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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2.09.26 02:43

지리산...(1)

조회 수 20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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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4일 날씨 맑음

항상 그렇지만 지리산 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한없이 설레인다.
도회지로 나갔다가 명절때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 이랄까...
첫 휴가 나와서 연인을 만나러 가는 군인의 마음 이랄까...

처음 지리산에 발을 들여 놓았을때의 그 느낌...
제석봉의 고사목들... 연하선경의 비경... 장터목에서 본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처음 오른 지리산 천왕봉 에서의 잊지못할 그 일출은 나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후로 16년이란 길다면 긴 시간을 일년에 평균 십여차례씩 지리산 자락을
헤매이고 다녔건만...
지리산을 향한 내 짝사랑은 변할줄 모른다.
아마도 그때 지리산이 내게준 큰 감동의 여운이 내가슴에 항상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며칠전 휩쓸고 지나간 태풍 "루사"의 흔적들이
전쟁의 폐허처럼 곳곳에 남아있다.
"루사" 때문에 인터넷 예약을 해놓았다가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가게
되었는데...
마음이 가볍질 않다.

"루사"는 지리산도 가만 놔두질 않았다.
마천과 반선의 갈림길인 산내면에도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
산내면을 관통하며 흐르던 그맑은 시냇물도 "루사"로 인해 엄청난 재앙
덩어리로 바뀌어 버렸다.
그나마 "실상사"는 괜찮아 보여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댐건설 계획으로 수몰 될뻔했던 실상사가 아닌가...
어떻게 지켜낸 것인데... 불행중 다행이다.

온마을은 진흙뻘로 변해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종주때마다 며칠씩 차를 주차 해두던 곳도 복구장비 들로 인해 빈자리가
없었다.

순간 갈등에 휩싸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이대로 산에 올라가야 되나...
십수년전 부터 다니던 마을인데...
수재민들은 수해복구로 저렇게 정신이 없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천연덕스럽게 차에서 내려 베낭을 메고 산에 들어
간다는게 영 마음에 걸렸다.
어찌해야 될지 몰라 산내면 근처에 차를 정차를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끝내는 지리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핸들을 반선으로 꺽고 말았다.  죄스러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차 꽁무니에 매단채로...

뱀사골 계곡 입구인 반선정류소 근처에 차를 주차 해놓고 근처 상가에 들러
스프레이파스를 한통샀다.
상인들도 이번 태풍피해로 인해 등산객들이 많이 줄어 손해가 많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피해를 입은 근처마을의 주민들께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것 같았다.

커다란 뱀이 죽은 골짜기 라고 해서 뱀사골 이라고 하던가...
계곡 초입에 있던 빨치산 토벌 전적기념관이 있던 자리는 뭔가를 새로 짓느라 어수선한 느낌이였다.
옛날엔 그자리에 사찰이 있었다던데 그냥 사찰이나 짓지...

성삼재로 향하는 지리산 횡단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항상 느끼는것 이지만 이 도로를 볼때마다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보는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백두대간의 시작점인 지리산을 관통하는 도로...
그래서 시작 하자말자 그 맥을 끊어 버리는 도로...
이렇듯 백두대간의 맥을 끊어 버리는 도로가 전국에 칠십여개가 넘는다던가...
암튼, 인간들의 편리함에 이렇듯 하나둘씩 망가져 가는 모습을 그냥 넋놓고
보고만 있어야 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처음 이 도로를 낸다고 할때 지리산을 사랑하는 많은 산꾼들이 반대도 참
많이 했었는데...

한참을 걸어 달궁 야영장을 조금 지나자 운좋게 성삼재 방향으로 가는 차를
얻어 탈수가 있었다.
기사분 역시도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산꾼 이였다.
고마우신 기사분 덕분에 편안하게 성삼재에 도착하여 작별 인사를 한후
첫번째 숙박 장소인 노고단산장 으로 향했다.
산장 바로 밑인 무냉기 까지는 바닥을 전부 돌로 깔아서 산길이라기 보다
무슨 관광지의 산책로 같다.

무냉기의 어원은 "물을 넘기다" 이라고 한다.
원래는 노고단에서 발원한 물이 달궁계곡으로 내려가서 뱀사골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류 하는데 과거 일제 침략기에 악랄한 일본인들이 백두대간의
맥을 끊고자 인위적으로 화엄사계곡 쪽으로 물길을 돌려서 생긴 이름 이라고 한다.
일부 의식있는 사람들이 원래대로 복원하려 했으나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그것도 수월하지 않는것 같다.

노고단...
오래전에 어떤 산꾼이 나에게 고단하지 않다고 해서 노고단 이란 이름이
생겼다는 약간은 냉소적인 말을 듣고 씁쓸하게 웃은 기억이 난다.
언중유골 이라고 했던가...
그만큼 힘들이지 않고도 편하게 찾을수 있게 된곳 이라는 말을 비꼬아서
말한것 이겠지만 그말속에 뼈가 있는것 같아서 내심 동조 했었다.

산장에는 예상보다 등산객들이 그리많지 않았다.
"루사"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그러나보다.

대충 저녁을 해먹고 산책을 나왔다.
전에는 노고단 하면 가장먼저 운무가 떠올랐는데...
오염이 많이 되었나...
운무가 예전같지 않다.
그렇게 지리산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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