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04:00시쯤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두르는 분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나도 눈을 떴다 어젯밤은 너무나도 잘 잤다 아들이 덮고 잤던 겨울 침낭을 펼쳐서 같이 덮고 잤는데 얼마나 따뜻하던지 전날 추위에 떨면서 밤을 지샜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아들을 깨워 짐을 정리하고 추위에 대비해서 단단히 준비를 했다 바지는 양말 안쪽으로 집어넣고, 장갑도 끼고 잠바에 모자도 단단히 동여매고 거기에 비옷을 꺼내서 겉에 입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다들 바삐 움직이는 움직임이 무슨 훈련을 받는 사람들 같다 여러 곳에서 출발을 한 대학생들이 장터목에서 모두 집결을 했는지 단체로 먼저 출발을 한다 단단히 채비를 마친 나도 아들을 앞세워 04:45쯤에 천왕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늦으면 일출을 보지 못할 거라는 조바심 때문인지 숨을 헉헉 몰아 쉬면서도 거침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이건 아예 군에서 행군을 하는 것 같다 어둠 때문에 제석봉의 전경도 통천문의 지나는 길도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로지 앞서가는 사람들의 발 만보고 나아간다 아들이 힘들어하며 조금 쉬어가자는 걸 보폭을 줄이는 것으로 대신하고는 앞서가는 아저씨의 뒤를 바짝 붙어가라고 재촉을 해본다 중간 중간 쉬어가는 분들을 지나쳐 계속 앞으로.. 멀리 저 앞 천왕봉에 불빛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듯한 웅성거림도 들려온다 조금 후 우리도 사람들 속으로 합류한다
너무 옷을 동여맨데다 걸음을 재촉해서인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05:45분경에 일출이라고 했는데 06:00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인데도 사위가 어둡다 검든 구름과 가스가 천왕봉을 뒤덮고 있다 아들의 현장학습 증거자료를 남기기 위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 1915M 智異山 天王峯 ]
[ 추위를 피해 바위 뒤편에 몸을 숨긴 아들 ]
이제는 가스가 걷히는 것만 기다리면 된다 시계 나침반으로 동쪽방향을 확인하고는 일출은 놓쳤지만 파란하늘과 밝은 해를 보기에 적당한 장소로 이동 바위 뒤에 숨는다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산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분들이 눈에 띈다 인사를 주고 받았다
30, 40분이 지났을까 중간중간 가스가 걷히는 듯 파란하늘이 살짝 보이는 듯 하다가는 다시 가스로 덮이기를 몇 차례, 다시 검은 가스가 시야를 가린다 아들이 춥다고 빨리 내려가잖다 오늘 하산 길은 대원사 길..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는 않다 아들과 함께 천왕봉 일출과 운해의 장관을 함께 보았으면 하고 내심 기대했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산행의 마지막 길로 내려섰다 다시 걷기 시작하니 추위는 많이 사라진 것 같은데 아들은 여전히 춥단다 중봉에 올라서니 새벽녘부터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고 계시던 분들이 서너 분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가스가 걷히면서 천왕봉이 살짝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잘 나오지는 않았다
[ 가스 사이로 까맣게 천왕봉이 살짝 보인다 ]
치밭목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스틱이 큰 도움이 된다 첫날은 짐이 너무 무거워서 스틱을 짚을 생각조차 못했는데 어제부터는 스틱을 짚으며 산행을 해왔고 오늘도 톡톡히 덕을 본다 무릎에 무리가 없다 치밭목으로 내려서는 산길의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화엄사 길을 오를 때와는 사뭇 다르다 오브넷에서 산행기를 읽으며 치밭목 하산 길에서 곰이 출현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서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곳곳에 적혀있는 곰을 만났을 때 대처요령을 아들과 함께 숙지하면서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른다
[ 안개와 단풍 그리고 아들 ]
