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천왕봉을 찾아서
며칠전 부터인지 깊은 잠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
아니 잠을 청해 보아도 눈만 더욱 말똥 거릴뿐 머리속에는 온통 한가지 생각뿐,
智異山 !! 아! 지리
이제 어느듯 내 나이, 50을 훌쩍 넘어 중반을 치닫고 있는데 이때까지 수천번 아니
수만번도 더 듣고 말하고 읽어왔던 지리산에 오르지 못한게 너무도 부끄럽고
민망하고 나약한 자신에 대한 원망과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 이번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니 하늘이 두쪽이 나는 일이 있더라도 꼭
실행에 옮기리라 굳게 굳게 다짐했었다.
그것도 기왕이면 좀더 쉽다는 쪽을 버리고 인적이 드물고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쪽을 택하다 보니 자연 대성골을 택하게 되었다.
아직도 太古의 정적이 감도는 곳,
계곡물 소리와 이름모를 새 소리뿐,
한낮의 찌는 더위의 맹위도 이곳 대성골에서는 기를 쓰지 못했다.
조금만 쉬어도 금방 오싹하니 한기를 느낄 정도이니 말이다.
작은 세 개골과 큰 세 개골 까지 너무도 호젓하고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정도의
아주 기분 좋고 아늑한 길을 걸음걸음 음미하듯이 걸었다.
하지만 이곳이 그 유명했던 대성골,
1952년 1월 어느 중순경 이라던가, 온 골짜기를 메워버릴 정도의 함박눈이
내렸다죠, 우리 민족사의 영원한 종지부를 찍었던 곳,
공비토벌이라는 역사적 사명앞에 남부군 사령부가 완전히 괴멸되었다는 역사적
현장으로 그때의 포성과 아우성과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고 쫓기던 그
현장이라니,,,,,,
그러나 이제는 너무도 고요하고 괴괴하고 적막감마져 감돌아 그때의
그 상황이 과연 현실이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어찌 되었건 이곳에서 산화해간 젊은 영혼들이 평안히 잠들고
이제는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아루만져줄 수 있는 조국의 기틀이 마련되어 가기에
다시 한번 숙연한 마음으로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상념의 나래에서 깨어나니
이제 또 다시 현실로 다가오는게 어깨에 가해지는 짐의 무게다.
공연히 철저히 준비한답시고 이것 저것 너무 많이 챙겼나?
햇반에다가 왠 쌀은, 거기다 통조림하며 라면, 간식거리, 오렌지 기타등등,,,,,,
점점 어깨의 무게가 다리에 압박을 가해와서 베낭끈을 자꾸자꾸
추스르다 보니 이제 숨이 턱에 까지 차오르기 시작한다.
남부능선인 삼신봉에서 오는 삼거리까지 오르니 그제야 하늘이 보이고
지리의 영봉들이 어렴푸시 가까이 다가온다.
아. 이제사 내 몸이 지리속에 들어 있음을 느낀다.
연진아씨와 호야의 전설이 담긴 음양수 샘물,
너무나도 반갑고 그 물맛이란 어디에 비길 바가 아니다.
힘이 솟는다.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더니 그 말로만 들어왔던 세석평전의 들판이 한 가운데
세석산장을 안은채 우릴 반겨준다.
비록 그 유명한 세석의 철쭉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아직도 한 두어그루 남아서
마지막 여기를 찾는 우릴 위해 피어있다.
이곳이 세석평전이라고,
너무도 연푸르고 나무마다 아니 풀포기 하나하나마다 그 색깔이 이리도 다르며
멋있을 수 있을까. 이런 색의 물감은 아마 우리들의 손으로는 도져히 만들어 낼
수 없을 것 같아 대자연의 조화로움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이제는 그 평전에는 한 발짝도 발을 내디딜 수 없다.
우리가 저지른 과오로 인해,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이 생태계가 처음으로야 완전히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시한번 태초의 모습을 되
찾기를 기원하면서 돌 계단을 오른다.
이제 어깨나 다리품은 어느 정도 견딜만 하다.
자연의 경관에 취하다 보니 아니 너무도 눈 돌릴 곳이 많다보니
다리나 어깨에 대한 생각은 아예 망각해 버리고 만다.
실은 아마 무뎌져서 감각이 둔해 졌는지도 모르지만,,,,
돌 계단을 거의 올라서려는 무렵부터 갑자기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푸른 초원위에
정승처럼 우뚝 우뚝 서있다.
이곳이 촛대봉,
연진아씨가 용서를 빌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버렸다는 애처러운 전설을 담은
촛대봉 앉은 바위가 뭇사람들의 적선인 듯 잔돌들을 머리에 이고
묵묵히 가는 이 오는 이를 맞이하고 섰다.
저기 우뚝 솟은 지리의 천왕봉이 가슴 가득히 전율로 밀려온다.
저기가 이제 내가 가야할 곳,
한창을 내려온 듯 싶더니만 다시금 눈앞에 펼쳐지는 꿈 같은 풍경,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스럽기 까지한 곳이 바로 1,730m 연하봉,
여기 저기 산 정승처럼 구상나무의 고사목들이 건 듯 건 듯 서 있다.
