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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지난밤에 몇 차례나 잠을 깼는지 모르겠다 바람소리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가끔씩 툭툭~ 떨어지는 도토리 소리, 거기에 다 어찌나 춥던지 중간에 아들은 괜찮을까 싶어서 춥지 안냐고 물었더니 덥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어렵게 구한 그리고 무겁게 짊어지고 올라온 겨울 침낭이 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새벽 3시쯤부터는 아예 잠을 청하기 더 어렵다 뒤척이다가 04:00정도에 일어나 비박 장비를 정리하고 4시30분 정도에 아들을 깨워 토끼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질흑 같은 밤이어서 무서워할 것도 같은데 어제 새벽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앞서서 잘 간다 토끼봉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다


[ 토끼봉에서 잠시 휴식을.. 아들 모습이 부시시~ 하다 ]

벌써 동쪽하늘이 밝아오는 것 같다 새벽에 걷는 산길의 청량함이라고 할까 나는 전체적인 산세나 단풍도 좋지만 이렇게 좁다랗고 고불고불한 산길을 보며 걷는 것이 더욱 좋다 특히 몸을 스치는 풀의 느낌이 좋다 새벽이 밝아오는 아침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다


[ 밝아 오는 동쪽 하늘 ]


[ 산길 ]


[ 천왕봉 가는 이정표 ]


[ 파란 새벽 하늘 ]

7시 조금 넘어 연하천 산장에 도착했다 산행을 일찍 시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아침 식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한쪽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어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분들이다 반야봉에 들렀다 오느라고 뱀사골에서 비박을 했다고 안부를 전하고 나도 아침 준비를 서두른다 오늘 아침은 누룽지를 끓였는데 누룽지 냄새가 너무나 좋다 늘 산에 오면 주 메뉴가 햇반이나 인스턴트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속이 많이 부대꼈는데 아침의 누룽지는 물만 붓고 끓이는 거였지만 구수한 맛이 정말로 환상적이다 아들도 누룽지 맛이 좋단다 다음에는 누룽지를 한끼 분이 아니라 두 세끼 이상 준비를 해야겠다 부피도 적도, 양도 충분하고, 가볍고 일석삼조 같다 ^^
아침을 먹는 중에도 많은 분들이 앞서 출발을 서두르신다 우리도 짐을 정리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느긋하게 산행준비를 다시금 한다


[ 연하천 산장에 도착 ]


[ 연하천 산장에 내려 서는 입구 ]



아들은 오늘 장터목까지 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가면서 빨리 출발하자고 한다 부지런히 걷는 아들을 따라 걷다 보니 앞서 출발하신 분들을 지나친다
‘ 오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겠지.. ‘
산행에 있어서의 또 하나의 즐거움인 것 같다 특히나 아들이 어리다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참 고맙다 오늘은 졸리지는 않다 여전히 어깨를 내리누르는 배낭의 무게는 나를 힘들게 하지만 아침 산행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형제봉 근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앞서와서 쉬면서 사진을 찍으시던 두 아가씨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김에 나도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때 찍은 사진 두 장이 3일간 산행을 하면서 아들과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내가 남들에게 부탁을 잘 못하는 편이라서..


[ 아들과 함께.. 1 ]


[아들과 함께.. 2 ]


[ 멀리 능선에 벽소령 대피소가 보인다 ]

산 능선멀리 보이던 벽소령 대피소가 눈앞에 빨리 나타나질 않는다 아들은 백 걸음만 가면 나오겠지 하면서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하더니 벌써 열 번도 더 센다 그렇게 애를 태우더니  어느새 짠~ 하고 벽소령 대피소가 나타났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준비해온 과일과 음료수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아들은 이정표가 나타날 때마다 우리가 가야 할 거리가 어느 정도 남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을 지금도 꼼꼼히 체크 중이다 벽소령부터 세석까지는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가는 길이 그다지 힘들지 않으니 조금 더 쉬어가도 된다고 하는데도 자꾸 서두른다 자기는 막 힘들 때 잠시만 쉬면 금새 괜찮아 진다고.. 오늘 일정이 장터목까지라 부지런히 가야 하긴 하는데 아침에 일찍 서두른 탓에 조금은 여유가 있는 편인데도 아들은 내심 걱정이되 나보다 단체로 학교에서 온 대학생인듯한 형 누나들이 먼저 출발하는 것을 보고는 더 조바심을 낸다


