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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써본 산행기입네다.
부족한 점이 많이 있어도
너그러이 용서하시구 .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


ㅁ 지리산 종주 계획

ㅁ  산행개요
1. 주  제 : 백두대간의 시작을 알리며
2. 기  간 : 2002. 5. 18 ∼ 5. 19( 1박 2일)
3. 구  간 : 경남 산청군 삼장면(대원사) → 전남 구례군 마산면(화엄사)
4. 참  가 : 이의송, 박영숙 부부

ㅁ 일 정 표


ㅁ 준 비 물
1. 주식 : 쌀(7컵), 라면(4), 김밥(4인분).
2. 부식 : 김치(배추700g, 기타500g), 된장, 상추, 고추, 꽁치통조림(1), 김.
3. 간식 : 쵸코렛(6), 사탕(1봉지), 영양갱(4),레몬(4), 참외(6), 오이(4),
          소주(4홉 1), 커피믹스(6) 쵸코파이(6), 물(얼린물 2병), 물통(2)    
4. 기타 : 헤드랜턴, 세면도구, 면장갑(2컬레), 여벌옷(반바지, 윈드자켓, 우의, 긴팔면티, 양말),비상약품(맨소래담, 붕대,무릎보호대)수저,버너, 가스(1), 코펠(2조), 시에라컵, 스틱, 비닐봉지, 수첩, 펜, 라이터, 카메라, 필름, 화장지, 배낭커버, 지도, 라디오, 건전지

ㅁ 소 요 예 산 : 100,000원
1. 주  식 : 라면(1,500), 김밥(10,000) - 11,500원
2. 부  식 : 상추 및 고추(1,000), 꽁치통조림(2,500), 김(1,000) - 4,500원
3. 간  식 : 쵸코렛 및 사탕(3,000), 과일(5,000), 소주4홉(1,500),
            커피믹스(2,000), 쵸코파이(2,000) - 13,500원
4. 숙박비 : 입장료(2,600), 대피소 및 담요임대(14,000) - 16,600원
5. 교통비 : 집→순천역(2,000), 순천→진주(10,400), 진주역→터미널(2,400),
            진주→대원사(6,800), 화엄사→순천(10,000), 기타(5,000) - 37,200원  
6. 기  타 : 면장갑(1,000), 가스(1,500), 화장지(1,000),  - 3,500원  
7. 예비비 : 14,300원

ㅁ참고사항
1. 기상자료(5월19일)
   ○ 날       씨 : 흐리고 가끔 비
   ○ 해돋는 시각 :  5시 13분 45초
   ○ 해지는 시각 : 19시 34분 59초
2. 버스시간 : 진주→대원사(첫차 6:30 한시간 간격), 대원사→진주(막차 19:05)



백두대간 시작을 알리며(지리산종주 1박 2일)

  산불예방을 위해 2월15일부터 5월31일까지 지리산 주요등산로가 통제되어 이기간 동안
주말이면  내가 살고 있는 인근의 광양 백운산과 순천의 조계산을 집사람과 오르곤 하던
차에 지리산 등산로 통제구간이 5월11일부터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날인가.  

  나는 당장 5월 18,19일 1박2일 일정으로 아내와 함께 대원사에서 화엄사로의 지리산 역
종주를 결심하고 인터넷을 이용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먼저 열차승차권과 대피소 숙박예
약을 하고 계획서를 작성하고 장비를 챙겨놓고 학수고대 그 날을 기다렸다. 14일부터 비
가 내리더니 금요일 오전이면 그친다던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18일까지 계속 된다.

