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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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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빨치산루트,창암능선 산행기)

ㅇ산행일자:2003년 09월 10일
ㅇ산있는곳:전북 남원
ㅇ산행코스:백무동-빨치산루트-능선사거리갈림길-창암산능선-소지봉-망바위-제석봉-천왕봉-통천문-장터목산장-하동바위-
백무동
ㅇ산행시간:Am 06:30시 ~ Pm 15:40시

어둠 속의 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새벽 03시 20분. 추석을 하루 앞두고 귀성을 하는 차량들로 길은 꽤나 번잡하다.

백무동에 도착하지만 아직 어둠 속에 잠들어 있고 주차장에는 서, 너대의 차량만이 한 모퉁이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빨치산루트의 들머리는 주차장 맨 아래 동와식당이다. 이 식당의 마당으로 들어 바위를 오르면 말끔히 풀이 깎인 사면을 지나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길은 가파르고 특이하게 음료수 병을 거꾸로 꽂아 만든 계단 길을 지난다. 곧바로 "인민군총사령부"의 표지판을 지나며 길은 가파르게 올라 조릿대 숲 사이로 돌아 완만히 내려서다 다시 오르막으로 변한다.
흙 깊게 깔린 길은 더없이 부드러워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제법 수북히 떨어져 찬비에 젖은 채 널려있는 낙엽은 처연스럽다.
다시 "백무동, 인민군총사령부" 표지판을 지나는데 이른 아침의 불청객에 놀란 꿩 두 마리가 날개짓도 거칠게 날아 오른다. 이어 물 적게 흐르는 계곡을 건너고 길은 이어지며 우측의 빨치산조형물(인형3개)과 "이 곳 빨치산 총사령부 터는 산 중턱에 위치하면서도 자연적인 요새를 형성하고 인근의 4개 봉우리에서 사방을 관찰하기 좋은 천혜의 아지트이며 현재도 빨치산 막사의 터가 40여 개나 발견되어 당시 총사령부가 매우 큰 규모"였다는 안내판이 있다.

너덜로  이어지는 길에는 물이 흐르고 계속되는 길 양편에는 대나무가 무성히 자란 빨치산 막사 터가 연이어 나타나고 이어 벽송사 5,2km의 표지판도 지난다.
제법 커다란 바위가 직벽으로 서 있는 삼거리에서는 우측(흰색 천에 붉은 화살표 표시된 방향)으로 들어야 한다. 왼쪽 계단길이 훨씬 넓고 뚜렷하지만 이 길은 직벽을 지나면 금방 없어져 버린다.

잔뜩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오르면 벽송사 5km의 표지판이 나오고 다시 뚜렷해진 산길은 바위들과 함께 오르막으로 계속 이어진다. 하늘은 구름 속에서 벗어날 기미조차 없고 숲 속의 산길에는 기다리는 바람은 오지 않고 모기떼와 거미줄들이 달려든다.
길은 오름으로 계속되고 이어 산죽비트 안내판을 지나며 조릿대 숲 속에 인민군 조형물이 서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조릿대 숲길, 이러다가 우리나라의 모든 산은 조릿대에 덮여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괜한 걱정도 해본다.

07:40시.
굴참나무 우거진 숲을 올라 조그만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벽송사 4km. 백무동 2km의 표지목이 서 있고 길은 우로 돌아 오름으로 이어진다. 좌측 산 아래 칠선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매우 우렁차다. 이 곳은 약간 변형된 사거리로 올라온 곳을 기준으로 표지목의 좌측 길은 빨치산루트가 이어져 추성의 두지터로 내려서고 표지목에서 10여 m 위의 능선 좌측은 칠선계곡으로 이어지며 바위 아래 조릿대 숲 속의 희미한 길이 소지봉 아래의 주등산로로 이어진다.
당연히 소지봉  쪽의 조릿대 숲 길로 드니 길은 곧바로 뚜렷하며 급한 오르막이다. 빨치산루트와 헤어진 길은 이제 창암산능선으로 계속되는데 능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층 시원한 개방감이 느끼지나 곳곳의 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소지봉에서 이어내려 창암산을 솟구치게 하며 뻗어 있는 이 창암능선에는 조릿대  숲과 철쭉이 터널을 이루며 가파른 오르막이 꾸준히 계속된다.

08:30시.
어휴! 깜짝이야.
우측 몇 미터 아래 조릿대 숲 속에서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울음 소리와 함께 튀어나와 쏜살같이 아래로 내달린다. 식식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매우 위협적이다. 물 한모금 마시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완만하게 그러다가  또 급한 오르막으로 계속되는 산맛, 발맛 깊게 느껴지는 길을 계속 잇는다.

