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지리산을 갈 계획을 세웠다.
휴가 시작일인 8월 8일.
백무동 ~ 천왕봉.
은호(6), 나경이(4)는 조금 컷다고 힘들어서 안따라 간단다.
(간데도 안데려 갈거지만.)
행여 같이 가자고 할 까봐 걱정이었는데, 짐이 하나 덜어 젔다.
우선 이놈들부터 지 이모한테 보네고,
친구도 한명 같이 가자고 꼬셔놨다. 그의 각시는 덤이다.
인터넷쇼핑에서 등산화도 한 켤레 샀다.
친구가 '준비는 다 됐냐?' 길래 '신발은 그냥 운동화로 갈려 한다' 하니 친구놈이
“니가 아직도 20댄줄 아냐 ?”
객기 부린 것 같아서 하나 샀다.
이날 산행내내 사람들 신발이 내눈에 유독 많이 들어온다.
맨발로 올라온 할아버지, 샌달 신고 온 총각, 아쿠아 신발 신고 온 아저씨.
내꺼보다 좋은 등산화는 안보인다. 신난다.
4시기상, 4:30분까지 모여서 남원 집에서 출발
백무동 도착하니 5:30분
우선 주차장에서 양주 한병 사고 등반시작.
매표소 좌측 가계 아줌마 - "안전하게 잘다녀오셔요" 우리-"고맙습니다"
새벽공기가 신선하다.
쩝.쩝.쩝. 하며 우는 새소리가 유난히 청량스럽다.
나는 이 새이름을 <쩝새>라고 명명했다.
최소한 내가 지리산에 가서 그 소리를 다시 듯는다면 그새는 내앞에서 만큼은 <쩝새>다
하동바위 지나 참샘까지 쉬엄쉬엄 간다.
초보아줌마 2명이 있어서 절때 빨리 못간다.
여기서 다른 한팀은 일행이 오다가 되돌아 갔다고 다시 하산한다. 07:30
다람쥐는 왔다 갔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을 주워먹는다.
우리도 참샘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 아줌마들(내각시와 친구각시)이 당일치기로 다녀오면서 별걸 다 챙겨 넣었다.
라면 끌여 먹는다고 코펠에 버너, 가스까지.
물도 큰 것 2병, 작은 것 3병 오이, 복숭아, 포도, 초코렛 등 등
이상 내 배낭 안에 것만이다.
네명의 배냥을 다 뒤져내면 먹으면서 올라가고 내려와도 다 못먹을 정도다.
소풍가는 줄 안갑다.
실제로 다 내려왔을때도 음식이 조금 남았엇다. 물도.
물은 조금만 가져가고 중간 중간에 보충을 해도 된다고 2번 말했다가 각시한테 한소리 듣는다.
“그남자 되게 말많네”
그 후로 내가 물에 대한 얘기를 했을께,안했을께?
한마디도 안했다.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다시 배냥에 넣는다.
물병은 물을 다 털어내고 발로 밟아 압축 후 담아야 한다.
(혹시 분리수거 안하고 매립시, 매립장 지반침하 수명단축, 침출수 발생 우려 때문이다)
장터목 산장 밑
나무계단이 보인다.
혼잣말로 “산에 무슨 계단이여? 시시하게.” 라고 했는데
내려올땐 나무계단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백무동까지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간사한게 사람인갑다.
제석봉
친구각시가 “와! 나무들 멋있다“
나 “그게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구상나무랍니다. 학명은 아비스코리아나 고요.”
유식을 뽐내며 한 10여미터 올라가니
안내판에
[살아 *백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구상나무 군락이......]
이렇게 써 있다. 또박 또박한 고딕체 철자로.
속된 말로 순간 엄청 쪽팔렸다.
옆에 살아있는 구상나무는 나를 비웃는 듯하다
말많고 아는체 많이 하면 항상 실수를 하는 것 같더니만 드디어.....
어설픈 사람이 화려하다고 했지. 부족한 걸 숨기려고
꼭 내가 그런 사람이 됐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두리번 거리며 가야 제맛이다.
구절초, 쑥부쟁이 나리꽃 등 아담한 꽃들이 풀과 어울려 아름답기 때문이다.
각시는 팽랭이꽃 같이 생기면서 꽃잎은 5장이고 오랜지색인 꽃이 참 애쁘다며
나한테 무슨 꽃이냐고 물어본다.
