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표
※ 택시로 구례구역→성삼재 (3만원에 미리 예약, 1명과 합승하여 1인당 2만원 조정) 제석봉으로... 장터목대피소의 더운 공기에 잠 못자고 뒤척이다 어느새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몇시가 되었을까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보니 오전 4:25 입니다. 예... 조금 이리 누워 있다 일어나서 천왕봉으로 향해야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부시럭거리며 조심조심 몸을 움직이고 계십니다. 한 분, 두 분... 그러더니 이젠 모두 일어나 조심스런 움직임은 온데간데없고 방안은 소란스런 분위기로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부산한 가운데 간식거리 1개 입에 틀어 넣고 물 들이킨 후 어제 미리 다 챙겨 놓았던 배낭 바로 올려 매고 대피소 빠져나옵니다. 05:35 아직 떠나는 이 없습니다. 현관 아래 취사장엔 아침 요기 준비하는 바쁜 움직임들로 시끌시끌합니다. 자! 출발입니다. 바람은 거세고 차가운 기운 기세 등등합니다. 헤드 후레쉬의 불빛은 검은 대기를 들추어 내고 그 사이를 잽사게 뚫고 갑니다. 제석봉 오르는 길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칠흙 같은 어둠에 별빛 총총하고 우측 아래를 내려다 보니 중산리엔 드문 드문 불빛들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개 조금 들어 둘러 보니 저 멀리 순천시와 광양시의 환한 주황색 가로등 불빛 마치 검은 우주에 떠 있는 대성운인양 일렁이고 있습니다. 그 광경 사진에 담아 보려 장갑 벗고 시린 손으로 사진기 등산로 펜스 고정대 위에 올려 놓고 꼭 눌러 고정시키고 수동 모드에 조리개 최대한 열고 자동셔터 모드로 하여 여러 번 찍어 봤건만 지금 보니 바람과 맥박 등에 의해 촛점이 다 흔들려 버렸습니다. 제석봉(1,808m)에 올랐습니다. 앞쪽 검은 하늘엔 더 검은 형체만 보이는 천왕봉이 우뚝 서 있있습니다. 그 너머 동쪽 하늘엔 아직 밝은 기운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불어 오는 북풍 등지고 표지대 맞은 편 등산로 펜스에 몸 기대어 산 아래 속세의 불빛들을 가슴에 하나 하나 담아 봅니다. 새벽 6:19... 지리는 아직 어둠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통천문 지나 천왕봉으로... 주변은 조금씩 형체를 드러 내기 시작합니다. 제석봉 끝자락 지나 천왕봉 오릅니다. 좀 더 가니 마천쪽 정경도 새벽빛이 완연합니다. 헛수고된 사진 찍느라 여러 팀들 추월해 지나갑니다. 저리 너무 일찍 가 미리 기다리면 땀 식어 추워 덜덜 떨텐데... 통천문 앞에서 도달하니 정체 현상 나타납니다. (사진 205) 06:36 통천문 오르는 등산객들 새벽 무지개 천왕봉 약 100m 전... 이제 오름은 거의 다 끝났습니다. 아! 저 아름다운 여명을 보십시오! 저 여명 자세히 보면 역시 빛의 스펙트럼 입니다. 경계선부터 빨깡, 주황, 아주 옅은 노랑, 거의 희미한 초록.. 아니 옅은 파랑과 함께 전체적으로 연한 옥빛, 좀 짙은 파랑... 예... 바로 '새벽 무지개'입니다! (사진 206) 6:54 찬란한 새벽 무지개를 배경으로 짙은 천왕봉 바위 실루엣 걸쳐져 있습니다.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천왕봉입니다! 꽤 많은 분들 표지석 주변에 다 몰려 계십니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은 무지 불고 있고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하늘 이제 찬란한 붉은 단장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옅은 안개 내리워진 저 아래 속세도 불빛 많아지며 아침 열 준비하고 있나 봅니다. 모두들 표지석 주변만 관심 있으신가 봅니다. 아니 이리 좋은 명당을 내팽개치고 말입니다. 정상부 암반 좀 아래 바람 막아줄 오목한 곳... 앉아 머물 수 있도록 의자가 되어 줄 편편한 바위, 바로 앞은 사진 찍기 위해 앞으로 업드려 기대며 사진기를 반반하게 고정시길 수 있는 45도 정도의 각도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넓은 바위 그리고 그 너머는 30m 정도의 수직 낭떠러지로 방해받지 않을 완벽한 조망... 그 옆은 배낭과 스틱을 안전하게 놓아 둘 수 있는 홈 파진 바위... 이게 왠 떡입니까? ㅎㅎ 오늘은 이리 일진이 좋게 출발하네요 ^^* 오늘도 일출은 깨끗하겠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본 일출중 가장 완벽한 것이 될 것 같습니다. 허! 최근 낮이나 새벽이나 매번 천왕봉 올 때마다 이리 청명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 이전의 그 많은 천왕봉 정경, 오로지 비 오거나 짙은 운무에 휩싸이기만 했었는데... 