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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9.06.26 09:39

개 떨 듯이 떨었다

조회 수 268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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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식아, 빨리 나왔네”
오늘은 친구들과 벽소령대피소에서 1박하기로 하고 지리산에 가는 날이다.
6. 6일 아침 8시까지 흥식이 사무실에서 모이기로 하고, 아침 7시 30분경에 집결지로
가다 보니 앞에서 흥식이가 등산용 스틱을 짚고 불편한 걸음으로 집합장소인 자신의
사무실로 가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 가서 ‘구글’로 벽소령 옛길을 탐색하여 설명을 하고 커피한잔 하다 보니 8시가 다 되었는데 상기에게는 연락이 없다.
전화를 해보니 “앞이다” 하여 보니 사무실 문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상기가 도착하자 짐을 정리하기 위하여 배낭을 풀어 보니, 흥식이 부인이 찰밥 9덩이와 라면과 반찬등을 준비하였으나 내가 준비한 물품들과 모두 겹쳐 찰밥 6덩이와 김
그리고 약간의 반찬만을 제외하고는 다 사무실에 두었다.

드디어 8시 30분경에 잘 다녀오라는 제수씨(흥식이 부인)의 배웅을 받으며 설레임속에서 벽소령 대장정에 나섰다.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다 남원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과 더불어 오늘의 일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곧 바로 지리산을 향하여 출발 !
지리산톨게이트를 통과하고 벽소령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가는데 예전에 내가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닌 낯선 길로 접어들어 ‘이거 잘 못 왔나?’싶어 확인차 길거리에서 음정가는 길을 물어 보니 계속 진행하라 한다.
그런데 갈지자의 오르막길을 지나 오도재 정상에 도착하였는데 진즉부터 오도재에 대하여 궁금해 했는데 이번 기회에 우연히 이곳을 오게되어 행운의 산행이 될 것 같았다.

차를 세우고 성벽위까지 올라 사진을 촬영한 후 11시경에 벽소령대피소로 가는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차량을 주차하고 11시 7분에 드디어 벽소령대피소를 향한 장거리 레이스에 돌입하였다.
이곳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 거리가 6.7Km였으나 우리는 4.9Km로 알고 갔는데
그 사실을 다음 날 내려와서야 알게 되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될 수도 있다.
가면서 상기가 오디라면서 뽕나무열매를 따주어 먹어보니 입안이 상쾌하고 또 한적한 산길에 오랜 친구들과 같이 걷는다는 것에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으며 약간은 들뜬 기분이었다.
내 계획은 가는 길 도중에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는데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자
하였으나 가도 가도 그 장소는 나오지 않고 시간은 오후 1시를 넘어, 할 수 없이 도중 길가에서 찰밥 한덩이씩 들고 김치와 김으로 중식을 해결한 후 곧바로 출발했다.
길가에서 밥을 먹으면서 각설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였으나 등산복을 입고 있을 때나 이러한 행동도 가능하지 우리 나이에 길가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흥식이의 걸음이 불편한 관계로 지치기 전에 쉬고 출발하고를 반복하면서 행군을
계속하였다.
벽소령대피소가 가까워지자 우리와 반대로 하산하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어
대피소예약이 안된 상태라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피소에 산객들이 많던가요?”
물어 보니 “엄청 많습니다. 아주 장터를 이루고 있더구먼요” 한다.
이에 나은 장소를 찾기 위하여 상기에게 “흥식이와 천천히 오고 있어라. 내가 먼저
가서 좋은 장소를 찜하고 기다리마”하고 내가 먼저 가서 자리를 잡을 요량으로
대피소 아래돌계단입구까지 갔다.
그곳에서 또 다시 서울 산악회에서 왔다는 산객에게 “대피소에 산객들이 얼마나 많이 있던가요?”하고 상황을 물어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발디딜 틈이 없다”하여
아에 자리에 대한 사항은 포기하고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오늘 밤을 지새울 일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생이 예견되어 다소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다시 돌이킬 수도 없다.
그런데 돌계단의 초입이 위험스러워 상기 혼자 흥식을 보조하기에는 힘도 들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할 것 같아 차라리 기다리기로 결정하였던 것이 잘 된 것 같았다.