(써글. 그 옆에 아는 꽃도 많은데 하필 모르는 꽃을 물어봐.)
근데 또 이 구간은 천천히 가면 안된다.
사람이 밀려서 천천히 가면 뒤통수가 쪼메 간질거린다.
곳곳에 쉴만한 곳이 있으면 비켜나서 쉬며 봐야 한다.
통천문
여기선 머리를 한번 숙여줘야 한다.
하늘로 통하는 문인데 그까짓 머리한번 숙였다고 대수냐.
이마빡 깨지는 것 보다야 백번 낫지.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늘을 우러러 머리한번 숙이고, 머리를 보호하여 내몸을 사랑하고.
딱 여기서 통하는 사자성어네.
천왕봉
도착하자마자 남쪽(하동쪽)에서 구름이 몰려온다.
혹시 나를 모시려온, 손오공이 타고 다닌다는 <근두운>?
저 구름을 타고 지리산 어딘가에 있다는 지상낙원을 찾아 청학동 삼선궁을 돌아 지리산을 한바퀴 둘러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나는 이미 사람으로 진화적 퇴화를 해버렸으니 어쩐다?
띠로만 원숭이의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인데.
그 구름은 산을 넘어 북으로 가고자 하나 바람이 북에서 불어오니 하늘로 솟는다.
천왕봉 정상에서 노고단을 앞에 두고 바라보면 좌측은 구름속 암흑이요,
우측은 청량한 가을 하늘이다.
주목나무도 가지가 대부분 남쪽으로 향해있다.
북풍에 시달려서 인가, 남쪽햇볕이 그리워서 인가?
모진 세월을 이견낸 기나긴 인고의 산물로 여겨진다.
많이도 왔다.
천왕봉 석조물을 배경으로 사진찍을려면 줄서야 한다.
했볕이 내리 쬐나 덥지는 않다.
이런 저런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서울서 오셨다는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가 웃으면서 지켜보고 계신다.
쑥스럽고 민망해서 사진한방 찍어 달라 부탁드리고
양주한잔 권하니 쭈우~욱 마시고 " 어~좋타!" 하신다.
10여년 전쯤, 해뜨는 걸 보려 왔을 땐 여기서 커피도 팔았었다.
미영씨(친구각시) 가 시원한 커피가 먹고 싶다하니 생각난다.
천왕봉 바로 밑 평지에서 점심을 폈다. 양주도 한잔씩 마시고.
한 할아버지가 뛰다시피 내려가신다.
연세를 물어보니 잠시 멈춰서며 “ 팔십에서 열 살 빠져요”
점심먹을 때만 쉬고 한번도 안쉬며 천왕봉을 다녀 가신단다.
목표는 건강 125세.
각시가 나랑 똑같단다.
나도 누가 희망을 물어보면 “다 필요없고 건강하게 100살 사는 거”라고 답한다.
건강한 몸둥아리 하나로 족할 순 없나?
건강백살은 내 욕심이고, 이 욕심에는 여러 고통이 따를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참샘에서 하동바위 쯤 계곡에서 바위를 떠들어 봤다.
뒤처진 일행도 기다릴 겸
근데 돌밑에 가제도 살고 도룡농도 보인다.
이거 잡아가면 절대 안된다.
벼락맞을 가망성이 15%는 늘어난다.
물론 통계학상으론 안나온 수치다.
하동바위에서 백무동 까지는 뛰어서 내려왔다.
힘들어서 주위 경치는 내눈을 떠난지 오래다.
천천히 내려오는 것 보다 뛰어 내려오는 게 더 편하다.
나를 부러워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나도 힘들어서 최후의 발악을 한 것이다.
<한번 크게 힘들고 많이 쉬자>
뭐 이런 마음으로 달려 내려 왔으니까.
이날은 대리운전자(미영)가 있으니 당연히 하산주 한잔하고 왔다.
미영씨는 다시는 이런 곳에 안온다고 하더니만, 하산주 한잔 할때는 3개월 후 쯤에는 다시 올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단다.
암튼 좋았다.
가을에 또 갈것이다. 우리네명은.
휴가복귀가 오늘(8. 16)이라 산행후기가 신선하지가 않다.
휴가 시작일인 8월 8일.
