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1849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리산에 태어난.. 나의 풍류 놀이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03-08-17/대학로짝재기양말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 지리산.
환경보전최우수마을 - 평사리 <상평마을>.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최참판댁'이 있는 곳.
지리산 자락 전체를 통 털어 젤로 비옥한 토지를 자랑 소문난 곳.

여기에 뼈와 살과 떼를 묻히며 사는 친구가 터를 잡았다.
친구는 연극 기획에서 미술 큐레이터 겸 행사기획가로 자리를 옮겨다니면서도
'청학동 가는 길'이란 책을 낸 작가면서 고구려 역사를 탐닉하는
학동인척 겸손을 떨지만 요리사로, 목수로, 농사꾼으로, 여행을 즐기는 풍류도사로서
한편, 무술을 연마하며 전통무예를 공부하는 문무유생이기도 하다.

이 친구 덕에 그동안 40살이 넘도록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지리산을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여러 번 가게되었고 이번으로 6번째 가게 된 것.

이번에는 그냥 와서 놀아달라는 개념이 아니라
딴 사람들 말고 어머님만 달랑 모시고 내려 오라는 강도 높은 명령을 내린다.
이런 경우 착한 졸병으로 둔갑하여 외려 말 잘 듣는 - 나.

그리하야 난 관절 땜새 몸이 불편한데다 지리산을
세상에 나온 뒤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엄말 모시고 가주기로 맘을 먹는다.
무궁화호 기준으로 7시간이 넘게 잡아먹는 별천지를 향해..

근데 '남부터미널'에서 '부산교통'이란 '우등고속버스'로 가니 4시간밖에 안 걸린다.

얼핏 시외버스 같은데 타보니 국제선 여객기 특등석 못지 않다.
좌석은 문 쪽으로 한 줄, 글고 통로, 글고 두 줄, 총 세 줄로 되어있고 팔까지 걸칠 수
있을 만큼 넉넉한데다 진짜 우등고속버스보다도 더 새론 최신식이다.

티브이엔 화면 빨 좋은 '스카이 라이프 케이블유선방송'이 나오고 있고..
가만.. 케이블유선이 아닌 움직이는 버스인데 글탐 위성을 이용한 건가~

우쨌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온 엄마에게는
편안하고 안락하게 4시간동안 달려본 환상적인 드라이브 투어였다.
대전쯤인가~ '탄천휴게소'란 곳에서 한번 잠깐 쉬더니
하나도 안 밀리면서 논스톱으로 구례까지.. 거기서 다시 곧장 화개까지 섬진강 강가를
끼고 돌며 내달렸고 화개장터에 내리자 마중 나온 친구가 반겨준다.

화개 앞에는 전라도가 절반 경상도가 절반
사이좋게 돈 내서 지었다는 아치가 돋보이는 남도대교가 떡 하니 서있다.
장터가 서면 황포돛배가 모여들었다는 '화개나루' 그곳에..
3년 동안 지어 최근 개통 된 걸로 알고 있는 길이는 360m이고 왕복 4차선의 다리가..
허나, 불편해소를 위해 지어진 문명의 피조물이 경상도와 전라도
경계에서 끈끈하게 쌓여진 애환해소와 정서화합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두고 볼일이다.
강은 사람을 가르고 나누지만 다리는 사람을 잇는 것에 기대해보며..

친구의 몰골은 일하다 온 작업복 그 자체다.
근데, 웬 찌그러진 똥차 1톤 트럭.. 50만원 주고 식구 삼아 생긴 차라지만
강을 끼고 도는 벚꽃나무터널 길을 시원하게 잘도 달린다.

한 20분쯤 달리던 트럭이 멎은 곳은
악양 평사리 최참판댁 올라가는 입구 주차장 바로 앞 넓은 집이다.
과수들이 마당 군데군데 서있고.. 한 100평쯤 되나~



--- 서울서 여기까지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이야~

친숙한 구식 한옥을 정겨운 툇마루에 앉아 찬찬히 둘러본다.
마당엔 작은 연못도 있고 둘러친 담장 쪽으로는 80년대 판화그림들이 쪼로롱 걸려 있다.
광 옆은 열린 주방과 진흙에 돌로 쌓은 장작불 피우는 화덕이 있고..
억새와 대가지로 둥그렇게 지붕을 지은 전통파라솔 아래는 테이블 의자들도 마당에 있고..
생활용품 도기들과 대나무공예품들이 진열된 곳도 자연산 파라솔이 있다.
그 뒤 밤나무 밑에는 널은 평상이 있고 입구엔 장승 깎는 터도.. 무가 심어진 쪽 밭도 있다.
마당 전체는 16톤 트럭 2대 분량으로 실어다 깔았다는 자갈이 덮여있고..



