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228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산행코스 : 반선-요룡교-와운마을-와운능선-연하천산장-와운골-와운마을-요룡교-반선
산행날짜 : 2004년1월31일(토) 7:45 am- 6:35 pm
산행동반 : 가객(부산) 수래 송학(진주) 우듬지 차산(서울) - 5명

와운능선을 제대로 타려면 요룡교 건너 와운마을 입구가 되는 북두고개와 뱀사골로 
들어가는 계단길을 가르는 능선 끝에서 오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와운마을에서 우측사면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도 이 길을 택했다. 
능선을 타기 전에 와운 천년송에 들려 무사산행을 부탁한다.

천년송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따로 마련돼 있다. 뒤쪽 능선의 우측 봉우리는 점산이다.


천년송 앞에서 (왼쪽부터 우듬지 수래 가객 차산)


지리산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는 지리산 여걸 가객 아우는 
오랜만에 보는 와운마을이 예전에 비해 크게 변했다고 혀를 찬다.


와운분교 자리에는 음식을 파는 민박집이 들어섰다. 


유일한 가계집은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돼 있다.


능선 들머리는 간이상수도 펌프장에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 사면길로 오른다.


사면을 올려치는 수래 아우. 


능선 네거리. 적설량이 의외로 적어 오버트라우저를 벗고 스패츠만 다시 찬다. 
여기서 직진하면 뱀사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요룡교쪽 능선 끝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명선봉 연하천은 왼쪽으로 올라야 한다. 


와운능선 네거리로 올라서는 가객 


오버트라우저를 벗고 있는 우듬지 아우

능선에는 스패츠 중간까지 올라오는 눈이 쌓여 있으나 러셀이 잘 돼 있어 걷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능선이라고 해도 양지바른 남사면 방향은 눈이 다 녹아 바닥에 조금 깔려있을 뿐이다. 와운능선에 올라서면 명선봉에 오를 때까지 오른쪽으로 반야봉을 계속 끼고 걷는다. 반야봉 우측으로는 멀리 만복대가 하얀눈을 덮어쓰고 의연하게 솟아 있다. 만복대 앞 능선은 심마니능선이다. 와운능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에 가려 시계가 완전히 트인 곳이 없다. 시계가 좋아지길 기다려 뒷쪽의 영원능선을 디카에 한장 담는다는 것이 결국 기회를 얻지 못하고 말았다. 연하천 헬기장에 도착하기 전 3백m쯤 급경사 우측에는 빨찌산들이 사용했음직한 조그만 바위동굴이 커다란 바위능선 아랫쪽에 빼꼼히 뚫려있다. 연하천대피소의 연료와 쓰레기를 운반하기 위해 만든 헬기장에 도착하면 앞에는 바로 명선봉 오름길이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연하천대피소가 지척이다. 대피소 앞마당은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사람들로 그런대로 부산하다. 지붕 위에는 햇볕에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이부자리들이 펼쳐져 있다. 먼저 도착한 우듬지 송학 수래 아우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점심에 곁들인 잣술이 일품이다. 우듬지가 직접 담그는 술은 마가목술이든 잣술이든 항상 최고다. 언제나 시원하게 쏟아지는 연하천 샘은 한겨울에도 끄떡없다. 벽소령대피소에는 물이 없으니 여기서 준비해가야 한다는 안내문이 알림판 위에 쪽지글로 붙어 있다. 점심 후에는 기호에 따라 맛있는 한방차와 커피를 한잔씩 하고 오후 2시 대피소 바로 우측으로 와운골 시작점을 찾아 나섰다. 여기서부터는 러셀도 돼 있지 않은 심설산행이다. 눈이 무릎 정도 올라오는 이 정도의 심설산행도 눈이 적은 이번 겨울에는 처음이다. 계곡길이라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올들어 산행한 지리 남부능선 산행이나 덕유능선 삼악산 청계-광교종주 삼성-관악종주 등에 비하면 눈이 아주 많은 편이다. 드디어 와운골 계곡산행 시작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상적인 산행길이 없는 와운골을 러셀해가며 걷기란 결코 쉽지 않다. 너덜지대는 단속적으로 계속되고 정상적인 등로는 없다. 자칫하면 너덜 사이에 발이 빠져 넘어지기 일쑤다. 고마운 것은 고라니 오소리 등 짐승 발자국이다. 특히 오소리 발자국이 많다. 경험으로 미루어 오소리 발자국은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오소리 발자국을 따라 러셀을 계속해 가며 내려온다. 고맙다 오소리야! 와운골에는 특히 자작나무가 많다.