백무동 ~ 천왕봉.
은호(6), 나경이(4)는 조금 컷다고 힘들어서 안따라 간단다.
(간데도 안데려 갈거지만.)
행여 같이 가자고 할 까봐 걱정이었는데, 짐이 하나 덜어 젔다.
우선 이놈들부터 지 이모한테 보네고,
친구도 한명 같이 가자고 꼬셔놨다. 그의 각시는 덤이다.
인터넷쇼핑에서 등산화도 한 켤레 샀다.
친구가 '준비는 다 됐냐?' 길래 '신발은 그냥 운동화로 갈려 한다' 하니 친구놈이
“니가 아직도 20댄줄 아냐 ?”
객기 부린 것 같아서 하나 샀다.
이날 산행내내 사람들 신발이 내눈에 유독 많이 들어온다.
맨발로 올라온 할아버지, 샌달 신고 온 총각, 아쿠아 신발 신고 온 아저씨.
내꺼보다 좋은 등산화는 안보인다. 신난다.
4시기상, 4:30분까지 모여서 남원 집에서 출발
백무동 도착하니 5:30분
우선 주차장에서 양주 한병 사고 등반시작.
매표소 좌측 가계 아줌마 - "안전하게 잘다녀오셔요" 우리-"고맙습니다"
새벽공기가 신선하다.
쩝.쩝.쩝. 하며 우는 새소리가 유난히 청량스럽다.
나는 이 새이름을 <쩝새>라고 명명했다.
최소한 내가 지리산에 가서 그 소리를 다시 듯는다면 그새는 내앞에서 만큼은 <쩝새>다
하동바위 지나 참샘까지 쉬엄쉬엄 간다.
초보아줌마 2명이 있어서 절때 빨리 못간다.
여기서 다른 한팀은 일행이 오다가 되돌아 갔다고 다시 하산한다. 07:30
다람쥐는 왔다 갔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을 주워먹는다.
우리도 참샘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 아줌마들(내각시와 친구각시)이 당일치기로 다녀오면서 별걸 다 챙겨 넣었다.
라면 끌여 먹는다고 코펠에 버너, 가스까지.
물도 큰 것 2병, 작은 것 3병 오이, 복숭아, 포도, 초코렛 등 등
이상 내 배낭 안에 것만이다.
네명의 배냥을 다 뒤져내면 먹으면서 올라가고 내려와도 다 못먹을 정도다.
소풍가는 줄 안갑다.
실제로 다 내려왔을때도 음식이 조금 남았엇다. 물도.
물은 조금만 가져가고 중간 중간에 보충을 해도 된다고 2번 말했다가 각시한테 한소리 듣는다.
“그남자 되게 말많네”
그 후로 내가 물에 대한 얘기를 했을께,안했을께?
한마디도 안했다.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다시 배냥에 넣는다.
물병은 물을 다 털어내고 발로 밟아 압축 후 담아야 한다.
(혹시 분리수거 안하고 매립시, 매립장 지반침하 수명단축, 침출수 발생 우려 때문이다)
장터목 산장 밑
나무계단이 보인다.
혼잣말로 “산에 무슨 계단이여? 시시하게.” 라고 했는데
내려올땐 나무계단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백무동까지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간사한게 사람인갑다.
제석봉
친구각시가 “와! 나무들 멋있다“
나 “그게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구상나무랍니다. 학명은 아비스코리아나 고요.”
유식을 뽐내며 한 10여미터 올라가니
안내판에
[살아 *백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구상나무 군락이......]
이렇게 써 있다. 또박 또박한 고딕체 철자로.
속된 말로 순간 엄청 쪽팔렸다.
옆에 살아있는 구상나무는 나를 비웃는 듯하다
말많고 아는체 많이 하면 항상 실수를 하는 것 같더니만 드디어.....
어설픈 사람이 화려하다고 했지. 부족한 걸 숨기려고
꼭 내가 그런 사람이 됐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두리번 거리며 가야 제맛이다.
구절초, 쑥부쟁이 나리꽃 등 아담한 꽃들이 풀과 어울려 아름답기 때문이다.
각시는 팽랭이꽃 같이 생기면서 꽃잎은 5장이고 오랜지색인 꽃이 참 애쁘다며
나한테 무슨 꽃이냐고 물어본다.
