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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347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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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잘 보내셨어요?

저는 산속에서 뜻 깊은 추석 보냈습니다.

하필이면 비가 내렸습니다.
비오는 날은 일도 하러 나가기 싫은데...
산행이라니...

비옷하나 사들고 남들처럼 법랑컵 뒤에 달고 산에 올랐습니다.

3년전에 첨 왔었지여

그땐 화엄사 계곡을 따라 큰 짐 지고 죽을동 살동 올라 왔었는데
이번엔 잔머리 좀 굴렸습니다.
산을 누리며 가겠노라고..
종주가 목표가 아니라 산을 누리며 가겠노라고..

놀러코스터보다 지겨운 성삼재행 버스를 견뎌내고 내리니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망대에 도착 했습니다.
비오는 날의 전망대 운치 있습니다.
인터넷도 됩니다.
차를 한잔 마시고 비속으로 비속으로...

가던 길에 홀로 걸어가는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가서 인사를 했죠
치리산은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첫 표정이 어찌나 아름답웠던지......
그러나.....

노고단에 이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밥을 해먹고 11시 25분 출발..

" 포기할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 포기 하지 않으면 후회 하실 수 있습니다.
  포기 하시려거든 지금 하시지요 !"

" 아니요 !"

그래서 우리는 걸었습니다.비속을...

사실 저는 두려움에 사로 잡혔었습니다.
노고단 취사장에 10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를 데리고 엄마 아빠가
들어왔는데 종주를 마치고 들어오는 여자아이의 눈빛을 보니 살기가(?)....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홀로 밤길을 걸어야 했던 생각....
혹시 무슨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내내 조마조마했던 그때
기억이..

한 두시간 쯤 걸었을까 ...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야호 !!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 시각이 6시30분쯤 ...
어두워지는 길을 걷는데 멀리서 사람소리가 웅성 웅성 어찌나 반갑던지
계단을 날아갈듯이 내려갔습니다.
마치 나를 위해 계단이 만들어진것 같았습니다.안기듯이 내려와 보니 사람들과
시원한 물소리...

취사장에 가스등불 아래서 밥을 해 먹고,
마당 테이블에 앉아 고이 간직해둔 것을 꺼내서 법랑컵을
유용하게 썻습니다.
옆에 두분의 여성분들이 한잔 달라는 눈치였는데 매정하게 거절했던것이 마음에
걸리는 군여
낼 몇시에 출발 하실꺼냐고 물으니 10시....어디까지 가시느냐고 했드니 장터목까지
라나 모래나 .....
보름달을 볼려고 단단히 벼르고 왔는데 구름사이로 보일듯 말듯하더니만
이내 얼굴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사실 원래 계획은 벽소령에서 명월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번 왔을때 벽소령에서 잠자다 깨어나 바라보던 달빛이 사무치게 그리웠었기에

아침 5시 알람소리에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고 맑게 개인 하늘을 바라보니 깨끗..
식사하고 7시10분 출발
벽소령까지는 1시간 남짓이면 갈수 있는 거리였는데 뒤에 거북이가 따라 다녀서
3시간 걸린듯....
중간에 어떤 젊은 사람은 손에 봉투를 들고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다 주워가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나도  길에 보이는 쓰레기 주워서 왔습니다.
물론 산장 화장실에 버려두고 왔지만..(벽소령 산장 직원님들 죄송합니다.(ㅜ.ㅜ))
여전히 벽소령은 멋있었습니다.
약간은 외로운듯 보였지만..
또 어제 옆에 앉았던 두분 놀랍게도 정신차리고 벽소령에 우리뒤를 따라 왔더군여
벽소령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 !

가장 길이 험난하다는 세석가는 길..
그래도 가장 산길답고 가장 멋있는 경치가 펼쳐졌습니다.
안개가 바로 앞에서 올라오는 장면도 바위에서 바라볼수 있었고 ...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정겹게 인사도 하고 사진도 한방 찍어주고..
저런 산속에서 신선처럼 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도 한번 해보고..
세석에 도착한 시각이 4시30분
거북이는 늦어서 밥을 먹지 않고 간다고 해서 보내고 나만 세석에서
밥을 먹는데 쥐가 들락날락 사람들이 있는데도 유유히 다니는 그놈이 귀여워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세석에 사는 쥐라서 "쥐석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메뉴는 카레라이스 ... 햇반하나 3000원에 사서 끓는물에 넣어서 뎁히고
3분만에 된다는 카레를 얹어서 고추장에 비벼먹는데 어찌나 맛이 일품인지..
옆 테이블에 장터목까지 갈려다가 산장 예약이 안되서 포기하고 내려간다는
50대 부부가 왔는데 아저씨가 소주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시길래
간직해두었던 거 한병 꺼내서 드리고 세석을 출발 하였습니다.
아참 세석에서도 두분의 여성분 만났습니다.
거북이는 어디쯤 가고 있는지 .....

