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재밌다.
잘 읽었습니다
산이 그리워 지리산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다 읽어버렸습니다.
친구에게 이멜로 보냈는데
주인장 허락없이 카피해서 죄송하구먼유.
학창시절엔 해마다 찾던 산인데
이제는 다녀온지가 (걸어서) 5년은 넘은것 같네요
님의 글을 읽고 반드시 가까운 날에 지리산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함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
>어쩌면 그렇게 쉽게 지리산의 마지막 밤을 일상의 잠으로 보내는게
>
>아까웠는지도 모르겠다.
>
>친구는 이미 침낭속으로 머리까지 감추었고,새벽의 산행을 준비하고자 모두들
>
>이른 잠자리에 들고 있었다.
>
>
>
>친구가 알새라 침낭속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
>여전히 짙은 안개와 바람에 날리는 빗방울이 온몸에 한기를 느끼게 했다.
>
>
>
>조금전 국립공원 관리공단 소속의 산장지기 아저씨가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
>등반객들에게 공지사항을 하나둘 알려주는 자리가 있었다.
>
>마치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하는것 처럼.
>
>
>
>"꾸벅"
>
>
>
>"에~~지금으로 봐서 내일 일출을 본다는건 불가능한 일로 사료가 되오나
>
>갑자기 날씨가 맑아져 일출을 보실수 있게 될라 치면....흠흠.....
>
>새벽 4시경 지체없이 방송을 할것이니 안심하셔두 되갔습니다"
>
>
>
>이런 날씨 속에서 천왕봉 일출을 맞이 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
>원래 지리산에서 맑은 일출을 본다는건 쓰리고에 따따블 씌우는것 만큼
>
>어려운 일이라 한다.
>
>
>
>산장앞 벤치에 나와 한 30분 정도 등산랜턴을 안개속으로
>
>맴맴 돌리며 앉아있으려니 이 생각 저생각이 난다.
>
>흡사 그 모습이 심하게 소외된 왕따 학생의 하소연 같다.
>
>"이러고 있으면 그녀를 볼수 있을까?"
>
>"으~~에취"
>
>지리산의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을 여민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
>"에이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
>
>
>
>머리맡의 창문틀에선 세차게 부딛친 바람들이 휘 돌아나가고 있었지만
>
>침낭속은 너무나 아늑했다.
>
>바람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
>
>
>
>
>"야!! 야!! 쾌청하대"
>
>친구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새벽 4시다
>
>"뻥까지마"
>
>"아니야 정말이야"
>
>
>
>정말로 바람이 휘돌던 창가에 보름달이 휘영청 걸려 있었다.
>
>
>
>고요하던 산장이 5분대기조 내무반으로 바뀌며,우당탕 쿵탕,
>
>여기저기서 서둘러 등반 준비를 하느라 방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
>늦게 까지 팩소주를 까던 옆자리의 아저씨도 얼떨결에 일어나고,
>
>고독맨도 부지런을 떤다.
>
>내친구는 벌써 문앞에 나가있다.
>
>
>
>어차피 일출을 구경한뒤에는 산장으로 다시 내려와서 하산을 하므로
>
>반대로 넘어가는 일부 등반객을 제외하곤 모두들 장비를 산장에 두고
>
>가벼운 빈몸으로 정상을 향했다.
>
>칠흙같은 어둠속에 달빛에 의지하여 방향을 잡고 랜턴으로 길을 밝히니
>
>천왕봉 향하는 등산로가 붉밝힌 손전등이 연결되어 한길로 이어진다.
>
>
>
>장관이었다.
>
>
>
>"이 불빛 한점중 하나는 그녀의 것이겠지."
>
>
>
>은은한 보름달 아래서 성공리에 작업을 마치겠다던 계획이 빗나간건
>
>순전히 산장지기 아저씨 때문이었다.
>
>그녀 일행의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산장 미 예약들에게 침상을 배정 한다며
>
>모이라고 한것이다.
>
>늦으면 자리가 없단다.
>
>공지사항 듣고 자리 배정 하자마자 다시 나갔지만 그녀는 이미 식사를 마친후였다 .
>
>빨간 반바지에 빨간색 윈드자켓을 맞춰입고,통통한 배낭을 짊어진채 베이지색
>
>벙거지를 귀엽게 눌러쓴 모습이 자꾸 떠올랐지만 그날밤 그 모습을 다시 볼순
>
>없었다.
>
>
>
>땀 흘리며 장터목 산장을 출발한지 1시간,
>
>벌목꾼들이 일부러 태워서 생긴 고사목 지대인 제석봉을 지나
>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천왕봉이 눈 앞에 있다.
>
>우뚝솓은 바위 위에 20~30평 공간이 있고 먼저온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
>
>아직 지지 않은 보름달이 밝혀주는 불빛속에서
>
>모두들 해돋이를 감상할 명당자리를 차지하느라 여념이 없다.
>
>
>
>지리산 전체가 조금씩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
>언제부터 오려했는데 이제야 왔단 말인가.
>
>너무도 거대하다.
>
>저 멀리에서부터 내가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
>미리 봤더라면 엄두가 안 날뻔했다.
>
>
>
>아둔한 사람이 들어와서 어질어진다고 지리산이고
>
>백두산으로 부터 흘러온 자락이라고 두류산이라고도 한단다.
>
>설악산을 남성에 비유하면 지리산은 여성이라고 한다.
>
>바디빌더의 섬세하게 다듬어진 근육처럼 울뚝불뚝한 맛은 없으나
>
>풍만한 여인이 누워있는듯 볼륨감 넘치는 산세가 지리산의 여성미다.
