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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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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꿈에서라도 하고 싶었던 지리산 종주!!
나는 한동안 지리산만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흥분으로 들떠지고 그러한 날이면 인터넷으로라도 엿봐야 직성이 풀리곤 했던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왜 내가 지리산에 대하여 그와같이 지독한 천석고황에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의 지리산은 처음 대할 때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오르면서 아주 혼난 기억밖에는 없었다.
그후 몇 년 뒤 친구와 다시 화엄사에서 노고단, 그리고 피아골로 내려 온 적이 있었고 그 이듬해 군 입대전에 친구와 둘이 계룡산을 거쳐 지리산에 와서 천은사에서 노고단을 올라 종주를 하다 몸이 안좋아, 지금 생각하니 토끼봉에서 쌍계사로 내려 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10월 말경에 뱀사골에서 화엄사로 넘어 오면서 뱀사골 산장에서 1박을 하게되어 추위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들과 피아골의 단풍등이 지리산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며 그때마다 고생했던 것 밖에는 생각나는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숙명처럼 지리산을 종주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한 와신상담 끝에 더 이상 나이를 들기 전에 마음의 병을 치유하겠다는 생각으로 올해는 과감히 도전을 하게 되었다.
도전 1개월전부터 지리산사이트는 다 섭렵을 하다시피하여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하여 왔으며, 휴가도 사전에 주위 직원들에게 지리산종주 일정을 알려 다른 직원이 내 휴가일정을 범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막상 출발직전에 숙박에 대한 예약이 안되어 많은 걱정을 하던 중
후배직원이 침낭과 버너를 빌려 주면서 격려를 하여 부족한 점은 없게 되었으며 후배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종주를 마치게 되어 나름대로 일정을 정리하여 부족한 글이나마 종주의 기쁨을 표현하여 본다.

7월 30일 새벽 4시에 구례터미널에 도착하여 보니 산행인들이 너무 많아 퍽이나 놀라웠고 한편, 이 많은 사람들을 버스 1대에 다 승차시켜 그 위험한 고갯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 하고 걱정도 되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몸을 싣고 출발을 기다리며 주변을 살피니 버스1대가 또 성삼재를 간다고 한다. 그만큼 삼복더위임에도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버스가 출발하자 기사가 성삼재까지는 97번정도의 구비가 있음을 주지시키면서 주의를 당부하여 길이 평탄하지 않음을 은연중 암시하였다.
5시정도에 성삼재에 도착하니 주변이 여명으로 어스름하여 산행에는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입장료를 부담하고 노고단으로 곧장 출발하여 무냉기에서 한숨을 돌리며  평온히 잠들어 있는 구례를 일별한 후 지름길로 가려다 체력안배를 위하여 평지로 돌아서 5시 50분경 노고단에 도착하였다. 노고단 산장 또한 이른 시간임에도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지리산은 전남북과 경남만의 산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미 전국민의 산이 되었다는 사실과 왜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었는가 하는 점이 느껴졌다.
노고단 산장에서 라면 하나와 햇반1/2로 조식을 해결하고 물 두병을 준비하여 걸음이 더딘 탓으로 6시 30분경에 부지런히 출발하여 돼지평전을 지나 8시경 임걸령에 도착하였다.
지리산 종주코스중 가장 물맛이 좋다는 임걸령에서 다시 물을 두병 채우고 곧바로 출발하여 노루목과 삼도봉을 지나 뱀사골 산장입구인 쉼터에 10시경에 도착하여 20여분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토끼봉을 향하여 오르는데 오늘따라 날씨는 무척 덥고 산은 험하여 너무 힘이 들어 ’78년도에 친구(이 동주)와 같이 이 길을 걸었던 생각을 하였다.
나는 태생적으로 땀이 많은 관계로 목에 스포츠타월을 걸고 갔는데 타월을 손으로 짜니 물이 주루룩 떨어지고 모자는 온통 땀으로 젖어 땀이 눈으로 들어와 손수건으로 머리를 동여 매었는데 처음에는 다소 나아진 것 같았으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땀이 눈으로 들어 와 자주 손수건을 짜야 했다.
특히, 저혈당증이 있어 입에는 맞지 않으나 카라멜을 의식적으로 먹으면서 계속 산행을 하다 보니 물을 많이 먹게 되고 체내에 들어 온 물은 곧바로 땀으로 배출되어 지나놓고 생각하니 하루종일 소변은 한번밖에 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명선봉으로 향하던 중 중식을 행동식으로 해결하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오늘이 중복인 것으로 기억되었다.
