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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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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27~29일(2박3일 지리산 역종주)
*3년간 전주에 살면서 사귀었던 산 친구와
*중산리~천황봉~촛대봉~벽소령~삼도봉~반야봉~노고단

---첫째날---9.5k
(중산리~3.3칼바위~2.3법계사~2.2천황봉~1.7장터목산장 1박)

진주터미널에서 친구와 만나 청운의 꿈을 안고 중산리로 향했다
중산리 계곡의 시원스런 물줄기가 얼마나 힘차던지
마음 속에 일고 있는 종주의 힘찬 고동소리와 쌍벽을 이루는 듯했다
칼바위를 지나면서부터 연신 가파른 길로 이어지고 숨은 거칠게
들려오지만 갈매기의 꿈을 생각하며 굵은 땀방울을 닦아내고
온몸은 땀으로 샤워된 채 푸르른 산을 오른다

어느정도 오르니 새찬 바람에 한기가 느껴오고
시장기도 느껴지기에 천황봉을 목전에 두고 김밥을 먹는데
후두둑...비가...조급함은 사고의 지름길이기에
비옷 꺼내입고 나를 최대한 낮추고 마음의 평정을 가다듬으며
천황봉을 오르는 길엔
잘 빚어놓은 바위와 어우러진 갓 돋아난 연두색 잎들이 빗물을
머금어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힘듦을 감싸 주었다

천황봉을 오르니 거센 비바람이 서있기가 힘들 정도로 휘몰아치고
오로지 정상만 보일 뿐 주변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 몇년 전에
보았던 정상에서의 모습을 상상하며 장터목으로 향했다
하지만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구상나무 군락은
여전히 죽어서도 꼿꼿이 서서 강인함을 보여주어서 조금은 덜....
며칠 전 빗속 속리산종주 때와 같은  아쉬움을 갖긴 했지만....
한겨울 폭풍우같이 무섭게 휘몰아치던 5월 산장에서의 1박  

---둘째날---17.7K
(장터목~3.4세석~6.3벽소령~3.6연하천~4.4뱀사골산장 2박)

겨울같던 비바람에 거의 뜬눈으로 날이 새다
일출은 어차피 물 건너가고 비바람이 수그러지길 기다리다가
아침 6시30분에 능선 주변이 희뿌옇기는 했지만 비만 안온다면
좋겠다며 세석산장에서 식사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능선 길은 온통 엷은 분홍색의 키다리 철쭉이 방끗이 웃고 있어
얼마나 그 모습이 여리한 연두... 초록과 어울려 예쁘던지......
세석에서 아침밥을 해먹고 나오는데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더니 점심을 먹으려 벽소령 산장에 내려가는데
무섭게 불었던 비바람이 어젯밤의 장터목보다 강도가 더 드세다..
남자 분들도 휘청거릴 정도로...
한낮임에도 날은 저녁처럼 어두컴컴하고.......좀 겁이 났다
물생쥐가 되어 취사장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다가
어서 오라며 우릴 반긴다..와아...이런  감격의 순간이...
험악한 날씨와 전혀 다른 해맑은
진정한 산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식사를 하고
서로에게 없는 것들을 주고 받으며 가을에 또 지리산에서 보자고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여러 봉우리를 지나면서 날이 좋으면 전망이 얼마나 좋을까하며
아쉬워하다가도
이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며
이내 마음을 비우게되는 우리 자신들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역종주를 하다보니 마주치는 사람들 많았는데
이 비에도 여자들이 대단하다는 말에
힘은 더 솟구치고 모든 걸 자연에 맡기고 순응하다보니 오히려 덥지않아 덜 지치는것 같았고
어차피 젖은 옷과 신발에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하늘이 오히려 고마웠었다

우리가 미리 예약했었던 연하천산장이 나왔는데 오후3시...
산장에 들어가기는 좀 이른 것 같구
어차피 믈에 빠진 생쥐이기에 내쳐 뱀사골산장으로 향했다
뱀사골에서는
밤새 더 굵은 비와 거센 바람에 추워서 또 잠을 설치고....2박

---셋째날---11.2k
(뱀사골~1.7삼도봉~2반야봉왕복~1.6임걸령~3.2노고단~2.7성삼재)

그 요란했던 비바람이 새벽이 되니 이슬비로 바뀌었다
노고단까지 6키로기에 느긋하게 단체객도 모두다 간 뒤에
여유를 부리며 오랜만에 제대로 닦고 씻고...
밥을 해먹고 10시에 뱀사골을 나오니

밝은 햇살이 너무도 강렬해 후끈 달아오르는데 삼도봉까지
이어지던 나무계단이 자꾸만 발을 잡는 것 같아 깔딱길이라며 힘겹게
오른 삼도봉...으휴...너무 덥다...
민주지산의 삼도봉과 의미가 같다...3개의 도에 걸쳐있는....
삼도봉의 전망이 너무 좋다... 진초록 산위에 시원하게 수놓아진
구상나무 군락의 모습...