창고처럼 생긴 광에서는 대나무 공예품을 직접 가공해 만들고 있다.

80년대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전통 가락의 소리도 들리고..
기념품도 사가고, 국수 같은 식사도 하고, 동동주나 파전처럼 술 한잔도 먹고 간다.
도착하자마자 육수 국물 좋은 국수에 '웅담주'로 속이 채워진다.

--- 관광객들 놀이터로 잘 꾸며진 명소로 위치로는 '목'이 환상적이다.

풍류를 즐기며 돈벌기 작정하면 식은 죽 먹기가 될 그곳..
친구가 왜 날 긴급하게 내려 오라 했는지 그제야 감이 슬슬 잡히기 시작한다.
이런 판국에서 돋보이는 독창적인 홍보 전략과 예술적 상술을
구사하는데는 대학로 연극판에서 홍보물로, 신촌에서 이벤트카페 직영점 운영하던 걸로,
친구가 인사동에서 전통 찻집 할 때 도와주던 것으로 이미 내 재주를
속속들이 잘 알고있는 친구가 날 부른 속내는 도착 10분도 안되어 감 잡았다.
허나, 난 엄마랑 구경하러 놀러간 것이지 일하러 간 건 아니기에 귀한 손님 노릇을 고집했다.
거기서 친구랑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들도 나랑 다 안면 있어 편했고..

그중 영진이라는 젊은 친구는 특히 날 잘 따른다.
도자기를 굽고 장승을 깎고 무술을 닦아서인지 몸집이 날렵하고 단단한 그는
윗터에서 '아이스끄림'이랑 쥬스, 샤베트 장사를 하고있다.
아이스끄림이라고 쓴 장난끼 발랄한 꼬마 장승을 깎아 세워 입간판 대용으로 삼고..
지나가는 꼬마 손님들 상대로 과소비를 부채질하며 약올린다.

최참판 댁을 찾는 발길들은 끊임없이 이 집도 둘러본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수천 명이 찾아서 온다는 점이 참으로 신기했다.
머 가 봤자 별 볼일도 없는 평범한 양반 집인데 그걸 그케..

잠시 주변 풍경을 구경 하러 밖으로 나가 한바퀴 돈다.
저 멀리 북쪽으로 둥그렇게 병풍처럼 둘러쳐진 1000m가 넘는 능선의 형제봉.
집 바로 아래에 둥그렇고 큰 나무 하나가 있어 가보니 수령이
소문으로는 1000년 되었다는 500년 된 팽나무가 가지도 창창하게 뻗어있다.
그 옆으로 돌아 가보니 꽃사슴 한 20여 마리가 목을 쪽 빼고 왕 눈으로 날 구경하고 있고..
가까이 다가가니 원래 낯가리는지 내가 동물 헌터란 걸 알아차렸는지
어땠는지 구석으로 스스로 몰아져서 짱 박히는데 오랜만에 참 동물을 사랑하는 맘으로
몽땅 풀어 줘 온 동네 뛰어다니게 할까~ 하다가 친구를 생각해 접었다.

멀리 섬진강 푸른 물이 보이고 가까이는 논이 넓게 펼쳐져
곡식이 무르익고 있는 이곳 평사리는 땅이 넘 좋아 배나무 감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대나무는 길가 잡초처럼 큰 키를 뽐내고 밀생하며 쑥쑥 자라고 있고..
산수유도.. 사과나무도.. 토란도.. 고추.. 가지.. 들깨.. 호박.. 수세미.. 오이.. 여러 콩콩 등등..
집집마다 담장에는 담쟁이 닮은 새순을 그냥 먹어도 되는 '한울타리'도..

친구는 불때는 걸 넘 좋아하는 '불한당' 멤버 중에 하나지만
나도 '불때기' 하면 가사를 팽개치고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불한당중의 불한당이다.
그래 화덕 앞에서 불 다루기 위한 불 다툼으로 주도권 쌈이 치열했다.

결국 친구보다 훨 한가한 내가 불 다툼에 승리를 했다.

