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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발길을 돌리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금강산 만물상 산행기)
ㅇ산행일자:2003년 04월 01일
ㅇ산행코스:만상정 주차장-만상정-삼선암-귀면암-절부암-안심대-만상정  주차장
ㅇ산행시간:Am 09:30시~Am 11:30시

산 위에 산 솟으니
하늘위에 땅 생기고 물가에 물 흐르니
물 가운데 하늘일세 아득해라
이 내 몸 허공중에 떠 있는가 신선세계 아니거니
신선도 아니어라
세상사람 이르는 말 내 들었노라
고려국에 태어나기 소원이라고
금강산 좋은 경치 바라다 보니
이천 봉이마다 백 옥 이로세
                                   (蓬萊 양사언의 詩)

만물상은 층암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악미 넘치는  절경으로 금강산의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이 만물상을 오르기 위해 온정리에서 버스를 타고 쭉쭉 하늘 높이 뻗어오른 소나무 숲길을 잇는다.

수정봉(해발 773,3m)과 관음연봉 사이로 이어지는 꾸불꾸불한 고갯길을 버스는 헐떡이며 힘겹게 오른다. 구비도 많을 뿐더러 급격하게 오르기 때문에 매우 가파른 세멘트 포장 외길을 운전기사는 마치 곡예를 하듯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며 버스를 끌어 올린다.
온정령(북에서는 영웅고개로 부른다고 한다)이라 부르는 이 고갯길은  모두 106개의 구비로 되어 있는데 만물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만상정 주차장까지 모두 77개의 구비를 돌고 올라야 한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오르는 이 길을 지나는 것으로만 해도 뛰어난 절경을 구경하는 것이니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만상정 주차장에 조착하여 베낭을 챙겨 들머리의 오르막 눈쌓인 길로 들어선다.

만물상은 어느 특정한 산 봉우리를 일컬음이 아니고 온정령 북쪽 금강산의 오봉산 일대 기암군을 통틀어 부르는 것이다.
만상정 사거리에서부터 만물상의 절경을 만끽 할 수 있는 천선대까지의 거리는 1,5Km에 불과하지만 매우 가파르고 기암절벽 때문에 직선등산이 불가능하여 불가피하게 우회등산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세 명의 신선과 마주 대하는 느낌을 들게하는 삼선암과 머리에 둥근 바위 하나를 이고 서 있는 것이 도깨비와 비슷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귀면암 등이 있어 눈 즐거운 호사스런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초입에 서 있는 등산로 안내판을 뒤로 보내고 예의 표지석에 붉은 빛깔의 글씨가 새겨있는 바위 옆으로 이어지는 길은 저 멀리 펼쳐지는 만물상의 능선과 기암들로 눈을 끌어 당긴다.
왼쪽 계곡 가장자리에 설치해 놓은 철 난간대는 지난 여름 폭우에 곳곳이 망가져 있어 그 피해를 짐작케 한다. 눈 쌓인 사면을 건너다 몸이 눈 속으로 푹 빠져 드는데 가슴을 삼켜 버린다. 밑에는 물이 흐르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이리저리 몸을 뒤틀어 빠져 나와 철 계단을 올라 삼선암에 올라선다.세 암봉의 삼선암을 눈에 새겨넣고 앞의 귀면암을 살핀 후 다시 철 계단을 내려서 다시 길을 이으니 한동안 돌바닥의 오르막이 이어진다.물론 곳곳에 눈이 쌓여 있고 오른쪽에는 철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한 기암봉의 정상에 독수리가 날아와 앉아 있는 듯한 독수리바위와 늑대형상의 늑대바위를 지나고 길을 이으니 사방을 만물상의 절경이 휘감아 버리며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구룡연의 절경에 감탄한 어제였는데 오늘의 만물상은 달리 표현할 길이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가이드의 안내 멘트처럼 그저 기억속의 컴퓨터에 저장 하는 수 밖에.

길은 매우 가파르게 이어지고 쌓인 눈은 허벅지와 가슴을 삼키니 현대아산의 직원들이 삽으로 눈을 퍼내며 길을 확보한다.당연히 산행 속도는 느리기 짝이 없다.
칠층암의 급경사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니 일곱층으로 이루어진 칠층암을 지나고 길은 계속된다.
길은 여전히 매우 가파른 경사를 유지하며 눈 속으로 이어지고 온갖 암봉과 기암괴석은 점점 더 뛰어난 절경으로 다가서며 느린 걸음을 더욱 느리게 만드는데 정말 아름다움의 극치를 맛보게 한다.