어찌되었든 너무 더웠기 때문에 지리산 종주코스가 평균 1500m로 평지보다는 기온이 약 9도 정도 낮다하더라도 더위에 약한 체질로 한낮에 산행을 한다는 것이 상당한 무리로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만약 더위에 체력을 빼앗겨 도중에 하산을 하게 된다면 오랫동안 마음을 다져 도전한 지리산 종주가 허사가 될 것 같아 벽소령에서의 1박 계획을 연하천대피소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숙소에 대한 예약이 되지 않아 자유스럽게 산행을 할 수 있게 되어 이러한 경우를 전화위복이라 한다던가?
계획을 바꾸고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겨 주변도 살피면서 완보로 가다 보니 어느새 명선봉에 오르게 되었으며 또한 오후 3시경에는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니 어느정도 체력이 보충되고 또한 다른 산행인들이 벽소령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벽소령대피소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나, 인터넷 지리산 관련사이트에서 보았던 선배들의 ‘지치기 전에 쉬어라’는 충고가 생각나 그냥 눌러 앉았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고 대기자 명단등재를 신청한 후, 5시경에 햇반1개와 아침에 남은 햇반1/2을 같이 데워서 이른 저녁식사를 야무지게 한 후 숙소를 배정한다는 7시를 기다리고 있던 중 나중에 도착한 젊은이 2명이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무척 힘이 넘치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들이 식사중 소주를 마시면서 나에게 권하여 자리를 같이 하게 되어 심심산중에서 소주를 맛보게 되었는데 실은 나에게도 고생하면서 가져 온 소주1병이 배낭속에 있었다.
그 소주맛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아, 하루종일 배낭에 시달리고 더위와 고된 산행에 지친 마음을 풀어 주는 것 같았다. 몇잔의 소주를 주고 받다보니 옆의 아가씨 두명이 합석을 하여 오늘의 산행이야기 꽃을 피우게 되어 내가 배낭속의 소주를 제공할려 하였으나 한사코 말려 대신 4년동안 숙성시킨 솔잎차 진액을 내놓았다.
손이 시러울 정도로 시원한 연하천의 약수에 솔잎차 진액을 조금 섞어  마셔 보더니 너무 좋아하며 옆자리의 다른 산객들에게도 권하니 차를 맛본 사람들은 그 향에 감탄하며 나에게 제조법을 물어 온다.
그러한 중에 젊은 친구중 한명이 소주에 솔잎차 진액을 조금 넣어 마셔보고는 자꾸 주위 사람들에게 권한다.
나도 못이겨 한잔을 받아 마시고 맛과 향이 너무 좋다하니 이제는 아예 술병에 섞어서 잔을 돌린다.
깊은 산중에서 솔향이 나는 차와 소주로 하루의 피곤을 푸니 이러한 호사가 또 어디 있을 것인가 싶었다.
한동안을 그러던 중 앞뜰이 시끌벅적하여 보니 아주머니 한분이 산행을 하면서 취를 채집하여 와서 산장지기에게 적발되어 조그만 실랭이가 벌어졌다.
아주머니쪽에서는 종주등반이 처음이라 잘 몰라서 채집하게 되었다고 선처를 호소하고 산장지기는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바로 내뒤에 와서 시인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그리고 채집한 취는 압수하여 부근의 숲에 뿌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면서 산장지기가 하는 말이 의미가 있었으며 또 재미도 있었다.
‘하루에 지리산을 지나가는 사람이 3천명에서 4천명정도인데 모두 한주먹씩 풀을 뜯어가면 도대체 산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
오늘 일이 이 정도에서 마무리되는 것은 지리산신령님께서 도와 드렸다 생각하고 차후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하였다.
그러다보니 숙박자들에게 숙소배정이 이루어졌으며, 나를 포함한 대기자 12명은 비상대피소에 자리가 마련되어 산장지기가 불편한 잠자리를 제공하게 되어 미안하다며 몇 번씩 이해를 부탁하면서 머리와 다리가 거꾸로 되게 각자에게 자리를 배정하였다.
