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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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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도5개군에 걸쳐있는 지리산은 그 둘레가 자그마치800리 ,
서울의 몇배나 됨직한 넓이에 북한산 최고봉보다 두배도 더높은 봉우리들이
10여개 이어진 백두대간의 끝자락이다.
구름을 뚫고 올라와서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산 봉우리들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공포감을 안겨주는 자연의  걸작품임이 분명했다.

그 앞에서 저멀리 까마득히 보일듯 말듯한 천왕봉을 향해가는 나의 존재는
주변에 널려있는 나무, 돌,구름과 별반 차이가 없는 초라한 미물이었으리...    

제1목표지인 노고단을 향해 첫발을 내딛으며 심호흡을 크게 한번하니
아무래도 아침에 먹은 재첩국이 이상하다.
"맞어  깜박했군"
"먼길을 갈건데 최소한의 볼일은 봐야지"  하고 들어간 화장실이 이렇게 깨끗할수가..
무슨 생화학 작용으로 x를 자연 분해한다는 특수 장치는 냄새가 하나도 없음은 물론 수세식 못지않은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웅장한 지리산 얘기하다 갑자기 x를 거론 하다니....)

버스정류장으로 부터 완만하게 이어진 도로를 따라 1시간 이상 올라가니 구름바다가 일품인 해발 1500m의 고원 형태인 노고단에 도착했다.

몸이 산을 탈 준비가 덜 된 관계로 어려운 코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 하는 지리산의 첫 관문이다.
이곳에 올라서야 비로소 지리산의 산세를 볼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노고단을 지나면서 부터 본격적인 자연림의 비좁고 험한 산길이 이어졌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지리산에 방사한 곰이 한마리 사라졌다고 하던데..
"혹시 이러다가 곰만나는건 아닌지"
산행에 자신이 없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평탄한 길을 따라1시간여를 갔을까.길이 갈수록 험해지는게 이거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오르락 내리락하다 갈수록 올라가는 횟수가 늘어났다.
지리산 제2봉인 1750m의 반야봉으로 가는길이었다. 종주중 첫 고비가 되는 고통의 구간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이제 불과 3시간 남짓흘렀다 .그런데 후회가 마구 밀려왔다.
인생이 그렇고 모든일이 그렇듯 굴곡이 있다고 했던가.
다리가 후달리기 시작하는데..하늘이 활짝열리고 또다시 지리산의 산세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다시 1시간여를 걷다보니 끝이 안보이는 인공 계단이 나타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550개의 계단이란다.
사실 산에서 내리막은 곧 어려움의 끝이고 안락한 집으로의 출발지이다.
그러나 지리산에서의 내리막은  다시 다가올 오르막 길에 대한 공포이며
내리막길이 길어질수록 그 공포는 깊어가고 나중에 고통으로 다가왔다.
계단을 내려오자  취사가 허용된 뱀사골 산장의 이정표가 허기를 돋웠다.
점심시간으론 좀 이르지만 여기를 지나가면 또 한참을 가야하기땜에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친구와 나는 햇반을 두개 데우구 라면두 두봉을 끓였다.
저녁을 잘 먹고 점심은 간단하게 때우자던 애초의 계획이 시작부터 흔들렸던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간단한 점심을 하기엔 너무 지쳐있었고
빨리 빨리 먹어치우면 아무래도 무거운 배낭이 조금이라도 가벼워 질것 같았다.  

장기 산행에서 점심을 과식하는건 금물이다.
몸이 지나치게 늘어져 산행의 속도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있는 우리였지만 그래도 먹구 죽자는데 의견일치를 본것이다

점심을 먹고 산장 귀퉁이에 몸을 걸치구 있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갑자기 어두워 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두 그 동안 비에 놀란터라 일부 사람들은 아예 다시 노고단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우린 겁도 없이 우비를 챙겨입고 첫날의 종착지가 될 벽소령 산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얼마쯤 허덕이며 갔을까
돌로 지은 조그만 산장앞뜰에 사람들이 빗방울도 아랑곳하지 않고 밥짓고 수다떨며 웅성거리는데..새벽에 버스에 있었던 사람들이 거기다 모여있었다.

사람도 없는 산길속에서 3~4시간마다 만나는 산장은 오아시스와도 같은곳이다

물이 있음은 물론 왠만한 식료품도 판매를 한다(물론 디게 디게 비싸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는곳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이 흘렀다.벌써 산길을 15km나 걸었다
슬슬 속도가 떨어지고 배낭을 맨 어깨가 아파온다.
자꾸 쉬고만 싶어졌다.
약건 뻐근하던 무릅을 굽히기 힘들어진건 바로 조금전 연하천 산장을 지나면서 부터였다.
비가오고 날씨가 흐려 4시정도밖에 안됐는데 벌써 어두워졌다.
온몸이 이미 땀으로 두세번 적셨지만 아직도 땀방울은 쉬지않고 흘러내렸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무릅에 더욱 통증이 왔다.

산장을 예약하지 못해 자칫 너무 늦으면 잠자리를 얻지 못할수도 있는데..
고육지책으로 친구를 먼저 가게했다.난 천천히 도착하겠노라고 하면서.

그 무렵이었다

밤안개때문에 안보이던 벽소령 산장이 코앞에 서있다는것을 안것은.
원시림 속의 유일한 문명지. 그곳은  도심속의 호텔에 버금가는 화려한 안식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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