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친구가 2박 4일로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방황하던 차에 시련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죽도록 가서 고생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단 하루만에 겨울 등산장비 챙겨서 서 울역에서 밤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둘이서 생라면과 초코바 그리고 소주로 한번 버텨보자고 다짐하고 편의점에서 필요한 생필품만 사서 출발했습니다.
정말 '쌩' 고생했습니다. 눈물이 핑 돌정도로 추웠고 배고팠습니다. 친구는 화엄사 계곡~노고단 코스에서 4번 퍼지고 전 그 친구 챙기느라 저도 한번 퍼졌지요. 노고단에서 간단히 초코바로 허기를 달래고(?) 일박을 할 뱀사골로 향했습니다. 화엄사 계곡에서 너무 기력을 거의 써버려서 걱정은 됬으나 다행이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라 눈덮힌 산행로를 따라 걸으며 눈덮힌 지리산 풍경을 보는 재미가 솔솔했습니다. 그런데 뱀사골 대피소로 내려가는 계단은 정말 죽음의 계단이었습니다. 눈덮힌 나무 계단을 아이젠을 차고 무거운 배낭을 등에멘채로 거의 제기억으로는 2 시간 넘게 내려간거 같은데...그 때부터 제 친구 무릎은 마탱이가 가고 있었죠. 뱀사골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져가고 있는 중인데도 계곡이라 초저녁 분위기가 나다군요. 대피소에서 차디찬 사발면 두개로 허기를 채운 후 8시쯤 바로 골아 떨어졌습니다. 배고프다는 생각보다는 살기 위해서는 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구요^^;
저희의 계획은 뱀사골 대피소에서 장터목까지 이동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뱀사골 대피소로 이동하면서 말썽이던 친구의 무릎이 산행을 점점 더디게 하여 제 시간에 장터목까지 도착할 수 없다고 판단 친구는 세석 대피소까지 이동하기로 하고 전 장터목까지 제 시간에 닿기 위해서 뛰었습니다. 그 이후로 친구한테 자기를 버리고 간 놈이라고 싫은 소리 무지하게 들었습니다. 여차해서 오후 5시쯤해서 장터목에 전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 걱정은 좀 됬지만 그때 같이 등반하던 분들도 세석까지만 이동하신다고 해서 안심은 됬습니다. 그런데 저녁 7시쯤 넘어서 대피소에 누워서 저녁을 먹을지 잘지 고민하고 있던 중에 누가를 툭 치는게 아닌가요...친구 놈이었습니다...그 아픈 다리를 이끌고 세석에서 주위를 만류를 뿌리치고 터벅터벅 혼자 왔다고 하더군요. 죽을려고 환장했다고 뭐라 그랬지만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둘이서 기분좋게 저녁으로 초코바와 소주를 맛있게(?) 먹고 바로 잠에 빠졌습니다.
대망의 천왕봉 등정...새벽4시반쯤 되서 한 아저씨의 말씀의 벌떡 일어났죠.
"다들 지금 일어나서 올라가야 일출 볼껀디..."
잠이 확 깨더라구요. 이거 볼려고 지금까지 이 고생을 했는데 하면서 말이죠^^: 친구와 짐과 장비를 챙기고 밖을 나서려는데 칼 바람 정말 장난 아니더군요. 하지만 ~임에도 불구하고 한발한발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서 천왕봉으로 향했습니다. 기다리던 일출 시간 매서운 칼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 산 너머에서 해가 솟아 올라왔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이내 얼더군요--; 친구놈은 헤어친 여자친구 이름을 외치고 전 야호를 목이 쉴때까지 외쳤습니다.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산행이라 기억에 정말 많이 남습니다. 눈덮힌 하얀 지리산이 아직도 눈에 아른 거립니다. 그리고 손짓을 합니다. 올겨울에도 보러 오라구요^^
올 겨울 친구와 다시한번 종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올해에 나쁜 기억들 가서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오자고 했죠.(이번엔 태국기도 가져 가렵니다~저번엔 그거 가지고 간 사람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구요^^)
천왕봉에서 하산해서 들은 얘기지만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기분 째졌습니다. 조상님 감사합니다^^ 첫 산행에 일출을 보게 될 줄이야...다시 한번 천왕봉을 일출을 보기를 기대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산행들 하시구요. 미리 새해 복 많이들 받으세요.
꾸뻑
저도 처음에 화엄사-뱀사골 1박 -장터목 2박-천왕봉-백무동 산행했는데 뱀사골 가는길에 너무 고생해서 다신 안온다고 했었습니다.
근데 천왕일출은 못봤지만 이른새벽 홀로 천왕봉에 섰을때 그 여명의 감동으로 모든 고생의 기억은 다 사라지더라구요.
그땐 천왕봉에 태극기가 펄럭였었는데...가슴에서 애국심이 솟아났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