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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2.09.30 11:14

산책

조회 수 211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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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alu입니다.
한가위연휴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리산에 갔다 왔답니다.
정말 좋았구요,
하해님~
지리산과 사과한알에 대한 이야기를 한글 파일로 첨부했습니다.
별 내용 없어요^^
그럼,모든 님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한글파일에 첨부한 내용입니다.

fire!
이른 새벽 집을 나섰지만,
막히는 교통탓에
산에 접어든건 오후가 지난 때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대원사매표소에 있어야 하는데,
고향찾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행렬땜시,
한낮의 내리쬐는 땡볕,
난 중산리매표소에 있었다.
간단한 요기와 행장을 단속하고,
그렇게 천왕봉을 향해 올랐다.
어디서 솟구치는지 연신 땀은 흘려 내렸고,
정말 청명한 가을하늘이 아름다웠다.
해가 질무렵 천왕봉에 올라 주위 풍경을 관망하고
오늘 내가 잘곳
장터목을 향해 행복한 발길을 옮겼다.
아름다운 길을 가고있는 내가 더없이 자랑(?)스러웠고 대견했다.
이렇게 장터목에 도착, 예약확인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여자가 뛰어들어오며,
뭐라 뭐라 다급하게 말한다.
듣고있는 나와 관리소직원은 아주 태연한데...
요는, 취사장근처에서 불이나서 비상소화기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이 불은 금방 꺼졌고..
그제서야 상황을 알게된 관리소 직원은 다급해한다.
조금전 나에게 농담을 건네던 모습과는 딴판으로 놀라며 허둥대는 관리소직원 모습이 진짜 ^^
지금 몇시예요?
산위의 기온은 지상과 최소10도 이상은 차이가 난다.
아름다운 경치를 더 보고 싶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기에
혼자라는 그 어떤 상대적외로움에
산장 조그만 창문으로 빼꼼이 내다 본다.
반들반들한 산장마루바닥에 모포를 깔고
엎드려 누워
프린트해온 글을 읽다 잠이 들었다.
잠자리가 바뀐 탓이라,
한시간 간격으로 잠을 깼다.
내가 잠을 깨서 액정시계화면을 캘때마다,
누군가 지금 몇시예요?하며 묻는다.
11시경,12시경,1시경,2시경...
이렇게 선잠을 잔후 3시 15분경 정확히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배낭을 조심스레 들고 산장문을 조용히 열고 그렇게 화장실에 가서
오늘의 산행을 준비했다.
그렇게 장터목을 나선게 새벽 3시 50분경이었다.
미안
해발1000미터가 넘는 능선이라,
하늘엔 정직한 달이 있고
산아랜 아득히 사람들의 흔적이 보인다.
어스름한 능선을 지나 어두컴컴한 숲을 지나....
그렇게 이른 산행을 시작한 나는,
아마 그시간 산능선에 있었던 사람은,
아마 나 혼자 뿐이였을 것이다.
두려움,
무서움에 등엔 땀이 흥건 했고,
일체유심조라,
마음을 다잡아 먹고,
나의 영원한 동반자 대자연님이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하며
조용한 아직 곤한 잠을 자고 있는 숲길을 조심스레 내딛뎠다.
나의 둔탁한 등산화발소리에 산새가 놀라,
휙 날아오른다.
순간 내입에서 나온 말,
미안,잠깨워서 미안.
그렇게 두어시간의 시간이 흐른뒤,
날이 슬금슬금 밝아왔고
이제는 랜턴을 켜지 않아도
산길을 걸을만치 주위가 밝아왔다.
꾸준히, 눈을 아래로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여기는 지상낙원
큰바위 위에 움직이는 것이 있다.
사람이다.
굳이 애써 놀란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었다.
담담히 올라,
나도 그 옆에 배낭을 내리고
멀리,아득한 먼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그 찬란한 태양을 내 눈으로 직접,
똑바로 볼수있는 해가 나온다.
그래,숨죽인 20여분이 지나고
정말 해는 빼꼼이 내밀더니만,
금세 쑥 올라왔다.
환희,장엄,신성,서늘함,감격,고마움,,,,
이런 감정들이 물밀듯이 올라왔다.
이제 지상낙원 세석고원을
떠오른 해를 뒤로하며 천천히 넘는다.
여기는 지상낙원,
세석평전,
음률에 몸을 맡기듯 느릿느릿 차분히 걷는다.
다시 벽소령에.....
