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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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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출발하는 산행은 무박이므로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지만
그래도 새벽 출발보다는 낫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오랫만에 백두대간팀에 합류하는 주말에는 잡다한 집안일을 정리하고
낮잠을 자지 않고 견뎠건만 버스에서 전혀 잠을 잘 수 없었으니
지리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운 흥분이 일어도 약간의 불안감을 여전하다.

더구나 함산은 언제나 나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크게 작용한다.
한달여 전에 칠선계곡을 다녀왔으므로 지리산 자락에 들기로는 한달에 한 번씩이니
이만하면 지리인으로 자청하기에 손색이 없지 않을까..

명성과는 달리 지리산 제 2구간을 신청자는 연필 한타스와 같은 숫자.. 12명..
사당역 1번출구에 도착하니.. 22시 10분
10분 늦었으니 면목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얼굴에 선박용 강판을 깔기로 했는데..
무박 버스는 다 떠났는지 달랑 우리 버스만  서 있고.. 낯 익은 반가운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큰.. 수지님..  반갑게 인사하고..
- 선물 받느라 유난히  반가운 척 ㅋㅋㅋ
원일님과 한집 사는 자연님..  대간길 환송에 나오시다니..
- 맛 있는 식사에 대한 답례로 반가운 척 ^^

출발 전부터 왁자하니.. 반가운 분들과 해후를 하고..
버스는 주룩~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죽전에서 샘나게 이쁜 누가그래님을
태우고.. 텅 빈 주말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한가한 무슨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려 주니.. 잠시 물도 긷고   손도 씻고..

다시 버스에 올라 자는 척~
잠이 오지 않는데 구불 구불.. 느낌이 그러니 눈을 들어보니 희미한 가로등에
비추이는 거리는 '인월' 이라는 지역명이 나온다.

인월이면 어딘가..
내가 맨 처음 혼자 종주를 다녀 간 지난 해 9월..
백무동에서 마지막 버스를 놓치고.. 어디서 서울로 가는 차를 타야할지를 몰라
지리산 종주 계획자였던 S와 통화 도중에 나온 지명이다.
인월까지 가면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이었는데..
왠만한 대한민국 지도를 다 외운다고 자신하던 나는 인월이라는 지명을
그에게서 처음 들었다.

헌데 나중에 보니 제법 알려진 소읍인 인월이라는..
인월을 지나고.. 백무동 마천.. 등 내가 아는 지리산 관련 지명들이 눈에 들어오니..
지리산 자락에 들었음으로 가볍게 흥분마저 이는데..
얼마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 버스가 내려 준 곳은 나무로 조각한 장승들이
줄비한..  음정마을 입구였다.

아리아리님이 말씀하셨을까?
그 새 아기 장승을 많이 출산하여 식구가 늘었다는데...
푸르미님등.. 지난 1월에 백두대간 2기를 출범하는 날 첫 구간인 중산리~노고단을
진행하다가 지독하게 내린 눈으로 인해 통제된 지리산 벽소령에서 아쉽게도 하산한
추억을 무용담처럼 말해준다.

그 때 나의 소백산 동지인 산지기님이 산우님들을 눈밭에 파묻었다는..  소설같은
사실을 들었다.

음정마을에서 싱글박님의 지휘로 체조를 한다.
나 혼자 지리산에 들 때에는 혼자 성삼재에서 체조를 하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나를
재미있게 바라보는 것에 비하면.. 오늘은 비록 12명의 산우님들이지만 단체를 이루니
든든하여 좋기도 하다.

체조를 끝내고 배낭을 메고 오르는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한 마을 길인데..
하늘에 별이 쏟아지게 많다.
그 별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데... 참 오랫만에 은하수를 올려다 보며 걸으니..
7월의 여름 밤이 새삼스럽다.
1년 중 여름에 가장 별이 밝다는데 이해가 되었다.

지름길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진행하는데 잡풀이 나의 키를 능가하고
작은 또랑을 두 개쯤 건너고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들머리가 틀리지는 않겠지만 이 캄캄한 밤에 희미한 산길을 러셀처럼 훒고
걸어야 하는 것은 안전사고에 위험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는데..
- 대장인 높은하늘님만 가던 길을 진행하여  이후부터 연하천까지  우리는 대장없이
  진행했다.

