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326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7. 뱀사골(07:45) - 세석.(19:15)

밥을 하고 즉석 미역국 1인분을 대충 끓인 후 김치로 아침 허기를 달래고 온도계를 확인하니 0도이다. 동계용 침낭이 약간 덮다고 느껴지더니만 역시 기온이 별로 내러가지 않았다. 산장지기를 찾아 산장비를 계산하고 길을 떠나니 7시 45분이다. 취사 준비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세석까지는 가야한다.

화개재에 올라 옆 동네 청년을 먼저 보낸다. 걸음걸이 차이가 많아 같이 가기는 무리다.  토끼봉 경사를 올라 사방을 잠깐 둘러본다. 대여섯 사람이 흩어져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  연하천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어제 화엄사를 올라올 때와 비교하면 주능선은 정말 편하다. 연하천에 도착하니 10시 40분, 여기 저기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이들로 북적인다. 노고단에서 여기까지 넘어 온 사람도 많아 보인다. 연하천 매점에 가격표를 둘러보니 이전과 비슷하다.  산아래 보다 두 세배 비싼 가격이다. 그래도 긴 부탄가스는 1,500원, 봉지라면은 1000원이니 양호한 편인 듯.  캠핑가스는 4000원이니 이 가스는 반드시 밑에서 사와야 할 것이다. 물을 준비하고 길을 재촉한다. 마천 갈림길을 지나 경사를 오르니 전망이 탁 트인다.  이제 동계용 내의를 입고 가기는 너무 덮다. 얇은 긴 팔 남방으로 갈아입고 있으니 어린 아들을 동반한 40대 분이 올라온다. 꼬마도 입은 파카가 덥다고 벗기 바쁘다.  나이를 물으니 11살이라고 답한다. 장하다.

길을 재촉해 형제봉을 지나니 벽소령 산장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한다.  가고 쉬기를 반복하여 벽소령에 도착하니 사람도 많다. 노고단에서 출발한 팀이 벌써 나를 앞지르기 시작한 셈이다. 라면을 끓여 먹은 후 살펴보니 아까 보았던 꼬마도 없고, 나보다 늦게 뱀사골을 출발한 내 또래 부부로 보이는 일행이 식사를 끝내고 출발하려 한다.  선비샘이 가까우나 물이 전혀 없다. 할 수 없이 내러가기 싫은 샘터로 가서 물을 채우고 선비샘으로 향한다.  

작전도로 갈림길을 지나 경사를 올라 선비샘에 다다르니 여기도 사방에 줄로 야영터를 막고 “취사 야영 금지”란 푯말이 요란하다. 하지만 물은 이전과 같이 펑펑 쏟아진다.  물을 채우고 발에 수통 물을 뿌려 씻은 후 말리고 있자니 혼자 왔다는 사람이 사탕을 건넨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산을  많이 탄 사람이다.  먼저 가시라 하고는 발을 깨끗이 말린 후 세석으로 향한다. 이 길은 지리산을 처음 찾았을 때 아주 힘들게 걸었던 길이다.  그때보다는  수월하게  천천히 길을 가다 보니 어느새 머리카락이 허연 어르신이 뒤에 나타난다. 노고단에서 출발하셨다고 하신다. 여기서부터 만났던 분은 모두 노고단에서 출발이라고 일러 주니 내 걸음 걸이는 대단히 느리다.  세석앞 영신봉 철계단을 오르니 사방이 어둡다. 멀리 마을 불빛이 여기 저기 보인다. 10여분 쉬다가 세석이 보이는 길을 걷다보니 “예약하지 않은 분들은 중앙홀로 오세요.“ 란 방송이 들린다. 세석에 드니 7시 15분이다. 안내소 창문을 여니 더운 기운이 얼굴 가득이 쏟아진다. 무신 놈의 산장이 이리 따뜻하노? 벽소령에서 보았던 부부가 홀에서 인사를 건넨다. 여기서도 동계용 침낭은 아주 더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밖에서 잘까 생각하다 자리를 배정받고 저녁을 먹는다.  잠자리에 누우니 역시 덮다.