자리에 누워 막 잠에 들었는데 산장지기가 4명을 데리고 들어와 다시 자리를 지정하다 보니 잠에서 깨고, 또 자다 보니 가운데 사람들이 드나들며 다리를 밟거나 소란스러워 잠에서 깨었다가는 다시 자곤 하는 가운데 지리산 연하천의 밤은 깊어만 갔다.
그러한 와중에도 어느 정도 잠이 들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말소리에 잠에서 깨어 시간을 보니 12시가 막 넘었다.
이 시간에 산행을 준비하는 4명이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곤한 잠에서 깨고 보니 참으로 짜증스럽기까지 하여 정숙을 부탁하니 금방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시 잠이 들어 새벽 5시경에 깨어나  바로 양치만 하고는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와서 인터넷에서 배운대로 시원한 시간에 산행을 하고 숙박지에는 일찍 도착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5시 30분경에 발걸음을 벽소령으로 재촉을 하였다.
하루중 이른 시간에 인기척이 없는 숲속길을 혼자서 가니 너무나 상쾌하였으며 또한 이러한 기분은 직접 행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시원한 시간에 산행을 하니 발걸음도 빨라지고 지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기분이 너무 상쾌하여 역시 인터넷에서 미리 공부를 했던 보람을 느꼈다.
삼각고지와 형제봉을 지나 벽소령에 8시정도에 도착하여 조식을 준비하였다.
대피소에서 약 200m를 내려가서야 벽소샘을 만날 수 있었는데 수량은 연하천만 못한 것 같았다. 병 2개에 물을 채우고 코펠에 물을 받아 햇반을 데워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제 연하천대피소에서 술자리 옆에 있던 커플이 도착하여 샘을 물어 왔다.
9시경에 출발을 하여 덕평봉을 지나 선비샘에 도착하니 시원하고 풍부한 수량의 약수가 산행과 더위에 지친 산 나그네들을 반겨준다.
선비샘에서 또 다시 물병에 물을 채우고 산행을 계속하는데 이게 왠일인가?
칠선봉을 오르는 중 왼쪽 다리에 쥐가 나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한동안 쉬고 나니 다소 상태가 좋아져서 조심스럽게 다시 산행을 하다보니 오른다리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천천히 가면서도 기분은 살얼음을 가는 듯 하였는데 이제는 오른다리에 쥐가 난다. 참으로 난감하여 그 자리에 주저앉아 등산화를 풀고 양말을 벗고서 다리를 펴고 주무르고 있는데 벽소령대피소에서 샘을 물었던, 온양에서 왔다는 커플이 지나가면서 이유를 묻고는 내 다리를 주무르고 또 스프레이파스를 뿌려 주면서 같이 천천히 가자고 한다.
참으로 고맙기 그지 없었으며, 그 아름다운 마음씀이 산행인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 산에 가면 모두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어 나누어 먹고 어려움을 돕고 한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특히, 그 아가씨는 나에게 ‘저도 산행은 초행이라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쉬고 싶으면 언제라도 같이 쉬자’ 하며 마음을 써 주곤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음 쉬는 곳에서 오이를 가져왔으니 같이 먹자 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하였다.
어느정도 같이 가다 쉬는 곳에서 그들이 오이를 권하여 먹으니 진짜 시원하고 독특한 맛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산에 갈 때 무거워도 오이를 가져가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세를 지고 있는데 오이까지 얻어먹고 보니 더욱 미안하여 가진 것은 솔잎차밖에 없어 그것을 제공하니 뜻밖의 좋은 반응을 보였다.
어찌되었던 오늘의 계획은 장터목대피소에서 숙박을 할려 했으나 오늘도 계획을 수정하여야 할 입장에 놓여 그들에게 먼저 가도록 권하니 헤어지면서도 내 중식걱정을 하면서 못미더워 하면서 갔다.
그들이 먼저 가고나서 나는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완보로 칠선봉과 영선봉을 지나 더 이상 고통없이 무사히 오후 3시경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한동안 쉬고 있는데 조금 전의 그 커플들이 다가와서 상태를 물어보고 또 식사걱정을 해 준다. 그러면서 그들은 오늘 장터목대피소에서의 숙박을 위하여 출발해야 한다면서 스프레이파스를 나에게 주면서 건강히 꼭 완주하기를 신신당부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솔잎차 나머지를 주면서 고마움을 표하였더니 아가씨가 너무 좋아하여 다소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염치없지만 사진을 한 장 부탁하곤 내 명함을 주어 전자메일로 보내주기를 원했더니 그 아가씨가 배경이 멋있는 곳에서 찍어드리라고 남자친구에게 강요를 한다.