  산행 하루 전날 밤 아내는 시장에 가서 먹거리를 사와 내일 아침과 점심메뉴인 김밥을
싸고, 나는 여벌옷과 간식, 기타장비를 챙겨서 아내 배낭 30리터용 8kg, 내 배낭 40리터용
15kg를 꾸렸다. 내일 새벽 5시27분 진주행 무궁화열차를 타기 위해  나와 아내핸드폰에
모닝콜을 설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릴적 소풍 하루 전날 밤처럼 설레임에 도무지 잠
이 들지 않는다. 아내는 이내 시장보기에 피곤했는지 오늘밤도 예외 없이 마누라작사, 작
곡 특유의 안티자장가  "드르릉 드르릉"을 불러대고 있다. 어제 저녁 심혈을 기울여 설정
해둔 모닝콜이 무슨 소용이랴.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할 때쯤 작은방에서 자고있던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들놈이 울먹
이며 펄펄 끓는 머리를 감싸안고 방으로 들어오더니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는 것이다. 며
칠 전 똑같은 증상으로 진료를 받고 다 나은 줄 알았던 감기 증상이 재발한 것이다. 시간
은 5시를 향하고 우리부부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졌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놈 아침
밥 먹이고, 학교에 보내야 할 1일 가장, 나이에 비해 무척 어른스러운 우리 집 장남이 아
파 버린 것이다. 애들만 남겨놓고 산행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처남을 오라 했는데
밤샘 알바트 하느라 아침8시에 도착한다 했다.
  
  얼마나 마음에 그리던 지리산종주이던가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지 않은가. 큰놈에게 며
칠 전 먹이다 남은 약을 먹이고, 처남 오면 함께 병원에 갈 것을 부탁해놓고 주섬주섬 챙
겨서 택시를 타니 오전5시10분이다. 비가 그쳤다기보다는 잠시 소강상태다.

  5시27분 서울서 장장 천리 길을 넘게 달려온 진주행 무궁화열차에 몸을 싣고 지정 된
자석에 배낭을 풀고 조금 앉아있으니 순천에서 내린 승객들을 마중하고 들어온 차장 한
분이 등산복 차림인 우리에게 다가와 산행지를 묻는다. 아주 대견스럽게 1박2일 지리산
종주를 한다했다. 처음 이냐고 되묻는다. 그동안 2박3일은 여러번 종주 했는데 1박2일은
처음이라 했다.

  사실 나는 처음 산을 오르기 시작한 해인 1993년9월에 아주 무식하게 단독산행을 5∼6
인용 텐트와 있는 것 없는 것 다 챙겨서 20kg이상 된 배낭을 짊어지고 성삼재에서 시작
해서 중산리로 떨어지는 딱 한번의 종주 아닌 종주를 해본 것이 다였고, 아내는 한번도해
보지 않았었다. 차장아저씨 의심쩍은 듯 물끄러미 우리를 쳐다보더니 상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주시면서 자신의 산행기록이다며 참고하라고 건넨다.  건네 받은
A4용지 복사본 산행기록 펼쳐보니 지리산 주요 등산로 구간별 코스와 소요시간 등을 기
록해 놓은 중산리에서 성삼재까지 당일산행기록이다. 우메 기죽어 분다.

  열차 안에서 몇 차례 울먹거리며 아프다는 아들놈의 전화를 받고 아픈 아들을 두고 산
행을 결심한 우리부부의 매정함에 산행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6시57분 진주역에 도착
7시30분 대원사행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아내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김밥으
로 허기를 채우고, 대원사매표소 지나니 8시38분이다.

  20여분을 보도 블럭이 깔린 길을 따라 걷다보니 대원사가 시야에 가득하다. 산수 수려
한 절집은 구름에 휩싸여 고요한 아침과 함께 신비감을 더한다. 동물들이 자신의 배설물
로 영역을 표시 하 듯 우린 백두대간의 시발점을 표시하기 위해 아무 말 없이 절집 밖의
화장실로 향한다. 경내에 들어가 배설 한만큼 한 바가지 물 퍼 나 한 모금 아내 한 모금
또 나 한 모금 아내 한 모금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가.

  9시36분 밤밭골에서 배낭을 고쳐 매고 치밭목 산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등산객
은 고르지 못한 일기 탓에 우리 부부뿐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땀이 배출되지 않는 싸구리 비옷 탓에 다소 운행에 지장을 받는다.  30여분을 걸었을까
처음으로 50대 초반의 하산객 한 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지루한 산행은 계속된
다. 아내는 아들걱정에 표정이 밝지 못하고 아무 말 없이 걷기 만 한다. 11시21분 삼거리
에 도착 준비한 간식을 먹고 있노라니 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등산꾼이 하산길이다. 어
디로 하산할 것인지 망설이다 밤밭골로 길을 든다. 10여분을 쉬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
복하다 길가의 금낭화와 조우를 한다. 아내의 기분을 아는 듯 물기 먹음은 금낭화 바람에
하늘거리며 우리를 반겨준다.