8. 세석(06:20) - 대원사 주차장(18:15).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가 아침 준비를 하러 내러 오니 옆자리에서 자다 일어난 사람도 같이 따라 나선다. 내가 뒤척이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싶어 미안하다. 1층 홀에서 서로 얼굴을 확인하니 어제 선비샘에서 사탕을 건네던 분이다. 같이 식사를 하고 6시 20분 촛대봉으로 향한다.  일출이 멀지않아 자리를 잡고 동쪽을 바라본다. 이내 뻘건 태양이 구름사이로 비치더니만 이내 눈부신 태양이 구름위로 쏟구친다. 7시 경이다. 장터목으로 선비샘에서 만났던 분과 동행을 한다. 역시 내 걸음은 환상적으로 늦다.  한참을 가다 쉬다 보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보무도 당당히 지나간다. 7-8년전 쯤인가? 뱀사골에서 야간에 홀로 산장으로 오르다 동행한 아가씨가 생각난다. 걸음이 무지 빨랐는데 여자 걸음도 못따르는냐는 쓸데없는 오기로 쉬자는 소리도 안하고 따라 잡느라 고생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혼자 찾는 아가씨는 보통 산악부 회원이더란 기억에 산악부 회원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장터목에 도달해 이 아가씨와 동행하여  천왕봉에 오르니 고등학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다. 선비샘에서 만났던 분은 칠선으로 가자고 은근히 꼬시나 지금 내 컨디션으로 그 곳으로 가기에는 일정 조절이 힘들 듯 싶어 나는 빠지고 아가씨와 같이 칠선쪽 길을 찾아 내러가는걸 보고는 치밭목으로 향한다. 10시 40분이니 시간은 널널하다.

중봉에 오르니 몇 사람이 천왕봉을 보면서 쉬고 있다. 인사를 건네고 계속 걷는다. 하봉쪽 직선로는 출입통제 푯발로 가로 막혀 오른쪽으로 내러 선다.  이전 텐트산행을 위주로 했던 당시에는 이 길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하봉쪽 길을 막으면서 이 길이 생겨 났나 보다.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치밭목에 다다라 라면을 끓이고 식사를 하다 보니 중봉을 오르면서 지나쳤던 부부가 산장에서 나와 하산을 하신다. 인사를 건네고 식사를 마친 후 하루 여기서 묶을 것인지 바로 하산할 것인지 망설인다. 2시를 좀 넘긴 시간이니 충분히 하산할 수는 있을 듯 싶다. 일단 짐을 정리하고 남은 휘발유와 음식물을 산장에 넘기고  배낭을 꾸린 후 망설이다 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이전 산장지기 민병태씨는 구조대 활동중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중이고 새로 오신 분이 산장을 지키고 있다. 대원사 주차장에서 7시 20분에 막차가 있다고 한다.

2시 45분부터 하산을 시작하여 길을 내러가니 이전에 이 길을 가면서 무릎 통증으로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될수록 느리게 하산을 한다.  하산은 비교적 순조로왔다. 왼쪽 능선으로 붙어 넘기 전에 얼굴에 물을 묻히고 머리에도 대충 물을 껴엊는다. 비누야 산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아주 시원하다. 내러가다 이정표를 보니 하산속도가 너무 느려  급경사가 아닌 곳에선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이내 앞서 하산하였던 부부를 뒤로 하고  유평리에 도착하니 17:20분이다.  대원사 바로 위 가게에서 담배를 구입해 하나 무니 머리가 핑 돈다.  지루한 시멘트 도로는 대원사를 거쳐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히치하이킹을 하지 않는다면 족히 1시간은 걸어야 할 정도의 거리다.

주차장 가게에서 동동주를 한잔할까 하나 지갑이 두텁지 못해 포기하고 진주행 차에 몸을 실고, 진주에서 부산 서부 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23:55분이다.  간식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샤워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든다.

9. 돌아와서...

이전 텐트 산행때에 비해 인공물이 설치된 구간이 많았다. 위험한 구간은 아예 흰 밧줄로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막아 둔 곳도 자주 보였다. 이전의 간단한 리본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새로 들어선 세석산장은 마치 여관을 방불케할 정도였고 신축전 산장에서 수통의 물이 얼어붙어 침상을 떼구르 구르던 모습을 다시 보기 어려울 듯 싶다.  침상 밑에 버너 코펠을 두고 자던 시절도 이전 산꾼의 추억으로 남을 시기도 멀지않아 보인다. 12월 15일 산불 경방 기간이 지나면 눈 덮인 길을 호젓이 찾고 싶다.


별첨. ---------------------------------------

1) 음식:

첫날:
아침(버스타고 가면서 김밥으로 해결)
점심(화엄사 도착하여 노고단 식당에서 재첩국 6,000원)
저녁: 노고단에서 김밥과 끓인 물

둘쨋날:
아침: 뱀사골에서 밥과 일회용 미역국 1인분. 김치
점심: 벽소령에서 라면과 아침에 남긴 밥, 김치.
저녁: 세석에서 밥과 집에서 준비한 국거리, 김치.

세쨋날:

아침: 세석에서 밥, 즉석 미역국 1인분, 김치.
점심: 치밭목에서 라면, 김치. 아침에 한 밥 약간.
저녁: 집에서 해결. 아주 늦은 저녁.

2) 연료:
콜맨 휘발유 버너에 처음 채운 걸로 이틀 취사가 가능하였음. 여분 휘발유는 모두 산장에 두고 옴.