마치 요즈음 저가 잠들었을 때 저 영혼이 산신령님들과 무슨 뒷거래를 한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 어쨋든 너무 너무 행복하고 떠오를 햇님에 대한 기대로 이 작은 가슴 부풀고 또 부풀고 있습니다... (사진 207) 07:00 명당 자리에 앉아 정면 내원리쪽 여명을 담습니다... 찍은 후 얼른 카메라 베터리 빼내 가슴팍에 넣고 얼지 않게 합니다 (사진 208) 07:06 바램이 강하니 시간도 느리게 가는 것 같습니다... 각도를 남쪽으로 조금 더 돌려 중산리쪽 정경도 잡아 봅니다... (사진 209) 07:10 북쪽 천왕봉 표지석 주변의 일출 기다리는 산행객분들... 일출! 일출입니다! 와! 주변은 탄성으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너무... 가슴은 울먹이듯 끓어오르려 합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07:22 천왕봉의 일출, 같이 감상하시죠, 가족 여러분.... (사진 211) 07:22 머리 내민 햇님... (사진 212) 07:22 조금씩 조금씩... (사진 213) 07:22 아!... (사진 214) 07:22 이제 주변은 조용합니다... 엄숙합니다... (사진 215) 07:22 언어 표현의 한계점입니다... (사진 216) 07:23 이렇게 찬란한 아침 시작되었습니다... 어둠들 황망히 도망치고 있습니다 중봉으로 갑니다... 해는 이미 떠올랐습니다. 천왕봉 표지석 몸살 앓을 시간이군요... 엄숙하리 만큼 조용하던 분위기 시끌시끌합니다. 서로들 동행분 찾는 소리, 주체 못할 감흥 들어 주든 아니든 마구 뱉어 내는 소리... 이제 그 모든 걸 뒤로 하고 혼자 천왕봉 내려서며 중봉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세찬 바람 바로 받으며 가파른 천왕봉 내림길 미끄러지듯 정신없이 앞으로 앞으로 갑니다. 움직여서 얼어 버린 몸에 열기가 좀 생기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6발 아이젠을 했는데도 많은 적설량으로 눈썰매 타듯 미끄러집니다. 몸이 금방 데워졌습니다. 이젠 바람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뒤돌아봅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앞에도 어슴프레한 경사진 사면 등산로만 쓸쓸히 이어져 있습니다. 아침 어린 햇살은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며 이제 흰 솜털 이불 귤빛으로 염색하고 있습니다. (사진 217) 07:41 천왕봉 내려와 중봉 가는 길에서 어린 아침 햇살에 비친 정경 (사진 218) 07:45 천왕봉 북쪽 급사면 돌아 올라 중봉 가는 길... 저 멀리 중봉도 햇살에 몸 데우고 있습니다... (사진 219) 07:51 중봉으로 내려서는 한적한 길... (사진 220) 07:57 중봉으로 오르기 전 뒤돌아본 천왕봉... 마치 사랑하는 이 붙잡는 손 떨치고 가듯이... 흰 여백의 눈밭에 "www.ofof.net"이라 낙서만 하고 있습니다... (사진 221) 08:05 중봉 오르며 다시 뒤돌아본 천왕봉... 아! 저기 한 팀이 뒤따르는군요 ^^* 중봉에 올라... 지리의 마지막 아침을 아쉬워하며... 아주 아주 오래전... 1980년 6월... 신군부에 의해 휴교령은 떨어지고... 친구들에게 친형 사진작업에 삼발이 짊어지고 도우러 가야 한다는 핑계 대고 도망치듯 이곳에 올라 허공에 대고 울분을 토해 냈던 그 시절... 바로 어제인 듯 다가옵니다... 예... 세월은 그리 흘러 버렸군요... 그렇게 말입니다... (사진 222) 08:12 중봉에 올라 남동쪽 능선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223) 08:12 천왕봉과 제석봉 그 너머 아마득한 촛대봉... (사진 224) 08:12 그리고 주능선과 반대편의 반야봉... (사진 225) 08:12 저 멀리 지리 서북능... 만복대와 바래봉만 하얀 머리 보일듯 말듯 (사진 226) 08:12 중봉 표지대와 가야할 치밭목대피소쪽 정경... 옅은 안개 자욱한 능선들... 파아란 하늘에 더 이뻐 보이는 하아얀 눈 요정들... 짙은 검청색 무뚝뚝한 바위들... 낮은 관목의 헐벗은 연갈색 마른 가지들... 죽 이어진 주능선, 추억 뿌리며 아쉬움 하나씩 늘려 가며 거쳐온 길... 그리고 그 아쉬움 안고 가야할 하산길... 중봉에서 바라본 이번 지리 산행의 마지막 아침 모습입니다... (5부 끝. 계속 이어집니다) |
2004.02.04 14:15
외로운 겨울 종주 (5)
조회 수 375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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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해님 말씀처럼 최대한 길~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본받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