소나무랑 잣나무를 태우며 모기 불을 피우는 한편,
통 대나무를 태우고 숯을 만들어 철망에 지글지글 똥 돼지 삼겹살을 구워낸다.
산동네 밤 풍경을 발갛게 달구는 화덕의 불꽃과 타는 냄새들..
아침 일찍 출발 점심때 도착한 지리산의 첫날밤은 술과 불과 함께 익어서 물들어갔다.
검푸른 하늘엔 총총 별들이 반짝거리며 서로서로 눈쌈하고 있고..

관용, 용서, 사랑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포근하고 넉넉하면서도 장중한 산의 품새를 갖춘 - 지리산.
여의도 면적의 52배고 제주도 면적의 3배란다.
1500m가 넘는 고봉이 10개정도 되고 1000m가 넘는 봉우리도 20개는 된다는 산.
위성에서 조감하면 1억 3000만평이고 둘레는 800리 길이고..

담날 아침 해뜨는 시간과 함께 눈뜬 - 내 눈.
적당히 먹은 술과 함께 맑은 공기 덕에 확실하게 깨버린 - 내 정신.

서쪽 하늘에 떠있는 형광색 빛 달은 서늘한 튀밥 같고..
쪽빛 하늘을 배경 삼아 서쪽으로 둥둥 떠가는 구름들은 단풍에 물든 솜덩이 같다.
콧구멍 세수를 하니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빙수 같은 아침공기..
삼신봉 산 능선 너머로 붉은빛 동쪽 하늘은 일출 장관을 연출하려 예행연습하고 있고..
깨끗한 공기로 심호흡을 하니 품질 좋은 녹차 한잔 마신 듯 하다.

어제보다 좀더 넓은 에리어로 동네한바퀴를 돌아본다.
가다가 남의 집 담 너머 뻗은 배나무에서 복 배를 두 개 따서 갈증난 목을 축이고
내친김에 담장에 매달린 오이도 두 개 따서 밥통 물갈이를 한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것이라고 非草非木(비초비목)이라는 대나무.

그래 대 竹(죽)자를 거꾸로 뒤집으면 풀 艸(초)자가 되는 건가~
하루 1m이상 자랄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를 품고 젤 왕성한 생장활동을 하는 식물..
히로시마 원폭에도 끄떡없이 끈질기게 잘 자라고있다는 지독한 식물..
여기 있는 대나무는 그 종류도 다채로워 한반도 남쪽에서 나는 건 몽땅 다 있는 듯하다.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대나무를 울타리로 삼고있는 집들이 즐비하다.

친구가 모처럼 태어난 지리산 이곳에 터를 닦았으니
이왕 온 김에 먼가 피조물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그걸 대나무로 하기로 했다.
그건 높이 10m가량 되는 '바람개비 대나무 풍차 만들기'이다.



일단 세워 놓으면 사시사철 바람 찾아 바람 따라
수백만 번을 돌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용도의 '바람잡이' 시각조형물을..
날개와 바람 축을 만들기 위해 화살을 만드는 '청죽'을 쓰고..
스틱형 날개랑 바람 축 꼬리날개를 위해 양철 판을 자르고 구멍을 뚫고 대를 가른다.
바람 찾는 회전축과 바람 돌리는 날개 만들기에 하루종일 잡아먹고..
내 모자 위에서 도는 바람개비를 구경하는 관광객들은 이 큼직한 바람개비 만드는걸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다.

졸지에 '대죽 바람개비' 만드는 '장인'으로 돌변을 한 난
걸쭉한 입담으로 설 풀면서 그들의 발길을 사로잡아 눈길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평상시보다 더 많아진 구경꾼들 땜새 친구는 정신 없이 바쁘고..
대쪽의 성질테스트를 하고 본질을 느끼면서 어둑어둑해져서야 겨우 끝낸 대쪽창의력..
머든 그렇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것에는 묘한 성취감이 있다.



담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 대쪽 바람개비.
밤새 어느 바람이 어케 불었는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멀쩡하게 잘도 돌아간다.
이곳 지리산의 난데없는 폭풍은 지금의 100배정도 심하다는데..

이른 아침을 두 번째로 맞이하는 난 엄마랑 함께
친구의 엄마 집을 지나 한 500m쯤 뒷산 위에 있는 친구 동생 집을 향해 걸었다.
천천히 산책을 하며 길가에 있는 온갖 과수와 들꽃을 얘기하며..
오르다보니 왼쪽 전망 좋은 곳 귀퉁이에 최참판 댁으로 들어가는 감춰진 샛길이 보였다.
엄마랑 난 더 오르기를 생략하고 그곳으로 내려가 생김새를 관찰한다.