08:50시.
하동바위에서 오르는 주등산로의 참샘 가파른 오르막 위의 너덜이 널려 있는 곳과 길이 합쳐지는 곳이다. 추석 전날 이어서인지 산행객 하나 보이지 않고 적막함만이 흐른다.
바위에 앉아 잠시 생각의 바다에 빠져든다.
오늘 같은 날까지 지리에 드는 나는 정녕 지리의 무엇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지리의 참 맛을 어설피 나마  느끼고나 있는 걸까?
부질없는 호기부림은 아닐까?
그러나 뚜렷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 어느 날 불현듯 이런 의문들이 풀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다식 길을 오른다. 이제는 시원히 뚤린 주등산로이다. 곧바로 해발 1,312m의 소지봉을 지나고 길은 게속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09:20시)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길을 올라 09:50시 망바위에 이른다. 소나무 아래 암릉에 앉아 제석봉과 장터목을 올려다보고 눈길을 돌려 촛대봉을 지나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바라본다.

다시 잇는 발길은 느긋한 마음에 한없이 느려지고 내리던 빗줄기도 잦아들었다. 땀은 끝없이 흘러내리고 무엇을 향한 그리움인지 파도처럼 밀려오니 마음은 한없이 여려진다.
10:30시.
장텀목 이르기 전 오른쪽에 "등산로 아님"표지판과 로프가 매여 있는 곳으로 들어 제석봉으로 향한다. 자연휴식년제로 묶여 있는 이 곳도 이제 제법 어우러져 복원되어  가고 있다
해발 1,808m의 제석봉에 당도하니 시간은 11:10시이고 뻔히 눈에 드는 천왕봉은 이제 1,1km의 거리다.
통천문을 11시40분에 지나니 아마도 오늘은 천왕봉 오름의 기록을 깨는 날 인 듯 싶다.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산행으로...

벌써 지리산에는 가을빛으로 바뀌기 시작하는가 보다. 슬금슬금 내려앉는 주황빛깔이 눈에 확연히 드니 말이다.

천왕봉을 오를 때마다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철계단은 어김없이 오늘도 힘이 든다. 다시 간헐적으로 빗방울은 떨어지고.

12:00시.
천왕봉에 발을 올리니 나를 포함하여 일곱 명만이 있을 뿐이다. 날씨는 흐리지만 뿌연빛으로 웅석봉도 그대로 눈에 들고 중산리도 지척으로 보인다.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주능선도 선명하며 칠선계곡도 녹음 사이로 이어져 내린다. 적당한 바람은 땀을 말리고 마음은 평안하고 여유롭다.
정상 아래 천왕봉 안내판의 싯귀를 읽어 본다.
- 푸른 산 흰 구름은 산객의 마음이요
  바람과 물결은 산객의 발이로다.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천왕봉에 오르니
  봄 따라 핀 꽃향기 코 끝을 때리고
  산정은 높아 운해는 더욱 한가로운데
  애석히도 오늘 다시 나홀로 보는구나
  무슨 일로 서풍은 불어 잠든 숲을 깨우고
  한소리로 차거운 산새는 장천을 울며 나는가! -

12:40시.
한껏 여유로움에 빠져있다 길을 내려선다. 다시 또 빗방울이 이어지고 내려서는 걸음은 더디고 더디다. 장터목에 이르니 (13:20시) 한가로움이 넘치고 산행객도 채 열명이 되지 않는다. 늘 인파로 쉴 틈 없던 벤취도 텅 비어 있고.

13:40시.
한 시간의 여유있는 휴식을 마치고 백무동으로 내려서는 길을 잇는다. 내려서는 내내 불과 여덟명의 올라오는 산행객을 만났을 뿐이다.
그리고 백무동에 내려서며 빨치산루트를 지나 창암산능선을 올라 천왕봉을 들른 산행은 끝을 맺었다.
시간은 15:40시가 되었고.     (끝)




빨치산루트의 초입은 백무동 주차장 아래 동와식당의 마당이다. 아직 어둠에서 깨어나지 못한 백무동에는 가로등도 빛을 발하고 있다.



동와식당 밑에 보면 "지리산 공비 토벌루트 안내도"가 있으니 들머리 찾는데 참고가 된다.
길을 들면 이내 음료수 공병으로 만든 계단길이 이어지고
이어 인민군 총사령부 표지판이 서 있다.
숲에는 빨치산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벌써 가을인가!
길을 오르는 도중에 낙엽이 수북히 떨어져
찬비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빨치산 조형물.



