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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2.08.19 00:39

가족종주 시작..3..

조회 수 243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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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마자 대피소 안은  웅성웅성...   시끌시끌...   와글와글...
천왕봉으로 향하네 ,노고단으로 돌아가네....
지리산은 호우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가슴이 답답했다..아이들이 얼마나 기대에 부푼 산행이었는데..

우리 작은 녀석은 유치원에서 방학계획을 말해보라 해서
지리산의 별을 따다가 친구들과 선생님 악세사리 만들어 줄 꺼라고 했단다..
난 황당했다..그런데 아빠가 지리산가면 밤에 별을 딸 수 있을거 같을 정도로 많고 가까이 보인다고 한말을 별을 딸 수도 있다는 말로 믿은거 같았다.
평소에 야무지고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듣던 아이라  농담을 하는줄 알았더니 녀석은 무척 진지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

어쨌건 그날 아침 우리의 문제는 벽소령으로 향하냐 노고단으로 향하냐였다..
그와중에 지리산엔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산장지기 아저씨가 벽소령에 전화를하니 벽소령에서 잔 사람들을 하산시키고 있다고 하더란다..오히려 홀갈분했다..미련을 두고 가느니 차라리 못가게 된 편이 낳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문제는 뱀사골 계곡으로 가는냐 노고단으로 가느냔데..계곡물이 불어 뱀사골은 엄두도 못낼 판이다..무모한 짓은 아예 말아야지..

아침을 먹고 다시 노고단을 향해 출발!!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먹을것도 줄고 배낭의 무게가 줄었어야 하는데
젖은 옷가지들로 인해 더 무거워진게 아닌가...
그래도 우리 산장앞에서 손을 모으고 "화이팅"을 외치며 출발을 했다.


화개재에 오르고 난 경악을 금치못했다..

말로만 듣던 지리산...그 지리산이 그 모습을 우리에게 살짝 보여주고 있느게 아닌가...
산자락을 보여주고 그 웅장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보여주었다..
그모습을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와 안개로 지리산은 내가 지리산에 온건지 북한산인지 관악산인지 내 발 앞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사실 내가 그렇게 높은 곳에서 걷고 있었다는 것조차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내 발아래로 펼쳐진 광경은 ....어떻게 말을 할까....
구름도 차마 그고개를 넘기 어려운듯 아래로 깔려있었다..
말로만 듣던 "지  리  산  운  해  ....! " 하마트면 못보고 지나칠뻔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만 않았던들...습관처럼 발밑 진흑탕만 보았던들 ...

지리산은 그렇게 우리에게 관용을 베풀고 있었다..
아이들도 나와 남편도 종주를 실패해도 좋았다..그렇게 우린 그 산을 보았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서 전날처럼 힘이 들진 않았고 주위를 보며 걷는 여유도 생겼다..

우리 큰아이가 말한다..(1994년 12월26일생--만으로 7살  우리나이로 억울한 9살)
"엄마 종주는 못했지만 뱀사골까지 온것만으로도 전 만족해요..다음에 또오면 되잖아요.. 지리산이 우리 다시 보고싶어서 이번에 종주 못하게 한거 같아요.."
마냥 아쉽고 속상한 나에게 가름침을 준다..
그래......지리산은 항상 거기 있을텐데....우리가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는데...
전날의 산행으로 힘이 들었을 텐데도 아이들은 휘파람을 불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고있다..

그사이 입산금지가 풀려 다시 천왕봉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다.

산에서는 아이들의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넉넉해 지는 모양이다.
우린 열심히 사진을 찍고 열심히 눈에 담았다..전날은 나지도 않던 꽃냄새도 약간 나고..아무튼 너무 행복했다..

임걸령에서는 잠깐이지만 해님도 나왔었다.


노고단에 도착해서 우린 중요한 행사(?)를 치뤘다.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하는 우리 작은 아이의 앞니 던지기..
우리집엔 지붕이 없기때문에 던져도 까치가 물고 갈 수가 없다고
지리산에서 던지고 싶다고 해서 빠진 앞니 두개를 가지고 왔던거다.^^*

노고단에서 두개의 이를던지더니
"엄마,,,그런데 솜사탕도 못만들었어...구름으로 솜사탕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띠용~~~~~~~

그렇게 5시에 노고단 산장에 도착해 성삼재로 내려와 구례에서 민박을 하루하고 남원으로 가서 서울행 기차를 탔다.

이번엔 비록 종주를 하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얻고 집으로 왔다..
온가족이 똘똘뭉쳐 서로를 위해주고 보살펴주고  자신도 힘들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한번 찡그린 얼굴을 하지 않고 너무나 많은 사랑을 안고 돌아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가면 좋은점이 두개있다..소소한거는 제쳐두고 ..


우선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산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서로 격려의 말을 나눈다
처음엔 어색해 하는 아이들도 덩달아 인사를나눈다..


두번째는 아이들의 기가 산다..
보는 사람마다 칭찬을 해준다..기특하다..훌륭하다..멋지다..착하다..예쁘다..
듣는 말들이 모두 아이의 기를 돋아주는 말들 뿐이다..

그리고 성숙해진다...

가정이 붕괴되고있다고 말들한다..함께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가정이 늘어난다는데 난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함께 산에 가세요..!!





  • ?
    산을 좋아하는 사람 2002.08.20 11:52
    너무 멋진 시간을 보내셨군요. 참 아름답습니다
  • ?
    만복대 2002.08.24 10:02
    진한 가족사랑 행복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늘 행복하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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