 놓은 듯 감미로운 산행의 연속이다.(촛대봉에서 장터목까지는 2.7km)

제석봉 ― ·장터목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산장 우측으로 경사 급한 돌밭길을 오르는데서 시작된다. 등산로 양옆으로 나무로  만든  난간이 이어지고 등산로는 완만한 오름을 유지한다.
·구상나무숲과 기암이 보이다가 어느덧 고사목과 황량한 초원지대 帝釋峰이 나온다. 제석봉의 산림이 6. 25전 세력가에 의해 벌목되었으며, 증거를 없애려고 방화했다고 하며 현재 남은 고사목은 실은 횡사목이라 하니 괘씸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통천문 ― ·제석봉 정상에서 다시 내리막으로 암봉을 돌아 바위사이로 오르니 멋진 고사목이 남릉을 배경으로 서 있고, 왼쪽으로 마천면으로 통하는 한신계곡과 백무동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한참 걷다보니 하늘에 오르는 길목이라는 뜻의 통천문에 이른다. 깎아지른 벼랑 속으로 작은 통로가 있어 그 사이를 비집고 오르게 되 철다리를 타고 갈지자로 오른다. 통천문 위로해서 잠시 평탄한 길이 나오다가 거대한 암벽비탈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사태난 아찔한 낭떨어지이고 그옆의 튼튼한 쇠줄에 의지하여 스릴있게 오르게 된다.

·9시15분도착― 천왕봉 ― ·한라산(1950m)다음으로 높은 질리산 천왕봉(1915m)은 하늘을 떠바치는 거대한 암괴로 이루어졌다. 사방 조망이 전혀 막힘이 없다. 동쪽으로 대원사가 있는 산청군 삼장면이 위치하고있고, 서쪽으로는 지금까지 지나온 지리산 주능선이 노고단을 시점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고, 남쪽으로는 법계사의 중산리계곡이, 뒤로 삼신봉, 그리고 거림꼴이, 북쪽으로는 중봉에서 이어지는 하봉을 따라 칠선계곡이 이어져 간다.
1500m 이상 되는 봉오리만도 천왕봉을 중심으로 제석봉, 노고단 등, 15개나 있는 넓이 약485평방km의 거대한 산악군이며, 뱀사골, 칠선, 한신, 심원 등 깊은 계곡이 20 여 개나 되어 제각기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는 우리나라 최대의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나는 사방을 몇 번이고 돌아보며 그 웅대하고 장엄한 자태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어느 산악인이 했듯이 나도 이 장엄한 민족의 영산 천왕봉 정상에 서서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合掌拜禮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장터목산장에서 뒤늦게 따라온 1남2녀의 일행과 다시 만나 서로 사진 찍어주고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나는 9시30분 중산리 하산길로 내려왔다.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그 일행들은 남자 분은 공주계룡대에서 삼성전자 대리점을 운영하고있고, 여자 한 분은 남편이 공무원이고 전라도 광주에 거주하며, 또 한 여성은 정읍 시내에서 삼양설탕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세 사람이 인터넷 대화방에서 만난 사이란다. 대화방에서 만나 친구같이 어울려 산행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의 파급이 이렇듯 대단하구나 하고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일행과 천왕봉에서 해어질 때 정읍에서 산다는 여자 분이 "내장산에 오시면 읍내에 들려 삼양설탕 대리점을 찾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를 뒤로하고 홀로 쓸쓸이 내려오면서 뜨거운 인정미를 느꼈다. 따듯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세석에서 천왕봉까지 5.1km
            
·9시40분도착― 천왕샘 ― ·천왕봉에서 돌계단 길을 내려와 우측으로 돌아서니 천왕샘이 나온다. 재작년 6월 백무동에서 출발, 천왕봉에 올라 왔올 때는 가물어 물 한방울 받기가 어려웠는데 요번엔 물이 고일수 있도록 파놓은 3개의 홈마다 물이 가득했다. 물 몇 목음 마시고, '천왕봉아 잘 있거라!' 마음속으로 하직하며 주능선에서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하산했다.  

