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2671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다음날 ,
부엉새 울음이 잦아들고 동녘에 黎明이 밝아올 무렵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불일폭포에 올랐습니다.
산 이슬이 촉촉한 산길을 걸으니
잘 나고 우람한 赤松-'우리 소나무'의 향은 왜 그리 좋던지요.
날이 밝아오자 간간이 꾀꼬리의 울음도  들리고
계곡에서 일어나던 푸르른 아침 안개는  
간밤에 청학이 노닐다가 일으켜놓은 靑雲이 아닐런지 ...
계곡길을 돌고돌아
산짐승 무리의 족적이 남은 길을 돌아서니
우뢰와 같은 落水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곳이 普照國師의 정진수행 故事가 얽힌 佛日폭포였지요.
엇그제 내린 비로 流下수량이 증가하여
60여 미터가 되는 저 벼랑위에서 뒤틀린 듯 흘러내려
중간에서 문득 쉬어 鶴淵을 형성하고  
이내 산산히 부서지며 굽이굽이 돌고돌아
청학이 날개 핀 듯
골짜기로 흘러가는 ..저 우람한 청류폭.....

저 아래 계곡으로 잦아드는 물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관망대를 올라 좁은 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
불일암에 들렸습니다.
年前에는 綠陰만 푸르렀건만 지금은 천하의 명당스러운 자리에
새로 지은 대웅전과 요사가  덩실하니 자리하니
그 품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미 黎明은 밝은 햇살이 되어 퍼져가는 시간에
다시 봉명산방에 당도하니
꾀꼬리 울음은 한결 멋에 겨웁고
함께 우짖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합창이
평전 마당을 낭자하게 울려대고 있었습니다.
산방 마당을 쓸고닦던 권선생이 이미 조반을 준비하고 있는데
뒷채로 돌아가니 산방 지붕에 닿을 듯
어우러진 금낭화 무리가 기다린 듯이 맞이했습니다.
두어 걸음을 더 돌계단을 오르니
여러해 전에 별채로 지어놓고 賓客을 위해 쓰던 뒷채.
그곳에서 화를 당한 변규화선생.
그의 체취가 묻어나듯 서책과 이부자리가 여전한데
그날 문틈을 타고 들어오던 유독가스는 이미 온데간데 없고,
그를 산방에서 거두어가
지금은 돌아오기 어려운 중병으로 병원에 누워계신다는군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던 그 오두막을 둘러보고
아린 속을 여미면서 내려왔습니다.

봉명산방에 들어가
칡밥에 토장국, 상추 몇 쌈을 하며 불노주를 飯酒하니
아침공양이 넉넉하고
거기에 차 한잔을 덧붙였으니
공간이 멈춰서고 세월이 날아오르는 것 같았지요.
장지문 밖에 이미 아침햇살이 화사한 시간,
문 밖에서 넉넉한 아주머니 목소리의 인삿말이 들립니다.
80년대초에 76일간,  
단독으로 백두대간을 답파한 유명한 여성산악인  
[남 00]씨였습니다.
부지런하게도 아침 일찍 올라와
불일평전에서 자생하는 야생차를 딴다는군요.
그 곳은 표고가 높아
雨前이나 세작, 중작 등 시기별 차종으로 구분하지 않고
저 아래의 화갯골보다 보름쯤이 늦은 요즘에
한번만 따서 덖어 만드는 야생차입니다.

“저희 집에도 차 마시러 오세요.” 고마운 인삿말에
정말 한번쯤은 그녀의 집을 방문해
평상에 앉아 느긋하게 화갯골을 내려다보며
차 한잔 나누고 싶어 염치없이 후일 방문을 기약했습니다.

산방에서 커피도  한잔하자마자
불일평전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평전입구에 서 있는 장승 벅수에게도 하산 인사를 하고 싶어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였고요..
어젯밤 칠흑의 어둠을 뚫고 허위허위 오르던 돌계단을
하나하나 새롭게 딛고 내려오는데
저 아래에서 남정네 둘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여늬 산사의 뒷산처럼
禪房에서 留宿한 거사들이 불일암에 오르는구나 생각하며
눈인사도 없이 지나치려다가
문득 낯이 익은 모습에 걸음이 멈춰졌습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써 세인의 관심을 끌고있는
‘정 아무개’ 의원이 노동계의 고위 인사와 아침 산을 오르고 있었지요.
손을 잡아 인사하고
시절에 어울리는 덕담도 주고받으며 헤어졌습니다.

내려오다가 국사암 뒷편,
일반인들은 도무지 모르게 숨어있는
진감선사 사리부도를 찾아보려 지그재그 산길을 가파르게 올라가니
우람하게 뒤틀어올라 하늘 저 위로 뻗어 선 낙낙장송,
부도를 좌우로 옹립하듯 세그루의 소나무는
완벽한 힘의 배분과 대칭구도에서 우리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사이에 정교한 듯 허술한 듯 부도는
그렇게 서 있더군요.
부도의 뒷편,  소나무 사이에 서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기 또한 예사 명당이 아님이  凡夫에게도 느껴졌지요.

국사암 앞마당에 당도하여
사방으로 벌어진 사천왕수의 기묘한 모양도 둘러보고
차를 회수하여 신흥골로 갔습니다.
孤雲선생의 고사가 실린 古木을 우로두고
범왕골을 거쳐 목통골을 돌아 칠불사까지 올랐습니다.
그 험한 골까지에 길이 잘  나 있어
각종 현대적 접객시설에 ‘흙집세상’ 펜션까지
다양한 개발이 이뤄진 그 곳은
이미 예전의 山紫水明하고 산새 우짖던 골짜기가 아니었습니다.