안 가봤어도 예상한 그대로.. 아니.. 인터넷에 떠있는 그대로
3000여 평의 최참판 댁은 상상으로 생각한 그대로 평범하고 넉넉한 양반 집이었다.
한쪽에 작지 않은 연못이 있는데 수련이 듬성듬성 자라 떠 있었다.
시간은 오전 6시경, 고급민박집으로 양반여관인 여긴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중이고..
盜心이 작용한 난 수련 한 무더기를 길다란 작대기로 쑤셔서 뽑아낸다.

검은 비닐봉지를 찾아내어 수련을 담아내 들고 내려온다.
참고적으로 나의 盜心과 盜行은 귀신들이 혀를 내둘 정도로 그 완벽함을 자랑한다.
대도 조세형도 大盜자 안 붙은 날 지보다 한 수 높다 격찬을 했으니..
진짜 훌륭한 도둑은 도둑질 당한 상대로 하여금 도둑질 당한 사실을 평생 모르게 하는 것.
놈들이 눈치채지 않게 훔친 수련을 난 친구의 작은 연못에다 심게 했다.
콩깍지 한 개라도 나눠먹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나눔의 행동철학'을 몸소 실천해본 것.
작은 연못에는 이제 개구리들이 일광욕을 즐길만한 터를 제공한 것이다.

논바닥 흙으로 바닥을 조성한 신천지 연못에서
훔쳐져 날라 온 수련은 이제 이수생활로 독립된 삶을 영위할 것이다.
어케 도둑질해 온 것을 보고 모든 이들이 기뻐하는지..
참고적으로 난 비싼 것은 절대 안 사고 내 것으로 만드는 비싼 기술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훔쳤지만 완전범죄성공율 100%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깐 썰래 발이 뻥이래도 할 수 없고 진짜라도 앞으론 묵비권이다.

만일 호기심이 예민해 미칠 것 같은 인간이 있다면
악양 평사리의 내 친구 놀이터 작은 연못을 가본다면 확인이 될 터이다.
서울기준 편도 20500원씩 왕복 41000원을 부담해서라도..
허나, 단순히 범죄현장검증을 하러 가는 불쌍한 중생은 없을 터.. 체재비까지 챙겨
간 김에 지리산 10경을 두루두루 음미하고 돌아와도 좋겠다.

아침이 본격적으로 열리자 멀리 동남쪽에서부터
비구름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서서히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간밤에 저기압에 예민해져 관절통증에 시달린 엄마는
왠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성화를 곱게 하는데 난 못이기는 척 짐을 정리한다.
화개장터까지 대포차 로얄프린스로 배달해주는 친구를 보내고..

엄마랑 난.. 나도 안 돌아본 섬진나루 화개장터
주변을 둘러보다 마땅해 보이는 식당을 잡아 제첩국 2인분을 시킨다.
그다지 안 훌륭한 제첩에 참이슬로 여독정리를 하는데..
화장실을 갔다오는 사이 엄마는 입맛이 살아있는지 그새 단숨에 제첩을 비웠다.
게다가 멸치 봉다리를 내보이며 무진장 싸게 샀다며 자랑을 하고..
내참, 밥 먹다 똥싸고 온 나도 웃기지만 밥 먹다 멸치를 산 엄마도 황당하기 여지없다.
글구 관광토산품가게를 둘러보면서 선물할 물건들을 돈 없이 사고..

손재주 눈 재주에 의해 저절로 생긴 선물들은
그냥 빗, 재래식 참빗, 담양産 대빗, 신윤복 그림 가죽의 키 홀더 등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엄마랑 나랑 2박3일 동안
쓴 돈을 따져보니 오르락내리락 차비에다 멸치 값 포함 10만원밖에 안 들었다.
똥통이 망가져 똥간 드나들기를 30번.. 그너무 웅담주 땜새..

아쉬운건.. 시간이 좀 있어 개겼으면 그 작은 연못에 띄울
15cm 크기의 꼬마 베이비 황포돛배 두 척을 대나무로 만들어 진수시켰을텐데..
살랑살랑 바람결 타고 지혼자 자동 항해를 하며 돌아다니도록..



놀이터 문패랑 파는 기념품들의 명찰과 쓰는 용도..
파는 먹거리 종류들 명찰과 바쳐주는 잼고 정겨운 머릿글을 오랜만에 붓을 들어
멋들어지게 써주지 못한 것이 못 내 아쉬움 앙금으로 남는다.