·10시30분 - 개선문― ·지금까지 홀로 조용히 내려오던 하산길이 개선문 이정표를 지나자 사람소리로 웅성거렸다. 지체부자유자와 산행에 오르는 한 봉사단체의 일행이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11시0분도착― 로타리산장 ― ·로타리 산장은 개인이 운영하던 산장이었는데 지금은 지리산 관리공단에서 맡아 운영하고 있어 새롭게 단장되어있있다. 새로 부착된 지리산 관리공단의 케릭터가 돋보였다.
로타리 산장 앞 샘터에서  참치캔을 따서 식빵에 싸서 먹고, 연유타먹고 좀 쉬다가 11시40분 다 되어 일어났다. 쓰레기를 버리려 하니 어디에도 쓰레기장이 없어 물어보니 자기 쓰레기 자기가 가져가기 시범 대피소란다.
·작년 처음 천왕봉을 올랐다 내려올 때, 관리소직원이 초행이면 순듀류쪽으로 내려가라고 해서 그 쪽으로 내려가다가 순두류 학습원으로 잘못 들어가 헤매던 기억을 되씹으며 이번엔 칼바위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방향을 우측으로  돌렸다. 이 쪽 길도 내려가기는 처음이지만 작년에 산악회를 따라 두 번째로 천왕봉에 올랐을 때 오르던 길이라 낯익은 길이다.

·13시도착 ― 칼바위 ― ·칼바위까지 내려오면서 그 때 관리소직원이 순두류 쪽으로 내려가라고 권한 이유를 이해 할만할 정도로 급경사 내리막길이었다. 두 번째 지리산에 오를 때 산학 회 따라 이 길로 올라 온 적이 있는데 그 때 어떻게 올라왔나 할 정도로 경사 심한 계단 하산 길은 지루했다.

·13시30분도착― 법계교 ― ·평일, 이 시각의 법계교 주위는 정적이 흐를 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하기만 했다.
·연인인 듯한 두 남녀가 마주 오다가 물에 발 담그자며 다리 밑으로 내려가고, 법계교에서 주차장 길까지 나 홀로 큰 대자를 그리며 활보하며 내려왔다. 평지를 내려오는 내 발길은 피곤을 잊은 체 경쾌하기만 했다.
·주차장 화장실이 하도 깨끗하고 잘 꾸며져 있어 감탄하며 세면기에 세수하고, T샤쓰 갈아입고, 복장 단정히 하고  나와 매점에서 지리산 등산 코스가 그려져 있는 스카프 1장 기념품으로 사고, 커피 한잔 빼서 먹고 활보하며 버스정류장 까지의 2km의 아스팔트길을 내려오며 몇 번이고 지리산을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주능선을 걸으며 수 없이 감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려오는 길목에서도 뒤돌아 보이는 주위의 장엄하고 수려한 자연에 쏟아지는 감탄을 금 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지리산 종주를 해냈다는 것에 스스로 감격하고 감사해 마지않을 수 없었다.

·14시15분도착―버스정류장― ·서울에 일찍 도착하려는 욕심에 부지런히 버스정류소까지 내려오니 2시15분, 그런데 진주행 버스는 3시에나 떠난단다.
·정류장 평상에 앉아 쉬고 있는데 중간에 탈진되어 못 올라가고 주저앉아 있던 두 젊은이(열차에서 하차 할 때 만난 천안에서 왔다는)가 내려온다. 포기하고 내려가지 않았나 했더니 내가 일박한 세석에서 잤다고 한다.
나와 1시간 간격을 두고 뒤따라 올라온 것이다. 두 젊은이가 목이 마르다 고 음료수를 사 오면서 내 것까지 사다 줘서 또 한 번 감격했다. 이렇게 산에 오르다 보면 수 없이 갖가지 인연이 맺어진다.
                  
·16시10분도착― 진주시외버스터미널 ― ·중산리에서 진주까지 강줄기 끼고 가는 주변 경치도 아름답다. 진주시내는 남강이 흐르고, 역시 진주는 아름다운 도시다.
·진주 시외터미널에서 두 청년과 함께 Taxi를 합승하고 고속터미널까지 동행, Taxi요금은 음료수를 얻어 먹은 처지라 보답하는 길도 된다고 생각해 기분 좋게 내가 내고,

·16시15분도착―진주 고속터미널― ·진주고속터미널에서 나는 4시30분 서울행 우등버스에 몸을 실었고, 두 청년은 집이 천안이라며 대전행버스쪽으로 가고, 우리는 헤어졌다. 또 지리산에서 만나자는 공허한 약속을 나누며‥
·새로 뚫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주변 산천풍경도 일품이다. 경호강이 유유히 흐르고 녹색으로 뒤덮인 산천은 말 그대로 금수강산이다. 나라사랑의 마음이 절로 난다. 다음에 승용차로 달려볼 생각으로 주의를 집중해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 변을 유심히 관찰했다. 주변 경치에 취해 장거리 산행으로 인한 피로감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차창 밖으로 고정시킨 시선을 때지 않았다.
·고속도로 신탄진 휴계소에서 저녁으로 사 먹은 소머리 국밥은 산에서 건식으로만 지낸 내겐 더 없는 식단이었다.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원두커피 한잔 사 먹고 버스에 올랐다.