  몇 분을 더 걸었을까 완경사지의 끝자락에 무제치기폭포 안내표지판 서 있다. 50여 미
터를 내려서니 몇 일 동안 내린 비로 웅장함을 더한 무제치기의 위용에 우린 딱 벌어진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하고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지나 기념사진을 찍어 줄 사람
없어 품앗이로 찍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달래 치밭목에 도착하니 40대 초반의 두 명
의 산사나이가 컵 라면 점심을 드시면서 인사를 건네고 오늘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계
획은 세석평전인데 욕심을 부려서 벽소령까지 간다니까 그게 호락호락 쉽게되지 않을 거
라 한다. 가냘픈 나의 천사를 의식해서인 것 같다.

  갈 길 먼 우리, 싸고 지고 매고 왔던 배낭 풀어 코펠을 챙겨서 천왕봉의 정기이어 중봉,
써리봉을 지나 취향기 감싸 안아 흐르는 치밭목 새미로 갔다. 이 세상 그어떤  감로수가
부럽겠는가!  콸콸 쏟아져 넘쳐흐른 치밭새미는 티클 하나 없이  순수로 가득이다. 탐욕에
눈먼 속세 위정자들 이물 먹고 정신차려 참 세상 열어보면 어떨런지..........
라면에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니 치밭목에 도착한지50분이 지난 13시13분이다. 한동안
급경사가 이어지며 고도를 높인다.

  여기저기 피고있는 하얀, 분홍, 연분홍 철쭉과 이름 모를 야생화 앙증맞고 귀엽기가 이
루 말 할 수 없다. 3월 백운산 상봉부근에서 보았던 얼레지 꽃이 써리봉에서는 이제서야
꽃망울을 터뜨린다. 두 달 가까운 시차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때죽나무의 하얀 꽃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는 피곤함을 잊기에 충분하다. 흐린 날씨 탓에 골짜기마다 어우러진
지리의 짙푸른 녹음을 조망할 수 없어 옥에 티다.

  써리봉을 지나 중봉에 올라서니 오늘처음으로 하산길이 아닌 등산길인 산꾼 한 분을 만
난다. 종주하시냐고 물어보니 당일산행이다 하신다. 천왕봉이 지척에 있나보다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가 연속이다. 산행예절이 아닌 걸로 알고있는데 목청 터져라 야호를 외쳐
된다. 나무와 풀 그리고 동물들이 놀라 몸부림을 친다. 자신들의 터전을 짓밟는 것도 부족
해 고성방가에 소음공해까지 일으키니 말이다.

  산에 오를때는 모름지기 아니 온 듯 조용히, 깨끗하게 그리고 자연 그대로를 되돌려주
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일 껍질은 물론 과일 씨 하나라도 주워 집에와 처리한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산행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물론 잘못 알고 그럴 것이다. 쉴만한 곳 어디에나 버려진 과일 껍질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곳은 어떠한가 편안히 쉬어 가는 곳 아닌가? 천고지 이상 되는 곳까지 파리들이 들끓
어서야 되겠는가?  

  천왕봉이다. 도착시각 15시17분 8시37분에 시작해서 6시40분 걸렸다. 안내산행 회원10여
명 가량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한 분에게 사진을 부탁해서 나는 여섯 번째, 아내는
두 번째 천왕봉 등정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장터목으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세석
이다. 대원사 길과는 달리 학생들의 단체산행, 안내산행  등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연하선경의 연하봉을 돌아서니 피곤함이 엄습해오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렸던 탓일까 머
리가 쑤셔된다. 운행하는 동안은 잘 모르겠는데 쉬기만 하면 두통이 심해진다. 아내는 아
직 피곤함을 못 느끼는 모양이다. 촛대봉에서 10분을 휴식하고 세석에 도착하니 17시30분
이다. 다시 10분을 쉰다. 몸이 좀 가벼워진다.

