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3605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어느 고승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삼도봉을 지나 터벅 터벅 또 걷는다.
지리산 종주길에 제일 긴 계단이 나타났다.
무려 598계단 이다
올라 오시는 분이 598계단 이란다.
어떻게 이걸 다 세었느냐고 물으니 계단에 써 있다고 한다
돌아보니 10단위로 계단에 써 있었다. 올라오면서 보면 희미하지만 숫자가 써있는 것이 보인다.


화개재에 11:20 에 도착했다.
뱀사골 산장으로 내려가 점심을 해 먹어야 하는데 200 m를 내려갔다 와야 한다.
산행선배들의 산행기를 보면 뱀사골 산장까지 갔다오는 것이 무척 힘든다고 한다.

아침도 안 먹었지만 행동식과 물로 배를 채워 그렇게 허기 지지는 않는다.
식수도 약 반 병쯤 남아 있다.
명선봉쯤 가면 총각샘이 있다고 하니 거기서 물을 보충 하면 될 것 같았다.

4.4 km 남은 연하천대피소에 빨리 가서 점심을 해먹자고 그냥 통과 했다.
그런데 이 4.4km는 두번 죽이는 산길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구간 중에 토끼봉( 1533.7m )과 명선봉( 1586.3m)이 있다.
토끼봉을 중간쯤 올랐을것 같다.

갑자기 탈진이오기 시작한다.
어제밤을 꼴딱 새우고 아침도 않먹고 점심도 않먹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지리산은 나의 안일함과 무모함에 경고를 주는것 같다.

명선봉 전에 총각샘이 있다고 하니 물걱정 않하고 행동식과 물을 마셨다.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도로 마찮가지다.
밤이 될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낮잠을 좀 자면 어떨까 하고
낮잠 잘 만한 공터를 찾았다.
비상용 비닐을 깔고 다리를 높여 놓고 누었다.
잠시 눈을 붙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들려온다.
깜짝 놀라 시간을 보니 20분 정도 잔 것 같다.


다시 또 눕기도 그렇고 해서 배낭을 추스려 다시 메었다.
천근 같은 다리를 한 거름씩 아주 천천히 옮겨 놓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길 같은 느낌이다.
열발짝 가서 쉬고 다섯 발짝 가서 쉬고
그렇게 하기를 얼마를 했는지 토기봉을 간신히 넘었다.

마주 오는분에게 물었다
"연하천 산장은 얼마나 가면 될가요?"
"저 봉우리(명선봉)를 넘으면 바로 있는데 한 시간이면 갈수 있을겁니다"
이젠 죽었구나  싶다.
물도 떨어지고, 다리는 천근이고, 기운도 없고(이상하게 배고픔은 느끼지 못했다)
물만 있으면 이근처에서 비박이라도 하고 싶다.
총각샘은 찾을수가 없다.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 봐도 하나같이 모른단다.

물이 없으니 그러지도 못하고  죽으나 사나 가긴 가야 한다.


연하천까지 1.4km 이정표가 보인다. 화개재에서 3km정도를 왔는가 보다.
아직 남은거리가 온곳의 절반 정도를 더 가야 한다니....
한 발짝 옮기고 쉬고 두 발짝 옮기고 쉬기를 끝없이 하면서 간다.
입에서는 갈증이 심해 혀가 갈라지는것 같다.
숨소리는 옛날 증기기관차 소리가난다.
이젠 체면이고 뭐고가 없다.
나를 추월해가는 몇분을 만났다.
"저~ 혹시 물좀 얻어 먹을수 있습니까?"
펫트병채로 준다. 약 1/3 만큼 남았다.
"그냥 다 가지세요"
"아이구 고맙습니다. "

처음 지리산에 올때는 혼자서 걸으며 명상도 하고 지나온 세월도 반추하면서 산길을 걷는다는
그럴뜻한 계획이었지만 이젠 아무 생각도 없다.  
빨리 연하천 산장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



이제 400m 만 가면 된다.
굴러가도 이젠 가긴 가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긴다.
연하천산장을 내려가는 마지막 계단에 서서 잠시 한숨을 돌린다


연하천 산장에 3시 30분에 도착했다.
화개재에서 부터 4시간 10분이 걸렸다
보통은 2시간이면 갈수 있는 거리였다.
성삼재부터 약 11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밥도 먹기 싫고 그냥 누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런데 예약은 되어있지만 방배정은 좀더 있다 한다고 한다.
햇반을 데우고 미역국을 끊이고,카레를 데워 지리산에 와서 처음 식사를 했다.
음정으로 가는 비상 탈출로 약도가 있다.
내일은 음정으로 해서 그냥내려갈까 하고 생각해본다.


