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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1.12.31 23:56

지리산에서의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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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히말리야 트레킹 이후로 처음으로 집사람과 함께 산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지리산을 오른다. 처음에는 청학동에서 세석산장, 장터목산장을 지나 천왕봉을 올라서서 칠선 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생각했으나 만 이틀 만에 일정을 마쳐야 하고 출발과 도착을 전북 익산으로 해야 하는데 청학동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대성골 – 세석산장 – 장터목산장 – 천왕봉 – 장터목산장 – 백무동으로 바뀠다. 산 위에 올라가서 안 사실인데 현재 청학동에서 세석산장으로의 등산로는 자연휴식년제로 불가하다.

예상소요시간

대성교 ----  세석산장 ---- 장터목산장 ---- 천왕봉 ---- 장터목산장 ---- 백무동
4시간 반        2시간          1시간반              1시간            3시간

익산에서 9시반에 새마을호를 타고 약 1시간 반만에 구례구역에서 내린다. 역에서 내리는 사람중 등산 가방을 메고 있는 사람은 나와 집사람을 제외하고 한 사람 뿐이다. 이 사람마저 역에서 내려 지리산을 처음 가는 나에게 구례읍 가는 방법을 묻는다. 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운전사가 조금 전에 버스가 떠났으니 대절을 해서 가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버스가 나타난다. 700원짜리 버스는 우리를 10여분 만에 구례 버스터미널로 데려다 준다. 이 터미널에서 12시 25분의 의신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나는 콩나물밥, 집사람은 순대국을 점심으로 미리 먹는다. 구례를 출발한 버스는 지리산 자락을 돌아 가다가 화개에서 지리산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버스 종점은 지리산 입구인 대성교에 못미치고 2.7km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지나가는 택배 트럭을 얻어 타고 대성교를 지나 의신 지리산 입구에서 내린다. 지도에는 의신에서 올라가는 길과 대성교에서 올라가는 길이 만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올라가서 안 사실인데 대성교에서 올라오는 길은 현재 폐쇄되어 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공원지기는 지금이 오후 1시30분이기 때문에 세석산장으로 부지런히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의신입구에서 세석산장으로 올라가는 9km중 처음 2km은 완만하다. 날씨도 겨울 같지 않게 따듯하여 꽃놀이패 걸음으로 산을 오른다. 누렇거나 흐린 초록색의 산색에서 주황색의 홍시를 매달고 있는 감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공짜를 좋아하는 집사람은 감을 따자고 한다. 나뭇가지를 던져도 안 떨어지기에 오랜만에 나무도 타본다. 타다가 도저히 더 올라갈 수 없어 내려 오다가 나뭇가지에 가슴에 부딪힌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자리가 아프다.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따라 키 낮은 대나무 밭 사이를 지나간다. 세석산장으로 가는 이 길은  계곡을 따라 여러 중간 능선을 오른다. 올라가면 또 하나의 지나야 하는 낮은 봉이 보일 뿐 오늘 내로 올라가야 하는 눈 맞은 봉은 보이지 않는다. 대나무 밭을 지나니 직경 2m이상의 바위 밭이다. 길도 없다. 앞서 간 사람들이 매달아 놓은 노란,빨간, 하얀 색의 리본을 이정표로 하여 오른다. 이쯤에 이르니 날씨가 선선해지고  집사람은 힘들어 하는 기색이 보인다. 바위 밭을 지나서는 거의 탈진 상태이다. 아직 3km은 더 가야 하고 벌써 4시.  해는 지기 시작하는데… 침낭만 두 개있는 집사람의 베낭을 받아 앞으로 메고 올라가니 나도 지친다. 쵸코렛이나 사탕을 준비하지 못했다. 사과 3개 귤 4개를 나누어 먹어도 허기진다.

가파른 등산로를 빠져 나오니 해는 지고 눈이 발 밑에 밟힌다. 멀리서 세석산장의 불빛과나무 가지에 달려 있는 리본만이 우리를 인도한다. 허기진 배를 안고 세석산장에 도착한 시각이 7시이다. 산장에 가서야 다른 등산객을 볼 수 있었다. 의신으로 내려오거나 우리를 앞서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겨울 산행이라 그런지 10여명의 20대의 남자들 뿐이고 2명의 여자 대학생이 보인다. 숙박료 5000원과 담요 대여료 1000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간다. 산장의 열풍기는 등유를 사용해서인지 공기에 기름 냄새가 묻어 있다. 취사장에서 카레와 햇반을 물에 데우고 라면을 끓여 저녁으로 먹고 잔다. 익산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 보려 하니 신호가 안 떨어지고 휴대폰의 전력만 소모한다.

새벽 4시쯤에 천왕봉의 일출을 보려 하는지 일단의 무리가 벌써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나와 집사람은 7시에 일어나 참치김치찌개를 끓이고 또 햇반을 데워서 아침을 먹는다. 남은 찌개는 학생들과 나누어 먹고 9시쯤 장터목산장으로 향한다. 이 길이 능선이라 지리산의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지리산 남쪽과 북쪽의 작은 봉우리가 잘 보인다. 남쪽의 계곡이 북쪽보다 험하다. 집사람의 느린 걸음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장터목산장까지 3시간이 걸린다. 이래서는 천왕봉까지 갔다 오면 백무동의 6시 버스를 놓칠 것 같다. 장터목산장에서 1500원의 컵라면을 먹으면서 천왕봉은 포기하기로 한다.

백무동의 하산길은 재미없다. 힘들지도 않고 나무에 가려 보이는 전경도 없고. 북쪽이라 햇빛이 안들어와서 눈이 꽤 남아 있다. 계속 아이젠을 신고 내려간다. 의신입구와 달리 내려가면서 몇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눈 쌓인 산을 오르는 남녀 대학생.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중년의 부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셋, 여자 하나. 혼자 올라오는 30대의 남자.

백무동에서 집사람과 도토리묵을 안주로 국화주 한 병을 비우고 4시30분의 인월로 가는 버스를 탄다. 인월로 가면 도시로 가는 버스가 많기 때문이다. 백무동의 마지막 버스는 7시 30분이다. 미리 알았으면 천왕봉도 갈 수 있었는데. 인월에서 남원행 버스를 타고 남원역에서 익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익산에 와 보니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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