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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여원재까지(2007년 5월12-13일)

새벽 4시에 우리 일행 7명은 중산리 매표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천왕봉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였다. 사위는 어두웠으나 시원한 바람이 간간이 소매를 스치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자자들 즈음 급격히 오르막은 시작되고 옥선생과 오선생은 뒤로 처져 그들의 랜턴 불빛이 숲 사이로 멀어진다. 로터리산장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바로 천왕봉을 치고 올랐다. 잔바람이 강풍으로 변하여 진행하기 여간 쉽지 않아 이미 정상에서 내려오는 산객들의 여유가 부럽다. 드디어 1915미터 천왕봉! 하지만 바람과 비는 등을 떠미며 어서 내려가라 한다. 장터목산장에서 일행은 모여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후 바로 세석으로 향했다. 안개구름과 비와 돌밭을 두 발은 수 없이 마주치고, 하지만 지리의 웅자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촛대봉을 지나 세석을 지날 때에는 빗방울이 굵어졌다. 그래도 찾는 이 많은 지리는 우리에게 영원한 안식처이다. 벽소령산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허기진 배를 주먹 김밥으로 채우며 잠시 온풍기에 등을 기댄다. 한분의 여성과 또 다른 남성이 떨어져 조용히 시집을 읽고 있다. 누굴 기다리는지 간간이 비 내리는 벽소령을 쳐다보며, 나도 그들처럼 한 구석을 차지하고 싶지만, 아직도 반을 더 가야 오늘 일정의 마무리이기 때문에, 한 시간을 지나 대용과 나는 먼저 형제봉을 지나 연하천대피소로 향했다. 지리지리, 비, 숲, 오르고 내리고, 가는 길은 끝이 없다. 연하천대피소 취사장에는 산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끊이고 먹고 웅성거린다. 나와 대용이도 한구석을 차지하여 춥고 배고픈 배를 달랬다. 체온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바로 명선봉으로 치고 오르니, 다리가 무뎌지고 배낭의 무게가 배가될 즈음 토끼봉 아래에 도착하였다. 아! 드디어 지리의 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구름이 골 아래로 내려가 지리 雲海가 되어 시야를 적신다. 땀은 보람으로 변하고 눈은 그저 멀리 열린다. 그리고 화개재를 지나 마지막 고비인 삼도봉 오르는 600계단이 앞을 가린다. 누가 묻거든 그저 오르지요. 내가 영등포 시절 처음으로 석교선생과 이곳을 오를 때는 흙길과 돌계단이 앞을 가렸는데 지금은 나무 계단으로 단장을 하여 오르기가 더 쉽지만 그래도 단번에 치기에는 독한 마음과 굳건한 근육이 필요하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경계선상의 삼도봉은 여전히 마음을 들뜨게 한다. 우측으로 불무장능과 왕시리봉 그리고 구름에 묻혀버린 구례와 섬진강이 바로 보일 듯하다. 눈을 좌측으로 돌리면 지금 지나온 천왕봉 능선이 아련히 잡힐 듯 하고, 뒤로는 낙조로 유명한 반야봉이 그 웅자를 구름으로 무장하고, 저 멀리 노고단은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대간에서 빗겨간 반야봉은 작년에 오른 것으로 갈음하고 임걸령에서 잠시 휴식 후 바로 돼지령을 지나 노고단 고개로 발을 옮긴다. 운무에 가려 지나온 대간길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고갯마루 코재에서 바로 종석대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물론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종석대 바로 아래에서 어둠과 운무로 대간길을 잃어 엉뚱한 길로 접어든 것이 실수(알바)를 하였다. 에너지는 고갈되고 온 몸은 비와 땀으로 무거워진 상태에서 종석대를 다시 오르기란 무리였는지 용대는 하산을 원한다. 길이 아닌 곳에서, 어둠과 운무에 싸여 1시간 30분을 헤매였기에 나도 그만 족함을 알고 성삼재 주차장으로 하산을 결정하였다. 그 후 2시간 후에 명구 선생님과 석교, 민권 선생이 무사히 지리 종주를 마치고 성삼재로 내려왔으며, 옥 과 오 선생은 벽소령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고 다음날 합류하기로 했다. 벽소령의 달빛은 지리 선경을 만든다는데 오늘 날씨로 보아 어려울 것 같지만 산장에서 고단한 다리를 쉬며 정적에 빠져봄직도 탁월한 선택임이 분명할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곳에서 밤을 보내고 쉽다. 물론 술과 친구와 달만 있다면 금상첨화리라. 명구 선생님은 누구신가 차로 납치해 가고 우리 4명은 콘도로 내려왔다.