이제는 300여m만 계단을 오르면 대피소라서 마지막으로 10여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100여m 오르니 계단의 상태가 좋아 내가 먼저
벽소령대피소로 올라갔다.
벽소령대피소는 그야말로 장터를 이루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는데 취사장으로
가는 벽면에 자리를 잡고  상기에게 휴대폰으로 위치를 알리고 배낭을 풀기
시작하였다.
20여분이 지나자 친구들이 도착하여 오늘 저녁 잠자리에 대하여 설명하고 상기와
나는 물을 뜨러 샘으로 가는데 도중에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졌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냐하면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식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을 뿐 아니라
또한, 택일을 할 때에도 음력날짜까지 고려하여 지리10경중의 하나인 벽소명월을 보기 위하여 음력 14일로 정할 정도로 욕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을 떠 와서 막 버너를 작동할려는 순간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벽소령대피소의 그 많은 산객들이 난리가 나서 비설겆이와 각종 비닐과 텐트 후라이등으로 대피시설을 만들기 시작하느라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우리는 그저 멍하니 오는 비를 맞으며 서 있었더니 옆의 산객들이 응급시설을 만들어 놓고 들어오라고 한다.

친구들이 먼저 그곳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동안 나는 비설겆이를 하면서 특히 침낭이 젖지 않도록 챙겨서 응급대피실로 들어 갔다.
우리는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이려니 하였으며 또한 그러기를 간절히 바랬으나 하늘도 무심하게 무려 3시간 가까이 장대성의 비가 쏟아졌으며 동안 우리는 저녁식사도 하지 못하고 비를 맞아 체온이 떨어져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다.
우선 다급한대로 침낭을 하나 풀어서 상기와 내가 등에 두르니 우선 추위는 막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흥식이는 두꺼운 상의를 가져와 그다지 춥지는 않다고 하여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지붕공사가 잘못되어 흥식이쪽은 물이 괴이면 2~3분간격으로 스틱으로 지붕을 들어 물을 빼야하는 등 고충이 말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그 공간을 배려해 주신
그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더 감사를 드린다.
너무 답답하여 상기가 광주에 전화를 하니 그곳은 비구경도 못한다하길래 무료함도
달래고 시간도 죽일겸 나도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는 밥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비가 거의 3시간정도 온다”하니 걱정을 하길래 “중국집 전화해서 짜장면과
볶음밥을 지리산 벽소령대피소로 배달해 달라고 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여
안심을 시켰다.
나는 그 와중에도 약간의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그래도 비는 계속되고 있었다.
드디어 10시경에 비가 그쳐서 밖으로 나와 배낭을 푼 곳으로 가니 계곡 바람이 불어
얼마나 추웠던지 랜턴을 든 손이 엄청 떨렸을 뿐 아니라 말도 잘 안나올 정도로 추워
개떨 듯이 떨었다.
“사사.. 상. 상기야  안 추... 추.. 춥냐?”
“추..춥다” “그그...그러면 나..같이 침..낭을 둘러 써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장소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 위하여 침낭을 둘러 쓴채 취사장 부근을 지나 대피소를 한바퀴 돌아 보았는데 그래도 취사장 부근이 가장 적격지같았다.
특히 취사장 부근의 식탁들은 다 비어 모두 우리 차지가 되었으며, 조금 전까지
그 많던 산객들은 취사장 안으로 전부 들어 가 주변에서 우리의 행동을 방해할
요소가 전혀 없는 반면 취사장 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화장실에도 산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2년전 산행때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해도 나로서는 도저히 화장실에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어찌되었던지 취사장부근은 바람이 막아져 아늑한 느낌까지 주어 퍽이나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상기와 식탁 하나를 청소하고 그위로 짐들을 다 옮겼다.
드디어 햇반을 4개 넣어서 데워내고 다음은 그 물에 김치를 넣어서 끓인 다음
꽁치 통조림과 삼겹살을 넣어 찌개를 만들어 11시경에 늦은 만찬을 소주를
곁들이면서 즐기게 되니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은 없었다.
원래 계획은 삼겹살을 구워서 소주도 한잔씩 하고자 하였으나 비가 쏟아지는 통에
그런 정신이 없어져 버려 그냥 김치찌개로 만들어 버렸는데 그래도
그 맛은 너무 좋았다.