음정에서 벽소령 가는 길은 약 6.4km....
잠을 자지 않아 졸립고 배낭을 바꾼 탓에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 무게와.. 새로 신은
등산화가 생각보다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처음에는 제법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었지만.. 점점 속도는 느려지고
오늘부터  부대장으로 출발하는 신난다님.. 걱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니..
아고나.. 갠한 함산을 했나부다.. 내 마음도 답답하다.
- 나중에 저녁 먹는 자리에서 신난다님은 중도하산까지 각오를 했다나 모래나 ㅡ.ㅡ

사실.. 별 헤는 밤을 걸어서 본전이다.
중도하산을 한다해도 전혀 손해날 일은 아닐듯 싶다.
거기다 나는 백두대간을 진행하지 않는 객원일 뿐이다.
그러니 여기서 하산한다고 해도 별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지만 내가 누구인가.
첫 종주에서도 혼자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도 걷지 않았던가..
또 지난 5월 화엄사~대원사 종주에서.. 지존인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인적 드문
중봉~써리봉~치밭목을 지나 대원사의 긴 긴 계곡을 비를 맞으며 홀로 걷지 않아던가..
배낭이 무거워도..  발이 불편한 등산화라도 나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은 있었다.

리더인 산행대장은 음정에서 벽소령까지 두시간을 잡았지만.. 내가 벽소령에
도착한 것은 03시 18분에 출발한 시각으로부터 약 4시간이 흘렀을 7시경이었는지...
잠시 간식을 먹고도 출발하지 못하는 것은 선등한 산행대장.. 높은하늘님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장의 실력으로 여태 음정 어디에 있을리 만무이고.. 모든 길은 지존인 천왕봉으로
통할터이니.. 그 곳에서는 벽소령과 연하천으로 향하는 길 뿐일터이니 하늘로 솟지
않고서야.. 당연 이 곳 벽소령에서 조우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대원들의 걱정이
커졌지만.. 일단 아침을 먹기로 한 연하천산장까지는 진행하기로 결론 짓고
연하천으로 Go~


연하천으로 가는 길...
대장은 1시간 30분으로 잡은 코스를..  두 시간 20분이나 걸려서 도착하는데..
미리 도착하신 선발팀들께서 아침으로 부대찌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사각케잌이 상처하나 없이 회장님의 생신 축하용으로 이 먼 연하천까지.. ^^
앞 뒤 팀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부대찌개와 라면과.. 진수성찬의 아침 만찬을 마치고
케잌을 커팅하여.. 그윽한 와인까지 마시고..  내 생전에 왠 호강인가 싶다.^^

연하천을 떠나며 아쉬움이 남는데 연하천에서 물을 500mm만 긷고...
어떻게 넘을것인가..  
명선봉..
토끼봉...
거기다 화개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나무데크 500여개..
그래도 넘었다.. 화개재까지 2시간 10분...
신난다님과 둘이 화개재에 도착하니.. 선두팀 박수로 맞아준다.
사진 찍어주고.. 선두팀 약을 올리며 휘릭.. 삼도봉으로 나르시고...

화개재에서..  40분이나 걸려서 삼도봉에 도착..
다 가버린 줄 알았던 선두팀.. 가족사진 찍기로 하더니.. 거짓말처럼 느린 나를
기다려 주는데.. 감격 감격!
감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원일님..  7kg의 수박이.. 배낭에 담겨 이 높은 삼도봉에... 흐흐흐..
삼도봉에서 수박이라..  

삼도봉에서.. 반야봉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단지 주능선을 걷는다는 생각외에는 다른 그 어떤 것도 욕심 내면 안되었는데..
아까 새벽에 본..  은하수와 쏟아지는 별들의 잔치는 본전이고..
그럼 수익이 나지 않는 이번 지리행..
더구나 배낭과 등산화의 부조화로.. 고생은 절절히.. ㅡ.ㅡ

하지만 연하천에서 든든한 아침을 먹은 덕에 아까의 졸림도.. 해소되고
지리산에 적응이 되어가는 컨디션으로..  사뿐이 노루목까지 도착하는데..
교차하는 팀 중에 밀양의 문수사에서 온 신도들께서 반야봉 묘향암 순례팀 중
한 분이 오던 길을 돌아간다는데 인솔 스님이 할머니를 부탁한다는데...
아고 내 갈길도 바쁜데.. 할머니까지ㅠ.ㅠ

