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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산행의 누를 범하지 않으려고 옷매무새를 고쳐 입고 발가락마다 반창고를 붙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저만치 보이는 반야봉을 마주하며 떠난다. 둥글둥글한 반야봉의 모습은
어느 시골의 펑퍼짐한 인심좋은 아낙네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다 색동옷을 갖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지만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극히 어울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어울림"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떠올리게 된다. 바로 이모습이다.
둥글 넙적한 반야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푸근히 감싸안으며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그도 잠시. 새하얀 구름은 그 푸근한 모습을 가리지만 그는 단숨에 훅 불어대며
날려버리고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지금 우리는 임걸령을 지나고 있다. 그때 길옆에서 부시럭 소리가 나더니 시꺼먼 길다란 놈이 앞길을 막는다. @$#%^$%^&%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로 외쳤다.
순간적으로 몸보신도 생각을 했다. 지리에 묻혀 보니 오래 살고 싶었나보다.
지팡이로 겁을 주고 그놈을 보내고 다시 반야로 향한다.
근데 어쩌면 사람이 이리도 없을까?
노고단을 떠난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 한사람도 만나질 못했다.
아마도 친구가 동행을 하지 않았다면 무서웠을 거라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발길을 재촉해 어느새 피아골 산장 입구다.
아! 사람이다. "반갑습니다" 인사를 하고 김밥을 꺼내 같이 먹자하니 그 분은 쾌히
어울린다. 모르는 사람과의 식사는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아내가 정성으로 만들어준 김밥이 우리 아닌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그분은 고마움의 표시로 쌀, 담배, 참치캔, 라면을 조금씩 나누어주신다. 또 남의 성의 표시를 마다할 수 없어 감사히 받았다. 역시 지리의 인심은 우리 삶의 오아시스처럼 항상 그  무었을 느끼게 한다. 대충 행동식을 하고 반야봉으로 향한다. 친구는 서서히 지리의 사상에
세뇌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반야봉 입구인 노루목이다. 오른편 바위에 오르니.
으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삥 둘러 셔터를 눌러댔다.
무슨 파노라마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먹지도 못하는 소주생각이 절로 간절하다. 삼겹살에 말이다. 울긋불긋 타들어가는 그대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만 하다.
아름다움 뒤에는 처량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모습만 사랑하련다. 나의 가족도 역시 마찬가지다. 딸 아이하고
세대간의 갈등이 심하여 요즈음은 어렵지만 지리를 보니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다보면
그게 바로 영원토록 사랑하는 것일께다.
반야봉까지는 1000미터. 하지만 만만치 않을꺼다.
헉헉헉...그동안 지났던 길 중에선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저 멀리 노고단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꼬불꼬불한 길이
무슨 강줄기모양 새하얗게 산의 허리를 갈라놓았다.
친구가 처지기 시작한다. 철계단 아래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힘들기는 하지만 그 힘든 몸은 즐거운 마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끼는 완벽한 즐거움이다.
하 하 하 하 하 하
반야봉이다. 처음 대하는 모습이기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돌탑에 돌 하나를 올려놓고 소원을 빌어본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내가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잘 풀렸으면 .....
그리고 이번 산행이 나에게 마지막 산행이 아니길 ............
그 순간 시커먼 구름이 몰려온다.