  아내와 상의 끝에 물을 보충하고 내일 편안한 산행을 위해 벽소령까지 가기로 했다. 벽
소령까지 6.3km 지루한 산행은 계속 되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몸은 지쳐 너덜지대
를 통과하는 것이 여간 힘이 들었다. 드디어 벽소령을 가로지르는 작전도로에 내려앉아
반듯한 길을 걷다보니 숲 사이로 불빛이 아른거린다. 오늘 우리의 안식처 대피소인 것이
다. 다행이 많은 비는 내리지 않고 오락가락하다가 지금은 잔뜩 흐려져 있어 학생들로 보
이는 등산객들이 벽소령 노천 주막에서 하루의 산행을 마감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19시45분이다. 12시간에 25km를 걸어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실내 취사장에 도착하자마
자 땀에 젖어 축축해진 상의를 갈아입고 아내는 예약 확인 하러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님이 밤에 200여 미터 밑에 있는 샘에 가는 길이 위험하다며 자신들의 물로 손수 쌀
씻어 물 받아준다 했단다. 거기에다 산행을 시작하고 핸드폰이 내내 되지 않아 아픈 아들
놈과 연락을 할 수가 없어 여간 걱정이 아니었는데 전화까지 얻어 쓸 수 있었으니 이 얼
마나 친절하고 고마운 일인가. 그분의 친절함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다행히도 아들놈은 나았고 외가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놀고 있다했다. 버너에 불지
펴 꽁치통조림에 묵은 김치 듬뿍 넣어 펄펄 끓여 놓고 밥지어 준비한 찬에 밥숟갈 뜰라하
니 오한에 피곤함이 극에 달해 두통이 심해온다. 모든 먹거리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속
이 매스껍다. 피곤하면 한잔하고 숙면을 취하려고 사온 소주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내일
을 생각해서 간신히 너댓숟갈 밀어 넣는 것이 첫날 저녁 전부였다.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허기진 배를 연거푸 채우더니  한 번도 피곤하다고 해 본적
이 없는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21시30분 식사를 끝내고 친절한 직원님에게  미처 준
비하지 못한 두통 약을 한 알 얻어먹고 방 배정을 받아 아내와 생이별하여  잠자리에 누
웠다. 잠시 후 약 기운 탓인지 거짓말 같이 두통은 멈추었고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22시에 소등이 되자 모두들 피곤했는지 코골이 삼중주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 93년
종주 때 너무 피곤해서 잠을 못 이뤄 뜬눈으로 날을 샌 경험이 있다. 오늘도 예사롭지 않
다. 잠자리가 바뀌고 지독한 코골이와 가끔가다 울려 퍼진 가스 폭팔음에 냄새까지 진동
이니 말이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기를 수 없이
반복하다 뜬눈으로 새벽3시 30분을 맞이한다.

  랜턴을 머리에 쓰고 배낭을 꾸려서 살금살금 대피소를 빠져나왔다. 하늘엔 오랜만에 별
빛이 반짝인다. 샘에 내려가서 세수하고 물 받아와 어제저녁에 지어 놓은 밥에 가득 부어
끓여서 아침을 준비하니 4시다.  아내를 깨워 식사를 끝내고 이튿날산행이 시작되는 시간
5시50분을 가리킨다. 비교적 어제보다는 길이 좋았다. 7시14분 별무리 없이 연하천에 도착
하니 여기저기 펑펑 쏟아지는 물이 시원스럽다. 아내는 세수를 하고 얼굴단장이다. 퉁명스
럽게 한마디 건넨다. "산에 와서 화장은 무슨 화장이야 못생긴 당신 누가 쳐다본다고" 썬
크림 바르는데 무슨 화장이냐며 못생겼다는 말에 화를 내며 대꾸한다. 그러는 사이 어제
벽소령 대피소에서 만났던 육십대후반의 노인 한 분과 육십대초반의 남녀 두 분이 도착해
목을 축이고 앞서 출발한다.

  10여분을 더 지체하다 7시32분에 연하천을 출발해 화개재 못 미쳐 그분들을 다시 만 날
수 있었다. 머리가 하얀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영감님에게 어디서 출발했느냐고 물으니
어제 중산리에서 시작해서 성삼재까지 가신다 했다. 연세가 일흔  하나라 하신다. 너무나
도 멋진 인생이다. 할아버지 길을 열어주시면서 앞서가라 하신다. 고맙다는 인사 건네고
화개재 내려서니8시48분. 삼도봉을 향해 치고 오르니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 계단이 진땀
을 빼게 한다.