할머니..  혼자 가실만 하건만  산길이 무서우신지.. 우리만 졸졸.. 따라오신다.
피아골에서 잠시 쉬고.. 사진 한 장 찍고..
임걸령에서  날진 물통 1500mm와 생수병에 500mm를 길었는데..
할머니께 물 좀 받으시래니깐 당신의 작은 물통안에 바닥이 보이는 물을 흔들어
보이시면서 걱정말라신다.
- 노고단까지 할머니의 물당번 하느라 나의 샘물 500mm날라갔음 ㅠ.ㅠ

신난다님..
느린 내 발걸음에 지친듯 보이지만..
할머니를 떼어 놓고 갈 수 없기에..  할머니를 재촉하는데..
정말 걷기는 나보다 잘 걸으시는데.. 세상에 점심도 거르신채 배가 고프신듯하다.
무엇을 드시게 해야는데.. 걸으면서 드신 적이 없으시니..
할머니 배낭에서 비닐에 담긴 밥을 꺼내 드렸는데..
아주 작게 드시다가 체기를 느끼시는 듯 하다.
여하간 할머니를 모시고.. 일행은 생각지도 않게 세사람이 되어.. 노고단을
500m 남겨놓고 전설적인 첫 종주에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었던 나의 돌의자를 발견하여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

15시.. 드디어.. 노고단에 도착하는데..
노고단.. 휑하다~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하산했을 것이다.
신난다님..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노고단 대피소로 가잔다.
아쉽지만.. 일행을 찾지 못하고.. 노고단 대피소에 내려..  배가 고프니 떡 하나 먹고
- 할머니는 노고단에서 물을 나눠 드리고 헤어졌다.

다시 걸어.. 상삼재 방향으로 향하는데..
신난다님.. 전화기 부부북(진동소리)
일행은 노고단 실물에서 우리를 기다렸다는데...
우리는 짝퉁 노고단만 쳐다 보다가 하산을 햇는데..

잉~ 억울하고.. 아깝지만.. 다시 가는 것은 택두 없는.. 일
양말 벗고.. 스틱 정리하고.. 배낭 정리하여 성삼재로 향하니..
일행중 선두팀  샛길에서 쨘~ 하고 나타나시고..

드디어 이산가족들 다 만나서..
기쁘게.. 성삼재에 도착하니....  산행 끄읕..
그런데 빗방울이 우두두둑~
산행 끝나자마자.. 지리산 빗님이.. 잘 가라고 인사를 준다.


*
이번 지리행은 새벽별과 함께 천왕봉 쯤에서 떠오르는 일몰의 잔해만
구경하고.. 음정에서 벽소령 오르는 길에 간간히 보여준 지리능파와
벽소령산장 뒤 뜰에서 내려다 본 능파만 보았을 뿐..
천왕봉도.. 반야봉도.. 돼지평전에서 보는 지리능파조차 보여주지
않아서.. 아주 잠시 섭섭했습니다.
사실 노고단쯤에서는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 ?
    김수훈 2007.07.18 15:20
    음정마을에서 벽소령 작전도로로 올라가는 지름길은 날등을 타고 가는데 웬 "도랑이 두 개?"
    음정마을에서 벽소령산장까지는 3시간, 벽소령산장에서 연하천산장까지는 2시간이 "초보산행 표준 소요시간"입니다.
    산행대장께서는 아마도 準 광속단이신 모양이지요. 본인은 광속단이어도 대원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깜박 하셨나?
  • ?
    부도옹 2007.07.18 23:42
    혹 노루목쯤에서 부터 노고단까지 함께 한 할머니께서 '관세음보살'이 아니셨을런지??
    좋은 일 많이 생기실 것같은 예감이 팍~~~~~~~~~ ^^*
  • ?
    슬기난 2007.07.19 07:19
    꼭두새벽 별보고 산행하는 재미를 들이면 안되옵니다^^*
    하루종일 빗속을 헤매고 집으로 향하는 때도 있는데
    그래도 이안님은 본전은 하신겁니다!
  • ?
    쉴만한 물가 2007.07.24 19:05
    그 별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데... 참 오랫만에 은하수를 올려다 보며 걸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요즘에 향로봉에서 보면 문수봉과 사모바위 근처에 반딧불(?) 이 자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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