[ 벽소령 대피소 ]



천천히 먼저 가고 있겠단다 배낭을 들쳐 메고는 아들의 뒤를 따르는데 배낭의 무게가 전혀 줄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칠선봉에 오르니 천왕봉이 멀리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멋있는 배경이 나타날 때마다, 잠시 쉬어갈 때마다 아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아들은 현장 학습으로 온 것이라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왔다 아들이 안 찍겠다고 처음에는 버티더니 이제는 사진 찍는 것도 자연스럽다


[ 칠선봉 오르는 길 ]


[ 칠선봉 정상에서 ]

세석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라면에 햇반을 넣어 끊였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다 시장이 찬이라고 모든 음식이 맛있다 식사를 너무 여유 있게 했나 보다 어느새 4시가 다되어 간다 잠시 눈 좀 붙이고 가려는데 아들이 또 재촉하기 시작한다 겨우 협상을 해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얻었고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아빠~” 아들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뜬다 또  먼저 천천히 가고 있을 테니 따라오란다 음.. 산행을 처음 준비할 때는 아들이 잘 갈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오히려 아들이 아빠를 힘들게 한다


[ 잠시 휴식하면서 ]





[ 세석산장에 도착 ]

오늘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두 아가씨들이 어느새 출발하고 없었는데.. 아들이 그런다 세석산장에서 두 누나들이 촛대봉 중간부분까지 14분 정도에 갔는데 우리는 몇 분이나 걸리는지 시간을 재면서 간다고.. 이렇게 팔팔할 수 있다니 어쨌거나 다행이다 촛대봉에 올라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또 부지런히 출발이다





[ 촛대봉에 올라서.. ]


[ 아들이 찍어준 독사진 ]

경치가 탁~ 트여서 그런가 산행하는 것이 한결 가벼운 것 같다 잰 걸음으로 부지런히 가고 있구나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문득 앞을 보면 아들이 저만치 가고 있다 이런; 내가 체력이 다한 건지 아들이 잘 가는 건지 6시쯤에 장터목에 도착했다





[ 작년에 가족과 함께 빗속에서 산행할 때 유일하게 청명한 하늘을 보았던 장소였는데 오늘도 경치가 좋다 ]


[ 아들 뒤로 장터목 산장이 보인다 ]

산행 속도를 빨리 해서 그런지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추위가 엄습할 텐데, 일단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늦게 먹었던 점심의 양이 너무 많았던 탓에 저녁은 단팥죽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장터목 대피소에 예약을 못했는데 오늘도 비박을 해야 하는 건지 내심 걱정이다 뱀사골과는 다르게 체감 온도가 상당히 낮다 비박을 하려면 어두워지기 전에 적당한 장소를 미리 찾아야 하는데 비 예약자는 일단 7시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 퉁명스럽게 얘기하기는.. ‘
어젯밤에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선뜻 비박을 하겠단 결심을 못하겠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체감온도는 더 떨어지는 것 같다 일단 숙소에서 자기로 결정을 하고 기다린다. 조금 지나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분들이 늦게 도착을 하셨다 숙소가 없으면 어쩌나 내심 불안하고 걱정을 했는데.. 7시가 되니 60세 이상 분들에게 먼저 숙소를 배정하고는 초등학생을 대동한 사람을 호명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양보를 받아 먼저 숙소 배정을 받았다, 다른 분들도 빠짐없이 숙소 배정을 받으신다, 아들과 에이스(대피소에서 파는 유일한 과자)를 하나사서 맛있게 먹고는 하루를 마감하며 일찍 잠을 청했다





[ 숙소를 배정 받고 나서 ]

  • ?
    선경 2006.10.17 09:52
    이세상이 정말 든든해지는 아들과의 행복한 지리산행~~~
    넘넘 부럽네요^^*~~~아들이 있는데도요^^*
    지리사랑 더욱 돈독히 그리고 가족애를
    실천으로 옮기신 산행~~~ 아들에게 주시는 어떤 선물보다 정말 고귀하고 소중합니다
    감명깊게 한장면 한장면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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