  9시 11분이다. 삼도봉 정상에 배낭 내려놓고 2∼3분쯤 지났을까 우리에게 길을 비켜주
셨던 할아버지가 "젊은이들 쉬는 기여" 하시며 앞서가신다. 동행하던 두 분은 뒤쳐져 10
여분 후에 도착했다. 70대노인의 강인한 체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부부는 할아
버지의 무병장수를 빌어드린다. 수 차례 지리산을 다녀 봤지만 둘 다 반야봉은 한번도 가
보지 못했었다. 심설이 쌓인 지난겨울 화엄사에서 반야봉 당일 산행을 계획했으나 여기저
기 눈꽃이 만발하고 온통 순백의 별천지에 매료되어 아내 사진 찍어주다 노루목에서 발길
을 돌린 적이 있다. 삼도봉을 조금 지나 반야봉으로 발길을 올렸다. 생각보다는 먼 거리였
다. 여인의 둔부를 정복하기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10시7분.

  멀리 천왕봉이 구름사이로 스치운다. 발아래 펼쳐진 지리연봉 육신들은 짙푸른 녹음과
운해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노고단이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기념사진
찍고 내려와 지리의 샘물 중에 가장 시원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임걸령 샘물 한바가지 떠
마시고 산행을 계속했다. 돼지평전 못 미쳐서  산에 흠뻑 빠져 있는  고향선배인 김상덕
님과 아내의 직장 상사이신  김하종 님을 만났다. 무척이나 반가반가였다. 술 한잔을 권하
는 하종 선배님의 청에 아내 몫인 캔 맥주하나 얻어 아쉬운 작별을 하고 노고단에 다다르
니 정각 12시다.

  성삼재에서 오른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노고단을 뒤로하고 대피소에 도착 나의
특허 메뉴인 라김밥(라면, 묵은김치, 밥)섞어찌게를 요리해 어제 저녁 못 먹었던 4홉들이
소주 꺼내 옆자리 대간하는 친구에 권하였더니 딱 한 잔 마시고 사양한다. 아내는 맥주
한 캔 나는 소주4홉 마시고 일어나니 머리는 핑글 갈 길이 멀다. 화엄사로 내려가는 길은
눈감고도 다닐만한 길이다. 샐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 한 길 아닌가.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진지 모르겠다. 평소 좋지 않은 무릎관절이 시큰거린다. 15시30분 부처님
오신 날이라 연등과 불자들로 가득한 화엄사에 안기면서 지리산 종주의 희열을 맛본다.
길게만 느껴지는 정말 걷기 실은 아스팔트 포도를 20여분을 걸어 정류소에 도착했다. 긴
산행의 종지부를 찍는다. 화룡점정(畵龍點睛)

산행후기
  1박2일은 무리라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아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가냘픈 나의 아
내는 1년 전 만해도 어깨통증, 두통, 현기증 등으로 병원에선 VIP고객이었다. 이번 산행도
중에 느꼈지만 작년가을부터 시작한 아내의 본격적인 산행은 나보다도 훨씬 산을 잘 타는
강인한 체력을 만들었다. 건강해진 아내와 벽소령산장 국립공원직원의 친절함에 감사드린
다.    
  1963년 5월 19일에 태어난 나 2003년 5월19일 39돌을 맞아 뜻깊은 지리산 종주를 마치
며 동동주 두 투가리로 자축파티를 열었다. 우리부부의 백두대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다음달인 6월13∼15일(2박3일)은 68세인 모친을 모시고 지리산 탐방 예정임.
          
                            
                
          
  
  • ?
    맑은날 2002.06.13 00:32
    와, 멋있습니다. 무탈하게 종주하시길 기원합니다.
  • ?
    등산초보 2002.06.20 17:28
    저와는 정 반대로 종주룰 하셨군여.저도 백두대간을 종주하려고 하는데 산행기를 계속올리시면 도움이 되겠네여
  • ?
    오 해봉 2002.09.15 16:17
    젊은 부부의 산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 계속정진 또 정진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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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3 아 ! 칠선계곡 4 허정 2002.06.15 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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