·20시20분도착―서울 강남고속터미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뚫려 진주서 서울까지 4시간도 체 안 걸려 도착.

·21시20분 ― 집에 도착―   ·2박3일(주능선상에서 1박)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나도 지리산 종주를 해 냈다는 도취된 성취감을 누가 알랴?.  "엄마! 나, 참피언 먹었어!" 저승에 계신 어머님께 나도 이렇게 외치고싶다.



산행후기

나는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26.4km, 중산리 하산길 7.8km, 도합 34.2km의 산행을 단독으로, 주 능선에서의 1박만으로 해냈습니다. 뿌듯합니다. 용기를 내어 지리산 종주를 도전해 보았는데.  참으로 의미 있는 산행이었고, 내 자신도 놀랄 정도의 체력과 지구력에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외람 되게도 더 이상 늙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서 산에 자꾸 자꾸 올라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에 대한 애착을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산은 역시 잃어버린 청춘을 되살려 주는가 봅니다.
계절이 바뀌면 지리산 종주를 다시 하리라 다짐을 하면서 평소에 등산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늙어서도 지리산 종주도 얼마든지 가능하니 종주를 해 보시라고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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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희 2002.07.08 05:49
    무사히 종주 하신 것 축하드려요!! 젊은이 못지 않은 용기와 감수성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저도 김선생님 처럼 그렇게 나이들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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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7.08 14:23
    많은 연세임에도 종주산행에 성공하신 쾌거를 축하드리며. 더구나 이렇게 자세하고 재미있는 후기까지 정리하시어 그길을 따르는 후배들에게 크게 쓰임이 되겠습니다, 더욱 건강과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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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학 2002.07.08 16:24
    지리산 종주를 축하드립니다. 이병주씨의 에세이집 雪嶽頌 에 옮긴 글귀는 저의 가슴에만 유독 와 닿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건강하시고 저도 열심히 지리산을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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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원 2002.07.08 17:39
    인생 만세. 축하드립니다. 건강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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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2.07.08 22:30
    축하드립니다. ^^* 저도 아버님 더 늙기전에 지리산에 한번 모시고 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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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오름 2002.07.09 17:20
    용대 형님.자칭 노인이라시는데 체력을 보니 천부당 만부당 입니다.글솜씨도 어찌나 빛나시는지 제가 읽은 종주기 중에는 최고 입니다.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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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레드 2002.07.09 18:30
    제게도 힘이 됩니다. 고희에도 지리와 만날 수 있다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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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환 2002.07.11 22:54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저 또한 그 연세가 되면. 한 번쯤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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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일 2002.07.14 11:50
    김선생님! 감명받았습니다. 지리산 종주에 관심이있어 정보를 찾든 중 선생님의 산행기보다 눈에 뛰네요 저는 이번 휴가를 계기로 지리산을 다녀와서 백두대간 종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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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7.19 15:45
    정말 대단하군요!! 전 담주에 2박3일로 지리산 종주를 하려는 초보산행인 입니다. 이리저리 자료찾다 여기까지 왔는데 넘 좋은 자료를 얻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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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정 2002.07.21 15:36
    할아버지! 지리산 종주 정말루 축하드려요! 정말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구요, 여태까지 등산 한번 제대로 못한 제가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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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가현 2002.07.21 15:37
    할아버지! 지리산 종주 하신거 축하드려요!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애요. 저도 앞으로 등산 많이 할게요! 할아버지 글 정말 잘 봤어요! 정말 길기도 하고 정말 잘 쓰신것 같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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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雲岩 2002.07.24 02:09
    雲岩은 저희 아버님의 호입니다.평생 산을 누구보다 사랑하셨던 분입니다. 지금 몸져 누우셔 다신 가실 수 없을것 같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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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신 2002.07.27 12:14
    저도 30년후에 이렇게 될런지.. 넘넘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30년후에 손자손녀의 격려를 받으며 다녀올 수 있도록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군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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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남 2002.08.11 00:32
    종주하신것 축하드립니다.. 후기도 정말 감동적이었고, 지리산 종주를 준비하는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리구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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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영 2002.09.12 21:01
    용기에(?)찬사를보냅니다.시간허락되시면또다시종주하시건가요?항상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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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2.09.15 13:48
    2002.6.20. 장터목에서 서울과 안양에세 오신 70되신분 두분을 뵈었는데 참 장하십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매년 종주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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