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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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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잠을 잔 탓일까.
머릴 흔들어 보지만 가수면 상태의 멍함은 좀체 가시질 않는다.
이런,,,벌써 오후 4시다.
이틀 연속 술을 마셨더니 하루 종일 자다 깨다 하다 이제서야 몸을 추스린다.
요즘 들어 술을 마시면 담날이 넘 힘들다. 좀처럼 술기운을 이겨낼 수가 없다.
나일 속일 순 없나보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가..TV에서 연신 캐럴이 흘러 나온다...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이래봐야 옷가지와 먹거리 몇가지 뿐일 터이다.
아니다....지리산엔 눈이 왔다고 그랬다.
아이젠도 챙겨야 한다.
그리고 혹시 모를 조난(??)에도 대비해야한다.
혼자 하는 산행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그리고 단독 산행중엔 혹 무슨일이 생겨도 미리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대처하기가 난감하다.
야간 산행도 준비해야 할거같다. 랜턴을 찾아봤다..역시 없다.
두달 전 이사하면서 많은 것들을 버린 탓이리라.

이럭저럭 짐을 다 싸고 나가서 저녁을 먹었다.
뭘 먹었는지 기억에 없다. 이런 젠장...
산행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탓이리라...

암튼 그렇게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갑자기 넘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져 이젠 그 사전적 의미 외엔 아무런 의미 전달도 하지 못하는 죽은 단어...
그러나...
가끔씩,,,, 불쑥 기어나와 날 미치게 만든다.

익규형에게 전활했다.
두달전 쯤 만나곤 첨이다.
지금 지리산엘 갈 건데 같이 갈 수 있냐고 물었다.
역시 익규형이다. 지금 나오겠단다.
한..30분쯤 후에 형이 나왔다.
지난번에 봤을때보다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 내 맘도 한결 가볍다.
그땐 진짜 말 붙이기도 넘 미안할 정도 였는데...
(당시 형은 CPA 2차를 앞두고 2년여 사귄 여자 친구와 깨지고 그 바람에 시험도 떨어지고 난 직후였다.)

밤 12시 진주행 버스를 탔다.
대진고속도로라고 새로 길이 나서 3시간 50분이면 도착한단다.
도착하면 3시50분..
진주에서 중산리까지 가는 버스는 6시 50분에 있다. 그럼 정확히 3시간이 뜨는군.
뭐..이런 생각을 하다가 잠들고 또 깨고 하면서 진주에 도착했다.
3시 55분..거의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진주...첨 밟아보는 땅. 뭐 그리 낯설것도 없지만 그리 편치도 않다.

3시간 정도 쉴 수있는곳을 찾다가 눈에 보이는 불.가.마.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런곳은 첨이라 약간 긴장도 된다.
프론트에서 값을 치르고 옷가지와 열쇠를 들고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헉
여자들이 있다..물론 남자들도 있다. 글고 당근 옷도 입고 있다.
불가마란데가 원래 남녀가 같이 있는곳인가부다.
암튼 옷갈아입고 나와서 맥섬석과 옥석방을 들락거리면 땀을 뺐다.
참 희한한게 땀을 그렇게 흘렸는데도 이게 전혀 불쾌한 느낌이 없다. 맥섬석이라...흐/

5시 50분....중산리가는 버스를 탈려면 한시간 남았다..
불가마에서 나와선 근처 해장국집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로 맛있다. 원래 이렇게 기름기 많은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서도..
택시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중산리가는 버스를 탔다.
중산리까지 1시간 10분 걸린단다. 그럼 8시나 되어야 산행을 시작할 수 있겠군.

버스를 타고가는 도중에 날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날이 꽤나 차다. 역시 산기슭이라 다르다.
그러나 그 공기의 상쾌함이란... ^^

중산리...
마을 곳곳에 보이는 민박집간판들이 없었던들 여느 산마을들과 구분하기 힘들었으리라.
지리산 중산리 매표소까지는 중산리 마을을 휘감고 있는 도로를 따라 한 2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했다.
매표서에서 표를 사는데 관리인처럼 보이는 젊은 아저씨가 익규형의 매끈하게 생긴 캐주얼화를 나무란다.
그 신발로는 천왕봉까지 어림도 없으니 중간에 내려오란다.
일단 알았노라고 했지만 그럴리가 없다. 우리 성격에....흠.

그렇게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섰다.