3) 잠자리

다나 1.3kg 동계용 침낭을 가져갔는데, 뱀사골에서 잘 때 매트리스를 깔고 군복바지, 동계 내의 두터운 것을 입고 다소 더운 감이 있었고, 세석에서 난방이 되어 팬티 차림으로도 너무 더워 오리털이 많은 위부분을 아래로 깔고 잤으나 여전히 더웠다. 가을용 다크론 침낭이면 적당했을 듯 싶다.

4) 의류:

화엄사 - 노고단 구간에 군복바지와 긴팔 등산복을 입고 바지 아랫단과 팔을 걷어 붙이고 올라감. 노고단 아래부터 좁쌀만한 우박이 떨어지면서 갑자기 쌀쌀하게 느껴지기 시작함.
뱀사골 출발시 동계내의, 군복바지, 면장갑으로 출발.
연하천 지나 11시가 가까워 동계내의가 더워 가을용 긴팔 남방으로 갈아 입음.
세석도착전 철계단지점에서 날이 저물면서 다시 추워 동계내의로 입음.
촛대봉에서 일출을 볼 때, 면장갑, 군복바지, 동계내의, 라스텍 봄 가을용 운동복 잠바, 비옷으로 춥지 않았으나 허리부분은 바람이 약간 드는 듯 싸늘하게 느껴짐.
장터목으로 향하면서 8-9시 사이에 더워 다시 긴팔로 갈아 입음.
천왕봉에서 긴팔,  면장갑, 비옷으로 충분하였다. 바람이 없었고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5) 불편했던 점들.

휘발유, 쌀, 김치를 많이 가져가 무게가 많았다. 콜맨 442 휘발유버너에 채운 연료로 이틀간 취사가 가능하여 1리터 연료통에 가져간 연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버너에 가득 채우고 비상시를 대비해 한번 더 채울 분량으로 0.6리터 연료통에 350cc 정도 가져가는 걸로 종주 연료는 충분하다.

김치도 중간 크기 코펠에 가득 가져갔으나 제일 작은 코펠에 담을 정도면 2-3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쌀도 3끼 분이 남았다.

이 시기에 밀감, 감, 배를 가져가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드나 무게를 감안해서 가져가야 한다.  찹쌀떡도 맛이 있더라.

겨울용 모장갑, 안면모, 오리털 내피, 여벌옷 하의, 아이젠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보온물통을 가져갔었는데 아침 무렵과  저녁 무렵에는 따신 물이 요긴했으나 9시 이후 17시 이전에는 따신 물을 마시기엔 너무 더웠다.

진주에서 부산행 버스를 타고 갈 때 머리카락을 빗지 않아 머리모양이 엉망이었다. 버스 이용전에 가게에서 세면과 머리 손질을 하고 옷도 갈아입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산중 계곡에 몸을 담글려면 발을 다치지 않기 위해 슬리퍼가 필요하다.

출발전 확인한 지리산 기온은 최저 2-6도 사이였음.

  • ?
    오 해 봉 2002.09.15 20:03
    훈련소 에서 신병교육용 교안같은 참으로 고마운 글입니다 느림보님 같은 분이있는 정겨운 지리산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 지리산 종주 ( 부산 - 화엄사 - 대원사, ) - 2/2 1 느림보 2001.11.16 3260
981 늦은 산행기 (06.10.19~06.10.21, 덕두봉.정령치,주능선) 3 2006.11.16 3259
980 산죽과의 한판, 그리고 남부능선 마침표 찍기 3 슬기난 2004.03.30 3255
979 교교한 달빛서린 달뜨기능선을 따라,,, 6 슬기난 2005.11.21 3255
978 화엄사에서유평마을로 5 어린백성 2006.06.02 3253
977 여유로운 지리산행 6 해성 2006.08.11 3251
976 어느 삼십대의 다시 찾은 지리산 6 이시스 2005.02.01 3249
975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 (2) 전종율 2001.09.26 3248
974 깊은 산속 연못 찾아,,, 10 슬기난 2006.11.01 3243
973 5월11~13일 지리산우천산행 5 군자봉 2007.05.16 3242
972 지리산 산길을 아들과 함께..(끝) 8 그루터기 2006.10.13 3240
971 눈산행 3 file 산사나이 2006.01.11 3238
970 초보가 중견 산악인 되다 3 이경석 2006.10.01 3237
969 바래봉에 철죽이 안보여요 4 file 산이조아 2007.04.22 3236
968 지리산 산길을 아들과 함께..(1) 2 그루터기 2006.10.13 3232
967 쌩초보 지리산 종주기 12 강민영 2004.11.08 3231
966 저 원추리 녀석이 부럽기만 허구먼... 24 허허바다 2005.07.25 3229
965 가족종주 1^^ 5 닭과 계란 2005.06.18 3227
964 느림보의 첫 종주기(화엄사-대원사) 5 바다새 2007.05.28 3226
963 아들과 함께한 지리산 종주 3 김병육 2006.08.17 322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