  • ?
    여태영 2006.10.25 16:01
    무척 힘든 토끼봉에서 고생을 하셨습니다. 화개재에서 연하천까지 만만치 않은 구간인데 잘 이겨내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오 해 봉 2006.10.25 22:14
    노고단에서 천왕봉갈때 저 토끼봉이 신고받는곳 이랍니다,
    화개재계단은 555개가 근사치 라고합니다,
    식수가 부족해서 고생 많으셨군요.
  • ?
    군자봉 2006.10.25 23:19
    저는 성삼재에서 반야봉을 거쳐 연하천 벽소령에서 1박을 했는데 임걸령에서 물을 많이 보충해야 할거 같더군요. 화개재에서 연하천까지 만만치가 않더군요.
  • ?
    구름산 2006.10.27 12:29
    여태영님. 오해봉님, 군자봉님..
    화개재에서 연하천까지는 나에겐 정말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때문에 얻은것도 많구요.. ^^:
  • ?
    산노루 2006.10.27 14:51
    구름산님의 산행기를 읽으면서 제가 등정을 하는 기분입니다.구름산님의 체력으로 11시간이상 걸었으니...알뜻?말뜻!합니다.계속 올라가시죠
  • ?
    구름산 2006.10.28 07:48
    산노루님,,,
    저의 체력은 上도 아니고 下도 아니고 그져 中간쯤 됩니다.
    사진도 찍고,급힐것도 없고 해서 쉬엄쉬엄 갔지요...
  • ?
    트릭 2006.10.31 01:52
    전 얼마전에 세석으로 올라 갈때 식수가 부족하여, 계곡물을 좀 마셨는데... 흠...
    쌉쌀하더군요...
    배가 기냥 천둥치며...하하...
    다만 그래도 별 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 능선으로 갈땐 그럴 수 없으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282 천왕봉 별바라기 11 슬기난 2006.09.28 3512
281 초보가 중견 산악인 되다 3 이경석 2006.10.01 3237
280 어느 가을 날의 행복 4 眞露 2006.10.09 2465
279 초짜들의 지리산종주기(10.2~10.5) 10 군자봉 2006.10.09 3454
278 가을 만추 2 file 산사나이 2006.10.11 2488
277 가을날 산행 다녀와서 4 R 2006.10.11 2580
276 지리산 산길을 아들과 함께..(1) 2 그루터기 2006.10.13 3232
275 지리산 산길을 아들과 함께..(2) 1 그루터기 2006.10.13 2867
274 지리산 산길을 아들과 함께..(끝) 8 그루터기 2006.10.13 3240
273 통천문골 - 연하봉 능선 3 file 산사나이 2006.10.15 2973
272 칠선에서 3 어린백성 2006.10.16 2636
271 태극종주 41 file 오 해 봉 2006.10.18 7451
270 누가 마지막 폭포라 했는가? 17 슬기난 2006.10.18 3375
269 다시 이곳에... 3 어린백성 2006.10.23 2513
268 왕초보 지리산 종주 하다 (1) 11 구름산 2006.10.24 4353
267 왕초보 지리산 종주하다(2) 8 구름산 2006.10.24 3522
» 왕초보 지리산종주 하다(3) 7 구름산 2006.10.25 3605
265 왕초보 지리산 종주하다.(4) 9 구름산 2006.10.25 3466
264 왕초보 지리산 종주하다(5) 9 구름산 2006.10.26 3514
263 왕초보 지리산 종주하다(마지막회) 27 구름산 2006.10.27 442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