5시 쯤에 세석을 출발했는데 6시 조금 넘어서 장터목에 도착
중간에 거북이 만남.

대기자로 예약을 했지만 아무소용 없다는 직원의 말에 서운함이 밀려왔지만
배낭안에는 고이 간직해둔 그넘이 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고
바람불고 안개가 밀려오는 대피소 앞마당에 자리를 깔고 밥을 먹다.
차가운 바람,축축한 안개...두꺼운 옷 조차 챙기지 않았는데...
다행히 예약부도를 낸자리에 노인분들,장애인,어린이,여성,...그 다음에
내 차례도 돌아왔습니다.다음부터는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예약 안하시면
비박할 각오 하시라는 직원의 엄포를 듣고서야...

다음날
새벽4시 15분에 입구에서 만나자는 '거북이'와의 약속을 야속하게도
핸드폰의 배터리가 다 된 관계로 무참히 어기고 4시 40분이 되어서야
일어나 보니 이미 떠나고 안보임 혹시나 하는 생각에 20분을 더 기다리다가
5시에 출발하다.
천왕봉 가는 길은 정말 험난했다.
후레쉬를 들고 가는데 건전지가 다 되었는지 자꾸 희미해져가는 불빛이었지만
그래도 죽을듯 살아나고 죽을 듯 살아나는 불빛이 너무나 고맙기만 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가족단위 탐방객들을 많이 본것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산길을 걷는 엄마를 비롯해서
엄마 아빠가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두 여자아이를 데리고 바위를 타기도 하고
아빠가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 보이는 아들 손을 붙잡고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등등...
천왕봉에 다 와 가는데 특히 마지막이 바위를 올라야하는 험난한 코스가 나온다
여기만 넘으면 정상인데.....
초등하교 저학년쯤 되보이는 여자아이가 바위중간에 앉아서는 "나 안갈꺼야!" 하고는
버틴다.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달래느라고 힘이들고 뒤에 진 짐은 또 얼마나 무거웠을까
.....역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언니는 아무말 없이 애태우고...
"그래서 내가 가지 말자고 했지... "아이는 땅 바닥에 주저앉아 고집을 피운다.
이 바위만 넘으면 정상인데...
지나가는 산행인이 한 마디 거든다. " 따라올라온게 잘못이지? "
일출은 못보고 거북이 와는 서먹서먹..
여기서 또 그 두여인을 만나 과자를 나눠주고는 헤어졌다.

천왕봉을 내려오는 나는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면서 내려온다.

저만치 중학생쯤 되보이는 아들과 초등학생 쯤 되보이는 딸 을 데리고 엄마 아빠가
길을 내려간다.
아들이 " 다시는 지리산에 절대 안 온다."

엄마가 하는 말이 " 그러소리 하지마라 너 있다가 엄마 나 안보이면 지리산 간줄 알아요
하고 배낭 메고 사라질지도 모르니..."
그래도 아들은 절대 절대 안 온다고 우긴다.
'절대' 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시인마을 이라고 붙은 간판이 정겹다.
" 자연이 시인을 만든다" 고 했던가?

거북이와 나는 식사후 헤어졌다.
거북이는 백무동으로 내려가고 중산리는 내 차지가 되고...

산장에서 나누던 얘기가 생각난다.

" 가끔 좋아하는 남녀가 함께 지리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어떤 커플은 사이가 아주 좋아져서 연인이 되어 내려가게 되고
  어떤 커플은 아예 갈라서게 된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
    쉴만한 물가 2007.09.28 09:13
    진솔하면서도 재미있는 산행기를 잘 읽었습니다. 종주를 마치 동네 뒷산 거닐듯이 다녀오신 것 같습니다. 목장길에 가을꽃이 많이 피어있겠지요? 좋은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종광 2007.09.28 19:05
    추석을 산에서 행복하게 아름답게 보내셨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
    이안 2007.09.30 22:16
    저의 첫 종주를 생각하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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