한가로운 오전시간을 거닐어,
다시 벽소령에 도착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벽소령산장.
거기엔 우체통도 있고,
옷을 널어 말리기에도 좋은 나무울타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거긴 한낮의 맛있는 잠을 잘수 있어 참 좋다.
나무벤치와 탁자에 소지품들을 쏟아 다시 정리하고
땀내가 나는 옷들은 널어말리고,
친구에게 엽서를 띄우고,
멀리 온통 초록바다인 숲을 바라보고,
게으른 기지개도 해보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졸리운 눈으로,
그렇게 가만히 아무렇지도 않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과한알
의신마을쪽에서 스님4분이 올라오셨다.
부끄러워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는데,
큰스님 되시는 듯한 분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그 스님에게 잘생긴 사과한알을 건넸다.
사양하던 그 스님에게,큰스님이 보시라며 받으라고 한다.
그러자 그 스님은 사과를 받으시고,
나에게 과자와 초코바를 주신다.
아니,저는 하나를 드렸는데,두개나 주시다니...그럼,저도..하며 콘통조림을 건네자,
그 스님 다시 음료수를 주신다.
그리고 큰스님이 점심은 어떻게..라고 물어보시길래,
예,연하천에서 빵 먹을거예요.라고 하니,
마침 오늘 화엄사의 스님들이 싼 김밥이 있다며
나에게 김밥과 단무지를 주신다.
너무 황송해,안 다물어지던 입을 두손으로 가리며...
보살님~
그렇게 스님4분과의 면식을 턴후,
그날의 행복한 오후가 시작되었다.
오늘까지 화엄사로 들어가야한다는 스님들은,
오랫만의 자유시간이라 그런지,
한껏 여유를 부리며
우스개소리도 곧잘하신다.
저는 걸음이 느려 천천히 가겠습니다.
먼저 스님들을 보낸후,
한 30여분이 지나고 짐을 정리하고
나도 길을 나섰다.
느릿느릿 가고 있는데,
어디서 보살님~한다.두리번거리니
바위위에서 스님들께서 나를 부르신다.
미소로 답하자,
천천히 가고 계세요,우리가 뒤따를테니 하신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나고 이윽고 내 바로 뒤에 스님4분이 일렬로 따르신다.
조금 쉬어가자는 스님들의 행복한 권유에
햇살이 내리쬐는 능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그 스님이 나에게 준다며 따오신,
다래랑 머루를 행낭에서 꺼내시며
잘 익은 것을 골라주신다.
4분의 스님과 한명의 old girl.
큰스님이 내 나이를 물으신다..
나는 개띠 좋아하는데....
예,32살입니다.
어,,,큰스님 무척 놀라신다.
나에게 잘익은 다래를 골라주던 그 스님,
나보다 한살 어리네,
난 이말을 내가 한살 어리네로 알아듣고,
아~이스님은 쥐띠구나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조금전 내 발음의 1과 2가 분명하지 않았는지,
큰스님이 그럼,31살 돼지띠라고 하니깐
그 스님이 아뇨,저보다 한살 어리니 32살이죠라고 한다.
내가 놀라 반가워하며,스님 그럼 개띠예요?난 개띠 좋아하는데...
이렇게 말하자, 그 스님의 파르스름한 두상이 빨갛게 변한다.
고개를 못 들고 나에게 자꾸만 다래랑 머루를 잘 익은 것으로 골라 주신다.
내가,스님 저 내일 집에 가는데,다 뭉게지면 어떻게 해요,그냥 스님 갖고 가세요 라고 하니,
큰스님께서,그 스님이 나줄라고 따오신거라고, 갖고 가서 익으면 하나씩 따먹는 재미가 있단다.
개구장이 스님은 나에게 배를 깍아주고,
몸이 날렵한 스님은 고사목에 재빠르게 올라가 나를 웃게 만드신다.
큰스님 왈,꼭 영웅같다고 한다.
그래,난 그때 4명의 군사들에 둘러싸인 영웅이었다.
인연을 기대하며,
4분스님과의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
언제 불꺼죠?
너무 이른 산행땜에,
뱀사골에 닿자마자,
음식을 마구먹구,
바로 잤다.
한 8시쯤 깨서 둘러보니,
그사이 산장에 많은 사람들이 왔다.
나와 반대편 끝에 위치한 여자분이
언제 불꺼죠?
예,아마 10시경 소등할꺼예요 이렇게 말하고
몇 페이지 글을 읽다가 다시 잠들었다.