푸르른 초지, 이 높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 수 있다니.
바로 내가 신선이 된 기분이니 지리 10경의 하나인 연하선경이 명불허전이라.
온갖 기화요초가 떨어지는 햇살과 함께 바람에 나부끼며 아우성치고
고사목과 함께 새로 태어난 구상나무 잎이 한데 어울려 대자연의 오묘한 이치와
자연그래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제 해님도 서서히 오늘의 소임을 다 하고서 마지막 남은 햇살로 온 대지를
아우르며 밝으래한 빛으로 안녕을 고하고 있다.
이렇게 장터목산장의 밤은 깊어만 간다.
갑자기 어수선한 소리에 깨어보니 03|30분,
오늘 일출은 05시 10분 이란다.
주섬 주섬 준비하고 길을 따라 나선다.
바람이 너무 거세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손 전등을 켜고 줄을 이어 나간다.
누가 먼저고 나중이랄 것도 없다.
함께 온 일행들을 독려하는 소리들이 앞 뒤에서 들려온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라곤 없다.
그져 발 아래만 보고 앞사람의 불빛을 따라 걷다가 쉬곤한다.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또 내려간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어 진걸 보니 제석봉 어느 골짜기 쯤인 듯 싶다.
앞서거니 하던 패들이 멈추어 서며 웅성거림이 커진다.
여기가 통천문 인가.
지리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오르려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란다.
철사다리를 올라서니 서서히 어둠이 걷친다.
이제사 어느 정도 사물이 보이더니 희뿌연 하늘과 함께 동녘이 터 오면서
고산 준령들이 어렴풋이 포개어 보인다.
우뚝 솟은 암봉하나, 여기가 끝인가.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꿈속에 그려왔던 지리의 영봉 천왕봉에 올랐다.
너무나 가슴 벅차다.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한 마리 학이 되어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얼마나 많은 군상들이 이곳에 올라섰을 것인가.
나도 이제 그들의 대열에 몸을 디밀게 된 것이다.
(天上 天下 唯我 獨尊)
찬란한 태양은 결국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 감격은 맛보지 못했지만 결코 서운치 않다.
꿈에 그리던 이곳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섰으니까.
그 기상으로 우뚝,
여기 이렇게 서 있게 되었다.
천지 신령께 먼저 가신 모든 선인들과 함께 한 시대를 같이 하게된 사람들과
우리 민족의 앞날에 서광이 함께하길 기원해 본다.
백두산에서 이곳 지리산 까지,,,,,,
2003. 06. 08,
며칠전 부터인지 깊은 잠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
아니 잠을 청해 보아도 눈만 더욱 말똥 거릴뿐 머리속에는 온통 한가지 생각뿐,
智異山 !! 아! 지리
이제 어느듯 내 나이, 50을 훌쩍 넘어 중반을 치닫고 있는데 이때까지 수천번 아니
수만번도 더 듣고 말하고 읽어왔던 지리산에 오르지 못한게 너무도 부끄럽고
민망하고 나약한 자신에 대한 원망과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 이번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니 하늘이 두쪽이 나는 일이 있더라도 꼭
실행에 옮기리라 굳게 굳게 다짐했었다.
그것도 기왕이면 좀더 쉽다는 쪽을 버리고 인적이 드물고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쪽을 택하다 보니 자연 대성골을 택하게 되었다.
아직도 太古의 정적이 감도는 곳,
계곡물 소리와 이름모를 새 소리뿐,
한낮의 찌는 더위의 맹위도 이곳 대성골에서는 기를 쓰지 못했다.
조금만 쉬어도 금방 오싹하니 한기를 느낄 정도이니 말이다.
작은 세 개골과 큰 세 개골 까지 너무도 호젓하고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정도의
아주 기분 좋고 아늑한 길을 걸음걸음 음미하듯이 걸었다.
하지만 이곳이 그 유명했던 대성골,
1952년 1월 어느 중순경 이라던가, 온 골짜기를 메워버릴 정도의 함박눈이
내렸다죠, 우리 민족사의 영원한 종지부를 찍었던 곳,
공비토벌이라는 역사적 사명앞에 남부군 사령부가 완전히 괴멸되었다는 역사적
현장으로 그때의 포성과 아우성과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고 쫓기던 그
현장이라니,,,,,,
그러나 이제는 너무도 고요하고 괴괴하고 적막감마져 감돌아 그때의
그 상황이 과연 현실이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어찌 되었건 이곳에서 산화해간 젊은 영혼들이 평안히 잠들고
이제는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아루만져줄 수 있는 조국의 기틀이 마련되어 가기에
다시 한번 숙연한 마음으로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상념의 나래에서 깨어나니
이제 또 다시 현실로 다가오는게 어깨에 가해지는 짐의 무게다.
공연히 철저히 준비한답시고 이것 저것 너무 많이 챙겼나?
햇반에다가 왠 쌀은, 거기다 통조림하며 라면, 간식거리, 오렌지 기타등등,,,,,,
점점 어깨의 무게가 다리에 압박을 가해와서 베낭끈을 자꾸자꾸
추스르다 보니 이제 숨이 턱에 까지 차오르기 시작한다.
