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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영재봉능선 산행기)

ㅇ산행일시:2003년 12월 07일
ㅇ산있는곳:전남 구례
ㅇ산행코스:밤재-숙성치-영재봉(877,9m)-상여바위-다름재-왼골-상위마을
ㅇ산행시간:Am 07:20시~Pm 14:10시

12월 6일 저녘, 비가 내린다.
지리의 노고단산장 (061- 783- 1507)으로 전화를 한다, 눈이 내리느냐고. 아직 눈은 내리지 않지만 온도가 급강하 하고 있으니 눈으로 변할 것 같단다. 내일은 노고단으로 가야지, 서설을 맞으러......
그러나 다음 날인 12월 7일, 나는 노고단이 아닌 구례의 산동 온천지구에 차를 주차한 후 밤재까지 택시를 타고 오른다. 노고단으로 정했던 산행지를 밤재에서 시작하여 다름재를 지나 만복대로 올라, 그 부드러운 여인의 알몸을 닮은 만복대에서 하얀 눈을 밟을 욕심을 잔뜩 안고서.
그런데 처음부터 뭔가 꼬여 들기 시작한다. 온천지구에서 6,000원을 주기로 한 택시는 밤재에서 10,000원을 건네니 거스름돈도 주지 않고 쏜살같이 내달려 버린다.

밤재의 옛길을 따라 찬바람 부는 이른 아침의 산 길을 걷는다.  온도는 낮아져 코끝이 시립고 머리에 얹은 모자를 다시 한번 꼭 눌러 쓴다. 길 바닥은 꽁꽁 얼어 붙었고 초췌한 억새의 분신들이 부는 바람에 이따금 날려 간다. 하얗게 눈이 쌓인 종석대가 산 등성이에 모습을 보이고...
20여분을 걸어 두 갈래로 길이 나뉘는 곳에서 능선을 치고 오른다.  그리고 견두산에서 이어지는 실낱같은 희미한 길을 만나니 이제 영재봉 능선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게 길일까? 길이려니 걷는다. 태초에 길은 없었을 터이고 길은 사람들의 발 길에 의하여 생성되었을 것이니 나의 발걸음 또한 그 길을 여는데 한 몫을 하고 있음이리라.

소나무 숲과 낙엽 쌓인 오르막이 이어지고 날씨는 차겁다. 북사면에 면한 능선에는 귓전을 때리는 드센 바람이 골을 타고 불어와 마치 몸뚱이를 날려 버릴 듯 기세가 당당하다. 통곡하는 바람 소리에 고요한 숲속은 자지러지고 산의 이곳 저곳에 널려 있던 낙엽들도 날린다. 벌써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길은 때로는 희미하게 또 어느 곳에서는 아주 뚜렷하게 그 모습을 달리하며 이어지고 之 자로 이어지는 탓에 팍팍하다 싶게도 느껴진다.

08:30시.
힘이 든다. 길을 잇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 길을 가득 메워 버린 철쭉 가지들이 사정없이 할키어 대고 뺨에 상채기를 내기도 한다.어느 곳은 10m 진행하는데 무려 10여분이 소요되기도 하니 도저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무성한 철쭉 숲 지대를 어렵사리 지나니 뚜렷한 길은 앞을 막아선 산봉우리를 옆으로 돌아 작은 날등에 올라선다. 이 곳에서 길을 잘 이어야 하니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길로 들면 곧바로 확실한 능선길로 이어지게 된다. 자칫 뚜렷하게 능선을 타고 아래로 이어지는 길로 들면  산을 벗어나게 된다. 이어지는 길은 희미하게 계속되다가 다시 뚜렷해지기도 하는데 여러 군데에서 헷갈릴 수도 있다. 이 영재봉 능선을 올라서면 지형도와 특히 만복대를 염두에 두고 산 길을 이어야 한다. 대개 능선길은 왼쪽의 급한 북사면과 접하여 날등을 타고 이어짐도 참고로 삼을 일이다.

