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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산행일시:2003년 11월 23일
ㅇ산있는곳:경남 하동
ㅇ산행코스:와둔-고소성-통천문-신선봉-신선대-성제봉1(형제봉)-성제봉2-원강재-삼신봉갈림길-거사봉-시루봉-회남재-옛길-청학이골 입구(옛길 끝지점)
ㅇ산행시간:Am 07:10시~Pm 15:30시

섬진강을 오른쪽에다 두고 이어진 길은 악양의 삼거리에 이르니 평사리의 와둔이다. 평사리는 소설 "토지"의 영향으로 어쩐지 친근하고 마음의 고향같은 느낌이 드는 정다운 곳이다.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소상낙원"이라 새겨진 커다란 표지석을 보게 되는데 이 곳이 성제봉의 들머리다.
성제봉은 지도상에는 형제봉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정상에는 성제봉(聖帝峰)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 어디에도 형제봉이라 쓰여진 곳은 없다. 다만 형제(兄弟)의 사투리가 성제임을 놓고 보면 옛 부터 성제봉으로 불리워 졌으니 그대로 부르려 한다.

풀섶에 내린 하얀 서리가 참 곱다라는 생각을 하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산행길 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산책길이라 부르는 게 합당할 만큼 길은 순하디 순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섬진강 물은 잔잔하고 도도하게 구비 돌고 평사리의 잘  정돈된 들판은 마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길은 소나무 숲길로 계속 이어져 오르고 수북히 깔린 소나무 낙엽(지리의 달인 공용철님은 이를 소나무 갈비라 했는데 참 멋있는 표현이다)을 밟고 걸음을 계속한다. 임도를 건너고 바위사이를 올라 외석문을 지난다. 한산사 450m 지점에 서 있는 표지판은 신선대를 4,2km의 거리임을 알려 주고 목책에 로프가 매여진 길을 올라 고소성에 이른다. 신라시대의 성인 고소산성은 둘레 800m. 높이 3,5~4,5m의 규모로 매우 단정하게 복원되어 있다. 섬진강의 은빛 모래를 손바닥에 한 웅큼 웅켜쥐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왼쪽의 바위, 죽 고소대에 올라 흐르는 땀을 식히고 잠시 조망에 빠진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른 하늘에서는 햇빛이 쏟아지고 아침의 추위는 말끔히 가셨으며 찬란한 햇 빛으로 조망이 너무나 좋다.능선을 잇는 소나무 숲길은 계속되고 철사다리를 지나 바위에 올라선다. 다시 바위 사이의 좁은 통천문은 배낭을 벗어 들고 지나며 09:00시 봉수대에 이른다. 다시 이은 발걸음은 해발 718m의 시원한 전망바위에 이르고 거대한 암봉이 막아선  곳을 길은 암봉 사이의 너덜 오름을 지나 구름다리가 있는 신선대 정상에 섰다.(09:40시)
막힘 없이 눈에 드는 조망을 즐기고 구름다리를 건너 철계단을 내려선다. 여기저기 묘가 보이고 곧 나타나는 표지판은 성제봉은 1,55km. 지나온 고소산성은 4,2km임을 알려 주는데 이 곳부터 형제봉 철쭉밭이 눈에 들어온다. 성제봉철쭉제단도 보이고..

철쭉사이로 이어지는 길에는 하얀 서릿발이 단애를 이루며 일어서 있는데 점령군 같은 나의 발길로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황갈색의 철쭉밭에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서 있는 소나무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은 따스함을 넘어 덥기조차 하다. 창공으로 날아 오르는 몇 무리의 까마귀 떼 들도 이색적인 모습이다.
10:30시. 헬기장에 올라서니 지리의 주봉인 천왕봉이 눈에 들어오고 길은 헐벗은 굴참나무 숲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성제봉 정상을 향해 오르막으로 변한다.
11:00시.
성제봉 정상이다.지리의 주능선이 일직선을 그으며 힘차게 뻗어 이어지니 노고단, 반야봉,세석,천왕봉과 써레봉이 한 눈에 들어오고 왼쪽 멀리 금오산과 사천의 와룡산, 그리고 아름다운 옛길 회남재도 보인다.
정상을 내려서 또 다른 성제봉에 오른다. 이름 그대로 성제봉이니 두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성제(형제)처럼 솟아 있다. 먼저 오른 성제봉이 1,115m 이고 윗쪽의 또다른 성제봉은 1,107m이니 아랫쪽의 봉우리가 "성(형)"이고 윗쪽 봉우리가 "제"인 셈이다. 표지석은 아랬쪽의 봉우리에만 있고 윗쪽에는 국기게양대가 서 있다. 회남재는 7,7km의 거리다. 50m쯤 윗 쪽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발 길을 재촉한다, 회남재를 향하여...