치밭목 산장에 도착 늦은 아침으로 준비를 한다 햇반에 오뚜기 짜장 역시나 양이 많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할아버님들도 도착을 하셔서 아침을 준비 중이다 세분은 친구분들이라고 하셨는데 담소를 나누시며 산행하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그 중 한 분께서 교직에 몸을 담으셨었다고 하시면서 아들이 대견스러우셨는지 격려해주고 맛있는 초콜릿도 나누어 주시고.. 아마 아들이 내색은 안 했어도 많은 격려가 되었으리라
치밭목 산장 문 앞에 돌 비석이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한문으로 智異山 山莊 이렇게 적혀있었는데 지리라는 한문이 아들에게 어려웠나 보다 아들 왈
“ 아빠 여기 치밭목 산장 이렇게 적혀있는 거지? “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주위에 계시던 분들이 웃으신다
[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비석이 아들 발 옆에 ^^; ]
다들 먼저 출발하셨고 우리가 제일 늦게 출발을 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무제기 폭포에 들러 사진을 찍는 여유를 부렸다
[ 무제치기 폭포 ]
계속되는 내리막이어서 그런지 어제 그렇게 아빠를 재촉하던 아들이 유평마을 근처에 와서는 힘들다고 계속 쉬어가자고 보챈다 “ 다 왔다 “ 소리를 얼마나 했는지.. 드디어 유평마을이다 민박집에서 식사를 하시던 치밭목산장에서 먼저 하산하셨던 내외분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점심으로 산채비빔밥을 맛나게 먹으면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했다
[ 코스모스 사이로 치밭목 이정표가 예쁘게 자리했다 ]
[ 아들의 여유로운 휴식 – 물장난 ]
부지런히 걸어서 대원사 입구에 도착 아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는 화엄사에서부터 시작 대원사까지 함께한 산행을 자축하는 의미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다
아들에게 이번 산행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아들이 산행하는 것을 보시면서 격려해주시고 대견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힘겨운 산행 가운데 아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자리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04:00시쯤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두르는 분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나도 눈을 떴다 어젯밤은 너무나도 잘 잤다 아들이 덮고 잤던 겨울 침낭을 펼쳐서 같이 덮고 잤는데 얼마나 따뜻하던지 전날 추위에 떨면서 밤을 지샜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아들을 깨워 짐을 정리하고 추위에 대비해서 단단히 준비를 했다 바지는 양말 안쪽으로 집어넣고, 장갑도 끼고 잠바에 모자도 단단히 동여매고 거기에 비옷을 꺼내서 겉에 입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다들 바삐 움직이는 움직임이 무슨 훈련을 받는 사람들 같다 여러 곳에서 출발을 한 대학생들이 장터목에서 모두 집결을 했는지 단체로 먼저 출발을 한다 단단히 채비를 마친 나도 아들을 앞세워 04:45쯤에 천왕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늦으면 일출을 보지 못할 거라는 조바심 때문인지 숨을 헉헉 몰아 쉬면서도 거침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이건 아예 군에서 행군을 하는 것 같다 어둠 때문에 제석봉의 전경도 통천문의 지나는 길도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로지 앞서가는 사람들의 발 만보고 나아간다 아들이 힘들어하며 조금 쉬어가자는 걸 보폭을 줄이는 것으로 대신하고는 앞서가는 아저씨의 뒤를 바짝 붙어가라고 재촉을 해본다 중간 중간 쉬어가는 분들을 지나쳐 계속 앞으로.. 멀리 저 앞 천왕봉에 불빛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듯한 웅성거림도 들려온다 조금 후 우리도 사람들 속으로 합류한다
너무 옷을 동여맨데다 걸음을 재촉해서인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05:45분경에 일출이라고 했는데 06:00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인데도 사위가 어둡다 검든 구름과 가스가 천왕봉을 뒤덮고 있다 아들의 현장학습 증거자료를 남기기 위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 1915M 智異山 天王峯 ]
[ 추위를 피해 바위 뒤편에 몸을 숨긴 아들 ]