다음날 새벽 4시가 넘어서 눈이 떠져
랜턴을 켜 조심스레 행장을 준비하고
또 길을 나섰다.
어제 추석을 지나고 산에 올라온 사람들이 있어,
오늘 이른 새벽 산길은 머리에 등불을 켠 사람들을 많이 볼수 있었다.
멀리서 일렬로 걸어오는 그들은,
무슨 반딧불 부대같았다....
자연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오늘은 집에 가야하는 날이다.
노고단산장에 도착해,
속을 비우고
10시에 예정되어 있는 노고단정상탐방을 위해
근 2시간을 어슬렁거렸다.
목에 원추리가 그려진 끈목걸이를 하고,
신비의 노고단정상을 올라갔다.
국립공원관리소직원의 친절한 해설로 근 한시간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했다.
자연이 왜 좋은가라는 질문에 어떤 여학생이 아름다워서라고 하자
직원이 그럼 여러분은 이 아름다운 자연에 어울리는 사람인가?라고 질문하자 모두가 침묵한다.
자연,
자연,
아름다워서 우리가 찾아가는 자연,
그 자연에 우리는 어떻게 했는지...
m&n
m&n초코릿을 먹으며,
포장된 노고단산길을 내려왔다.
영화제목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장면이 있다.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생각하며 색깔있는 m&n초코릿을 버리고 코코아색만 먹던...그 남자주인공이 색소가 들어있는 것은 몸에 해롭다고 말하던 것을 기억하며...
정말 m&n초코릿은 색깔이 화려하다.
반짝반짝 코팅된 예쁜 초코릿을 깨물면
안에 고소한 땅콩이 와르르 씹힌다.
그 많은 초코릿을 입이 다리도록 먹었다.
뭔가 허전해서...
자꾸 졸리운 몸을 m&n초코릿을 씹으며,
그렇게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왔다.
화엄사 경내에 들어서면서,
사실 인연을 운운했지만,
난 자꾸만 '출입금지'라고 씌여진 대문을 열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순식간에 화엄사를 둘러보고,
이제 집에 갈 행장을 위해
잘 정리된 국립공원화장실에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3일만에 비누를 사용해서 세수도 하고
땀내 나는 옷도 갈아입고
발도 씻고 니베아크림도 바르고.
이제 매표소에서 부산행표를 끈어 집에 가면 된다.
출발시간 30여분을 남겨두고,
터미널 간이의자에 앉아 야채모닝빵을 먹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 한분이 '빵 좀 줘'한다
예,몇개 드릴까요?하니
하나,
예,두개 드릴께요 하고 빵을 건네주니,
허겁지겁 빵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을 꺼내,커피자판기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
그냥 그분에게 커피 빼 먹으라며 돈을 건넸다.
버스가 출발하기전,
누가 나를 뒤에서 잡아끈다.
뒤를 돌아보니,아까 그분이다.
'아가씨,빵 주셔서 감사합니다.커피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저는 다만...그렇게 안하셔도 되는데..
차는 부산으로 향해 달렸습니다.
화개,하동,곤양터미널을 경유해
국가하천 섬진강을,
낙동강을 따라
그렇게 부산에 왔답니다.
달리는 차창에서 왜그리 보고싶었는지...
가슴이 아려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인연이면 볼수있겠죠.


  • ?
    부도옹 2002.09.30 13:26
    추석명절에 종주산행을 하셨네요. 와~우 종주를 산책처럼....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활기찬 날들 되시길~~
  • ?
    yalu 2002.09.30 14:02
    안녕하세요,부도옹님...고맙습니다.부도옹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
    박용희 2002.09.30 16:59
    이제보니 yalu님도 지리 매니아..?^^좋은 산행, 멋진 인연, 행복한 마음..^^
  • ?
    신미라 2002.10.01 10:13
    부럽습니다..yaul님 명절 뭐 이런때 외도를 한다는건 내 평생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서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고향이 있는터라.. 내년엔 한번 도전해보까요..^^
  • ?
    신미라 2002.10.01 10:17
    스님들과의 인연두 부럽구..벽소령의 빨간 우체통도 보고싶습니다..
  • ?
    솔메거사 2002.10.01 11:38
    재미있고도 아름다운 산행기.. 잘 읽었어요..
  • ?
    오 해 봉 2002.10.01 22:38
    대단한 뱃장 대단한 체력입니다 빨리좋은인연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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