익규형이 객적은 농담을 던진다.
지리산을 연고로하는 프로야구팀을 만들면 재밌을 거란다.
홈 경기에는 민무늬 전투복을, 어웨이 경기에는 개구리무늬 전투복을 유니폼으로 입고...
지리산 노고단 쯤에 스타디움을 지으면 콜로라도 쿠어스 필드에 버금가는 투수들의 무덤이 될거라나...
그렇게 걷다가 말이 없다. 익규형이 조금씩 앞서기 시작한다.
앞서 가는 형의 파커위로 땀이 증발한 김이 피어오른다.
형이 멈춰서서 파커를 벗는다. 그리고 내 배낭을 자기가 메고 자기 파커를 나보고 들란다.
파커가 배낭보다 더 무겁다...이론 젠장.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리가 풀림을 느낀다.
계속 돌계단들이 이어진다.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돌계단들이 기다린다.
돌계단이 어디까지 뻗어 있을까 위를 보기가 겁난다. 그냥 바로 코앞의 계단만을 내려다 보고 걷는다.
마치 내 인생살이 같다.
입사하고 나서 한번도 먼 시간 후를 내다 본적이 없는거 같다.
아니 마치 돌계단이 어디까지 뻗어있나 보기를 두려워 했던거 처럼 내 앞날을 내다 보기를 두려워 했던게 아닐까.
머리가 아프다...

10시 30분 로터리산장..
이름도 로터리 산장이라.....흠.
여기서부턴 눈이 제법 많이 밟힌다. 아이젠을 챙겨온게 잘 한듯싶다.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법계사에 들러 물을 채웠다. 물 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이제 돌계단은 많이 보이진 않는다. 다행이다.
대신 능선을 타게 됐다. 눈도 많다. 깊은 곳은 40센티정도까지 밟힌다.
그나마 다행인게 바람이 별로 없다. 능선탈때 바람은 죽음인데....
서서히 몸이 지쳐간다... 그러나 정신은 점점 더 맑아진다.
글쎄 이런 기분....뭐라고 해야하나...
모르겠다. 그냥 좋다...뭔가 정리해내기에는 지금 내 상태가 넘 엉망이다.
그냥 몸은 지쳐가는데도 정신은 점점 더 맑아지는 느낌...그 뿐이다.

들고 가던 파커를 껴 입었다. 상체가 마치 부풀어 오른 풍선 모양이다.
많이 더울거라 생각했는데 괜찮다.
앞에 천왕봉이 한 손에 잡힐만큼 다가서 있다.
뛰면 한달음일거 같기도 하다....
길도 계단길과 달리 바위도 오르고 밧줄도 타고... 재미있다.

출발한지 4시간만에 천왕봉에 올랐다.
글쎄...날이 날인지라(크리스마스 이브) 사람들이 별로 없다.
썰렇한 느낌마저 든다.
바람도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역쉬 천왕봉에서 내려다본 산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깊고 크다. 삼남을 호령하는 영산답다.
빨치산.. 그들은 이런 산에서 어떻게 싸웠을까.. 감히 상상으로도 닿기 힘든 경지다.
아니...이런 산이기에 싸움이 가능했던거겠지...

익규형이 또 말을 걸어온다.
만일 한반도 중부쯤에 이정도 규모의 산이 하나더 있었다면 그들의 싸움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그렇기도 하겠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패한 원인중 가장 큰것 하나가 북으로부터의 고립이었으니...

그렇게 이리저리 뻗어가는 상념들과 언제고 거기 서있을 천왕봉을 뒤로한채 우린 발걸을 무겁게 떼었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형이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를 흥얼대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목놓아 부른다.
나도 따라 부른다.

먼 산 언저리마다..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너를 놓아주라는데
난 왜 널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 가자 하지 못했나..


그래서 형이 그렇게 선뜻 나를 따라 나섰던건 아니었을까...그녀를 먼산 언저리에 놓아주고 싶어서...
앞서가는 형의 어깨가 무척이나 애처롭다.

장터목산장에서 다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백무동으로 내려왔다.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길은 정말이지 넘 힘들고 지루한 길이었다..
눈도 많이 쌓여 있었을 뿐더러 한 3시간동안 계속 내리막길이고 주변 경치또한 지루하기 이를데 없어서 너무나도 힘든 길이었다.

백무동 야영장에 도착하니 4시조금 넘은 시간..
백무도 주차장에서 함양으로 나오는 버스를 타고 함양에 나오니 6시가 갓 넘었다.
우선 목욕부터 하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10시 10분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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