노고단에서 종주하러 올라오는 이들이 더위에 지쳐
너무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어제의 험악한 날씨가 덜
지치게해서 훨씬 좋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었다

반야봉 갈림길에서 우리 마음에도 엇갈림이...있었지만
그래 어차피 종주이고 시간도 많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가자로...
정말 힘겹게 올랐다
힘든만큼 반야봉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선사해줬다
어느 능선에서 보다 선명한 분홍빛의 철쭉...파아란 하늘...
시시각각 변하던 하얀 구름...장쾌한 능선의 모습...
싱싱한 구상나무...주목..들의 단아한 행렬
외국 사진으로 보았던 정지된 모습이 내눈 앞에 입체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오로지 신음섞인 감탄사만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했던
반야봉에서의 나열된 지리산 풍경은
정말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지우지 아니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임걸령에서 차디찬 물을 먹고 능선길 걷다보니 노고단!!!!
우리가 지나온 산들을 보며 악천후(?)에도 우린 처음으로
종주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힘찬 하이파이브를 하며
매년 지리산 종주를 하자고 맹세했다
약간은 지루한 성삼재에선 아저씨들이 종주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하며 큰 일을 해낸 것 같아 얼마나 뿌듯했는지...

전날 내린 비로 흠뻑 젖은 등산화를 신고오니 발가락이 아파
계획했던 화엄사계곡으로 하산하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
6월 덕유산 종주를 생각하니 또 가슴이 뛰는 건
... 산이 그저 거기에 있음으로......일까? ........이겠지.....  
  • ?
    허허바다 2004.06.10 13:17
    전국에 큰 비가 온 날 종주를 하셨군요.
    아이고 힘드셨겠습니다...
    잔잔한 산행기에 저도 흠뻑 젖었다가
    비 온 뒤 그 밝은 햇살 부분에서
    모든 것이 따뜻하게 다 말라 버렸습니다 ㅎㅎ
  • ?
    오 해 봉 2004.06.11 02:31
    비맞고 배낭메고 험한산길은 미끄럽고 수고하셨네요.
    올겨울에 눈맞고 종주하시면 완전히 졸업생이 됩니다.
    빗길 눈길을 거처야 선수가 되거든요.
    좋은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덕유산에서는 비맞지말고 즐거운산행 하세요.
  • ?
    희망 2004.06.11 08:03
    덕유산엘 가신다니...
    체력또한 무리가 없으셔야 겠습니다.
    지리산 후기 잘 보았습니다.
    비맞으며 산행할 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납니다.
    언제나 안전산행 하시구요.

    자주 후기 남겨주시고요. 사랑방에서 인사도 나누어요.
  • ?
    루시아 2004.06.11 08:55
    고맙습니다...^^*...힘이 쑤~욱....
    사십초반의 여자 둘이 몇년 전
    치악산 당일치기로 상원사~구룡사의 단내나던 종주의 기억이
    최장거리의 길이었었는데...
    오십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그 친구와 그토록 갈구해오던
    종주를 하고나니 가슴속에 머물고 있는 지리산에 또 설레이고
    나를 꼬옥 안아줄 산에게 몸담고 싶은 이 마음...괜스레 붕클해집니다

    근데여...덕유산 종주를 원하는 내게 신랑이 한마디 하더군여
    --신랑은 정상이 바로 앞에 있어도 힘들다 싶으면 턴하는 얄미운이...-
    왜 꼭 자면서까지 종주를 해야되냐구.....
    그럼 새벽에 남덕유입구까지 데려다주면 하루에 갔다오겠다해도
    그럴수 없다니....같이 가자해도 노우.....으휴

    이~게~~~뮙니까...신랑 나빠여~~~~~~

    덕유산종주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없을까여?
  • ?
    고명재 2004.06.12 20:26
    저도4년 전쯤 똑같은 코스로 산행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특히 천왕봉 전에 있는 중봉에 올랐을 때 진주 앞바다쪽 바다와
    순간 옆을 지나가던 구름이 신비감을 자아냈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저도 중간에 태풍으로 하루 반은 꼬박 빗속을 거닐던 생각이 나더군요
    좋은 글 감사이 읽었습니다.
  • ?
    한기훈 2004.06.16 16:22
    저도 5월23일부터25일까지 같은코스로 산행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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