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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300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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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바쁨으로 설악산 노적봉암벽산행과 유선대릿지산행에 합류치 못한 아쉬움이 얼마전 설악을 1박2일로 다녀오고도 채워지질 않는다. 용아릉과 공룡릉, 설악의 비경들을 대하고도 더 심한 갈증에 시달릴즈음 불현듯 내게는 고향과도 같은 지리산이 떠오른다. 어리석은 이가 머물면 지혜를 갖게된다는 지리산에 홀로산행을 결정하고 일상의 바쁨을 뒤로 물리니 마음은 이미 지리의 골짜기들과 능선들에 머문다. 노고단을 향해 유유작작하게 거닐며 부드러운 산길을 대신한 신작로 같은 넓은 인공길이 못내 못마땅하다. 산행인구가 늘어나면서 수림을 헤쳐가며 나아가던 원시의 비경을 담은 산길들은 몇년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보면 어느새 신작로로 변해있음을 발견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길.. 내가 가진 화두이기도 한 '길'.. 산길에 접어들면 비움과 채움의 연속에 들기에 길은 내겐 언제나 설레임이다. 노고단의 짙은 운무에 가려있는 지리의 산그리메들을 상상하며 걷노라니 마음 절로 즐겁다. 산에서 만나지는 사람들은 언제나 정겹다. 오전 5시에 왕시루봉으로 올라 삼도봉을 거쳐 불무장등으로 하산하리라는 산객과 만나져 발걸음을 맞추니 홀로산행의 묘미가 더욱 배여든다. 임걸령을 지나는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잡힌다. 저 친구.. 깊은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지만 그 눈매가 오랫동안 만나길 고대하던 지인이 틀림없다. 저 친구가 산에 오르다니.. 예상치 못한 반가움을 어찌 다스리지 못하고 반야봉에서 점심을 하리라는 계획은 임걸령에서 주저앉고 만다. 이 친구는, 스스로 발하려 애쓰지 않고도 빛을 가질 수 있는 친구였다. 침묵으로 말하고 미소로 답하는 법을 아는 멋진놈이다. 자신이 가진 빛을 스스로 발하려 할때 그 빛은 쉬이 소멸하고 말지만 스스로 발하려 않아도 더욱 영롱하게 빛나는 이가 있듯 이 친구는 강한 자기주장없이도 자신을 드러내곤 하였다. 이 친구 일행들과의 산행을 아무런 주저함없이 따라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친구임이 깊이 각인되어 있었음이리라. 홀로산행에서 일행이 생겨 길을 따라 내딛는 발걸음이 더욱 힘차진다. 반야봉을 올라 묘향대로 향할 것이라는 산행코스가 계획한 산행코스와 마침 맞춤이기도 한 것은 행운이기도 하다. 묘향대.. 오래전 절친한 지인이 묘향암에 머물고 있었던 이맘즈음, 묘향대를 찾아들어 스님과 함께 세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지리의 비경, 이끼(실비단)폭포를 찾아든 적이 있었다. 지리산의 속살을 본듯한 그때의 기억은 시간적 제한과 공간적 제약의 범주를 탈피하는 그 이상에 머물고 있다. 그 이후 두어차례 더 이 길을 밟았지만 비탐방로로 지정된 이후, 원시림이 주는 이 길은 그 당시보다 더욱 희미해져 있었다. 길은 언제나 새로움으로 다가오곤 한다. 중봉으로 향하며 지인의 선두일행이 남긴 표식기를 따라 길을 접어들고도 묘향대가 나타나질 않는다. 오랜 기억을 믿기엔 표식기가 너무도 뚜렷했다. 묘향대에 들리지 못해 그 석간수에 입 적시지 못함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겨지고, 그로인해 이끼폭포를 향해 걷는 길에 의심이 깊어졌을땐 이미 되돌아서기엔 하늘빛이 너무도 짧아있었다. 지인의 선두일행이 남긴 표식기를 따르면서도 끝이 없는 듯한 내리막길에서 함께 길을 걷는 지인의 불안감이 가중되는가 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마음에 두려움이 깃들게 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중 가장 나약한 존재로 변하고 만다는 것을 잘 알기에 길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주입시켜본다. 1500고지의 성삼재를 문명의 이기로 오르지 않고 두발로 올랐다면 지금 내려서는 이 깊은 내림길의 골도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습한 기분 가득한 원시림의 내림길에 이끼의 세상이 펼쳐진다. 이끼.. 무기질의 바위를 유기질로 승화시키며 생명을 자리하게 한다. 비록 이끼폭포를 마주하진 못햇지만 그 못잖은 이끼의 향연이 펼쳐진 비경들을 담아보며 물소리에 자신을 맡기니 선계에 든 듯한 기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자신을 가장 낮춤으로 자연의 가장 으뜸에 자리하는 물, 물이 전해주는 소리는 길을 화두로 가진 내게 가장 큰 스승이기도 하다. 비로 흠뻑 대지를 적신 계곡길이 질다. 클라이밍 다운을 해야할 난코스도 적지 않다. 둘이하는 산행이야 그 속도를 잃지 않고 내려설 수 있지만 우리 뒤를 내려오는 많은 일행들은 우리가 가지는 어려움보다 더욱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산에서는 어둠도 급하게 찾아드는데 배냥속에 든 렌턴 두개와 자일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산을 내려서서 다시 서울까지 귀경해야 하는 처지인지라 발걸음을 멈출 수 없음에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해진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바쁜 발걸음으로인해 주위를 놓쳤는지 끝내 이끼폭포를 발견치 못하고 뱀사골 주계곡과 마주하고 만다. 그러나 어찌하리... 산이 주는대로 받아들 수 밖에.. 산이 내어주지 않음은 겸허하지 못한 자신의 탓이었어리라. 자연에게서 겸허함을 얻지 못하면 그 어느곳에서도 겸허함을 배울 수 없는 것 아니던가. 아쉬움보단, 당연하게 내게는 그 속살을 내어주리라 믿었던 나의 오만함을 뒤돌아 볼 수 있었던 지리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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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 2006.11.22 01:09
    참으로 멋진 기운을 발산하는 이곳의
    매력에 취해 그 감흥을 이겨내지 못하고
    절로 지난 산행기 한편 담게 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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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 2006.11.22 09:43
    카오스님의 지리산을 읽다가 제 첫 종주기를 올렸습니다.
    지리산이 닫혀 갠한 막막함이 일고 있습니다.
    갈 수 있어도 가지 않는 자유와 달라서 그런가 봅니다.
    좋은 노래까지..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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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6.11.22 13:28
    젊은 낭만의 카오스님 반갑습니다,
    자주 뵙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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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 2006.11.22 13:44
    가슴으로 하는산행기로 숙연함으로
    다시금 지리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평소 무척좋아하던 노래와 함께 행복한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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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난 2006.11.23 20:41
    욕심이 많아서인지 항상 긴 거리를 두발로 올라 내려설
    즈음이면 긴 내림길이 그리도 멀어보이기만 합니다^^*
    마음에 확 다가오는 멋진 산행기에 한참을 머물며
    지리자락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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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6.11.25 08:14
    못보고 지나친 아쉬움으로 다음을 기약하겠지요.
    간결하면서 멋진 산행기입니다.
    따로 논술학원을 다니시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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