남부능선인 삼신봉에서 오는 삼거리까지 오르니 그제야 하늘이 보이고
지리의 영봉들이 어렴푸시 가까이 다가온다.
아. 이제사 내 몸이 지리속에 들어 있음을 느낀다.
연진아씨와 호야의 전설이 담긴 음양수 샘물,
너무나도 반갑고 그 물맛이란 어디에 비길 바가 아니다.
힘이 솟는다.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더니 그 말로만 들어왔던 세석평전의 들판이 한 가운데
세석산장을 안은채 우릴 반겨준다.
비록 그 유명한 세석의 철쭉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아직도 한 두어그루 남아서
마지막 여기를 찾는 우릴 위해 피어있다.
이곳이 세석평전이라고,
너무도 연푸르고 나무마다 아니 풀포기 하나하나마다 그 색깔이 이리도 다르며
멋있을 수 있을까. 이런 색의 물감은 아마 우리들의 손으로는 도져히 만들어 낼
수 없을 것 같아 대자연의 조화로움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이제는 그 평전에는 한 발짝도 발을 내디딜 수 없다.
우리가 저지른 과오로 인해,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이 생태계가 처음으로야 완전히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시한번 태초의 모습을 되
찾기를 기원하면서 돌 계단을 오른다.
이제 어깨나 다리품은 어느 정도 견딜만 하다.
자연의 경관에 취하다 보니 아니 너무도 눈 돌릴 곳이 많다보니
다리나 어깨에 대한 생각은 아예 망각해 버리고 만다.
실은 아마 무뎌져서 감각이 둔해 졌는지도 모르지만,,,,
돌 계단을 거의 올라서려는 무렵부터 갑자기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푸른 초원위에
정승처럼 우뚝 우뚝 서있다.
이곳이 촛대봉,
연진아씨가 용서를 빌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버렸다는 애처러운 전설을 담은
촛대봉 앉은 바위가 뭇사람들의 적선인 듯 잔돌들을 머리에 이고
묵묵히 가는 이 오는 이를 맞이하고 섰다.
저기 우뚝 솟은 지리의 천왕봉이 가슴 가득히 전율로 밀려온다.
저기가 이제 내가 가야할 곳,
한창을 내려온 듯 싶더니만 다시금 눈앞에 펼쳐지는 꿈 같은 풍경,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스럽기 까지한 곳이 바로 1,730m 연하봉,
여기 저기 산 정승처럼 구상나무의 고사목들이 건 듯 건 듯 서 있다.
푸르른 초지, 이 높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 수 있다니.
바로 내가 신선이 된 기분이니 지리 10경의 하나인 연하선경이 명불허전이라.
온갖 기화요초가 떨어지는 햇살과 함께 바람에 나부끼며 아우성치고
고사목과 함께 새로 태어난 구상나무 잎이 한데 어울려 대자연의 오묘한 이치와
자연그래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제 해님도 서서히 오늘의 소임을 다 하고서 마지막 남은 햇살로 온 대지를
아우르며 밝으래한 빛으로 안녕을 고하고 있다.
이렇게 장터목산장의 밤은 깊어만 간다.
갑자기 어수선한 소리에 깨어보니 03|30분,
오늘 일출은 05시 10분 이란다.
주섬 주섬 준비하고 길을 따라 나선다.
바람이 너무 거세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손 전등을 켜고 줄을 이어 나간다.
누가 먼저고 나중이랄 것도 없다.
함께 온 일행들을 독려하는 소리들이 앞 뒤에서 들려온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라곤 없다.
그져 발 아래만 보고 앞사람의 불빛을 따라 걷다가 쉬곤한다.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또 내려간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어 진걸 보니 제석봉 어느 골짜기 쯤인 듯 싶다.
앞서거니 하던 패들이 멈추어 서며 웅성거림이 커진다.
여기가 통천문 인가.
지리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오르려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란다.
철사다리를 올라서니 서서히 어둠이 걷친다.
이제사 어느 정도 사물이 보이더니 희뿌연 하늘과 함께 동녘이 터 오면서
고산 준령들이 어렴풋이 포개어 보인다.
우뚝 솟은 암봉하나, 여기가 끝인가.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꿈속에 그려왔던 지리의 영봉 천왕봉에 올랐다.
너무나 가슴 벅차다.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한 마리 학이 되어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얼마나 많은 군상들이 이곳에 올라섰을 것인가.
나도 이제 그들의 대열에 몸을 디밀게 된 것이다.
(天上 天下 唯我 獨尊)
찬란한 태양은 결국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 감격은 맛보지 못했지만 결코 서운치 않다.
꿈에 그리던 이곳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섰으니까.
그 기상으로 우뚝,
여기 이렇게 서 있게 되었다.
천지 신령께 먼저 가신 모든 선인들과 함께 한 시대를 같이 하게된 사람들과
우리 민족의 앞날에 서광이 함께하길 기원해 본다.
백두산에서 이곳 지리산 까지,,,,,,
2003. 06. 08,
두번,세번 도전하시어 천왕봉의,일출 꼭보시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