그 구름은 잠시겠지만 지리를 홀칵 삼켜버렸다.  반야의 정상은 인간의 알 수 없는       앞날처럼 한치 앞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지리의 비경의 한 부분이기에 나는 즐길 뿐이다. 이젠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는 길은 너무도 가뿐하다. 즐거운 산행이라서 그런지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뱀사골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일부러 노고단 이정표를 보고
노루목으로 왔던 길로 다시 내려 왔다. 노루목 바위 위에서의 모습을 한번 더 만끽하고   싶어서 말이다. 실컷 감상에 졌다보니 친구가 지루한가보다.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한다.
"치사한놈! 저도 감상하며 즐기면 되지 남의 분위기를 왜 깨고 지랄이야" 하며 속으로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
"그래 가자 이놈아" 하며 연하천을 오늘 최종 목적지로 하고 노루목을 떠난다.
오르락내리락 얼마를 지나니 무덤이 보인다.
이게 뭐야? 여기에 웬 무덤? 이분은 아마도 지금부터는 무지 추우시겠다. ㅋㅋㅋ
어느덧 삼도봉.
저 멀리 보이는 노고단은 가까이서 즐겼던 모습하고는 전혀 다르다.
요 밑으로 보이는 화려함!  저 멀리 보이는 퇴색함!
지금부터는 노고단의 모습은 조금씩조금씩 퇴색되어만 가니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맞이하니 이 또한  인간사와 다를게 무엇이겠는가?
산허리를 차고 내리는 산 꼬리는 가히 다른 산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장대함이다.
아마도 지리에 산 꼬리가 없었다면 지리는 명산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작은 것이 있어야 큰 것이 더 크게 보이듯이 말이다.
친구가 물어본다. 지리산이 왜 좋으냐고?
하지만 나는 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는 것도 없지만 나도 여기에 왜 왔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해답을 찾아보려고 이 산행을 할지도 모른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삼도봉을 내려와 화개재로 향하는 나무계단은 조금은 고통스럽다. 다 내려와 보니 마지막 계단에 477개 ,500개 ....등등 써있다.
화개제에 오니 군인 아저씨들이 헬기장을 보수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멀리하고 바로 토끼봉으로 향했다.
헐떡헐떡! 입에서 침이 마른다. 뒤로 처진 친구의 모습은 어느새 시야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어렵게 한참을 올라오니 이정표에 토끼봉이라고 써있다. 우리가 벌써 노고단에서 7.5킬로미터를 지나왔나 보다. 쏘세지와 치즈를 배낭에서 꺼내 먹으며 생각을 해본다. 저기 저 자리가
우리 가족이 벌벌 떨며 주먹밥을 먹던 자린데 하며 정신이 빠진 놈처럼 헤죽헤죽 웃어본다.
그러고 있을 즈음 친구가 왔다. 천천히좀 가란다. "야 이놈아 니가 빨리 오면 되잖아"하며
소리를 벌컥 질렀다. 이제 연하천 까지는 3킬로정도 남았다. 가파른 고개도 별로 없을 거라하고 연하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 또 가파른 길이 눈 앞을 막는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명선봉이라는 곳인데 글쎄 잘 기억이 나질 않으니 ㅉㅉㅉ
한참을 오르고 어느정도는 평평한 길로 접어들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서두르자 철계단을 오르고 바위를 오르고 내리고 하다보니 빗줄기는 점점 굵어짐을 느낄 수가 있다. 한참을 비를 맞으며 지나오니 길고 긴 나무 계단이 놓여져 있다.
아! 연하천 이다. 나의 딸 아람이가 그 사람 많던 곳에서 엉엉 울던 곳.
또 아내는 고생스럽던 그 순간을 눈으로 표출했던 곳.
이때 시각이 오후 6시경이다. 산행이 무지 느렸다는 것을 시간으로도 알 수가 있다.
그만큼 우리는 즐겼다.
그대의 모습을 담기에는 나의 가슴이 작았지만
눈으로 확인을 할 수는 있었다.
그 장대함. 그리고 어우러짐 또 휘감아 내리는 산꼬리의 모습들은
색동과 어우러저 나의 가슴을 작게 만들고 말았다.
어두워지는 연하천은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자아낸다.
예약을 확인하고 돈을 지불하고 취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밥을먹고 자려니 무지 춥다. 가지고 간 옷이란 옷은 모두 출동이다.
두 사람은 똥글똥글 해졌다. ㅋㅋㅋ

    

        

  
  • ?
    부도옹 2001.10.14 23:56
    드뎌 반야봉엘 오르셨네요. 부럽습니다. ....연하천, 제가 개인적으로 무지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 ?
    자유부인 2001.10.15 16:45
    같이 산행을 한 느낌이네요... 여운이 오래 남을것 같은데, 부인께도 원하는 자유의 시간을 갖게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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