오소리 발길 따라 가려면 이런 나무 사이도 지나야 한다. 우리는 개선문을 통과하는 것이라며 통과기념 사진 한장씩을 찰칵했다. 계곡길을 좌우로 건너며 러셀에 지친 대원들이 잠시 휴식. 폭포도 아닌데 눈녹은 물이 산등성이를 흘러내리다가 작은 빙폭을 이뤘다. 지겨운 너덜지대는 계속되고.... 너덜지대에서 넘어지며 눈속에 묻히기를 거듭한 가객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집에 돌아가 오늘 산행기의 제목은 '지옥의 묵시록' 으로 하겠다고 지리99 사랑방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나 눈 덮힌 너덜을 지나며 넘어지고 눈속에 묻히기를 거듭한 것은 가객 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넘어지면 일어서고 또 넘어지면 또 일어서면서 진행한다. 고로쇠 작업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나타나고도 한참을 내려온 후에 계곡 고도 약 8백m쯤에서 비로소 좌측 등성이로 정상적인 등로가 나타난다. 고생끝 행복시작이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양지쪽 등성이에는 눈이 거의 녹았다. 산길은 갈수록 선명해지고... 오전에 사면을 치고 올라섰던 와운능선 네거리가 좌측에 보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다시 와운마을이다. 요룡대 와운마을 입구를 지나는데 첫집에서 젊은 장정들이 몽둥이를 들고 오소리 한마리를 몰고 있다. 왜 야생동물을 잡느냐고 핀찬을 주며 물으니 오소리가 다쳤다고 한다. 치료해주기 위해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오소리는 요룡교 밑으로 들어가 숨으며 우리를 뻔히 올려다 본다. 아마 부상이 심해 몸이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장정들이 잡으러 올 것을 염려해 우리는 오소리가 빨리 도망가라고 "어이 그 놈 잘 도망가는구나!" 하며 일부러 소리를 친다. 몽둥이를 든 장정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돌아간다. 반선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새마을트럭 한대가 내려온다. 가객이 손을 들으니 차를 세워주며 안전에는 책임을 못진다고 큰소리로 말한다. 알고보니 조금전 오소리를 잡으려던 청년들이다. 오소리가 닭을 잡아먹기 위해 인가로 내려온단다. "그렇다고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을 마구 잡으면 되나요?" 하고 되묻자 청년들은 쑥쓰럽다는 표정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와운에 살고 있다는 청년들은 우리를 반선 일출식당까지 태워준다. 이들 도움으로 하산길 30분 정도를 절약했다. 길도 없는 계곡을 내려오며 오소리 발자국 덕을 톡톡히 본 우리는 오소리도 살리고 오소리를 잡으려던 청년들의 트럭도 탄 셈이 됐다. 15년전 와운마을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쓴 어느 산꾼으로 부터 당시 사진들을 경기도 파주까지 가서 얻어왔다는 가객은 청년들의 민박집 명함을 챙겨넣는다. 꼭대 아우와 함께 와운마을을 방문해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사진과 대조해가며 확인해 보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지리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리 매니아들의 열정은 한이 없다. ***


  • ?
    하해 2004.02.04 01:10
    눈덮힌 하산길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으면 표현을 그리 하셨을까요^^ 오소리의 흔적이 약초꾼의 가는 실오리 같은 길과 진배없네요.
  • ?
    산유화 2004.02.04 15:50
    뱀사골 계곡에서 갈라지는 와운 마을, 와운 천년송 궁금했는데 잘 봤습니다.
    자작 나무가 특히 많은 숲길, 너덜 지대 눈속에 발을 빠져가며 고생스럽지만 좋은 분들과 좋은 산행이셨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1002 징하다 지리산!!! 4 지리山의 딸 2002.01.21 3017
1001 진주에서 가다보니 오세철 2002.08.08 2339
1000 진민의 서북능선 야간산행기 21 진민 2004.11.01 2644
999 직전-불무장등-피아골-직전 원점회귀 2 차산 2004.03.03 2132
» 지옥의 묵시록 - 지리산 겨울 와운골 2 차산 2004.02.02 2281
997 지사랑형님들과의 국골기행!!!!!!! 1 khan382 2002.02.17 2142
996 지리의 천왕봉을 찾아서 ~~~~~ 7 고래 아자씨 2003.06.16 2381
995 지리산행기(3) / 노고단을 뒤로하고 5 볼프강 2003.06.14 1921
994 지리산종주(화엄사~노고단 편) 11 소나기 2004.09.11 2941
993 지리산종주 홀로 1박2일 19 조미경 2004.09.13 4546
992 지리산종주 3 11 닭과 계란 2004.06.20 3055
991 지리산종주 2 3 닭과 계란 2004.06.20 2968
990 지리산종주 1박2일코스 1 1박2일 2002.09.10 4159
989 지리산종주 1 2 닭과 계란 2004.06.20 4072
988 지리산이 날 부른다... 10 다시한번 2004.12.18 2710
987 지리산의 생태. 5 김남학 아들 2003.01.04 1730
986 지리산의 대(臺) 9 구름모자 2004.09.23 2674
985 지리산의 느낌 2 소슬바람 2005.11.15 2803
984 지리산의 꼬실레이숑~ 출정 2라운드 11 짝재기양말 2003.10.16 1883
983 지리산을 아끼는 마음을 갖자 산사랑 2003.03.06 159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