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얼마나 많이 껴입었던지 하도 불편해 눈을 떠보니 창문이 허여멀겋게 환한 기운을
보내온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바깥으로 나가보니
아뿔싸! 비가 보통 오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다 늦가을의 세찬 바람은 지난 8월의 악몽을 떠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침을 먹으려 취사장으로 가니 어느 노부부와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할머니)들께서 조리를 하고 계신다. 인사를 하고 버너를 꺼내 불을 피니
그 열은 너무나도 따듯하게 느낌을 주었다.
옆 노부부의 어르신에게 "부럽습니다."" 저도 어르신처럼 먼 훗날 아내와 산행을 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하며 말을 건넸다. 어르신은 말문을 여신다.
"그 마음만 간직하고 살면 두 부부는 변치 않을 거예요"하시며 환하게 미소를 지으신다.
맞아! 그분의 말씀은 어느 목표를 향하여 같이 노력을 한다면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서로의 정이 끈끈히 엮어진다는 말씀일께야 하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오히려 더 세차게 내리고 있다.
많이 망설여진다. 마음 같아선 이곳에서 눌러 있고 싶은데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다.
모두들 우비와 판초를 덮어쓰고 떠나니 말이다.
우리도 준비한 판초와 우비를 쓰고 길을 떠난다.
늦가을의 세찬 비바람은 능선의 모습을 허망하게 만들어 버린다. 저 위에서 떨어지는
낙옆의 흐늘거림은 소리 없는 절규였다. 늦가을의 지리를 느끼러와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마도 어제의 화려함이
있기에 오늘의 모습은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다.
참! 자연의 이치란 ......우리네와 어찌나 같은가?
세찬 비바람을 헤치며 어렵게어렵게 전진을 하고 있다. 지난 8월의 산행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지난 산행과는 사뭇 다르다. 어제의 만끽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지금 당장 그 무엇이 없다 한들 하나도 어렵지가 않다.
아마도 배부른 자의 특권이랄까?
어느새 벽소령이다. 이곳도 역시 적막강산이다. 인적은 온데 간데 없고 한적함만이 분위기를 감싼다. 취사장으로 가니 썰렁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기가 온몸을 감싼다.
누군가 조금 전에 취사를 하였나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점심을 챙긴다. 비는 세차기가 그칠 줄을 모르니 .....쯧쯧쯧
점심을 먹고 세석으로 향한다.
이상하게 발바닥이 통증을 부른다. 등산화를 벗어보니 발이 불어 그 모습이 가관이다.
이제부터는 지난 산행과 거의 흡사한 경우가 되었다.
절룩절룩을 한참을 걸었다.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친구의 만류를 제치고 기어서 바위 위로 올라와 보니
이게 뭔가?
비는 오는데 저 멀리 구름과 오색이 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하! 하! 하! .어찌 말을 주저릴까?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모습의 종합편이다. 세차게 흔들리는 오색의 가지들이 하얀 구름과 어울려 서로 가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역시 친구의 만류를 뒤로하고 어렵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불쌍한 놈 이런 절경을 보지도 못하고 쯧쯧쯧"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안개의 질투는 나에게 이런 장관을 오랫동안 보여주질 않는다.
하지만 오색의 물결 위를 하얗게 덮치는 안개의 그 모습은 그 커다란 지리의 추운 모습을 안타까워하듯 이불을 하엽시 덥어준다. "스르르"
다시 세석으로 향하지만 그 이후로는 지리의 장관을 볼 수가 없었다.
세석산장으로 와서 자리배정을 받고 안으로 들어가니 시설이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현대식이다.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구나"하며 자리에 누우니 뭔가 마음속에 칙칙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나온 연하천에서는 불편은 했지만 이런 마음은 들지 않았는데....
잠을 푹 잤다.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오려니 세석의 마루바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지 차다. 정신이 번쩍 든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니
와! 와! 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벌컥 질렀다. 옆에 계신 어르신이 깜짝 놀라신다.
비온 뒤의 세석에서 맞이하는 지리의 새벽은 하하하.......
저멀리 봉우리를 감싸안은 새하얀 조각 구름들의 모습은 내가 여기까지 비를 맞고 온 고생스러운 마음을 한순간에 보상을 해주는 것이었다.
비온 뒤의 지리산! 그것은 비와 청명한 지리산과는 사뭇 다른 느낌 이였다.
다음에 지리를 찾을 때도 이러한 행운이 다시 왔으면.......
날씨가 좋아졌다. 불야불야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갈 길을 재촉한다.