>
>어머니의 품속에서 의지하듯 지리산의 자락에서 어머님의 정을 느낀다.
>
>
>
>해가 솟는다.
>
>지리산의 제일봉이 우주의 정기를 받아들이고 있다.
>
>그곳의 정기는 백두 대간을 타고 한반도로 흘러갈것이다.
>
>모두들 말이 없다.
>
>민족의 영봉 지리산.
>
>
>
>어디선가 그녀가 함께 하고 있는 듯 했다.
>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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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그리워 지리산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다 읽어버렸습니다.
친구에게 이멜로 보냈는데
주인장 허락없이 카피해서 죄송하구먼유.
학창시절엔 해마다 찾던 산인데
이제는 다녀온지가 (걸어서) 5년은 넘은것 같네요
님의 글을 읽고 반드시 가까운 날에 지리산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함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
>어쩌면 그렇게 쉽게 지리산의 마지막 밤을 일상의 잠으로 보내는게
>
>아까웠는지도 모르겠다.
>
>친구는 이미 침낭속으로 머리까지 감추었고,새벽의 산행을 준비하고자 모두들
>
>이른 잠자리에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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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알새라 침낭속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
>여전히 짙은 안개와 바람에 날리는 빗방울이 온몸에 한기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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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전 국립공원 관리공단 소속의 산장지기 아저씨가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
>등반객들에게 공지사항을 하나둘 알려주는 자리가 있었다.
>
>마치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하는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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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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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지금으로 봐서 내일 일출을 본다는건 불가능한 일로 사료가 되오나
>
>갑자기 날씨가 맑아져 일출을 보실수 있게 될라 치면....흠흠.....
>
>새벽 4시경 지체없이 방송을 할것이니 안심하셔두 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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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날씨 속에서 천왕봉 일출을 맞이 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
>원래 지리산에서 맑은 일출을 본다는건 쓰리고에 따따블 씌우는것 만큼
>
>어려운 일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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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장앞 벤치에 나와 한 30분 정도 등산랜턴을 안개속으로
>
>맴맴 돌리며 앉아있으려니 이 생각 저생각이 난다.
>
>흡사 그 모습이 심하게 소외된 왕따 학생의 하소연 같다.
>
>"이러고 있으면 그녀를 볼수 있을까?"
>
>"으~~에취"
>
>지리산의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을 여민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
>"에이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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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맡의 창문틀에선 세차게 부딛친 바람들이 휘 돌아나가고 있었지만
>
>침낭속은 너무나 아늑했다.
>
>바람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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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쾌청하대"
>
>친구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새벽 4시다
>
>"뻥까지마"
>
>"아니야 정말이야"
>
>
>
>정말로 바람이 휘돌던 창가에 보름달이 휘영청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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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던 산장이 5분대기조 내무반으로 바뀌며,우당탕 쿵탕,
>
>여기저기서 서둘러 등반 준비를 하느라 방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
>늦게 까지 팩소주를 까던 옆자리의 아저씨도 얼떨결에 일어나고,
>
>고독맨도 부지런을 떤다.
>
>내친구는 벌써 문앞에 나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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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일출을 구경한뒤에는 산장으로 다시 내려와서 하산을 하므로
>
>반대로 넘어가는 일부 등반객을 제외하곤 모두들 장비를 산장에 두고
>
>가벼운 빈몸으로 정상을 향했다.
>
>칠흙같은 어둠속에 달빛에 의지하여 방향을 잡고 랜턴으로 길을 밝히니
>
>천왕봉 향하는 등산로가 붉밝힌 손전등이 연결되어 한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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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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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빛 한점중 하나는 그녀의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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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보름달 아래서 성공리에 작업을 마치겠다던 계획이 빗나간건
>
>순전히 산장지기 아저씨 때문이었다.
>
>그녀 일행의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산장 미 예약들에게 침상을 배정 한다며
>
>모이라고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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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으면 자리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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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듣고 자리 배정 하자마자 다시 나갔지만 그녀는 이미 식사를 마친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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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반바지에 빨간색 윈드자켓을 맞춰입고,통통한 배낭을 짊어진채 베이지색
>
>벙거지를 귀엽게 눌러쓴 모습이 자꾸 떠올랐지만 그날밤 그 모습을 다시 볼순
>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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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 흘리며 장터목 산장을 출발한지 1시간,
>
>벌목꾼들이 일부러 태워서 생긴 고사목 지대인 제석봉을 지나
>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천왕봉이 눈 앞에 있다.
>
>우뚝솓은 바위 위에 20~30평 공간이 있고 먼저온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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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지 않은 보름달이 밝혀주는 불빛속에서
>
>모두들 해돋이를 감상할 명당자리를 차지하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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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전체가 조금씩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
>언제부터 오려했는데 이제야 왔단 말인가.
>
>너무도 거대하다.
>
>저 멀리에서부터 내가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
>미리 봤더라면 엄두가 안 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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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둔한 사람이 들어와서 어질어진다고 지리산이고
>
>백두산으로 부터 흘러온 자락이라고 두류산이라고도 한단다.
>
>설악산을 남성에 비유하면 지리산은 여성이라고 한다.
>
>바디빌더의 섬세하게 다듬어진 근육처럼 울뚝불뚝한 맛은 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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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만한 여인이 누워있는듯 볼륨감 넘치는 산세가 지리산의 여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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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품속에서 의지하듯 지리산의 자락에서 어머님의 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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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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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제일봉이 우주의 정기를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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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정기는 백두 대간을 타고 한반도로 흘러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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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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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봉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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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그녀가 함께 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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