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24 오전1:27 윗새재 마을에서 시작한
산행, 그래... 이 일출을 보고자 한
것이었지... 어둠의 훼방에 허우적거리며
조개골을 올라 거친 숨 다독거리며 바라본
하늘... 머리 위 하늘은 우주와 내가 있는
곳 사이에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을
만큼 투명한데 해가 뜨는 저곳은 낮은
구름들로 가득하여 화려한 일출은 기대키
어렵겠다.
달님은 눈가에 비친 눈물 옷고름으로 훔치며 어둠과 함께 조용히 영신봉 너머로 뒷걸음치고 있고...
전망대 바로 아래에 서서히 펼쳐지고 있는 초암능선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봉, 중봉 그리고 천왕봉...
햇살 끌어안고 있는 지리의 생명들...
영혼이 떠나간 고사목에도 똑같이 햇살은 나눠지고...
안개구름 속을 파고 드는 햇살... 저기 움푹 들어간 곳이 치밭목대피소인데...
아! 아침햇살... 아침햇살에 깨어난 주황색 나리, 슬기난님께서 이웃 어여쁜 꽃에 마음을 주자 질투하던 저 순간... 정령 꿈이겠지요... 정령 꿈이겠지요...
산객이 드물어서 그런지 하봉에서 국골사거리로 이어지는 아침숲은 건강하고 신선하다. 산길은 온갖 나뭇잎과 나무껍질로 덮힌 흙길로 푹신푹신하기까지 하다. 국골사거리에 배낭을 풀고 늦은 아침을 한다. 식었지만 친근한 흰 밥, 매운 고추와 정다운 된장, 가냘픈 김과 새침데기 김치가 만들어 낸 그 행복감은 뭐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름다우신 두 분 슬기난님과 진로님과 그 행복감을 함께 하고 있으니!...
국골사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고 동부능선으로 향한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길가엔 산죽들이 점점
무성해지고 있다. 반팔과 반바지로 드러난
여린 살갗들은 쓰라림에 아우성이다. 특히
키 작은 철쭉녀석들이 고약하다며
고자질로 난리다. 그리그리 등성이
넘어넘어 우람한 독바위에 올랐다.
독바위에서 내려다본 희미한 조개골의 모습.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둠을 헤치며 저곳을 더듬어 올랐던 허상들은 이곳에서 저렇게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저 골짜기를 내려다보고만 있는데...
독바위에서 새재마을쪽을 바라보며... 이 바위에 우두커니 앉은 못난 이 내 허상, 저 외로워 보이는 소나무처럼 지리의 눈엔 그리 보이겠지... 그리 보일 것이야...
저 너머가 새재인데... 그래 그래 다 왔다... 그 순간은 결국엔 이리 오게끔 되어 있지... 그런데 저 구름들은 왜 산등성이를 넘지 못하고 저리 주츰거리고 있나...
새재에서 저 아래 윗새재마을을 내려다본다. |
독바위 아래 넓은 바위에서 즐기던 낮잠, 아름답게 피어난 온갖 야생화, 끈질기게 스킨쉽을 나누고자 달려들던 산죽과 키작은 나무들,
조개골 시원한 계곡물에서 물놀이, 차곡 차곡 기억의 앨범속에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