또 어쩌다 담배이야기가 나와 내가 가진 담배를 7,8개비정도를 나누어 주면서 진즉 담배가 떨어졌다고 이야기를 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부모정도의 나이를 드셔서 어려워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고 하여 그들이 예의에도 밝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친절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그들도 떠나고 이제는 혼자 석식을 준비하면서 다리상태가 계속 이런다면 완주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거림이라는 표시의 이정표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일단 오늘 밤을 지나고 보자는 생각이 들어 석식을 라면과 햇반 1/2, 그리고 소주 3잔정도로 일찍 마치고 연하천대피소에서의 숙박때 애로사항도 있어 바깥에 있는 벤치를 잠자리로 마음속으로 마련하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거쳐 세석대피소로 온 서울 산객 두분이 내 벤치 바로 앞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서 술을 권한다.
그래서 양념된장과 양파를 내놓고 같이 술을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대피소에서 비예약자중 희망자들은 오라고 두세번이나 방송을 한다.
그러나 그분들도 차라리 비박이 더 편하다면서 샘이 있는 활주로에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보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그 자리를 보니 그분들이 보이지 않아 연세들이 있어 결국은 대피소로 숙박을 정하셨구나 하면서 침낭을 내놓고 잠들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조금 전의 그분들이 소주와 안주를 가지고 내려 와 결국 또 전날 밤에 이어 술자리가 벌어져 내가 가지고 있는 나머지 술도 같이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취중에 하늘을 보니 이게 왠 불꽃잔치인가?
하늘에 지리산신령님께서 불꽃놀이를 하고 계시지 않는가!
이많은 별들을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왜 나는 동안 하늘 한번 쳐다 보지 못하고 앞만보고 살아왔는가?
이런 저런 감정들이 가슴에 북받쳐 집에 전화를 하니 열대야 때문에 고생이 말이 아니랜다.
이제는 술자리도 끝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침낭속으로 들어가 비닐로 이슬을 막고 하늘의 별을 보며 잠이 들었다.
새벽에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서두르는 바람에 5시30분경에 잠에서 깨어나 엊저녁에 술로 얼얼한 속을 하나 남은 라면과 햇반 1/2로 죽도 아니고 국도 아닌 음식을 만들어 달랜 후 6시에 천왕봉을 향하였다.
어제의 몸컨디션도 있어 거북이 걸음으로 가면서 보니 지리산의 진짜 모습은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경치들이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연하봉에서의 경치는 연하선경이라는 단어가 과연 명불허전이더라!!
오늘은 구름으로 멀리 노고단은 볼 수가 없었으나 다행히 반야봉만은 모습을 약간 보여주었다.
정말로 저어기에서부터 여기까지 내발로 걸어 온 것이 사실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에서뒤돌아 보기를 거듭하면서 걷다보니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장터목대피소에 배낭을 맡기고 산희샘에서 물한병을 채워 들고 제석봉의 고사목지대를 지나 천왕봉으로 가다 보니 덩치가 큰 고등학생이 혼자 가고 있어 말을 붙여보니 서울에서 온 고등학교 1년생으로 부모님과 같이 왔는데 먼저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천왕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할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렇게 되면 산에 오르는 재미가 없어지지 않느냐고 반문을 한다.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에 도착하니 가슴이 툭 트이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와 닿았다.
“韓國人의 氣象 여기서 發源하다.” 지당한 표현인 것 같다.
구름 때문에 멀리 노고단이나 동해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남한의 육지내에서는 가장 높은 곳을 발로 딛고 서니 세속의 욕심도 없어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동행했던 고등학생이 이온음료라며 권하여 마시니 그맛은 지리산의 신선들이 이러한 물을 마시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또 어제 나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었던 그 커플도 여기서 일출을 보고 하산을 하였으리라 여겨지며 다시 한번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11시경에 배낭을 지고 곧바로 백무동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그때 물을 준비하지 못하여 참샘까지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하산길이 보통 험한 길이 아니어서, 2년전 직장동료들이 백무동코스로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을 한 후 천왕봉일출을 보고 왔는데 출발전까지 동행을 자꾸 권했으나 당시 따라나서지 않은 것을 하산내내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만약 그때 그들과 동행을 했더라면 동료 여러사람들에게 신세를 져야 했을 것이다.
