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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을 뒤로하고 (지리산행기-3)

                    글. 강희창(2003. 6.4)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길에 이 동네 토박이 양반과 말을 걸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땀이 흥건해질 즈음 "여기 분이시면 인공때 빨치산 얘기는 잘 아시겠네요?" 말을 걸었다
떠듬거리시던 60대 중반의 이 아저씨는 내가 배낭에서 오이 하나와 초코렛을 꺼내 건내자
거미 꽁무니에서 거미줄 나오듯 술술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 괴뢰군들이 똘구랑창에 미꾸라지 새끼 기어 내려오듯기 쳐들어 와서는 꽹매기 따발총
으로다가 그냥 드르륵 긁어대면 그만였어, 맥카더가 인천에서 밀어 붙이고 도망줄을 끊으니
지덜이 워딜간댜? 지리산으로 몰려들었지. 그 때 이쪽은 잡아 댕겼다 젖혔다가가 미는
장총이랑 얼마 안되는 에무완이 전부였지뭐....."

벌써 노고단이 보이고 뒤돌아보니 코재가 콧구멍을 보일 듯이 앞에 다가와 있다. 그 어르신은
갑자기 잘가라고 손을 흔든다. 알고보니 노고단 산장에 근무하시는 분이시다.
지리산은 첨이고 뭐라고 말을 붙여 보지도 못하지만 고도단 정상에 서니 이제 하나씩 지리산에
대해서 풀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돼지평전이 내려다 보이고 반야봉이 멀리 건너가 보인다.
노고단 주변에는 내가 온 것을 반기기라도 하듯 나비들의 군무가 즐거움을 주건만 유독 한마리
나비가 꽃을 못찾고 외톨이가 되어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전전 하는게 아닌가.


꽃을 못 찾는 나비에게

       글. 강희창

나뭇잎만 왔다 갔다
매 번 헛손질이냐
나비야
많이도 굶은 모양이지
주변엔 꽃도 없는데
나비야
잊은 게로구나
앞이 안보일 때는 코를 써야지
향기가 없는 것은 꽃이 아니잖니.


노고단 근처에는 산오이풀, 원추리군락, 수수꽃다리(라일락)들이 즐비했지만
도대체 산야초, 야생화, 곤충 이름을 잘 모르니 속으로만 버버거리는 반벙어리라

"산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본다"는 평소의 내 지론대로 다가오는 느낌만을 혼자
만끽하며 걷는 지리산행은 지리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참으로 의미 있는
것이어서 더우기 핸드폰도 던져버리고 나섰음에랴, 자유 그 자체였다
평소 날다람쥐라던 나는 여기 와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노고단에서 화엄사로 내려가는 7km에 펼쳐진 숲은 햇볕을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기
위한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평일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으니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등산로를 잃어버렸지만
계곡 물소리 따라가다 보면 날 어둬지기 전에 물소리 잦아드는 섬진강 어드매쯤 사람사는
동네를 만나겠지 생각하니 조급할것도 없었다. 그런 차근한 마음은 아마도 덤벙대는
나에게 산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닐까.
신경질이 날 정도로 날파리가 웽웽 뒷통수에서 협박하며 동행하니 심심치는 않다.

새들은 길을 내지 않건만 우리는 왜 길을 고집하고 그 길을 따라가야만 하는 걸까?
인간이 편하게는 살지만 얼마나 편협하게 사는 거냔 말이다.

화두 하나 붙들고 종아리, 허벅다리 땡겨오고 땀이 비오듯 쏟아지던 800고지쯤,
계곡에 쉬려다가 별 이상한 꼴을 다 보았으니...

인적도 별로 없는 시원한 계곡 너럭바위에 두 남녀가 이상한 짓거리 하는 모습이
내 눈에 든다. 휘딱 돌아섰으니 예절은 차린 것이고,
헌데 끊어져 뒤숭숭해진 내 화두는 어쩌누?
크게 방해나 안됐으면 좋으련만... 모두 다 자연 현상이려니....
허참, 기발한 발상을 했네 그려....
일상에서도 맨 그런 생각인데 하필 여기와서 이런 꼴을 보다니
에이~ 돈주고도 못 볼걸 생방송으로 봤으니 그걸로 된 셈치고.....
수통에 담아간 소주 두어잔 아니었으면 내내 그 생각만 하고 내려 올뻔 했다.

두시간 정도 더 내려오다 널찍한 너럭바위에 앉아 쉬니 어릴 적 놀던 고향의 계곡이 떠오른다


너럭바위에 앉아

       글. 강희창

어릴적 놀아 본 듯한
계곡에 너럭바위
물소리로 흠뻑 목욕하고
나비가 날개를 말리다 간 자리
정좌하고 지긋이 눈을 감네
옛처럼 천지간이 고요해지건만
감지되는 작은 움직임 하나
히끗히끗해진 귀밑 머리가
유년의 발치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에 살짝 날림.

허우적 허우적 노곤하게 노고단을 떠난 지 네시간 남짓, 벌써 저쪽에서 절 냄새가 솔솔 난다.



* 사진은 오브넷에서 찜한것임.
  • ?
    은호아빠 2003.06.14 13:55
    아쉽습니다. 소나무뒤에서 지켜봤어야지. 아이구~
    그래야 구체적으로 서술을 할꺼 아닙니까?
    에이~베레븟다.
  • ?
    볼프강 2003.06.15 18:30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늦게 보고 약간 고쳤습니다
    운영자님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 ?
    운영자 2003.06.15 19:48
    이해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 ?
    오 해 봉 2003.06.17 23:19
    볼프강님.감사합니다.지난14일밤차로 벽소령.천왕봉.세석.삼신봉.청학동에다녀 왔습니다.언짠하게 생각치않을까 궁금하고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쾌히응해주신 볼프강님께 거듭감사드립니다.언제한번 뵐수있겠지요.
  • ?
    볼프강 2003.06.18 13:36
    아닙니다 어르신
    첨 산행기 쓰다보니 생가도 짧고 서툴렀답니다
    좋으신 산님들이 있어 제가 더 배울수있고 행복합니다
    진짜로 기회가 되면 꼭 뵙고 조으신 말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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