오늘은 하산하는 날이다. 하지만 세석부터 대원사까지 가려면 아마도 조금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밥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배에 통증이 앞선다.
헉헉대며 촛대봉 도착. 앞에 안내판이 있는데 노고단서부터 여러 봉우리의 방향을 일러준다.
안내판대로 저 멀리 눈길을 돌리니 참으로 ......!!! 어찌 그 감탄을 인간으로서 표현을 할까?
지금까지도 이 순간을 표현을 해보려고 머리를 쥐어짜지만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무식한 놈" 그것도 표현을 못하고.......쯧쯧
한참을 감상하고 발길을 옮긴다. 따라오던 친구도 이제는 지리의 메시지를 전해 받았는지
겨울에 오면 좋겠다 하며 여운을 남긴다.
오늘은 지리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날씨를 감상하고 가는 듯 싶다. 비도 가끔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다가 어느 순간엔 고요하고 .... 어제 비바람으로 인해 사정없이 갈기어진 낙엽은 바닥에 물감을 뿌려놓은 처참한 장관을 연출한다.
낙엽에게 생명을 부여한다면 그 인생은 아마도 끝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밟아 나가기도 아까울 정도로 오늘은 길마저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한다.
촛대봉을 뒤로하고 떠나는 길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산행 길이다. 배고픈 사자에게 먹이를 주듯 지리산은 어제 보여주지 못한 모든 것을 시시때때로 변화를 주며 연출을 하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지리에 묻게끔 한다해도 부족함이 없다. 문득 노고단에서의 한 아가씨의 말이 섬듯하게 뇌리를 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ㅎㅎㅎ
솔직히 산행 중에는 봉우리마다 오르지만 이정표는 거의 없다. 다만 그곳에서 만난 분이나 집에 와서 지도 검색을 하고 나서야 내가 지나온 곳을 알뿐이다.
몰라도 좋다. 지리산이라는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다.
지금 나는 기행문을 쓰기보다는 감상문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면 이번 산행은 어디냐가 그리고 몇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냐"가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지도를 보니 촛대봉을 뒤로하고 삼신봉,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 산장에 다다른다. 지난 산행에서 이곳에 들러 잠을 자면서 우리 가족과 홍재네 가족과의 유대감을 가장 많이 느꼇던 곳이다. 넓은 공터에서 장터목을 배경으로 사진 한방을 찍고 다시 천왕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보내온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바깥으로 나가보니
아뿔싸! 비가 보통 오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다 늦가을의 세찬 바람은 지난 8월의 악몽을 떠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침을 먹으려 취사장으로 가니 어느 노부부와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할머니)들께서 조리를 하고 계신다. 인사를 하고 버너를 꺼내 불을 피니
그 열은 너무나도 따듯하게 느낌을 주었다.
옆 노부부의 어르신에게 "부럽습니다."" 저도 어르신처럼 먼 훗날 아내와 산행을 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하며 말을 건넸다. 어르신은 말문을 여신다.
"그 마음만 간직하고 살면 두 부부는 변치 않을 거예요"하시며 환하게 미소를 지으신다.
맞아! 그분의 말씀은 어느 목표를 향하여 같이 노력을 한다면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서로의 정이 끈끈히 엮어진다는 말씀일께야 하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오히려 더 세차게 내리고 있다.
많이 망설여진다. 마음 같아선 이곳에서 눌러 있고 싶은데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다.
모두들 우비와 판초를 덮어쓰고 떠나니 말이다.
우리도 준비한 판초와 우비를 쓰고 길을 떠난다.
늦가을의 세찬 비바람은 능선의 모습을 허망하게 만들어 버린다. 저 위에서 떨어지는
낙옆의 흐늘거림은 소리 없는 절규였다. 늦가을의 지리를 느끼러와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마도 어제의 화려함이
있기에 오늘의 모습은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다.
참! 자연의 이치란 ......우리네와 어찌나 같은가?
세찬 비바람을 헤치며 어렵게어렵게 전진을 하고 있다. 지난 8월의 산행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지난 산행과는 사뭇 다르다. 어제의 만끽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지금 당장 그 무엇이 없다 한들 하나도 어렵지가 않다.
아마도 배부른 자의 특권이랄까?
어느새 벽소령이다. 이곳도 역시 적막강산이다. 인적은 온데 간데 없고 한적함만이 분위기를 감싼다. 취사장으로 가니 썰렁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기가 온몸을 감싼다.
누군가 조금 전에 취사를 하였나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점심을 챙긴다. 비는 세차기가 그칠 줄을 모르니 .....쯧쯧쯧
점심을 먹고 세석으로 향한다.