참샘에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니 이제는 살 것 같다.
한동안 쉬고 다시 배낭끈을 조여매고 백무동까지 오면서 행동식으로 중식을 해결하고 사탕으로 원기를 북돋우며 또한 계곡의 물소리에 맞추어 작년에 배웠던 사철가를 읖조리며 걸었다.
백무동에 도착하여 2박3일만에 자동차를 보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간사한 인간의 마음인 것 같다.
식당을 찾아 산채비빔밥과 막걸리를 부탁한 후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식당 아주머니가 조금전과는 인물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
비빔밥에 된장국 그리고 막걸리를 곁들이니 라면과 그 냄새에 찌들은 입과 코가 너무 좋아한다.
식사후 인월로 나와서 남원에서 다시 광주 집으로 오니 참으로 편한 느낌이 든다.
이번 산행은 눈과 코, 입 그리고 귀는 즐거웠으나 허리와 다리는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산행에 도움을 준 직장후배와 동료들, 특히 현지에서 친절을 베풀어 주었던 온양에서 온 커플, 그리고 나를 스친 모든 산행인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 ?
    부도옹 2006.08.23 00:14
    종주산행 축하드립니다. ^^*
    지리산과의 인연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힘들게 산행하셨지만, 누구에게나 힘든 곳이려니 생각하면 자신의 산행이 더욱 자랑스럽게 여겨진답니다.
  • ?
    여태영 2006.08.23 09:08
    인생 선배님의 삶의 향기가 진하게 스며있는 산행기 정말 맛갈스럽게 잘읽었습니다. 참 좋은 분들을 만나신것과 종주하신것 축하드립니다
  • ?
    오 해 봉 2006.08.23 12:16
    인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산행기를 읽었습니다,
    쥐날때는 두드리지말고 맛사지를 해야좋다고 하드군요,
    가을에 한번 더가보세요.
  • ?
    거북 2006.08.23 14:02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로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점을 다시 한번 더 느껴집니다. 부도옹님과 오해봉님은 이 사이트의 터줏대감같으신 분들인데 두분의 평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태영선생님께도 감사드리며 부러움을 가져봅니다.
    저는 이번에 군입대를 앞둔 아들과 동행할려 했는데 거부하는 바람에
    같이 못갔습니다. 여태영님의 아드님이 부럽습니다.
  • ?
    새매 2006.08.23 23:07
    거북님의 글을 읽고보니 제 병이 또 도지나 봅니다.
    또다시 지리로 떠나고 싶은 이 마음 어찌해야 합니까....
  • ?
    군자봉 2006.08.29 20:55
    거북이님의 글을 읽어보니 지리산 종주 참으로 어렵게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네요...제가 보기엔 베낭의 무게가 너무 많았던거 같아요....소주를 참으로 좋아하시나봐요...저는 베낭 무게가 2.2키로인데 옷한벌과 우의 밑반찬 한가지만 가지고 갈께에요...코펠도 버너도 싫어요. 대피소 햇반에만 의존하겠습니다. 평소에 걷는 운동을 많이 하셨더라면 아쉬움이 있네요...저는 한달있으면 또다시 종주계획이 있는데 베낭무게를 5키로 이하로 줄일거에요. 물3통과 초코렛 밑반찬 정도와 옷여벌1. 헤드라이트 수저만 베낭무게를 최대한 줄일겁니다.
  • ?
    어린백성 2006.08.31 13:32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홀로이셨던 지리는 잊지 못하시겠지요?
    좋은 산행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 ?
    아낙네 2006.09.01 16:59
    산행에 넘치던 빛깔들로 가슴 깊숙히 싸매워둔 그리움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립고도 정겨운 모습들 ..
    기억하고 있는 그 모두가 살아서 돌아올 것만 같네요.
    종주산행 축하드리며, 그 빛깔에 흠뻑 젖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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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처음 만난 지리산(1) 5 뎅국 2006.09.14 3477
1026 나 안갈꺼야......(2박3일 종주기) 3 여우아저씨 2007.09.28 3477
1025 지난 6월말 나홀로 정통종주임... 4 팽구 2007.11.18 3469
1024 왕초보 지리산 종주하다.(4) 9 구름산 2006.10.25 3466
1023 백무동 - 대원사 7 오 해 봉 2003.01.01 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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