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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70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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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태풍과 함께 피아골로 들었다가 어제 토요일 청학동으로 나왔습니다.

비바람 치는 피아골을 홀로 걸어드는 것도 좋았고,
함선생님의 건강하신 모습도 좋았으며,
기꺼이 산객의 벗이 되어주신 피아골 형님들도 좋았습니다.

임걸령 물맛은 여전히 좋았고,
토끼봉은 여전히 고행의 길이었으며,
연하천은..

연하천에는 쓰레기가 있었습니다.
산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아닌,
제 발로 걸어들어온 50대 쓰레기 하나와 30대 쓰레기 세 덩어리..

힘들게 걷기 싫으면,
땀 흘리기 싫으면,
산에 오르지를 말지..

연로하신 주민 한 분을 짐꾼으로 고용하여,
80L는 됨직한 배낭을 가득채워 앞세우고는,
유유자적 요산요수 땀방울 몇개 흘리며 기어들더군요..

라면국물로 그들을 씻겨주려다,
그도 아까워,
그냥 '너덜은 평생 그따우로 살아라'하는 마음으로 돌아섰습니다.

벽소령 형님들은 옹기종기 앉아 오후의 한가로움을 달래고 계셨고,
구름속 칠선봉은 지금껏 본 중 최고였으며,
촛대봉에 들어앉은 세석의 불빛은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음양수샘에 놓여진 청태를 닦아 없애버리라는 뜻의 신발솔은 부조화의 미를 발했고,
남부능선의 조릿대들은 팔다리에 산행의 흔적을 고스란히 낙인찍어 주었으며,
곳곳에 놓여진 짐승의 배설물은 야성의 산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골짜기 골짜기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피어오른 안개가 뭉쳐 구름이 되어 주능을 감싸안는 신비로운 광경을 보여준 삼신봉에서의 조망은,
오늘의 산객이 또 다시 찾아들게 되리란 복선을 놓았습니다.

애초에 계획했던 쌍계사로의 하산을 포기하고 선택한 청학동,
듣던대로 국민관광지로의 변화에 놓여있어 안타까웠지만,
그 또한 이해못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내 맘 그대로의 사랑'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랑'으로,
산과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변화까지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피곤한 다리를 접었습니다.
  • ?
    moveon 2003.06.23 13:38
    지리산에 포터를 세우고 들어서는 사람도 있더란 말이군요. 그것도 연로한 분을. . . .
  • ?
    이은호 2003.06.24 16:42
    우리 아버지 생각나는 군요. 아부지도 저와 같이 삐쩍 마르셨는데, 지게질을 잘하십니다. 다리두께와 지게작대기 두께가 비슷해서 어느게 아부지 다리고 어느게 지게 작대긴지 구별이 힘듭니다. 그 다리로 지게를 지고 나무도 하시고 꼴도 베어 나르시고 하셨는데.....지리산 자락에서. 眼淚淚眼
  • ?
    엔탈피 2003.06.24 21:39
    이글을 읽다보니 얼마전 검은별님 사이트에서 본 글이
    생각나는군요
    질문란에 포터구한다고 해서리 몇분이 리플도 달았던데
    내용은 그따위로 지리산 올라면 오지마라 뭐 대충 이런거 였습니다
    글을 올린분도 나이가 50대 이던데 만약 그분들이라면
    결국 포터를 썻군요 그것도 노인네를 ^^;;
    돈이면 뭐든지 할수있다는 정신상태가 정말 아쉽습니다
  • ?
    wiga 2003.06.25 00:47
    네.. 저도 그글 봤구.. 글 올리신 분께 메일도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아닌것 같더군요.. 남자들만 있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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