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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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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백두대간의 큰 줄기가 마무리되는 산이다.

수계로 따지자면 지리주능, 즉 백두대간 북사면과 낙남정맥(영신봉 남쪽 줄기)의 동쪽사면의 낙수는 낙동강으로 흐르고, 남쪽사면과 서쪽사면 낙수는 섬진강으로 흐른다.

지리의 남녘을 휘감고 있는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과 삿갓봉 사이 오계치부근데미샘(해발 약1,080m)에서 발원하여 900리를 흘러 남해바다로 들어간다.



지리산 지계곡 중 섬진강과 직접 맞닿은 곳에서 시작하는 곳이 한수내 일 것이다.

이 지역의 원지명이 내한이라 하였는데 한수내에 쉬어가기 좋은 정자가 있어 1914년 송정리로 개편되었다하나 그 송정(정자였든 정자구실을 하는 소나무였든)은 지금 보이지 않는다.

워낙이 터가 없어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도 싶지만 1918년에 발간된『조선지지』에 의하면 섬진강하구에서 100리에 이르는 구례군 토지면까지 거룻배가 운행되었다하니 화개나 토지에서 날품거리는 있었을 것이다.

‘한’은 고어로 ‘크다’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태백산太白山(원래 백두산을 이름)이 ‘한밝산’, 대둔산大芚山이 ‘한덤산’ 또는 ‘한둠산’, 대전이 ‘한밭’이었던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한수내는 큰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섬진강과 맞닿은 지역을 한수내라하고 안쪽마을을 안한수내라 한다.

그런데 왜정시대 만들어진 지도에는 내川를 한수천寒水川, 마을을 내한수內漢水로 표기하고 있다. 왜인들에 의해서 한글이 한문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역인 듯 하다.

‘차다’는 뜻이 차고 시원하다는 의미의 샘에 붙는 예는 종종 보아 왔으나, 내에 붙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이곳이 지리산과 한 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골짜기만큼은 찬물이 흐른다는 설화가 있다거나 아니면 이 지역만의 특징적(지형적 또는 학술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러한 자료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또한 이치상으로도 하나의 모티브로 동일 지역에 생긴 내川와 마을 이름이 달라질 수도 없거니와 이 지역 지명에 나라한漢자가 붙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여 마을의 생성시기를 찾아보니 임란발생 이태전인 1590년 금녕 김씨가 처음 정착하였고, 1800년대에 창녕 성씨가 입주해 크게 번창하였다는 것만 보아도 한漢의 표기는 잘못된 옮겨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혹여 한강이나 큰물을 이르는 한수漢水로 오역한다면 또하나의 역사에 대한 굴욕이요 값없는 논쟁의 희생자만 양산할 뿐이다. 그저 우리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만 인정하면 끝날 일이다.



한수내골을 오르는 초입은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진 19번 국도변 송정리다. 입구를 꺾어 들어가면 지금은 폐교가 된 송정분교가 있다. 안한수내까지는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1km 남짓을 더 들어가야 한다.

마을입구에는 시원스런 정자나무가 사람을 맞이하고, 다리를 건너면 봉애산 아래 성냥갑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봉애는 봉화를 이르는 이 지역의 사투리로 봉애산은 봉화산의 음운변화로 생긴 단어이다. 정상엔 봉화를 올렸던 축성흔적도 보인다.

그런데 지형도에는 봉애산峯愛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역시 한문 이기과정에서 잘못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통신수단이 부족한 시절 왜구침탈의 긴박함을 조정에 알리려 “봉화를 올렸던 산”과 “사랑하는 봉우리”는 그 의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는 기록하는 자의 단순한 오역 하나가 우리의 역사를 감춰버리는 꼴이 되었으니, 실수 하나가 만들어낸 일이라고 그저 웃어넘기기에는 왠지모를 답답함이 밀려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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