다음날, 지리산 일성 콘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아침은 너무 찬란하게 내리쬔다. 석교와 나는 차를 타고 성삼재로 다시 올랐다. 성삼재 주차장 입구 못 가서 우측으로 조금만한 철문을 통과하면 만복대로 오르는 대간길이 있다. 5월의 신록 속으로 들어감은 청춘으로 돌아가는 열차에 몸을 싣는 것 같다. 어제 물속을 헤치고 지나온 등산화의 물기가 질척거리지만 다시 태어나는 풀내음과 숲의 향기 그리고 새소리는 우리를 다시 들뜨게 한다. 1438.4m 만복대가 우리를 맞는다. 그곳에서 보는 지리 준령은 명징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천왕봉, 그 앞으로 수많은 능선, 반야봉, 노고단 정상, 어제 헤매이던 종석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피곤은 사라지고, 살랑거리는 萬福臺의 바람은 어깨를 스치며 푸른 풀밭의 언덕을 내려간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들길에 누워 오래도록 맑은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그러나 감상도 잠시 능선을 내려 우리는 남원으로 넘어가는 정령치로 향했다. 갑자기 人山人海가 우리를 막는다. 바래봉 철쭉을 보기위해 전국 각지의 관광버스에서 등산객들을 쏟아내니 세 걸음 걷고 10분을 정지하는 그야말로 출근길의 정체가 따로 없다. 이 장관을 촬영하려고 KBS 헬기가 머리 위를 맴돈다.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하여 무리를 하게 된다. 가지덤불이 많은 숲길 우회로를 찾아보지만 번번이 막히고, 그러자 독도법도 희미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고리봉을 올라서서 좌측으로 난 대간길로 들어 내려섰어야 하건만 사람에 밀려 그만 세걸산쪽으로 향하고 말았다. 1시간 후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땐 돌아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다시 소위 알바를 하고 말았다. 다시 역으로 돌아 온 고리봉에서 석교 선생은 중지를 희망한다. 맥이 풀리고 다리가 어제보다 더욱 후둘거렸다. 고기리 삼거리 방향 하산길이 그나마 위안을 주는 흙길을 만들어 주어 다행이다. 30분 후 고기리 삼거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동동주 한 사발과 묵으로 배를 채웠다. 너무 맛있어 그 많은 동동주를 마셔버렸다. 겨우 힘을 얻은 석교 선생은 가재 마을로 다리를 옮긴다. 얼마나 기쁜지 도로를 따라가며 열심히 주식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마을을 지키는 수 백 년 수령의 소나무 네 그루를 지나 오늘의 마지막 산을 올랐다. 지리산에서 벗어나온 수정봉은 마치 그 옛날 뒷동산처럼 포근히 우리를 받아준다. 이어 입망치를 지나 암봉을 우회하여 목적지인 여원재에 오후 6시 40분에 도착하자 우리 일행이 우리를 기쁘게 반겨준다. 이것으로 석교 선생은 백두대간 중 속리산 구간까지를 모두 이어서 종주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이를 축하하였다.
(졸필을 먼저 읽어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선배님 홈페이지에 쓴 것을 급히 복사하는 바람에 읽기가 불편하였을 것을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우연히 들어온 커뮤니티에 티를 만들지 않았나 걱정되며 전적으로 제가 여러모로 초짜임을 아량으로 봐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
    오 해 봉 2007.05.17 14:30
    조선생님 긴산행 수고 하셨습니다,
    읽기좋게 배열정리가 되었으면
    드라면 좋을걸 그랬네요.
  • ?
    이안 2007.05.18 16:21
    중산리에서 이름도 이쁜 여원재까지 종주기를 잔잔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행간이 띄어지지 않아.. 숨을 몰아 쉬면서도.. 놓친
    곳이 있나 조심하며 읽었습니다.

    중산리~노고단은 제 발길이 닿은 곳이고.. 여원재까지는 눈에 익숙한
    지명이라 이해도 잘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
    슬기난 2007.05.24 17:51
    에구 기왕이면 화사한 날씨로 대간 첫구간 가시는 님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좀 해주시지,,,,
    힘들게 하신 종주길 오래오래 추억에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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