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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3.01.09 14:03

지리산에서의 인연

조회 수 183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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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만나지는 인연중에
  참 닮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혼이라는게 있다면
  비슷하게 생겨먹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한번을 보면
  다 알아 버리는 그 사람의 속마음과
  감추려하는 아픔과 숨기려 하는 절망까지
  다 보여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도 전생에
  무언가 하나로 엮어진게 틀림이  없어보이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깜짝깜짝 놀랍기도 하고
  화들짝 반갑기도 하고
  어렴풋이 가슴에 메이기도 한
  그런 인연이
  살다가 보면 만나지나 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담
  속내가 더 닮은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더 마음이 아린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랑하기는 두렵고
  그리워 하기엔 목이메이고
  모른척 지나치기엔
  서로에게 할 일이 아닌것 같고
  마냥 지켜보기엔
  그가 너무 안스럽고
  보담아 주기엔
  서로가 상처 받을 것 같고
  그런 하나하나에 마음을 둬야 하는 사람
  그렇게 닮아버린 사람을
  살다가보면 만나지나 봅니다.
                                    '인연'

첫번째 인연...

한남자가 내게 말을 건넨다.
'저 혹시 들꽃님 아니신가요?'
'네?' 순간 긴장하며 대답도 잘 못한다.
'누~구시~죠?'
'네, 맞군요? 하하하... 이런, 세상에...'
갑자기 나타난 그 남자 나와의 인연을 얘기 하다보니 우린 벌써 지리산에서만
3번째 인연이었다. 이럴수가...
지난 가을 벽소령을 지나 장터목에서, 그리고 세상이 좋아 내가 가끔 들르는
지리산 홈피에서 아,그때 그분 하며 인사를 나눴고,
이틀전 제석봉에서, 또다시 오늘 하산길에서..
그는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고, 난 못했을뿐.. 이 얼마나 놀라운 인연인가.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산장 앞에서 운해를 앵글에 담고 싶어 서 있는데
한남자가 커피를 마시며 자꾸 앞에서 서성거렸던 기억이난다.
뭔가 자기도 할 말이 많았는데 차마 말을 건네지 못하고 말았다면서
악수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당황스러워 그냥 웃기만 했다.
언제 또 지리에서 조우하기를 바란다면서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두번째 인연.
산장안 앉아 있는 저여자 어디서 봤더라.
굉장히 낯이 익고 목소리 또한 친근감이 전해진다.
누굴까.. 어디서 봤을까..
언니들은 산에서 만나적이 있는 사람 아니냐고 하지만
산에서 만난 인연은 아닌것 같고 분명 내가 아는 사람인것 같은데 대체나 생각이 나야지..
30분을 넘게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가니 그여자 날 한번 쳐다보며 무심히 고개를 돌린다.
아닌가봐.
그래도 한번 물어나볼까, 주섬주섬 걸어가 저기요~ 하고 주목을 끌긴 했지만
무슨말로 답을 얻어낼지 참 난감했다.
혹시.... 집이 어디세요?
대뜸 어디서 튀어나와 집이 어디냐니.. 참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다.
놀란눈으로 날 의심스럽게 쳐다보던 그여자  '광주' 라는 말에
나이는요? 이름은요?
흥분하는 내 눈에 광기라도 보였나? 겁먹어 하면서도 줄줄이 대답한다.
28.... 미화....  
나이를 듣는순간 아닌가 했다. 난 아홉인데 그아인 분명 내 친구 같았다.
학교는?... 그래 맞구나...  
그친구는 날 알아보지 못했다. 나야나. 나라니까..
알아보지 못하는게 무지 서운하긴 했지만 그도 그럴것이 실로 10년만의 재회 아닌가
못알아 볼 수 도 있겠지 하면서도 알아보지 못하는 친구에게 주섬주섬
지난 얘기를 꺼냈지만 기억나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말들이 쉽게 먹힐까...
한참을 혼자 흥분하다 반가웠다며 돌아섯는데...
10분쯤 지났을까, 그친구 내게 달려온다.
'야~ 너!!!' 미안하다며,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며 울먹거린다.
'그래, 우리 꽤 친했었어. 교무실에서 무릎꿇고 벌섯잖아. 기억나니?
  이제서야 기억나니 이친구야'

10년만의 만남이다.
여고시절 이후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었던 이친구를 어떻게
이런 첩첩산중 그것도 지리산에서 만났단 말인가.
세상에 어떻게 널 여기서 만나니...
두손을 꼭잡고 놓을 줄 몰랐다.
저녁에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우린 달빛과 별빛을 불빛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주거니 받거니... '너 참 많이 늙었다'  '너두... 가시나'
'그때는 우리 참 당당했었어 그치?'
'그래, 아닌것은 아니다 라고  침튀기며 얘기 했었지. 그랬었지...'  
얼마를 마셔댔을까... 몇시간을 그렇게 보냈을까..  
친구를 만나 기뻐서 한잔, 옛생각이 떠올라 한잔,
여고시절 그 꿈많았던 시절이 그리워 한잔.
친구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짧은 순간에 눈물을 훔쳤다.
약간의 어둠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소주 한잔 입안에 털어 넣고 본 지리산의 밤하늘은 그리움만큼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우린 서로 별 말 없이 웃었을뿐.




  • ?
    ... 2003.01.09 16:34
    ...두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림니다
  • ?
    꼽사리 2003.08.16 23:41
    여장부의 기상이 느껴지는 군여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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