우두둑! 우두둑!  등산화의 발길에 서릿발은 무참히 쓰러지고 쌓여 있는 낙엽 위에 떡가루처럼 흩뿌려진 싸락눈은 자취를 감춘다. 깊게 쌓인 낙엽은 발길을 힘들게 하니 모든게 넘치면 과하나 보다.

멀리 만복대와 노고단 그리고 종석대가 눈에 드는데 봉우리에 쌓여 있는 눈의 빛깔이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유혹을 멈추지 않는다. 바람은 좀체 그 세기가 가라앉지 않고 더욱 드세게 몰아치며 산 속의 온갖 것들을 유린한다. 다시 길에 가득 차도록 우거진 철쭉가지들이 발길을 붙잡고 길은 이름없는 무명봉의 정상으로 급격한 오르막을 형성하고 있다.

09:40시.
올라선 봉우리에는 철쭉나무가 우거져 있고 몇 개의 바위들이 널려 있다. 조망이 빼어난 곳이다. 견두산,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고 산동방면으로 시원하게 트여져 내리는 명쾌함이 청량감을 안겨 준다.  다시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서니 가운데가 움푹 패여 있다. 역시 조망이 좋은 곳인데 내려서는 길은 내리막에다 나무의 가지들이 엉켜 참으로 힘든 곳이다.
잡목과 넝쿨들이 엉켜 폐허가 되다 시피한 작은 잘룩이를 지나 길은 또다시 숨 거칠게 만드는 급격한 오르막이다. 그리고 발길을 막는 지독한 조릿대와 철쭉 터널. 키를 훌쩍 넘기고 우거진 미로같은 곳을 앉은뱅이 걸음으로 힘겹게 지나 커다란 바위가 솟구친 곳은 음지로 우회를 하니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에 흠칫 몸을 사린다.
또, 바람, 바람, 바람. 온통 바람뿐이다. 더하여 울부짖음 같은 바람 소리는 더욱 체감의 도를 높인다.

11:00시.
영재봉(877,9m)이다. 50cm 정도 크기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특별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한층 가까이 다가선 만복대의 설경과 노고단, 차일봉의 조망이 멋진 곳이다. 이어지는 능선은 부드러워 이제부터는 제법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나 이는 커다란 착각이었고 얼키고 설킨 싸리나무가 지금보다 더 힘들게 길을 막는다. 날카로운 싸릿대가 눈자위를 찌르고 앞으로 진행하는데 몇 배의 힘이 드니 한마디로 고행길이나 다름없다.
지나는 능선에는 여기저기 커다란 바위들이 널려 있는 상여바위가 있는 곳이다.  우측은 시원하게 트여 개방감을 느끼게 하나 숲 길을 완전히 덮어 버린 잡목 때문에 너무나 진행이 더디다. 지리의 어느 곳이 이처럼 힘든 곳이 있었던가?  

12:30시.
네 갈래로 길이 나뉘며 아직도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무리를 지어 있는 억새밭의 다름재이다. 쓰러진 억새 위에 제법 많은 눈이 깔려 미끄럽다. 한동안 고심을 한다. 당초 예상 대로라면 이 곳 다름재에 11시까지는 도착했어야 하는데 무려 1시간 반이나 더 걸렸으니 이어야 하는 산행길의 시간이 바쁘다. 만복대를 거쳐 묘봉치에서 상위마을로 내려 서려던 계획은 우거진 조릿대와 싸리나무 때문에 완전히 어긋나 버리고 있다. 다름재에서 만복대까지는 급격한 오르막인데다 눈까지 내렸으니 아무리 빨리 오른다 해도 3시간은 걸릴 것이다. 만복대에서 묘봉치, 그리고 하산까지 감안한다면 더 이상의 진행은 아무래도 무리라 판단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상위 마을로 하산길을 잡는다.

저 아래 월계저수지의 물빛이 햇빛에 반짝거림을 바라보고 불어 오르는 바람을 맞으며 산 길을 이어 내린다.  좌측의 왼골에는 제법 많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어느 곳에서는 바위 끝에 고드름도 대롱거리고 있다. 얼마 후 녹색철문을 나서 푸르게 우거진 조릿대 숲 사이를 지나 하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우거진 메타스퀘이어 숲을 지나고 포근한 햇볕이 따사로이 내려 앉는 저수지 위의 길에 이른다.
그리고 봄철 노란 색깔의 산수유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상위마을의 회관 앞에 이르니 14:10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몰고 정령치에 올라 만복대 능선으로 올라 1시간여 동안 상고대 만발한 겨울 산을 즐기고 하루의 산행을 마쳤다. (끝)



밤재의 옛길을 걸으며 산등성이 넘어 종석대를 보았다.