허나~ 며칠 있다 내 딴 친구랑 내려가서 써주면 되는거고..
이제 지리산 자락에 놀만한 터가 생겼으니 때를 안 가리고 수틀리면 내려가 놀 참이다.
이거 올해가 가기까지 서너번은 더 내려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친구가 품고있는 작은 포부는 자신의 태어나고 뼈를 묻을
이 '상평마을'의 메인 로드를 혼이 살아 숨쉬는 최고의 '예술인촌'으로 만들겠다는 거다.
머 유조선보다 더 발이 넓게 살아온 그의 행적을 보면 어려울것도 없다.

그 작은 포부가 이루어져가는 과정에서 다만 우려되는것은
상술과 예술의 경계가 생기는데 상술에게 예술이 씹혀 망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지리산에는 도인도 아닌 것이 도인인 척 폼 잡고 다니는 잡것들도
예인 껍데기도 아닌 것이 예인인 척 달인 흉내내는 잡벌레들이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예인이든 도인이든 진짜일 확률은 100대 1 정도로 드물기 마련이다.

친구도 나처럼 술자리 인간들 품질관리 하는 걸 알고 있다.
술판에도 잡놈이 하나 끼면 개판이 된다는 건 보통 사람들도 아는 상식이다.
그래 그런 놈의 낌새가 눈치 채지면 가차없이 격리 수용하고
착한 놈과 못된 놈 리스트에서 수정을 가한 다음 번에 또 좋은 일 있을 때는 절대로
눈치채고 틈타지 않도록 인사관리를 철저히 하는 개념이 있다.

우쨌건, 악양 평사리 박경리의 토지 글고 최참판댁.
이곳 현지를 가보지도 않고 순전 상상력으로 쓴 가상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가
매일 수천 명이 찾아드는 관광명소가 됐다는 건 뭘 말하는가~
바로 문필의 힘이 얼마나 지대하면서 세상살이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검증의 장소가 되고 현지 생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것.

관광산업의 개발과 진흥을 위한 지역경제의 세수확대에도 결정타가 되고..

잡글 쓰는 잡가라 자부하는 나도 글발수련을 위해 왔지만
분명 얻어 가는 것이 있어 후련 차고 가슴 뿌듯하며 필력이 생동해짐을 느낀다.

  • ?
    parkjs38 2003.10.16 21:26
    10/3 바로 그곳 주차장앞까지 사이클을 타고 갔었는데.. 에고 조금만 더 일찍 이런 정보를 알았으면.. 진원님두 이제사 평사리 "매암 차박물관" 알려 주시더니.. 잘 읽었습니다
  • ?
    문득 2003.10.17 00:42
    넘 재미있네요~ '대죽 바람개비' 사진은 제가 퍼갑니다.. 혹시 저작권에 걸리지는 않겠지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982 지리산을 다녀와서...(초행자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2 소원성취 2002.07.13 7455
981 지리산을 다녀와서 가장 감사한 분 콜라탄이슬 2001.10.27 2593
980 지리산을 다녀오다. [중산리에서 천왕봉] 6 file 풍경 2008.12.27 3521
979 지리산은 울부짖는다~ 2 김기철 2002.08.23 1845
978 지리산엔 단풍이 들고.. 7 놀부 2007.10.10 2765
977 지리산에서의 인연 2 들꽃 2003.01.09 1833
976 지리산에서의 이틀 유재철 2001.12.31 2439
975 지리산에서의 겨울하루.... 곤조 2001.12.26 2395
974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8(세석고원으로의 단상들) 1 이개호 2002.10.13 2039
973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7(벽소령을 넘어 빗점골까지) 4 이개호 2002.10.07 2263
972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6(바래봉에 흐르는 鮮血)) 3 이개호 2002.05.10 2723
971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5(천왕봉과의 만남) 1 이개호 2002.03.04 3000
970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4(만복대의 서설) 3 이개호 2002.02.14 2158
969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3(불무장등산행기) 3 이개호 2001.12.03 5697
968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2(화엄사길산행기) 2 이개호 2001.11.07 2493
967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10(무박종주와 滿所有) 7 이개호 2003.07.05 2962
966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피아골산행기) 5 이개호 2001.10.30 2854
965 지리산에서 나를 찾다. 14 file 풍경 2007.05.11 3565
» 지리산에 태어난.. 나의 풍류 놀이터 2 짝재기양말 2003.10.16 1849
963 지리산에 이런 골은 셀 수나 있을까?(개선골과 천년송능선) 2 구름모자 2004.10.13 224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