임도를 건너고 할공장에 이르니 시간은 11:40시다. 봉우리 하나를 완전히 발가벗겨 만든 할공장을 지나니 길은 완전히 변하여 우거진 잡목과 누워버린 와목들을 지나며 거친 길이 계속된다.다시만난 임도의 표지판은 시루봉을 2,6km의 거리로 알려주고 있는데 길은 계속된다. 잠시 발길을 이었던 임도가 끝나고 좋지않은 숲속의 산길로 발길을 잇는다. 키를 삼키는 조릿대 숲길이 끈질기고 길게 이어진다.

13:00시. 전망이 좋은 바위에 앉아 아득히 뒤따르는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 본다. 곧바로 암릉의 거사봉에 오르니 누군가 작은 돌무더기를 쌓고 그 중앙에 막대기를 꽂아 놓았다. 다시 우거진 조릿대 숲길을 오르고 삼신봉으로 길이 나뉘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든다. 천왕봉은 바로 앞으로 다가서고 청학동도 눈아래 펼쳐져 있다. 이어 돌탑 1기가 서 있는 시루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를 지나고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는 회남재를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한동안 계속되는 내리막이 참 힘들다. 어찌나 경사 급하게 내려 이어지던지...

14:10시.
지나온 성제봉을 바라보니 아득하고 나란히 서 있는 정다운 모습에 눈길을 준다. 길은 더 거칠다. 이리저리 엉킨 넝쿨을 헤치고 잠시 후 방송중계용 철탑에 이르니 이제 회남재는 지근이다. 조금 아래의 하동 304삼각점을 확인하고 낙엽 깔린 산 길을 내려 표지판이 서 있는 회남재에 이르니 14:40시다.
회남재(回南)는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남명 조식 선생이 좋은 땅을 찾아 헤매던 중 이 곳에 올라 악양들판을 내려다 보니 골이 좁고 물이 섬진강으로 곧장 빠지는 탓에 좋은 땅이 아니라 해서 돌아섰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런 회남재가 6,25 때는 빨치산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넘나들던 애환의 고개가 되었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걷고 싶은 옛길이 되어 회자되고 있다.
또한 회남재는 재 너머 묵계나 청학동 사람들이 소금과 해산물을 구하기 위하여 하동까지 이어야 했던, 즉 산간에서 바다로 통하는 통로요 먹거리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일상 속의 길 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 산행에서 성제봉도 중요하지만 그못지 않게 회남재를 꼭 걸어 보고 싶음도 산행 목적의 하나였다.
구비도는 회남재 옛길을 한동안 길게 걸어 내려와 청학이골 입구에 이르니 시간은 15:30시가 되었고 산행은 끝이 났다.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 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
   <섬진강 시인의 글>

돌아 오는 길은 섬진강을 느끼는 아름답고 사념에 빠지는 멋진 길이다. 잔잔하고 유구히 흐르는 강물과 끝없이 깔린 은빛모래, 그리하여 누구나 섬진강에 오면 시인이 되고 선인이 된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칠 때 섬진강변으로 달려 가서 그 모든 것을 훌훌 털어 강물에 흘려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살아가는 하루를 다시 잇는 것도 의미있고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끝).



고소산성의 모습, 신라시대의 것으로 둘레 800m. 높이 3,5~4,5m 규모.



성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고소산성에서 바라본 섬진강.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통천문. 배낭은 벗어야 한다.



아름답게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이 길다.



신선대 정상 오르막 직전의 바위 사이 너덜 길.



신선대 정상의 구름다리.



신선대에서 바라본 사천 방면의 산 군들.



신선대 삼거리에 서 있는 표지판.



성제봉 철쭉 밭.



푸른 하늘로 높이 나는 까마귀가 이색적 이었다.



단애를 이루고 서 있는 서릿발 들.



성제봉 정상의 표지석. 성제는 형제의 사투리다. 그러니 이 표지석의 성제라는 한자는 틀린 것 아닐까?



멀리 천왕봉과 세석이 보인다.



성제봉은 봉우리가 두개다. 윗 쪽의 성제봉 모습.



할공장.



시루봉 2,6km를 알리는 임도 한 켠의 표지판.



조릿대 숲길이 질리도록 길게 이어진다. 너무나 우거져 키를 훌쩍 넘기는 곳이 태반이다.



지나온 성제봉능선. 가운데가 악양면 이다.



조그만 돌무더기 위에 누군가가 막대기를 세워 놓았다. 거사봉으로 짐작된다.



시루봉 정상.



회남재로 이어지는 능선,시루봉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방송중계용 철탑에서 바라본 성제봉의 모습, 두 봉의 다정한 모습이 성제(兄弟)를 닮았다.



회남재.



청학이골 입구의 제단.



돌아오면서 들른 화개장터의 모습.
  • ?
    김현거사 2003.12.18 11:43
    형제봉 아래 녹차와 국화차를 만드는 한 젊은이가 있는데,'녹차를 만드는 사람들'이란 싸이트에 가면 만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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