이상하게 발바닥이 통증을 부른다. 등산화를 벗어보니 발이 불어 그 모습이 가관이다.
이제부터는 지난 산행과 거의 흡사한 경우가 되었다.
절룩절룩을 한참을 걸었다.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친구의 만류를 제치고 기어서 바위 위로 올라와 보니
이게 뭔가?
비는 오는데 저 멀리 구름과 오색이 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하! 하! 하! .어찌 말을 주저릴까?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모습의 종합편이다. 세차게 흔들리는 오색의 가지들이 하얀 구름과 어울려 서로 가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역시 친구의 만류를 뒤로하고 어렵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불쌍한 놈 이런 절경을 보지도 못하고 쯧쯧쯧"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안개의 질투는 나에게 이런 장관을 오랫동안 보여주질 않는다.
하지만 오색의 물결 위를 하얗게 덮치는 안개의 그 모습은 그 커다란 지리의 추운 모습을 안타까워하듯 이불을 하엽시 덥어준다. "스르르"
다시 세석으로 향하지만 그 이후로는 지리의 장관을 볼 수가 없었다.
세석산장으로 와서 자리배정을 받고 안으로 들어가니 시설이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현대식이다.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구나"하며 자리에 누우니 뭔가 마음속에 칙칙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나온 연하천에서는 불편은 했지만 이런 마음은 들지 않았는데....
잠을 푹 잤다.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오려니 세석의 마루바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지 차다. 정신이 번쩍 든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니
와! 와! 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벌컥 질렀다. 옆에 계신 어르신이 깜짝 놀라신다.
비온 뒤의 세석에서 맞이하는 지리의 새벽은 하하하.......
저멀리 봉우리를 감싸안은 새하얀 조각 구름들의 모습은 내가 여기까지 비를 맞고 온 고생스러운 마음을 한순간에 보상을 해주는 것이었다.
비온 뒤의 지리산! 그것은 비와 청명한 지리산과는 사뭇 다른 느낌 이였다.
다음에 지리를 찾을 때도 이러한 행운이 다시 왔으면.......
날씨가 좋아졌다. 불야불야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갈 길을 재촉한다.
오늘은 하산하는 날이다. 하지만 세석부터 대원사까지 가려면 아마도 조금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밥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배에 통증이 앞선다.
헉헉대며 촛대봉 도착. 앞에 안내판이 있는데 노고단서부터 여러 봉우리의 방향을 일러준다.
안내판대로 저 멀리 눈길을 돌리니 참으로 ......!!! 어찌 그 감탄을 인간으로서 표현을 할까?
지금까지도 이 순간을 표현을 해보려고 머리를 쥐어짜지만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무식한 놈" 그것도 표현을 못하고.......쯧쯧
한참을 감상하고 발길을 옮긴다. 따라오던 친구도 이제는 지리의 메시지를 전해 받았는지
겨울에 오면 좋겠다 하며 여운을 남긴다.
오늘은 지리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날씨를 감상하고 가는 듯 싶다. 비도 가끔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다가 어느 순간엔 고요하고 .... 어제 비바람으로 인해 사정없이 갈기어진 낙엽은 바닥에 물감을 뿌려놓은 처참한 장관을 연출한다.
낙엽에게 생명을 부여한다면 그 인생은 아마도 끝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밟아 나가기도 아까울 정도로 오늘은 길마저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한다.
촛대봉을 뒤로하고 떠나는 길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산행 길이다. 배고픈 사자에게 먹이를 주듯 지리산은 어제 보여주지 못한 모든 것을 시시때때로 변화를 주며 연출을 하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지리에 묻게끔 한다해도 부족함이 없다. 문득 노고단에서의 한 아가씨의 말이 섬듯하게 뇌리를 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ㅎㅎㅎ
솔직히 산행 중에는 봉우리마다 오르지만 이정표는 거의 없다. 다만 그곳에서 만난 분이나 집에 와서 지도 검색을 하고 나서야 내가 지나온 곳을 알뿐이다.
몰라도 좋다. 지리산이라는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다.
지금 나는 기행문을 쓰기보다는 감상문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면 이번 산행은 어디냐가 그리고 몇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냐"가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지도를 보니 촛대봉을 뒤로하고 삼신봉,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 산장에 다다른다. 지난 산행에서 이곳에 들러 잠을 자면서 우리 가족과 홍재네 가족과의 유대감을 가장 많이 느꼇던 곳이다. 넓은 공터에서 장터목을 배경으로 사진 한방을 찍고 다시 천왕봉으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