(써글. 그 옆에 아는 꽃도 많은데 하필 모르는 꽃을 물어봐.)
근데 또 이 구간은 천천히 가면 안된다.
사람이 밀려서 천천히 가면 뒤통수가 쪼메 간질거린다.
곳곳에 쉴만한 곳이 있으면 비켜나서 쉬며 봐야 한다.
통천문
여기선 머리를 한번 숙여줘야 한다.
하늘로 통하는 문인데 그까짓 머리한번 숙였다고 대수냐.
이마빡 깨지는 것 보다야 백번 낫지.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늘을 우러러 머리한번 숙이고, 머리를 보호하여 내몸을 사랑하고.
딱 여기서 통하는 사자성어네.
천왕봉
도착하자마자 남쪽(하동쪽)에서 구름이 몰려온다.
혹시 나를 모시려온, 손오공이 타고 다닌다는 <근두운>?
저 구름을 타고 지리산 어딘가에 있다는 지상낙원을 찾아 청학동 삼선궁을 돌아 지리산을 한바퀴 둘러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나는 이미 사람으로 진화적 퇴화를 해버렸으니 어쩐다?
띠로만 원숭이의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인데.
그 구름은 산을 넘어 북으로 가고자 하나 바람이 북에서 불어오니 하늘로 솟는다.
천왕봉 정상에서 노고단을 앞에 두고 바라보면 좌측은 구름속 암흑이요,
우측은 청량한 가을 하늘이다.
주목나무도 가지가 대부분 남쪽으로 향해있다.
북풍에 시달려서 인가, 남쪽햇볕이 그리워서 인가?
모진 세월을 이견낸 기나긴 인고의 산물로 여겨진다.
많이도 왔다.
천왕봉 석조물을 배경으로 사진찍을려면 줄서야 한다.
했볕이 내리 쬐나 덥지는 않다.
이런 저런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서울서 오셨다는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가 웃으면서 지켜보고 계신다.
쑥스럽고 민망해서 사진한방 찍어 달라 부탁드리고
양주한잔 권하니 쭈우~욱 마시고 " 어~좋타!" 하신다.
10여년 전쯤, 해뜨는 걸 보려 왔을 땐 여기서 커피도 팔았었다.
미영씨(친구각시) 가 시원한 커피가 먹고 싶다하니 생각난다.
천왕봉 바로 밑 평지에서 점심을 폈다. 양주도 한잔씩 마시고.
한 할아버지가 뛰다시피 내려가신다.
연세를 물어보니 잠시 멈춰서며 “ 팔십에서 열 살 빠져요”
점심먹을 때만 쉬고 한번도 안쉬며 천왕봉을 다녀 가신단다.
목표는 건강 125세.
각시가 나랑 똑같단다.
나도 누가 희망을 물어보면 “다 필요없고 건강하게 100살 사는 거”라고 답한다.
건강한 몸둥아리 하나로 족할 순 없나?
건강백살은 내 욕심이고, 이 욕심에는 여러 고통이 따를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참샘에서 하동바위 쯤 계곡에서 바위를 떠들어 봤다.
뒤처진 일행도 기다릴 겸
근데 돌밑에 가제도 살고 도룡농도 보인다.
이거 잡아가면 절대 안된다.
벼락맞을 가망성이 15%는 늘어난다.
물론 통계학상으론 안나온 수치다.
하동바위에서 백무동 까지는 뛰어서 내려왔다.
힘들어서 주위 경치는 내눈을 떠난지 오래다.
천천히 내려오는 것 보다 뛰어 내려오는 게 더 편하다.
나를 부러워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나도 힘들어서 최후의 발악을 한 것이다.
<한번 크게 힘들고 많이 쉬자>
뭐 이런 마음으로 달려 내려 왔으니까.
이날은 대리운전자(미영)가 있으니 당연히 하산주 한잔하고 왔다.
미영씨는 다시는 이런 곳에 안온다고 하더니만, 하산주 한잔 할때는 3개월 후 쯤에는 다시 올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단다.
암튼 좋았다.
가을에 또 갈것이다. 우리네명은.
휴가복귀가 오늘(8. 16)이라 산행후기가 신선하지가 않다.
그리고 확실히 아는것만 아는척 합시다
ㅋㅋㅋ 그리고 백살 너무 오래사시는거아니에요
땅도 좁은데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