화개골을 돌아나와
아쉬움에 섶다리를 건너 다시 차문화축제장으로 들어섰습니다.
녹차동동주에 부침개를 안주로 얼큰하게 부어넣고
‘00골 製茶’의 젊은 주인과
그의 자존으로 똘똘 뭉친 茶談을 나누다 보니
시간은 아쉽게만 흘러갔지요.

섬진강변의 19번 국도는 언제 달려도 좋지않습니까?
다시 북으로 북으로 달렸지요..
성삼재 횡단도로의 천은사 입구에서
우리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문화재관람료(입장료)를 내면서
관계자에게 얼굴이 붉어지는 힐난도 잊지않고 날려주면서
급한 경사로를 올랐습니다.
시암재에 잠깐 서서 저 아래를 굽어보며
커피 한잔에 바쁜 일정을 누그러뜨려보다가
구절양장의 험로를 내려오는데,
반야봉이 흘러내린 산록에는
5월의 진초록이 생동감으로 뭉뚱그러져
초록의 산사태로 우리 앞에 달려드는 듯,
그 아름다움에 정신까지 아득하고 혼미해졌습니다.

달궁과 반선을 거쳐
산내면을 돌아 함양땅 엄천강변을 내달리니  
흐르는 방향이 헛갈리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요...
엄천강 주변 다양하고 풍성한 명승지 탐승은
다음으로 미루고
소박하고 좁다란 시골길을 휘휘돌아 생초나들목으로 들어가 상경하니
이틀간에 지리의 동부에서 남부, 그리고 북부권까지
지리산록을 一周한 셈이지요.

언제 들어가 품에 안겨도
지리의 너른 품새는 깊고도 아득하고
볼꺼리 먹꺼리 정담꺼리 또한 무궁무진하여
몇 마디 서툰 글로 묘사하기란  하마 어렵습니다.

늦은 봄  
어느날에  煙霞峰 씀.....


( 사진 上 ; 불일평전의 차를 따는 남00씨
  사진 下 ; 진감선사 부도 )
  • ?
    오 해 봉 2007.05.26 08:59
    연하봉님 따라서 1000리길 지리산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좋은 산책 고맙습니다,
    초파일날 비를 흠뻑 맞으며 집에서 가까운 절에가서
    부처님께 절도하고 약소한 시주도 했습니다만
    천은사 저 者들이 불교를 추하게 하는것같아 씁쓸 하네요,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
    수리산 2007.05.26 09:37
    산방을 돌아 지리산을
    허허롭게 자적하는 모습에서
    여유를 느낌니다.
    한편의 수필 잘 읽었습니다.
  • ?
    섬진강 2007.05.28 17:15
    불일폭포 수량이 적을 때 보면 그저그렇던데
    비 온후 찾아가면 웅장한가보군요.
    지리산 한바퀴 일주 부럽습니다.
  • ?
    이안 2007.06.16 08:16
    귀한 후기를 이제사 보았습니다.
    조태연家의 차맛이 여전한지.. 몇 해동안 차 맛을 잊고 삽니다.
    나중에 이 후기를 토대로 가보고 싶습니다.
    좋은 글로 알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
    화개동천 2007.10.30 20:27
    오해봉님,수리산님,섬진강님,......그리고 이안님,
    격려의 댓글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962 지리산 무박2일 산행(음정-벽소령-천왕봉-백무동 구간) 4 file 김효영 2007.08.27 3217
961 아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 8 김재신 2007.08.23 3278
960 8.10~8.12일 호우로 끊겨진 종주기 5 군자봉 2007.08.13 2839
959 내가 갔던 와운 마을 아이들 3 곽서방처 2007.08.12 2534
958 작년에 이어 지리산종주를 마치고......... 6 거북 2007.08.06 2941
957 지리산 - 덕유산 22 file 오 해 봉 2007.07.24 5611
956 7월의 지리산 - 벽소령에서 노고단까지.. 4 이안 2007.07.18 3882
955 장마속에 강행된 지리산능선종주(6.22~24) 10 군자봉 2007.06.25 4029
954 운무속의 지리종주 2 고숭록 2007.06.18 3414
953 지리산 첫 종주를 준비하며.. 7 file 찬바람 2007.06.15 5764
952 명선봉 우골 - 토끼봉 무명계곡 2 file 산사나이 2007.06.12 2402
951 추성계곡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코스 2 별빛남자 2007.06.04 2984
950 6월의 지리산 - 칠선계곡 7 이안 2007.06.03 5051
949 짧은 만남 긴 이야기 그리고 또 다시 10 해성 2007.05.30 2719
948 느림보의 첫 종주기(화엄사-대원사) 5 바다새 2007.05.28 3226
» 漆黑의 어둠이 내려앉은 곳 - 佛日平田 (2) 5 file 불일평전 2007.05.26 2671
946 漆黑의 어둠이 내려앉은 곳 - 佛日平田 (1) 3 file 불일평전 2007.05.25 2852
945 운봉 - 정령치 14 file 오 해 봉 2007.05.21 4203
944 바래봉 산행 3 file 산사나이 2007.05.19 2424
943 천왕에서 여원재까지(5월 12-13일) 3 2007.05.16 245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