술 마시면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구름사이로 달이 얼굴을 내밀어 그래도
벽소명월은 본셈이다.
“오늘 벽소령의 모든 것을 다 본다”
“뭔 소리?”
“벽소령의 비, 해, 달, 구름등등 다 본 것 아니냐?”
상기와 둘이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니 흥식이 취침이 불현듯 생각이 나서 옆의
식탁위를 치우고 침낭을 펴서 먼저 눕혔다.
그 뒤로도 둘이는 소주 2병을 거의 비우고 우리도 의자위에 침낭을 펴고 들어가니
하루의 고단함이 밀려온다.
“아이고 힘들고 취한다”   “떨어지지 말고 조심히 자고 다친 데없이 내일 아침에 보자”
자면서 몸을 뒤척이고자 하였으나 의자가 너무 좁아 자세를 바꾸지도 못한 채,
그래도 땅에 떨어지지도 않고 어떻게 아침까지 잠을 잘 잤다.
새벽 5시경에 눈을 떠 보니 흥식이는 벌써 일어나 침낭에서 나와 있었다.
“야! 왜 벌써 나와 있냐?” 침낭안에서 머리만 내밀고 흥식이에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상기야 일어 나라”
상기 왈 “나도 진즉부터 잠을 깨어 있었다”
“그러면 일어나자”하고 우리도 일어 나 침낭을 정리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주변은 비안개가 왔다가 바람에 사라지곤 한다.
아침을 준비하기 위하여 상기가 물을 떠 오고 햇반 3개를 넣고 데운 뒤 또 다시
김치와 꽁치 그리고 삼겹살을 넣고 이번에는 라면 사리까지 넣어서 조금 남았던
소주와 더불어 조반을 해결한 후 아이스커피도 한잔씩 하면서 엊저녁 비올 때의
암담함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약간의 여유도 가져보면서 천왕봉으로 가기 위하여
분주히 서두르는 다른 산객들을 보면서 고생이 많을 것이라 걱정도 해 준다.
짐들을 다 정리한 후 우리는 대피소 주변을 둘러 보고 또 기념사진도 촬영하곤 하면서 한가로운 아침을 나름대로 즐겼다.
“너희들 산을 내려가서도 입맛이 없으면 전화해라.”하니
“왜?”하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내가 김치와 꽁치 그리고 삼겹살로 맛있는 찌개를 만들어 줄테니 전화만 해라”
다른 날 같으면 반항(?)이 심할텐데 이번에는 그냥 다소곳하니 있는 것을 보니
내 요리실력을 다소 인정한 듯하다.
아무튼 돌이켜 생각건대 벽소령대피소까지 오르는데 7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그래도 흥식이가 잘 따라주었으며 더구나 모두 부상없이 왔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던 것 같다.

드디어 하산이다.
우리는 아침 8시경에 하산을 시작하였다.
내려오면서 보니 서울에서 왔다는 산악회 산객들이 지나친다. 물어보니 관광버스
2대로 와서 세석평전을 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그들중 몇몇은 흥식이가 산행중 부상을 당한 줄 알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도 있어
여간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12시를 조금 넘어서 우리는 나머지 찰밥을 꺼내서 또 길가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숨을 돌린 다음 하산을 계속하였다.
하산길은 어제보다 시간이 조금 단축되어 6시간 20분이 소요되었는데 거의 목적지에 다 왔다고 생각할 때 앞에서 웃으면서 우리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앞서 하산한 산객이 친절하게도 전화까지 해서 뒤에 부상자가 내려 오고 있다고 알려주어서 마중을 나온 마천면의 택시 기사님이었다.
드디어 우리의 애마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애마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컷하고 차에 오르니 어제 출발했던 때가 새삼스레이 생각난다.
광주로 오는 길에 피곤들 하였던지 잠깐씩 잠을 자고는 일어난다.
광주에 와서는 전에 노고단을 다녀와서 들렀던 흥식이 집 부근의 창평국밥집으로 들어가 제수씨와 집사람을 불러 놓고 상기와 나는 소주로 흥식이는 사이다로 이번 산행의 성공적인 마침을 자축했다.
어느정도 술이 되자 상기가 2차를 가자고 했으나 집사람에게 체포되어 나는 집으로 향하고 상기는 제수씨께서 차에 태워 무사히 귀가를 시켜서 모험으로 시작하였던 이번
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이 모두가 흥식이와 상기의 덕분이라 생각하면서 다음은 가까운 나주 금성산으로
나들이를 해 볼까 한다.



  • ?
    산골나그네 2009.06.27 06:48
    그토록 좋아하고 자주찾아왔던 지리산 말만들어도 가슴뭉쿨 해지던산
    교통사고이후로 다시는 올수없으리라던 산
    다행히도 죽마고우 친구들 덕분에 불편한 몸일망정 다시오르게된
    지리산 그산에 다녀온후 나는 인생관도 많이 바뀌었다....
    친구들아 고맙다 지리산이 영원히 그자리에 자리잡고 있듯이
    우리들 우정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 ?
    슬기난 2009.07.03 18:13
    친구를 생각하며 오르는 지리산길이라 그만큼 보람이
    있었겠습니다.
    고산지대의 날씨는 예측불허인지라 만반의 대비를
    하고 가셔야 하는데 준비 소흘로 고생을 하셨군요.
    그래도 고생하신 만큼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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