이제는 가스가 걷히는 것만 기다리면 된다 시계 나침반으로 동쪽방향을 확인하고는 일출은 놓쳤지만 파란하늘과 밝은 해를 보기에 적당한 장소로 이동 바위 뒤에 숨는다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산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분들이 눈에 띈다 인사를 주고 받았다
30, 40분이 지났을까 중간중간 가스가 걷히는 듯 파란하늘이 살짝 보이는 듯 하다가는 다시 가스로 덮이기를 몇 차례, 다시 검은 가스가 시야를 가린다 아들이 춥다고 빨리 내려가잖다 오늘 하산 길은 대원사 길..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는 않다 아들과 함께 천왕봉 일출과 운해의 장관을 함께 보았으면 하고 내심 기대했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산행의 마지막 길로 내려섰다 다시 걷기 시작하니 추위는 많이 사라진 것 같은데 아들은 여전히 춥단다 중봉에 올라서니 새벽녘부터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고 계시던 분들이 서너 분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가스가 걷히면서 천왕봉이 살짝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잘 나오지는 않았다
[ 가스 사이로 까맣게 천왕봉이 살짝 보인다 ]
치밭목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스틱이 큰 도움이 된다 첫날은 짐이 너무 무거워서 스틱을 짚을 생각조차 못했는데 어제부터는 스틱을 짚으며 산행을 해왔고 오늘도 톡톡히 덕을 본다 무릎에 무리가 없다 치밭목으로 내려서는 산길의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화엄사 길을 오를 때와는 사뭇 다르다 오브넷에서 산행기를 읽으며 치밭목 하산 길에서 곰이 출현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서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곳곳에 적혀있는 곰을 만났을 때 대처요령을 아들과 함께 숙지하면서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른다
[ 안개와 단풍 그리고 아들 ]
치밭목 산장에 도착 늦은 아침으로 준비를 한다 햇반에 오뚜기 짜장 역시나 양이 많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할아버님들도 도착을 하셔서 아침을 준비 중이다 세분은 친구분들이라고 하셨는데 담소를 나누시며 산행하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그 중 한 분께서 교직에 몸을 담으셨었다고 하시면서 아들이 대견스러우셨는지 격려해주고 맛있는 초콜릿도 나누어 주시고.. 아마 아들이 내색은 안 했어도 많은 격려가 되었으리라
치밭목 산장 문 앞에 돌 비석이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한문으로 智異山 山莊 이렇게 적혀있었는데 지리라는 한문이 아들에게 어려웠나 보다 아들 왈
“ 아빠 여기 치밭목 산장 이렇게 적혀있는 거지? “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주위에 계시던 분들이 웃으신다
[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비석이 아들 발 옆에 ^^; ]
다들 먼저 출발하셨고 우리가 제일 늦게 출발을 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무제기 폭포에 들러 사진을 찍는 여유를 부렸다
[ 무제치기 폭포 ]
계속되는 내리막이어서 그런지 어제 그렇게 아빠를 재촉하던 아들이 유평마을 근처에 와서는 힘들다고 계속 쉬어가자고 보챈다 “ 다 왔다 “ 소리를 얼마나 했는지.. 드디어 유평마을이다 민박집에서 식사를 하시던 치밭목산장에서 먼저 하산하셨던 내외분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점심으로 산채비빔밥을 맛나게 먹으면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했다
[ 코스모스 사이로 치밭목 이정표가 예쁘게 자리했다 ]
[ 아들의 여유로운 휴식 – 물장난 ]
부지런히 걸어서 대원사 입구에 도착 아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는 화엄사에서부터 시작 대원사까지 함께한 산행을 자축하는 의미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다
아들에게 이번 산행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아들이 산행하는 것을 보시면서 격려해주시고 대견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힘겨운 산행 가운데 아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자리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걱정속에 서로를 챙겨주면서 가족愛가 더욱 돈독해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