여전히 산행길은 느리다.높이가 더 해질수록 눈은 비례하여 깊이 쌓여 있고 러셀을 하는 안내인의 몸에서는 땀이 물 흐르듯 해 미안한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다.
이어 큰 도끼로 바위를 찍어내어 놓은 듯 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절부암을 지나니 등산로는 70~80도의 급경사로 계속된다.
기암괴석의 이곳 저곳에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은 아름다워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며 눈 앞에 펼쳐져 이어지는 만물상의 하늘금 능선은 예단을 불허한다.
절부암에 이르자 북한측 안내원이 더 이상 오를 수 없다며 그만 돌아내려가자고 한다.그 말에도 일면 수긍이 되면서도 안내인에게 매달린다.
조금만 더 가자고, 이대로는 한 발짝도 내려 설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만물상의 천선대를 오르기 위해 금강산엘 왔는데 어떻게 이 곳에서 돌아서란 말이냐고.

한동안 난감한 표정에 빠져있던 안내인은 그럼 조금만 더 해보자며 삽으로 눈을 퍼내기 시작한다.마음 같아서야 눈속을 그냥 오르자 하고 싶지만 다른 등산객들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나와 함께한 일행 중에서는 나와 단 한사람만이 이 만물상 산행길에 올랐으니 어제 구룡연의 산행 피로가 풀리지 않은데다 이 코스가 구룡연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는 가이드의 안내에 미리 포기해 버린 탓이다.

힘든 눈 속의 산행 오름길이 계속된다.
그리고 얼마 후 만물상의 힘든 오르막 산행 중 잠시 한숨을 돌린다는 안심대에 도착했다. 내려다 보는 계곡의 기암들이 빼어나고 건너 암봉능선은 짐작을 초월할 만큼 선이 기묘하다. 곳곳의 소나무는 절경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천선대로 향하는 계곡 길에는깊은 눈이 쌓여 있다.
여기서 천선대는 불과 240m 밖에 되지 않는데 도저히 길을 잇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사정이 좋지 않은 까닭이다.
러셀을 하거나 눈을 치우기에는 너무나 깊은 눈이 온 산을 덮고 있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천선대 쪽을 올려다 본다.
안심대 아래로는 제1,2,3망양대로 향 한다는 길의 흔적이 희미하나마 눈속으로 보이고 간이 위생실(화장실)도 보이는데, 그리고 망양대 까지는 채 1km도 되지 않는 720m에 불과한데 안내원은 당연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본다.
도저히 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터이니 그만 내려가자는 표정이다.차마 발길이 되돌려 지지 않는다.
아직도 능선은 하늘문을 지나 천선대에 이르고 다시 천주봉과 오봉산을 지나면 백두대간은 이어지는데 여기서 돌아서야 한다니......
오봉산 정상에 올라서면 산 아래 금강산의 천불동 계곡이 눈 앞에 펼쳐지고 고성항의 장전만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며 내가 묵고 있는 설봉호도 눈에 들어올 것인데 무심한 눈은 안심대에서 그만 돌아 가란다.
정말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천근 만근의 무게로 느끼면서 내려 선다.회한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금강산이 여늬 이웃집 산도 아니고 더하여 버스 몇번 갈아타고 오갈수 있는 산은 더더욱 아니며 잠시 이어졌던 육로가 끊겨 무려 4시간의 배를 타고 겨우 찾아온 산이 아니더냐.
그런데 이제 그만 내려 가잔다.갈 수 없으니 발걸음을 돌려라 한다.

올라갈 때 보다 몇배 더 무거운 발걸음으로 만상정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이었다. 겨우 2시간 동안 만물상에 들었다가 아쉬움만 남겨두고 내려선 것이다.

<덧 붙임>
만상정 주차장의 등산로 안내판에서의 거리
ㅇ만상정(420m)-삼선암,귀면암-(370m)-절부암-(620m)-안심대-(240m)-천선
   대
ㅇ안심대-(720m)-제1,2,3 망양대   (끝)
  • ?
    김현거사 2003.04.03 20:06
    아 그놈의 눈만 아니면 나도 금강산 구경 더 하는데.오호 애재라.
  • ?
    오 해 봉 2003.04.05 19:57
    눈 때문에 고생도하셨지만 참 좋은곳에 잘 다녀오셨읍니다.중학교때부터 여러사람들의 유명한 등산 산행기를 읽어봤지만 지금은 그져 말못할 아쉬움 같은게깔리는 군요.대단히 수고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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