1시간 10분 걸려 오르니 고갯마루다.
이 곳은 약간 변형된 사거리로 백무동과 벽송사가 표시되어 있다.
리번이 붙어 있는 곳으로 내려서면 빨치산루트가 이어져 추성의 두지터로 내려선다.



표지목의 조금 위 좌측 내리막은 칠선계곡으로 이어지고
우측의 희미한 오름길이 창암산능선으로 계속 오르면 소지봉 밑의
암릉으로 나와 하동바위에서 오르는 주등산로와 합쳐진다.



창암산능선은 굴참나무와 조릿대가 숲을 이루고 철쭉나무 숲길도
여러번 나온다.
터널을 이루고 잇는 철쭉나무 숲 길.



창암산능선을 계속 오르면 이 곳으로 나온다.
이 곳은 참샘 위의 급경사 돌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누구나 쉬어가는 바로 그 곳, 암릉이 널려 있는 곳이다.
백무동 방면으로 로프가 매여 잇는데 그 로프를 넘어서 보면
뚜렷한 길이 보인다.



망바위에서 바라본 주 능선, 노고단은 저 멀리 아득하다.



망바위 위의 암릉 사이 소나무.
망바위 에서 계속 오르면 장터목산장이 보이는 암릉이 널려 있는 공터에 이르는데 그 공터 직전의 이 나무계단 오름길이 나는 늘 힘이든다.



장터목으로 오르다 보면 왼쪽에 "등산로아님"이란 글씨와 함께 로프가 매여 있는데 이 곳으로 들면 제석봉의 중간 주 등산로로 이어진다. 자연휴식년제로 묶여 있는 곳이지만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
그 곳으로 들어 제석봉을 오르다 보니 산풀이 우거져 있고 그 사이 들꽃이 아름다웠다.



제석봉의 주 등산로. 구름이 짙게 낀 탓에 어둡다.



통천문을 지나고
천왕봉을 오르는 라목이 서 있는 곳의 첫번째 철계단 길.
통천문 밑 그림은 두번째 철 계단이다.
나무 난간이 매여 잇는 정상 오르는 암릉지대. 무척 가파른 곳임을
가본 이들은 금방 알아 챌 것이다.



마지막 계단에서 내려다 본 제석봉 모습.



자연휴식년제 안내판이 서 있는 이 곳으로 들면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칠선계곡으로 내려선다.
정상 오름의 마지막 구간.



천왕봉 정상의 표지석.



천왕봉 정상 너머 (중산리 방면)사면 모습.



정상에서 본 암봉이고
하산 길 마지막 계단 옆의 산 나무와 죽은 나무.



암봉과 구상나무가 좋아서.



生 과 死!



내려오다 되돌아 본 제석봉의 모습.



제석봉에 죽은 나무만 서 있는게 아니다. 이제 제석봉도 차츰 살아나고 있다. 들꽃이 만발한 제석봉.



편지.



참샘 위의 암릉에서 내리 이어지는 이 돌계단 길.모두가 힘든 곳이다.
참샘 옆에는 최근 구급약품을 비치해 놓았다. 열어보니 기본적인 것은 모두 들어 있었다.
파이프를 통해 물이 나오고 있는 참샘,물이 줄어들고 있는지 한 개의 파이프는 물이 나오지 않았고 나오고 있는 파이프도 물의 양이 현저히 줄었다.
내려서며 자주 볼 수 있는 이끼지대.



하동바위의 철 구름다리.



길을 다 내려와 백무동 야영장 한 켠에 만발한 들 꽃.



들꽃 옆의 강아지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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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2003.09.13 10:55
    사진도 잘 보았습니다. 같은 날(성삼재출발) 지리산의 공기를 마셨군요. 매미때문에 종주를 마치지 못하고 벽소령에서 안내원의 인솔따라 음정으로 하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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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js38 2003.09.13 12:51
    정말 잘 보았습니다. 그날 전 부산 백양산 꼭대기에서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부럽군요 ㅎㅎ, 참! 홈페이지도 가 보았습니다. 정말 잘해놓으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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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9.14 21:15
    추석전날의 백무동모습이 자못궁금합니다.
    사진으로보는 천왕봉.쑥부쟁이와 들꽃이만발한 제석봉.
    사진밑에 자세한설명 참좋으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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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영호 2003.09.14 22:44
    모처럼 인적이 없는 천왕봉을 볼수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의미있는 사진들 그리고 산행 간접적으로 만족합니다 매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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