산길의 흔적을 없애 버린 철쭉의 우거짐, 뚫고 지나는 산행 발걸음은 무척 힘이 들었다.



떨어져 쌓여있는 낙엽은 발목을 훨씬 덮을 정도로 깊어 옮기는 걸음을 부드러우면서도  힘들게 했고 낙엽위에 흩뿌려진 싸락눈은 떡가루였다.



전망 좋은 바위 위에서 되돌아 보니 멀리 견두산이 눈에 들고...



"之" 자로 이어지는 능선, 이 때문에 걸어도 그 자리인 것 같은 느낌에 빠진다.



희미하게 노고단이 보이고.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 보았다.



영재봉 정상.



영재봉에서 바라본 노고단.



영재봉에서 이어져 오르는 만복대, 하얀 눈이 쌓여 있다.



무성하게 엉켜 어우러진 싸리 숲, 저런 곳을 헤집고 지나야 하는 곳도 여럿이다.



상여바위 지대.



내내 조릿대 숲, 우거진 싸리나무, 그리고 잡목의 울창한 숲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들었다. 어우러진 숲.



가까이 다가선 만복대. 사진 앞쪽의 잘룩하고 누런 빛깔을 띤 곳이 다름재이다.



뻗어내린 지능선과 멀리 노고단과 차일봉이 보인다.



다름재의 억새밭. 사거리로 되어 있다.



다름재에서  본 고리봉.



부드럽게 이어져 오르는 만복대 능선, 흰빛 서설이 아름답다.



월계저수지 부근에서 바라본 다름재, 가운데 잘룩한 부분이다.



구례 상위 마을의 이름난 산악인, 홍동식님의 "산악인의 집"



상위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 재배지이면서 온 마을이 산수유에 휩싸여 있는 곳이다. 봄 날 이 마을은 온통 샛노란 산수유 꽃에 묻혀 버리고 만다. 수확하다 남은 산수유열매.



19번 국도, 산동 입구에서 바라본 영재봉 능선,



산행을 마치고 다시 정령치로 올라 만복대로 오르며 바라본 능선, 미끄럽게 이어지는 능선에 눈이 내렸다(오후 4시쯤의 사진이다)



바라본 반야봉에도 눈이 내렸고..



만복대에서 내려다 본 영재봉 능선, 사진 중앙의 우측 움푹 패인 곳이 다름재이고 저 멀리 견두산이 아스라하다.



雪花



조릿대의 잎사귀에 살포시 내려 앉은 눈가루.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



올려다 본 소나무 가지.



다시 바라본 주봉, 천왕봉도 하얀 눈에 덮여 있었다.
  • ?
    김현거사 2003.12.18 12:00
    남은 일주일 멀다하고 그 높은 지리산도 오르는데,에이! 오늘은 모처럼 우리 동네 정각사 옆 약수터 같다와야지.
  • ?
    허허바다 2003.12.18 12:34
    거사님 날이 추운데 단도리 잘 하시어 갔다오십시오... ^^*
  • ?
    김현거사 2003.12.18 15:48
    허허바다님 충고대로 두텁게 입고 나갔더니 의외로 날씨가 푸근해서리,
    시원한 약수 한잔 마시고 왔읍니다.이영진님 이글 보고 웃겠다마는 모처럼 운동 좀 했더니 기분 존네요.
  • ?
    오 해 봉 2003.12.18 23:02
    밤재.영재봉.노고단.만복대.고리봉.상위산악인의집.좋은사진 정말로
    잘봤습니다.김현거사님 저는17:30분쯤 왕복6 km 약수터에 다녀오는데
    귀가 떨어지는줄 알았답니다.해가지니 무척 춥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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